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49)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49화(49/173)
토 섬의 주인이 그를 죽일 듯 노려보는 게 느껴졌지만 화 섬의 주인은 어깨를 으쓱해서 흘려냈다.
토 섬의 주인이 저렇게 말을 하는 건 다 충성심 때문이었다. 자기가 제일 왕에게 예쁨받고 싶으니까 나선 건데.
뭐, 보다시피 결과는 이러하다.
‘쯔쯧. 늙은이야. 같은 말도 다르게 하는 법을 배워야지.’
화 섬의 주인은 가슴에 손을 얹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의 왕이 듣고 있음을 확인한 뒤, 천천히 입을 벌렸다.
“세 개의 섬이 뒤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힘은 흔한 것이 아닙니다, 전하.”
“…….”
“어쩌면…… 만에 하나, 혹시나…… 그 힘이 전하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확인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요.”
내내 무심하던 시선 속에 처음으로 사람의 것과 닮은 불길이 타올랐다.
그걸 알아차린 화 섬의 주인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미 말은 뱉었고 돌이킬 수 없다. 밀고 나가는 수밖에.
그는 왕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오기를 바랐다.
10년 전, 은애하는 왕비를 맞아 긴 생에 처음으로 행복하셨던 그때. 몇몇 섬의 주인들은 멍청하게도 왕의 행복을 싫어했다. 왕이 신적인 존재가 아닌 사랑을 알고 질투를 아는 인간처럼 변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리하여 불충한 자들은 왕비를 없앨 계획을 세웠다.
두 가지 패착이라면 왕이 모두의 상상 이상으로 왕비를 깊이 은애했다는 것이다. 왕비의 시신을 안고 그녀를 되살리지 못하는 스스로의 부족한 힘을 저주할 정도로. 그리하여 모든 것을 놓아버릴 만큼.
나머지 패착은…….
납치당한 왕비가 임신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왕비께서 낳은 아기님이 지상에서 살아남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화 섬의 주인은 제 어깨를 짓누르는 그악스러운 위압감에 고개를 숙이며 식은땀을 흘렸다.
제발, 제발 좀 살아 있어라.
팔삭둥이로 태어났으니 분명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지상은 겨울이지 않았나.
왕비께서는 출산 직후 자식의 행방을 말씀하실 기력조차 없이 바로 눈을 감았다.
그 자식의 행방은 10년간 온 아르칼리크를 뒤집어 놓아도 찾을 수 없었으니……. 지상으로 떨어진 것이든 누군가 죽여 없앴든 했겠지.
살아남았을 리 없다.
없는데.
“당시 불충한 죄인들을 심문하셨지만 그들이 아기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가이아노스께서 도우셨을지도 모릅니다. 장하게 살아남아 자라난 왕손이 이번 파장의 주인일지도 모릅니다.”
“!”
“통촉하여 주십시오. 전하……!”
화 섬의 주인은 두 손을 바닥에 대고 그 위에 머리를 댔다.
희망은 위험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왕은 한계에 다다랐다.
여기서 더 나빠질 게 없다. 후계자도 없고, 왕을 대신할 만한 힘을 가진 존재도 없는데 여기서 왕이 죽기라도 한다면…….
‘모르지. 천공섬이 지상으로 추락할지도.’
삼천 년을 지배한 왕께서는 곧 아르칼리크 그 자체였다. 지금은 폭군으로 변모하셨지만 누구도 반역을 저지르지 않는 건 그러한 이유였다.
모두가 왕을 존경하며 경애한다. 고작 10년 정도로는 누구도 충심을 잃지 않았다.
그런 분이 숨을 멈추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화 섬의 주인은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혼란이 생기겠지…….
“찾아라. 찾아서…… 살려 데려와라.”
“분부 받들겠습니다.”
왕의 혈육은 딸인지 아들인지조차 모른다. 그러나 신의 피를 이었으니 분명 보자마자 알아볼 수 있으리라.
화 섬의 주인, 륀은 그렇게 여겼다.
‘오랜만에 지상행이군.’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 어쩐지 지상이 시끄러워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제 4장. 티 파티에 가자!
나는 커다랗고 축축한 코가 내 뺨을 마구 문질러대는 꿈을 꿨다.
보들보들한 털이 하도 간질거려서 나는 에츄 하고 큰 소리로 재채기를 하고 말았다.
‘꿈이 아니야?’
반짝 눈을 뜨자 나는 침까지 흘린 채로 완전히 뻗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옆엔 벌써부터 덩치가 커다란 흑범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지 뭐야.
아무래도 자다가 단테가 나를 짓누른 게 틀림없었다.
“흐아암, 일어나. 단테에.”
나는 단테의 어깨를 흔들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는 눈을 비볐는데 다시 봐도 여긴 내 방이 맞았다.
드리블랴네 저택의 내 방 말이야.
“언제, 하암. 왔지?”
졸음기가 다 가시지 않은 탓에 나는 꾸벅 하고 졸다가 단테의 등에 머리를 박고는 퍼뜩 눈을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단테의 털이 하도 보드라워서 나는 그만 인형처럼 껴안고 말았다.
“우으응. 완전 좋아.”
