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41)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41화(41/173)
“아버님한테서는 페로몬이 엄청 짙게 흘러나오거든요. 할아버님도 양어머니도 그래요. 이안도 요즘 페로몬이 진해졌는데…….”
그러니까 수인은 강할수록 강한 페로몬이 흘러나온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A조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인 단테는 페로몬이 진해야 정상이잖아.
– 존. 정말인가?
“죄송합니다. 수많은 생도와 함께 만난 자리여서 저는 단테 도련님의 페로몬을 따로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 그게 정상이지. 그런데 플로린은 그 와중에 단테의 페로몬만을 캐치해 냈다고.
어라, 이것도 능력인가요?
난 뺨을 긁적이다 한마디를 덧붙였다.
“정확히는 단테에게서 아무 페로몬도 나오지 않는 걸 알아차린 건데…… 페로몬이 옅은 것도 아니었어요. 진짜 그냥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상한 거, 맞지요?”
– 그래, 성가시게 됐구나. 내일 우승자전이 열릴 때 가보마.
“정말요?”
– 그래.
“좋아요! 그런데 아버님, 지금 어디 계신 거예요? 바람 소리가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뭔가 휙휙 쉭쉭 거리는 소리가 자꾸 통화를 방해했다.
내 질문에 아버님은 태연히 대꾸했다.
– 아아, 그냥. 여기도 성가신 녀석이 하나 있어서. 별것 아니다.
“음…… 아무튼 아버님. 저, 간식이 좀 필요해요. 텔레포트로 보내주시면 안 돼요?”
– 간식?
“생도들에게 나눠줄 만큼 많이요. 단테를 보러 갈까 싶어요!”
– 그러마.
그럼 이걸로 훈련을 보러 갈 핑계 마련은 끝!
얌전히 텔레포트로 간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존이 내 눈치를 보더니 슬쩍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작은 마님. 정말 사람이 몰려 있는 곳에서도 누군가의 페로몬만 따로 구분하실 수 있으십니까?”
“으응. 다들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알파의 우성 페로몬이야 구분할 수 있지만 그것도 사실 구분이라기보다는 압살당하는 거라서요.”
존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우성 페로몬이 무섭다는 건 동의했기에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성 페로몬이야 워낙 독보적이니 그렇다 치지만 여럿이 뭉쳐 있는 상황에서 어떤 한 사람의 페로몬만 따로 느끼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되게 대단한 능력 같아.”
“대단한 능력이 맞습니다. 작은 마님은 매번 놀라게 하시는군요.”
그렇다곤 해도, 이게 어디 도움이 되나?
지금도 단테의 페로몬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알 뿐, 그래서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전혀 모르는데.
나는 그냥 단테가 어디 아픈 건 아닐까 싶어서 걱정이 되었을 따름이었다.
알비노조차 페로몬이 약할 뿐 있기는 한데, 단테처럼 출신이 좋은 애가 어떻게 페로몬이 없겠어?
“오, 작은 마님! 간식이 왔습니다.”
그때, 허공에서 빛이 번쩍 하더니 아주 커다란 바구니가 두 개나 나타났다.
그 안엔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폴폴 풍기는 치즈 머핀이 잔뜩 들어 있어서 보기만 해도 행복할 지경이었다.
‘단테가 먹어줬으면 좋겠는데.’
난 일단 제일 위에 있는 것을 하나 들고 존에게 내밀었다.
“이야, 저 주시는 겁니까?”
“응! 가서 단테를 만나보자. 페로몬이 느껴지지 않는 게 맞는지 확실히 하고 싶어.”
어쩌면 이게 단테의 유년 시절 상처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내 목표 4번.’
피폐한 남주들을 라흰보다 먼저 구원하기.
그래서 라흰이 나설 틈이 없게 만들어 버리기!
‘어, 그런데 잠깐만.’
나는 열정적으로 내딛던 걸음을 멈칫했다.
‘그래서 남자주인공들의 상처. 라흰이 구원해 줬다는 그게…… 뭐였지?’
* * *
연무장에서 훈련을 구경하고 싶다는 내 요청은 존이 나서니 쉽게 해결되었다. 그리하여 지금 나는 [임마누엘 훈련장]이라 불리는 곳에 와 있었다.
다름 아닌 가주 할아버님의 성함이 붙여진 훈련장으로, 당연히 드리블랴네 가문에서 100% 자금을 내어 만든 연무장이었다.
나는 세로 베기를 100번, 가로 베기를 100번씩 하는 10살짜리 생도들을 멍하니 구경하며 그늘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존은 생도들에게 가르침을 주면서 내 쪽을 흘긋흘긋 살폈는데, 내가 제멋대로 사라지진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눈치였다.
‘고민이 많아서 어디 안 가요. 걱정 마.’
나는 그런 의미를 담아 존에게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주었다.
