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40)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40화(40/173)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그리즐리 경이 모셔왔군요!”
마차에서 내리자 저편에서 누군가가 헐레벌떡 달려오는 게 보였다.
사관 학교의 학장치고는 생각보다 체격이 둥그런 중년의 사내는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우리 앞에 멈추어 섰다.
“허억, 헉. 겨우 늦지 않았네요. 휴우, 처음 뵙겠습니다. 학장인 조르지오 헐만입니다.”
“처음 뵈어요. 플로린 드리블랴네라고 합니다.”
나는 라피렌이 미리 가르쳐준 대로 한쪽 손으로 치맛자락을 쥔 뒤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폈다.
사관 학교의 학장은 후작 가문 출신으로 신분만 따지면 내가 반 계단쯤 더 높다.
‘하지만 배움의 요람의 학장이라는 특수한 지위가 있는데다가 내 나이가 많이 어리다 보니 내 쪽에서 먼저 인사를 하는 게 옳다고 했지.’
학장은 그런 나를 향해 손바닥을 비비며 헤죽 웃었다.
“허허, 아주 귀여운 꼬마 숙녀시군요. 드리블랴네에서 매해 이렇게 호의를 베풀어 후원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월종 가문으로서 당연한 일이에요. 드리블랴네는 전쟁이 끝나도 인재를 양성하는 일을 멈추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답니다.”
나는 생긋 웃으며 준비된 말을 꺼내놓았다.
앞으로도 후원을 계속하겠다. 그게 가주 할아버님의 전언이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드리블랴네 가문 덕에 마도 제국 군사력이 강한 게 아니겠습니까?”
학장은 크게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긴, 전쟁이 끝나서 이제 더는 후원을 해주지 않겠다고 할까 봐 걱정되긴 했겠지.
위엄 있게 도열해 있는 생도들의 앞을 지나치며 학장이 기분 좋은 얼굴로 운을 뗐다.
“플로린 님께서는 생도들을 처음 보시겠군요.”
“맞아요. 다들 정말 멋지네요!”
“예. 모두 대단한 인재들입니다. 그래도 역시 제일 멋진 생도는 따로 있지요.”
학장이 풍만한 배에 손을 얹고는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생도들을 향해 손을 까딱였는데, 따로 인사를 시켜주려는 사람이 있나 싶었기에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올해 유년반에서 1학년으로 올라왔는데 벌써 A조에서 우승을 거둔 천재 중의 천재지요. 단테 생도입니다.”
“!”
단테를 벌써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어쨌거나 내 남편 후보 중 하나였기에 나는 솔직히 조금 두근거렸다.
‘원작에서 단테는 미친 집착남이자 직진남이었지!’
어마어마한 불꽃 플러팅을 멈추지 않는 장난스럽고 능글맞은 인물로 묘사됐었는데…… 어릴 땐 어떨까?
“듣자 하니 선택의 권리를 받으셨다던데……. 여기 계시는 동안 단테 생도와 각별한 사이가 되시면 좋겠군요. 하하!”
너스레를 떠는 학장의 옆으로 한 소년이 가까이 다가왔다.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던진 나는 키락서스의 것과 비슷하지만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청록안을 마주하고 움찔했다.
‘꼭 우주 끄트머리에 존재하는 미지의 행성 같은 눈동자야.’
새카만 머리칼과 우유처럼 흰 얼굴이 대비된다. 아직 어린데도 불구하고 청록색 눈동자는 서늘한 무게를 지녔고 그에 반해 뾰족한 덧니는 귀엽기 그지없었다.
이안이 보자마자 소위 ‘잘생쁨’이라는 생각이 든 것과 달리 단테는 그냥 잘생겼다.
선이 굵고 눈매가 시원시원해서 그런가?
‘어른이 되면 키도 엄청 커지고 기사답게 온몸이 근육질이 되겠지.’
앞으로 단테 때문에 눈시울 붉힐 사람들이 많겠어.
거기다 원작의 남자주인공 중 하나라서 그런지 몰라도 단테는 그 나이 아이답지 않게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내가 괜히 손을 뒤로 해서 꼼지락거릴 만큼…….
‘멋지다.’
나랑 같은 열 살인 게 믿기지 않아. 아주아주 광활한 우주를 보는 것만 같아서…… 숨이 턱 막혀와.
원작의 인물 앞이니까 이런 느낌이 드는 것도 정상인 건가?
“안녕! 나는 플로린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나는 일단 살갑게 웃으며 단테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
하지만 돌아오는 게 없었다.
이렇게 거리가 가까우니 못 들었을 린 없는데. 귀가 안 좋은 걸까?
“크흠. 단테 생도가 좀 무뚝뚝한 면이 있습니다. 하하.”
“그래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으로 저를 무시하는 것 같은데요!
불러서 어쩔 수 없이 온 거라는 듯 단테는 잠시 뒤, 인사도 없이 몸을 홱 돌려 제자리로 돌아갔다.
무안해진 나는 손을 거두어들이곤 존을 흘끔 바라보았다. 존 역시 좀 황당한 얼굴인 걸 보니 단테가 무례하게 날 대한 건 맞는 것 같은데…….