잠이 많은지 뺨을 대고 비비적거려도 단테는 깨지 않았다. 꼬리 끝만 까딱까딱할 뿐.
“앗, 이안 도련님!”
“플로린은? 일어났어?”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바깥이 소란스럽더니 이내 문이 활짝 열렸다.
“플로린!”
“이안, 하으음. 왔어?”
그래도 이안 앞에선 입을 쩍 벌려서 하품을 할 순 없지. 내숭을 떨려는 게 아니라 사람 간의 기본적인 예의랄까.
“플로린, 잘 다녀왔어? 어디 봐. 수척해진 것 같은데.”
잠시 멈칫했다가 곧바로 내게 다가온 이안이 나를 요리조리 살피며 걱정했다.
아니, 눈곱도 달려 있고 방금 자다 일어나서 침도 덜 닦은 것 같은데 어딜 봐서 수척한가요. 멀쩡해도 너무 멀쩡한데.
“이안은 오늘도 예쁘고 잘생겼네!”
“내, 내가 뭘.”
“나 없는 동안 어디 다치진 않았어?”
혹시나 싶어서 이안의 어깨를 아주 살짝 건드렸지만 이번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안도한 나는 흐느적흐느적 몸을 일으켰다.
이안은 그런 나를 번쩍 안아 들…… 안아 들어?!
“으앗?!”
“애기야, 저런 거 지지야. 달고 다니면 병 옮아.”
아니, 이안이 이렇게 힘이 셌나?
아침 햇살과 함께 마주하는 이안의 말간 얼굴은 심장에 많이 해로웠다.
금색 눈동자가 젖어드는 것 같아서 거기에 홀린 듯 시선을 빼앗긴 나는 이안이 한 말을 반 박자 늦게 해석했다.
“잠시만, 지지 아니야. 소개해 줄게. 단테라고 해.”
“……단테?”
이안의 미소가 좀 더 짙어졌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그래도 일단은 웃고 있으니까…… 소개해도 되는 거……겠지?
‘게다가 둘이 싸우는 미래가 있어선 안 돼. 안 된다고.’
라흰만 경계해서 될 게 아니다. 일단 멀쩡하던 드리블랴네를 망가트린 건 이 가문 후계자들이니까.
‘확실하진 않다지만 나는 사관 학교에 갔을 때 어떤 추측을 했어.’
바로, 원작에서 라흰이 실제로 이 애들의 상처를 치유해 준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라흰은 빌어먹을 소원으로 모두가 자기를 좋아하게 세뇌한 거야. 그럴듯한 개연성을 붙여서.’
나는 침을 닦으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러니까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단테와 이안이 서로 친해지게 만드는 게 제일 좋겠어. 형제애로 끈끈하게 묶이도록 말이야.’
그럼 나중에 라흰에게 반하게 된다 하더라도 서로를 죽이려고 난리를 피우진 않을 것 아냐.
‘내 행복하고 부유한 노후 보장 계획!’
그 2단계가 시작될 차례다.
이안과 단테 사이를 묶어주기.
“뭐야, 너?”
그러나 그런 나의 바람은 1초 만에 와장창 부서졌다. 이안이 나를 바닥에 내려놓기 무섭게 단테가 시비를 걸어왔던 것이다.
언제 일어난 건지 인간화를 한 단테는 나와 이안 사이를 비집고 섰다.
졸음기 따윈 전혀 없는 눈이 매섭기 그지없다. 딱딱하게 굳은 입매며 찌푸려진 미간이 지금 단테가 얼마나 짜증이 나 있는지를 선연히 보여줬다.
“아, 네가 이부동생인 단테구나. 만나서 반가워. 형이라고 불러도 돼.”
이대로 주먹질이라도 할까 봐 긴장했으나 다행히 이안이 어른스럽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제 여기서 단테가 싫어도 악수를 받아주기만 하면…….
“꺼져.”
탁.
하지만 단테는 이안의 손을 그대로 쳐냈다. 내가 헛숨을 들이켤 만큼 거세게.
“단테! 그러면 어떡해!”
“흥.”
“이안, 괜찮아? 어디 봐.”
아, 안 돼. 첫 만남이 완전 어그러졌잖아.
망한 첫인상을 다시 좋게 만드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다행히 아직 어린애들이라 아직 친해질 여지가 남아 있긴 하지만…….
“난 괜찮아, 플로린. ‘동생’이 기분이 별로 안 좋은가 보다. 내가 ‘형’이니까 이해해야지.”
“누가 네 동생이야? 감히.”
“으음. 같은 어머니를 두었고, 내가 먼저 태어났으니까 하는 수 없지. 싫어도 네가 동생인 건 바뀌지 않아.”
이안이 차분히 설명하며 싱긋 웃었다. 이안이라도 제정신을 차리고 있어서 하늘에 감사할 지경이었다. 물론 단테는 여전히 이안이 싫은 모양이었지만.
“말끝마다 동생, 동생 하지 마. 너 같은 형 둔 적 없거든?”
“따지려거든 어머니께 따져야지.”
“내 엄마야!”
“그러게. 안타깝게도 내 어머니이기도 해서.”
얘들아, 제발 싸우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