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48)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48화(48/173)
“집에 가면 있으니 만나보거라.”
“플로린은? 이미 이안과 만났어?”
“이안 형이라고 해야지. 너보다 두 살 더 많은데.”
“……이안 형이랑 만났어?”
“만났지.”
이거 재미있어지겠는데.
‘둘이 달라도 너무 다르군.’
우선, 이안은 굉장한 노력파였다. 오직 끈기 하나로 각종 기술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몸에 익히는 타입이다.
대검보다는 단검이 어울리고, 앞서는 것보다는 뒤에서 기습하는 게 더 잘 맞을 터. 마법을 꿰뚫어볼 정도로 좋은 눈을 지니고 있으니 사격술을 가르쳐도 잘할 거라 생각했다.
굳이 따지자면 타오르는 불길과도 같은 아이.
반면, 단테는 천재였다. 그 단어 외에 무엇으로 이 아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맹수의 위에 서는 맹수로서 벌써부터 그 기세를 드러내고 있으니 차후 어른이 되면 대단한 알파가 되겠지.
타고난 근력은 대검을 충분히 휘두를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를 이끌 만한 위압감도 있으니 대장 혹은 사령관에 걸맞다.
단단하게 뿌리를 박은 거목. 휘어지지도 꺾이지도 않는 커다란 느티나무.
키락서스는 단테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았다.
‘좋은 라이벌이 되겠어.’
단테에게 간절하지 않은 것이 이안에게는 너무도 간절하리라.
그러니 이안은 좀 더 노력하려 들겠지. 제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성격이니까.
그리고 이안이 가지고 있는 끈질긴 인내심과 참을성 그리고 유연함을 단테는 배울 필요가 있었다.
궂은일 한 번 한 적 없이 오냐오냐 자란 단테는 지금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며 오만한 ‘고위 귀족 출신 기사’ 그 자체였다.
전쟁을 반복해 왔던 시절에야 저런 성격도 괜찮았으나 웃는 가면을 쓴 채 적을 상대해야 하는 앞으로의 시대에서 단테가 과연 가문에 도움이 될 것인가.
가주라는 자리는 무력만으로 일궈나갈 수 있는 게 아닌데.
“지금처럼 조금만 싫어도 표정에 다 드러나게 굴면 이안을 이기지 못할 게다.”
“내가 알아서 해.”
“그래. 네가 알아서 하겠지. 그러니 이제 집에 가자.”
귀엽기는.
단테의 흑발을 마구 헝클어트린 키락서스는 손가락을 딱 퉁겼다.
주변 풍경이 허물어지더니 다시 재조립됐다.
눈 한 번 깜빡할 사이, 그들은 드리블랴네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사관 학교에서 나머지 일은 남겨진 가여운 존이 알아서 처리할 터였다.
* * *
새들조차 함부로 닿지 못하는 높디높은 곳.
사람의 눈으로는 결코 좇을 수 없는 오색구름 위에 일곱 개의 부유섬으로 이루어진 천공국, 아르칼리크가 존재한다.
빛의 다리로 서로 연결된 섬들은 오랜 옛날, 아르칼리크를 세운 초대 왕의 힘으로 처음 하늘에 떠올랐다.
자연 신 가이아노스의 화신이었던 초대 왕 겔로드는 태양열을 대가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연성할 수 있었는데, 그건 일곱 개의 섬을 영구히 떠받칠 정도로 강력했다.
물론 초대 왕 외에도 아르칼리크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성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시 신 인류는 이제 막 짐승에서 탈피하여 인간화를 하던 시절이니 그러한 놀라운 능력과 문명을 지닌 아르칼리크의 사람들은 실로 진정한 신의 자식이라 할 수 있었다.
신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르칼리크 사람들의 외양은 모두 같았다. 가장 완벽한 자연을 상징하는 새하얀 머리칼에 태양을 그대로 박아 넣은 듯한 핏빛 눈동자.
남자든 여자든 신께서 주신 육신을 귀히 여겨야 하므로 머리칼을 자르지 않는다.
함부로 뛰지 않으며 급히 움직이는 법이 없으니 그들은 항시 손등을 덮을 정도로 넓은 소매와 발목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가운을 몇 겹씩 걸쳐 입었다.
처음에 그들은 신 인류의 탄생을 크게 기뻐하며 불을 쓰는 법을 알려주고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쳤으며 경전과 법률을 만들어 전했다.
그러나 아르칼리크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염세적이 되었다.
아무리 가르쳐도 새로운 인류는 동물의 본능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했다.
싸우고 탐욕하고 물어뜯고.
한 세기 내내 그런 꼴을 지켜보던 아르칼리크 사람들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이제 그만 먼 하늘로 올라가 살자고. 두 번 다시 이 땅에 내려오지 말자고.
자신들에 대한 기록까지 모두 파기하고 사라진 그들은 마지막으로 결정을 내렸다.
지상은 하늘의 감옥이다.
죄를 지은 자는 앞으로 지상으로 추방됨이 옳다.
