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44)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44화(44/173)
“그럼 단테, 가문에 데려가요?”
“그래야지.”
다행이다. 아버님은 이 세계관 최고의 마법사니까 어떻게든 단테를 치료해주겠지.
어쩐지 안심이 되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헌데 네 꽃의 향기를 맡고 단테가 이성을 되찾았다고.”
“그런 것 같았어요. 단테가 제가 만든 꽃에 거의 파묻히다시피 했는데요, 그러고 나서 곧바로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왔거든요.”
“그건 매우 신기한 경우구나.”
“제 꽃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외부 요인 때문일 수도 있는데요, 그때는 저랑 단테 말곤 아무도 없었어요.”
“흐음. 높은 확률로 네 꽃이 폭주를 즉각 진정시킬 수 있다고 봐야겠지.”
이제 대화 주제는 단테에서 나로 바뀌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내게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이 겁이 안 나는 건 아니었다.
‘갑자기 내가 모르는 내가 생긴 느낌이야.’
나는 심신의 안정을 위해 폼폼을 당겨와서 꼭 껴안았다.
“우선 단테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부터 알려주마.”
“네에.”
“단테는 지금 <어린 알파의 폭주>라고 불리는 상태에 빠져 있는 거란다.”
“어린 알파의 폭주요?”
“그래. 그 이름처럼 우성 페로몬을 각성한 이들에게만, 그것도 어린아이에게만 생기는 희귀병이라고 보면 된다.”
오, 그런 게 있는 줄은 몰랐는데. 알파면 그냥 다 좋은 줄로만 알았어.
“자주 있는 일이에요?”
“그건 아니고. 페로몬은 지나치게 강력한데 몸은 덜 여물었기에 육신이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게 원인이다만 사실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건 별로 없는 병이야. 처음에는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커져버린 페로몬이 씻은 듯 자취를 감추는 것부터 시작한다더구나.”
“!”
그래서 단테에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은 거구나!
“그다음에는 밤이 되면 이성을 잃고 동물화를 하게 되고. 이때까지는 아침 해가 뜨면 정신을 차린다.”
“……이때를 넘기면요?”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짐승이 되겠지. 자신이 가진 우성 페로몬을 온 사방에 방출하며 눈에 보이는 건 다 죽이는 괴물이 되는 거다.”
“…….”
미친 사관 학교 놈들!
이런 걸 숨겨? 숨길 걸 숨겨야지!
충격을 받은 나는 부르르 떨었다. 존 역시 놀랐는지 창백해진 채였다.
“다만 아직까지는 밤에만 변하는 것 같은 상황이고 그리 심하진 않은 듯 하니 걱정할 것 없다. 나도 이런 병을 앓는 사람을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만…….”
그럼 아리아드네 님과 아버님은 폭주를 겪지 않으신 거구나. 그렇다면 아버님이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드리블랴네에서 폭주를 한 경우는 내가 알기로는 거의 없었다. 이건 차후 가문 의사에게 알아봐야겠군. 어쩌면 큰 제 엄마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게 원인이 될 수도 있고.”
턱을 쓸던 아버님이 나직하게 중얼거리다 이내 나를 향해 다시 설명을 해주셨다.
“다행히 우성 페로몬을 각성한 어른이 곁에서 돌보면 낫는 문제이니 크게 염려치 말거라. 네가 제때 이 문제를 발견하고 알려준 덕분에 해결이 되겠구나.”
“아뇨, 제가 뭘 했다구…….”
“그렇다기엔 대단한 발견이지. 너는 항상 누군가를 구하는구나, 플로린.”
그, 그런가요?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칭찬은 감사히 받아먹겠지만……. 그다지 기쁘지는 않았다.
단테, 어떡해.
‘괜찮을까? 그렇게 제 손목을 물어뜯었는데…….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을까.’
단테의 상처가 꼭 내가 다친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안 좋았다.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둔 사관 학교 놈들에게 화도 났고.
‘무엇보다, 부모님을 잃는 게 얼마나 처참한 일인지…… 나는 알아.’
나는 단테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겹쳐보았다. 만약 단테의 폭주가 아리아드네 님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것 때문에 시작한 거라면…….
‘너무 안됐어.’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한 번 폭주가 시작되면 힘으로 제압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데……. 네 꽃이 즉각적으로 이성을 되찾게 했다고.”
“네. 맞아요, 그랬어요.”
“그렇다면 네 꽃이 단테에게 필요할지도 모르겠구나.”
입술을 모으고 고민하던 나는 식탁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침 식사로 제공됐던 해바라기 씨 한 줌을 가져왔다.
“어제요, 그 일을 겪고 나서 어떻게 해야 꽃을 연성해 낼 수 있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단정적인 어조를 쓰지 않는 이유는 확신할 수 없어서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곤 낮은 테이블 위에 해바라기 씨를 휙 뿌렸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그 위에 가만히 가져다 댔다.