‘이잉. 이런 건 또 처음이네.’
뒷짐을 지고 다시 줄에 맞추어 선 단테는 이후로도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완벽하고도 깔끔히 나를 무시했다.
“작은 마님, 괜찮으십니까.”
“으응. 단테가 기분 나쁜 일이 있었나 봐. 난 괜찮아.”
“저런 분이 아니셨는데…….”
존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중얼거렸다.
‘사실 화가 나야 정상이겠지만.’
놀랍게도 나는 진짜 괜찮았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뭔가 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 딱 짚을 수가 없네.’
나는 학장을 따라 건물의 복도를 걸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불쾌하다? 아니고. 기이하다? 비슷하긴 한데…….
그래서 뭐가 이상한 거지.
뭔가 이상한 건 맞는데 단테를 마주한 게 너무 짧은 찰나여서 확실히 모르겠다.
“행사 기간 동안 이 방에서 머무시면 됩니다. 귀빈실 중에서도 가장 좋은 곳으로 마련했습니다.”
“고마워요, 학장님.”
“산책을 하고 싶으시다면 건물 뒤쪽에 오솔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무장 쪽으로는 가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이 사관 학교의 졸업생인 그리즐리 경이 안내해 주시면 되겠군요.”
“유의할게요.”
“B조의 우승자와 C조의 우승자가 우열을 가리는 우승자전은 내일 오후 두 시에 열립니다. 그럼 불편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학장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떠나고, 방에 남은 나와 존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존, 여기서는 그냥 편하게 있어.”
“그럴 수야 없지요.”
“그래도. 앗, 나는 여기서 자면 될 것 같은데! 존은 옆 침실에서 자?”
“예. 그러면 됩니다.”
귀빈실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일단 거실이 나오는 구조였다. 그리고 오른쪽에 침실 두 개, 왼쪽에 화장실이 두 개 있다.
침실에도 창문이 있어서 햇볕이 아주 잘 들어왔고, 거실 역시 한쪽 벽면이 전부 창으로 되어 있어서 내부가 무척 환했다.
“아, 여기서 연무장이 보여! 귀빈실이 3층이어서 그런가 봐!”
“저건 단체전을 연습하는 대 연무장이군요.”
“신기해. 훈련하는 걸 구경하는 건 예의 없는 짓이겠지?”
여기 있는 동안 방 안에만 있긴 싫은데!
내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문에 작은 코를 꾹 누르자 존이 씩 웃었다.
“원하시면 제가 생도들의 훈련을 특별히 봐준다는 식으로 학장에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작은 마님께서 안전한 자리에서 관람하겠다고 약속해 주시면요.”
“당연히 약속하지!”
나는 큰 소리로 호언장담했다.
왜냐면 나도 위험한 건 싫거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훈련하는 것도 못 보고 가면 아쉽잖아. 할아버님도 이난나 님도 다 단테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실 텐데.
단테가 훈련받는 모습을 직접 보고 전해드리면 더 좋아하지 않으실까?
“그렇지. 자라나는 생도들에게 간식을 주면 어떨까?”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아마 다들 환장하고 먹을 겁니다.”
“단테도?”
“단테 도련님……도요.”
존이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좋은 오후입니다! 짐을 가져왔습니다.”
때마침 사관 학교에 고용된 하인들이 마차에서 내 짐을 가져다주었다.
“가방 두 개와 상자 세 개, 맞으십니까?”
“응!”
“가방은 우선 여기 두겠습니다.”
하인들은 모두 몹시 친절했고 한 명은 상자에서 옷을 꺼내 옷장에 걸어주기까지 했다.
‘어라, 그런데…….’
어디 다쳤나?
‘저 사람은 아까부터 다리를 절뚝거리고, 저 사람은 오른팔이 불편한 것 같은데.’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의아하기는 했다. 다치면 보통 일을 쉬잖아.
일할 사람이 많지 않아서 못 쉬는 건가?
그 학장이 악덕 고용주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고마워, 잘 가!”
아무튼 짐 정리가 끝난 뒤, 나는 가방을 열고 그 안에서 제일 먼저 폼폼을 꺼냈다.
“폼폼, 아버님이랑 연결 좀 해줘!”
지금까지 한 번도 연락하려고 써본 적은 없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조금 걱정했지만 아버님은 생각보다 빠르게 내 연락을 받으셨다.
– 웬일이냐, 찐빵 귀.
“저 사관 학교에 무사히 도착…… 아니, 누구더러 찐빵 귀래요?!”
– 사관 학교로 텔레포트 했으니 그야 무사히 갔겠지. 네 귀가 꼭 찐빵처럼 생기지 않았느냐.
아니, 맞는 말이긴 한데 왜 이렇게 얄밉지? 턱 빠지게 잘생긴 얼굴이 안 보이고 목소리만 들려서 그런가.
난 입을 삐죽거리곤 말을 이었다.
“저요, 단테를 만났어요. 그런데…….”
아, 알았다!
설명을 하려다 보니 나는 드디어 명확히 깨달았다. 뭐가 이상했는지!
“단테한테서 아무 페로몬도 느껴지지 않아요!”
– ……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