아르칼리크 사람은 태양 가까이에서 그 고귀한 볕을 한껏 받을 시에는 오래도록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일곱 구름이 겹겹이 둘러싼 지상에서는 햇볕을 제대로 받을 수 없으니 지상의 신 인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명을 살다 죽으리라.
아르칼리크 사람임을 증명하는 연성술조차 제대로 쓰지 못할 테지.
그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치욕이었으니 죄인에게는 너무나 합당한 처벌이었다.
“전하, 세 개의 섬이 뒤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파장이었습니다.”
“우리의 힘을 저 땅의 천것들이 알아서는 안 됩니다.”
“변절자, 배신자, 죄인. 혹은 그들의 후손. 누구인지 몰라도 처단하셔야 합니다. 혹은, 데려오셔야 합니다.”
헌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땅에 발붙이고 사는 누군가가 연성술을 발현한 것이다.
그 강력한 파장을 느낀 각 부유섬의 주인들은 부리나케 궁궐로 모여들었다.
근 10년간 아르칼리크의 주인께서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다. 지상을 살피고 관리해야 하는 임무조차 내팽개친 채 끝없는 절망에 빠져드셨으니 아마 이번에도 제대로 듣지 않으실지도 모른다.
그래도 섬의 주인들은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여겼다.
거의 10년 가까이 지상에는 겨울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굉장히 잘못된 일이었다.
자연의 신 가이아노스께서 사계절을 주셨는데 어찌하여 겨울만 존재한단 말인가.
그에 대해 끝없이 주청을 올린 결과, 얼마 전 10년 만에 왕은 거룩한 힘을 발휘하여 세상을 이치에 맞게 돌려놓으셨다.
그건 마치 왕께서 다시 정신을 차리겠다는 신호처럼 여겨졌기에 섬의 주인들은 눈치를 보면서도 긴급한 안건을 들이밀 용기를 얻게 되었다.
……어쩌면 만용일지도 모르지만.
“연성술은 가이아노스께서 우리 일족에게만 주신 것. 지상의 천것들에게는 과분한 힘입니다.”
“찾아내셔야 하옵니다.”
똑같이 생긴 반 가면을 쓴 그들은 독한 향이 피어오르는 대전에 서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러나 그들의 청을 듣는 사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무엇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전하.”
“전하.”
분명 얼마 전에 겨울을 내쫓고 봄을 불러와 주신 분이 어찌하여 또 못 들은 척하신단 말인가.
답답함을 참지 못한 이들이 결국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콰아앙!
궁궐이 무너져 내릴 듯한 굉음과 함께 온 사방에 파편이 튀었다.
“그대들이 하도 시끄럽게 굴어 얼마 전, 지상을 돌보지 않았나.”
묵직한 음성이 엉망이 된 대전에 느릿느릿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왜 또 귀찮게 하는 건지 모르겠군. 죽고 싶은 건가?”
반보만 더 나아갔어도 갈가리 찢겨 죽었을 것이다.
바닥을 할퀸 자국에 남겨진 살의에 노쇠한 토 섬의 주인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 이런 건 전하답지 않습니다!”
끝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 토 섬의 주인을 보며 다른 섬의 주인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르칼리크의 왕은 벌써 삼천 년째 이 위대한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현명한 왕의 통치는 언제나 공정했고 올발랐으며 틀린 부분이 없었다.
그래, 그랬다. 약 10년 전까지는.
지상력으로 986년.
지상에 끝도 없는 겨울이 시작되던 바로 그 해였다. 왕의 마음에도 겨울이 온 것은.
“전하의 영생에 비하면 그 여자는 하잘것없는 수명을 가진 것을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끝이 있는 만남이었는…… 컥……!”
에구, 저러다 죽지. 죽어.
지켜보던 화 섬의 주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슥 물러섰다. 월 섬의 주인은 언제나 그렇듯 아무 말 없이 왕의 옆에서 호위를 설 따름이었다.
“컥, 커헉……!”
토 섬의 주인이 목을 긁으며 게거품을 물었다.
손조차 대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쓰러진 것은 신의 힘에 필적하는 왕의 연성술 때문이다.
왕은 공기를 독으로, 독을 흙으로, 흙을 다시 공기로…… 이 세상 만물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었다. 그저 시선 한 번으로. 원하는 마음 하나로.
“왕비를 일컬을 때는 예를 갖추어라.”
벌레를 보듯 무심한 시선에 수 섬과 금 섬의 주인이 몸을 사렸다.
‘음, 그래. 이렇게 분위기가 험악해야 요즘 대전 회의지.’
보다 못한 화 섬의 주인은 목 섬의 주인을 흘긋 보았다. 그러나 목 섬의 주인은 시선을 받자마자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이 상황을 타개할 도움을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태도였다.
‘결국 내가 나서야 하나.’
아, 싫은데.
왕은 10년 전, 그날 이후 쭉 미쳐 있었다. 한 마디라도 잘못 뱉었다간 무슨 꼴이 날지 모르니 최대한 거스르지 않을 만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 텐데…….
결국 눈치를 보던 화 섬의 주인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지고한 하늘의 주인. 태양에 가장 가까우신 분이시여, 감히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결코 그가 무시할 수 없는 패를 가진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