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39)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39화(39/173)
“참, 이걸 드리는 걸 깜빡할 뻔했군요.”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라피렌이 내게 아주 고급스러워 보이는 초청장을 내밀었다.
“첫 공식 외부 일정이 생기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생도를 칭찬하고 드리블랴네 가문에서 만든 장학금을 전달……. 이걸 제가 맡아도 돼요?”
“예. 가신 김에 단테 도련님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보고 와주시면 더욱 좋겠군요. 이건 제가 간단히 정리를 해둔 메모입니다.”
라피렌이 책 위에 얹어준 한 장짜리 종이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관 학교에 가셔서 하실 일.
토너먼트 우승자전 관람.
A조: 1~3학년(10,11,12살)
B조: 4~6학년(13,14,15살)
C조: 7~10학년(16,17,18살)
2년에 한 번 각 조별로 토너먼트를 치르며 우승자 세 명에게는 드리블랴네 가문에서 장학금을 수여.
우승자 세 명 중 B조와 C조의 우승자가 마지막으로 겨루어 금메달과 은메달을 정함.
A조의 경우 나이가 많이 어리므로 동메달로 자동 결정됨.
금메달 수상자에게는 장학금 외에 별개로 금으로 만든 월계수 나무 관이 부상으로 주어짐.
금메달 수상자의 머리에 월계수 잎을 본떠 만든 관을 씌워주고 치하하시면 됩니다.
오, 꽤 합리적인걸?
물론 10살과 12살의 체격 차이는 무시할 게 못 된다.
하지만 그 10살짜리가 드리블랴네의 직계인 단테라면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았다.
“우승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는 거죠?”
“예. 지금 한창 예선전을 치르고 있겠군요.”
“단테는 10살이라고 들었어요. 어쩌면 단테가 동메달일지도 모르겠네요!”
난 단테가 동메달을 못 땄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왜냐면 그 애, 나중에 소드 마스터가 되잖아. 떡잎부터 남다를걸?
“예, 맞습니다. 작은 마님과 동갑이지요.”
물론 내 나이는 아무도 정확하게 모른다. 그러나 경력이 오래 된 가문의 의사가 담비 족의 성장에 관한 연구 자료로 살펴본 결과 아마도 10살이 맞는 듯해서 나는 공식적으로 10살이 되었다.
즉, 단테는 나랑 동갑이고 이안은 오빠인 것이다.
“수업 잘 받았어?”
“이안! 나 사관 학교에 방문하게 됐어.”
잠시 뒤, 수업이 끝나서 복도로 나오자 이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이안도 사관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간 것 같아서 내가 방문하게 됐다는 걸 말하기가 조금 그랬지만…….
‘그래도 어차피 알게 될 거, 숨기고 있다가 나중에 남한테 들으면 더 속상해할 것 같아.’
나라면 그럴 거거든.
그래서 난 그냥 내 입으로 말하는 걸 선택했다.
“그렇구나. 사관 학교가 어떤지 나중에 나한테 말해주기야.”
“응!”
“남자애들도 많을 텐데……. 사실은 혼자 보내기 싫지만.”
이안이 눈꼬리를 늘어트리며 웅얼거렸다.
그게 귀여워서 나는 쿡쿡 웃었다.
“혼자 가는 거 아냐. 존 경이랑 같이 갈 거야.”
“장학금을 수여하러 가는 거지?”
“맞아.”
“조심히 다녀와야 해, 플로린.”
한참 걷다 보니 내 침실 앞에 도착했다.
나를 꼭 껴안아 주는 이안의 온기가 좋아서 나도 마주 안고 어깨에 몰랑 뺨을 꾹 눌렀다.
“윽.”
그런데 그때, 이안이 눈가를 찡그리며 신음을 뱉었다.
아파서 새어 나온 게 틀림없는 소리에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이안? 어디 다쳤어?”
“아냐.”
“아니긴! 방금 분명 아파했는데. 또 걔네가 시비 건 거야? 누구야? 누가 그랬어?”
어떻게 며칠 안 보기만 하면 상처를 달고 오는 거야.
당장 셔츠를 벗겨서 멍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안이 싫어할까 봐 멈칫하게 된다.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괜찮아, 플로린. 요즘 새로운 훈련을 받고 있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다친 거야.”
“무슨 훈련이기에 뺨만 대도 그렇게 아파해…….”
“음, 균형 감각을 기르기 위한 외줄타기 훈련이랑 저글링. 그리고 달리기 정도?”
뭐?
* * *
이안은 플로린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상세히 말하지 않았을 뿐.
그가 조커의 바니로서 배우고 있는 건 다음과 같았다.
(솜씨 좋은 암살자가 되기 위해) 균형 감각을 기르기 위한 (공중 곡예 수준의) 외줄타기 훈련.
(날카롭게 갈아놓은 진짜 단검으로 하는) 저글링.
그리고 (뒤쫓는 리틀 클라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기척을 최대한 죽이고 은신한 채) 달리기. 그러다 들켜서 밀가루 뒤집어쓰기 등등.