파아앗!
그러자 밝은 빛이 터져 나오더니 눈 깜빡할 사이에 해바라기 씨가 활짝 피어난 해바라기 꽃으로 바뀌었다!
“호오, 자유자재로 꽃을 연성할 수 있게 된 거구나. 진심으로 축하한다, 플로린.”
“단테에게 도움이 되겠죠?”
나는 세 송이의 해바라기를 안아 들고는 우선 아버님의 재킷에 꽂아드렸다.
다른 하나는 존에게 주었고, 마지막은 내 거야.
행사에 갈 때 셋이서 이걸 하고 가면 좋을 것 같았다.
꽃을 받아든 아버님은 내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어주셨다.
“단테가 어디에 혼자 갇혀 있는지 안다고 했지.”
“네, 제가 봤어요!”
“그럼 오늘 밤에 단테에게 가 있어주겠느냐.”
“그럴게요. 그런데 경비가 삼엄할 텐데…….”
“내가 데려다 줄 테니 그건 염려할 것 없다. 네게 직접 보호마법을 걸어둘 테니 단테가 덤벼도 괜찮을 거다.”
“네!”
아유, 그럼 뭐가 무섭겠어요.
두려워하는 대신 제정신인 단테는 어떤 애일지 궁금해하는 걸 보면 키락서스를 뒷배로 둔 덕에 내 간이 토실토실하게 살이 쪘나 봐.
“아,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더라도 나오지 말거라.”
“……음, 네.”
“자네는 나를 따라오고.”
아버님이 키득 웃더니 얼어붙은 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으음, 아마 10세 관람 불가인 장면들이 펼쳐질 것 같으니 그냥 상상을 하지 말아야겠다!
‘아, 맞다. 다른 건 다 말씀드렸는데 하나를 빠트렸네.’
나는 시계를 흘끔 보았다.
조금 있으면 하녀가 와서 환복을 도울 것 같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 할 시간쯤은 있었다.
“아버님, 있잖아요. 혹시 물거품 마법 같은 것도 있어요?”
“물거품?”
“네. 제가 몽유병처럼 홀린 듯이 밖에 나갔잖아요. 그때 제 손에서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비눗방울……? 물거품……? 그런 게 나왔어요. 갑자기요.”
“물거품이라…….”
“단테의 상처를 보고 치료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리고 또…… 꼭 제가 단테를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았어요…….”
나는 지난밤을 회상하며 띄엄띄엄 설명했다.
‘솔직히 난 내가 통찰력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하지만 왜일까. 그 순간, 나는 아버님이 움찔하는 걸 똑똑히 보았다.
너무 찰나인지라 눈을 한 번 깜박인 다음에는 내가 목격했던 그 ‘머뭇거림’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뭐지?’
나는 아버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살핀들 더 읽어낼 수 있는 건 없었다. 애초에 그 0.1초의 반응을 읽어낸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니까, 뭐.
‘내가…… 단테를 만난 적이 있나?’
그럴 리 없는데.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게다가 반쯤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내가 했던 그 말은…… 꼭 단테를 아주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 같았거든.
내가 흰 담비에 빙의한 건 얼마 되지도 않은 일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나 부정해도 의문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마 언젠가 이 의문은 펑 터져버리겠지. 오늘 내가 만들어낸 새하얀 포말처럼.
“한번 알아보마.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겠구나.”
아버님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내 머리를 꾹 눌렀다.
‘가면 같은 웃음…….’
아버님을 오래 본 건 아니라지만 저건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
‘캐내려 하지 말자.’
당장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단테니까.
하나하나 차근히 해결해야지.
“그럼 이제 행사에 나갈 준비를 해야겠지.”
“네에!”
“용감한 아이에겐 선물이 있어야겠지. 요술봉은 어디 두었느냐?”
“여기 있어요.”
이걸 쓸 때마다 정말 부끄럽지만 그래도 큰 도움이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어젯밤에 갑자기 담비로 돌아갔잖아. 아침에 이 요술봉이 없었으면 인간화를 못해서 패닉에 빠졌을 거거든.
아버님은 요술봉을 가져가더니 거기에 대고 무언가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요술봉의 보석이 반짝 하고 빛났는데 일단 겉보기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화 한 채로 휘둘러봐라.”
“이렇…… 으아앗!”
뾰로롱!
그런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아서 나는 온몸에 돋은 닭살을 벅벅 긁었다.
하지만 요술봉에서 튀어나온 하트 모양 마법진은 자비 없이 나를 휩쌌고 다음 순간-
“!!!”
나는…… 나는…… 무슨 변신 만화의 주인공처럼 완벽한 착장을 갖춘 채 바닥에 사뿐히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