지금 내 고민이자 의문은 두 가지였다.
첫째. 단테에게서 왜 페로몬이 느껴지지 않는가.
둘째. 나는 원작을 왜 자세히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자연스레 단테에게로 눈길을 보냈다.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는 게 짠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근데 확실히 페로몬이 안 느껴져.’
혹시나 싶어서 다른 애들에게 하나하나 집중을 해보았는데 모두 나름의 페로몬이 있었다. 다 먹어치운 쿠키 항아리처럼 텅텅 빈 건 단테뿐이야.
‘멀쩡히 훈련하는 걸 보니까 어디 다친 건 아닌 것 같은데.’
내일 아버님이 오면 알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일단은 답이 있다고 치고.
‘내가 문제인데.’
나는 지금까지 ‘라흰이 미래에 드리블랴네에 갑자기 나타날 것이다’라는 사실을 전혀 의심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라흰에게 반할 것이다’는 것도 믿었다.
왜냐하면 이건 라흰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속이니까.
‘라흰은 남자주인공들이 각기 가지고 있는 유년의 상처를 치유해줄 것이고, 그걸 계기로 가까워져.’
그런데…… 아침이면 해가 뜨고 밤이면 달이 뜨는 것처럼 완벽해 보이는 이 진리에 함정이 있었다.
‘그래서 그 상처가 뭔데?’
왜 그게 생각이 안 나지?
사랑에 빠지는 계기는 로맨스 소설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잖아.
‘그 감정선이 납득이 되든 안 되든 이유가 있긴 해야 한단 말이야.’
크게 다친 걸 구해줬다거나, 저주를 풀어줬다거나. 하물며 어린 시절의 인연이라거나 등등.
근데 나는 지금 라흰이 구원을 했다는 것만 알고 그게 뭔지 전혀 기억해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게 말이 돼?!’
나는 기껏 예쁘게 하고 온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고뇌했다.
내가 멍청해서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원작에 안 나온 건지를.
‘만약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거면…… 나, XX한 장면만 대충 읽은 건가……?’
으음, 갑자기 자괴감이 드는데.
그래서 나는 그냥 내가 좋을 대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분명 원작에 안 나온 거야!’
근데, 그게…… 말이 되나?
“잠시 휴식한다!”
“우와아아아!”
그때였다. 교관의 외침에 생도들이 목검을 내려놓고 소리를 질렀다.
존이 서둘러 내 곁으로 다가오는 걸 보며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를 툭툭 털었다.
단테에게 가봐야지!
“존, 머핀 좀 나눠줄래?”
“예. 알겠습니다.”
역시나 단테는 내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버렸다. 다들 머핀을 받으려고 줄을 서는데 말이야.
‘그럴 줄 알고 내가 미리 머핀 하나 빼놨지롱.’
나는 이안도 두 손을 들어버린 끈기의 화신이란 말씀.
미리 챙겨둔 손수건과 함께 머핀을 들고 종종종 다가가자 단테가 귀찮다는 듯 걸음 속도를 높였다.
“단테! 땀 좀 봐. 이거 먹으면서 잠시 땀을 식히자. 응?”
“…….”
“단테! 라피렌이 안부를 물어봐 달랬어!”
“꺼져.”
와, 이안보다 몇 배쯤 더 까칠하네.
나를 향해 눈을 부라린 단테는 이내 커다란 나무 위로 단번에 뛰어올라 사라져 버렸다. 가지가 튕기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나무를 통해서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이다.
“소용없어요!”
“그냥 내버려 두세요.”
“쟤 요즘 이상해요.”
내가 멀거니 나무를 바라보고 있자 상냥한 아이들 몇 명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모두 머핀을 들고 있는 걸 보니 간식 하나가 호감을 산 듯했다.
“있지, 얘들아. 단테가 원래 저렇지는 않았어?”
“네. 단테는 장난기가 많았어요.”
“근데 요즘은 아무랑도 어울리려고 하지 않아요. 사춘기인가 봐요!”
그냥 사춘기가 일찍 온 거면 괜찮겠지만…… 그래도 성격이 너무 갑자기 변한 거 아닌가?
친해지려는 1차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했지만 한 번 거절당했다고 우울해할 내가 아니지.
‘어? 그런데 저 사람들도 다쳤네?’
열심히 머핀을 먹는 어린 생도들의 뒤로 한 무리의 하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연무장의 흙을 골라 다시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었는데 개중 두 명이 다리가 불편한지 어색하게 움직였다.
붕대 같은 걸 감고 있진 않지만……. 그래, 꼭 허벅지 쪽을 크게 베인 일이 있는 사람처럼……?
“슬슬 해가 지니 방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작은 마님.”
“으응.”
어딘가 찝찝했지만 외부인이 캐묻고 다닐 만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난 지금 드리블랴네를 대표해서 여기 와 있는 거니까 언동을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