하나같이 힘든 훈련이었지만 이안은 생각보다 잘 버텨내고 있었다. 어쩌면 제 친부가 정말 용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친부에게 물려받은 게 아니고서야 이안이 가진 천부적인 적응력과 순간적인 판단력 그리고 융통성을 설명할 길이 없었던 탓이다.
“플로린이 돌아올 때까지 훈련 시간을 두 배 늘려야겠네.”
하필 오늘 새벽에 다친 걸 들킬 줄이야.
‘내가 다치면 플로린이 슬퍼하니까.’
다치지 않도록 얼른 강해져야겠다.
이안은 기분 좋은 얼굴로 복도를 걸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찬 걸음이었다.
‘아니, 잠시.’
그러던 이안은 제 침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어떤 교활한 생각을 떠올렸다.
‘계속 걱정을 받으려면 일부러라도 다치는 게 낫지 않나?’
보여줘도 플로린이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을 만큼. 울상을 지으며 약을 발라주겠다고 할 딱 그 정도만, 눈에 보이는 곳으로.
‘이런 정도는 안 돼. 누가 봐도 부상이니 플로린이 나를 약해 빠졌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이윽고 문을 닫은 이안은 셔츠를 벗어 던지고 제 몸에 새겨진 시퍼런 멍을 훑어 내렸다. 그런 다음, 그는 대충 상처가 나도 될 만한 부분과 크기를 정했다.
‘모든 게 다 익숙해지고 나면 다치는 것도, 다치지 않는 것도 모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
꽉 움켜쥔 주먹에 핏줄이 섰다.
이안은 좀 더 크고 싶었다. 플로린이 그의 이부 형제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그가 조금 더 잘나 보이도록.
그러니 플로린이 저택을 떠난 동안 이안이 해야 할 것은 오직 훈련과 노력. 그뿐이었…….
“아.”
제 멍을 눌러보던 이안의 입에서 깨달음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가장 빠르게, 그리고 확실히 실력을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보통 아이들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 만한 방법. 누군가에게 말하면 미쳤느냐는 소리를 들을 만한 그런 일.
‘……숙부님께 덤빌까?’
무모하기 짝이 없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 * *
“피는 못 속인다더니.”
그로부터 만 하루 뒤.
키락서스는 황당한 얼굴로 이안의 발목을 대롱대롱 잡고 있었다.
“꼭 네 어머니 같은 짓을 하는구나.”
“하지만 어머니는 성공하셨겠지요.”
“그렇지. 기척을 죽이려고 애를 쓰지 말고 주변과 동화가 되도록 해라.”
툭 내던져진 이안은 코 밑을 훔치며 다시 일어섰다. 약간 비틀거렸지만 얼마든지 다시 덤빌 수 있었다.
“숙부님이 제 기척을 눈치채지 못할 수준이 되면 조커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까?”
“네가 내 뒤통수를 한 대라도 치고 가면.”
“알겠습니다.”
이안은 고개를 숙이고 물러섰다.
이제 플로린을 배웅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다.
오늘부터 3박 4일. 플로린이 저택을 떠나 사관 학교에 가 있는 시간이었다.
* * *
빛바랜 석조 건물에 커다란 깃발이 꽂혀 바람에 나부꼈다.
마차에 타긴 했지만 드리블랴네의 장원에 있는 텔레포트 정류소에서 바로 이동을 해온 것이라 사실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했다.
마차에 탄 게 민망할 정도로 말이야.
“우와아!”
“멋지지요?”
“응! 존도 사관 학교 출신이라고 했지?”
잠시 뒤, 나는 나를 환영하기 위해 창밖에 늘어선 사관 학교 생도들을 발견하곤 그들의 예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생도들은 다 같이 새카만 제복을 갖추어 입고 어깨 한쪽으로는 금색 망토를 늘어트렸다.
머리에는 베레모를 썼는데, 배운 바에 의하면 거기에 달려 있는 배지들은 영예의 상징이었다.
교내, 혹은 교외에서 업적을 세우거나 시험 대련에서 우승을 거두는 등 잘한 일이 있을 때 상점처럼 배지를 부여한다나.
라피렌은 그게 모두가 다 배지를 볼 수 있도록 해서 생도로 하여금 성취감을 주고, 경쟁심에 불을 붙이려는 의도라고 했다.
“있지, 있지. 존은 사관 학교에 다닐 때 배지를 몇 개나 받았어?”
“저야 베레모를 꽉 채우고도 배지가 남을 정도였지요.”
“진짜?”
“예. 지금도 기억의 복도에 제 모자가 전시되어 있을 겁니다.”
대단하잖아, 존!
그런 인재의 머리 위에 담비 모습으로 올라타고 다녔다니, 조금 부끄러워졌다.
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내릴 때가 되자 시침을 뚝 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가주님과 이난나 님이 나를 믿고 내려주신 첫 외부 일정이니까 잘 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