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50)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50화(50/173)
날 선 대화가 오가는데 그걸 막을 수 있는 어른이 없다.
린다는 어찌할 바 모른 채 발만 동동 굴렀고 유모는 후계자들의 일에 끼어들 권한이 없었다. 존이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존이 안 보이네.
“배고프겠다, 플로린. 밥 먹으러 가자.”
“누구 마음대로? 동글은 나랑 식사할 거야.”
이안이 내 오른손을 꼭 쥐었다.
그러자 단테가 내 왼팔을 잡아당겼다.
‘꼭…… 어린애 둘이서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장난감이 된 기분인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내 미래! 내 행복! 내 돈! 내 가문!
망가트리지 말란 말이야!!!
“하아아.”
다 들으라는 식으로 한숨을 푹 내쉰 나는 그제야 말싸움을 멈춘 두 형제를 돌아보며 팔을 털어냈다. 그러곤 차갑게 고개를 돌렸다.
“난 양어머니랑 아침 먹을 거야. 앞으로도 둘이 싸우면, 둘 중 누구랑도 같이 안 먹어! 그럼 공평하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일단 싸움을 멈추긴 하겠지.
“플로린!”
“씁!”
몹시 억울하다는 듯 단테가 목청을 높였지만 난 이미 결정을 내렸다.
“이제 옷 갈아입을 거니까 둘 다 내 방에서 나가!”
이안은 축객령에 재깍 나갔다.
단테는 엄청나게 미련이 남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지만 난 아무렇지 않게 린다에게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
“보고 있을 거 아니면 나가지?”
“으응.”
단테는 결국 시무룩해진 채로 털레털레 나갔다. 옷을 갈아입는다는데 버틸 재간은 없었던 것이다.
“대단하세요, 작은 마님!”
“응? 뭐가?”
“후계자님들을 막, 이렇게 막! 다루시잖아요!”
이윽고 목화솜처럼 예쁜 평상복을 가져온 린다가 두 손을 꼭 움켜쥐고 눈을 빛냈다.
‘아니, 난 앞으로를 걱정하고 있었는걸.’
어떻게 해야 저 망나니들이 내가 안 보는 데서 안 싸우게 한다?
* * *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따님.”
잠시 뒤, 나는 양어머니와 함께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맛있는 아침을 먹게 되었다.
바구니 가득 담긴 크루아상에서 버터 냄새가 폴폴 올라왔다. 딸기 잼과 버터 옆에는 토끼 모양으로 껍질을 깎아서 잘라둔 사과가 놓였고 또 그 옆엔 아침에 먹기 적당한 햄과 달걀 프라이가 듬뿍 쌓여 있었다.
‘남자애들한테서 벗어나니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가 없네.’
나는 바삭하게 구운 크루아상에 딸기 잼을 가득 발라 입에 가져갔다.
“따님께서 후계자들을 멋지게 제압했다고요.”
“냐……암?”
일단 한입 물긴 했는데 오물오물 씹는 내 머리 위로 물음표가 수십 개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내가 그 애들을 제압했다는 소문이 도는 거죠?
“훌륭해요. 그렇게 길들이는 겁니다.”
“으응, 네에.”
“가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보니 사이가 좋을 수가 없을 거예요. 그걸 적절하게 중재하는 게 따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두 번 중재했다간 집안 기물이 박살 날 것 같은데…….
“전 이안도 좋고 단테도 좋아요. 그래서 누구 편을 들 수가 없어요, 어머니.”
우유를 마신 다음 한숨을 폭 내쉬자 양어머니가 냅킨으로 내 입가를 닦아주었다.
“둘 다 근사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잘 지내고 싶은데…….”
둘이 앞으로도 그렇게 싸워대면 난 무조건 시간을 쪼개서 단테와 이안을 따로따로 만나야 할 것이다.
그럼 둘 다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또 다툴 게 뻔하잖아!
‘절대 안 돼. 내 목표는 다 같이 둥글게 둥글게 친구가 되게 하는 거야.’
애초에, 둘은 형제잖아! 형제끼리 왜 싸워!
가족 문제 해결 상담사라도 된 기분에 울컥한 나는 크루아상을 으적으적 씹기 시작했다.
“억지로 가짜 평화라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정하면 된답니다, 따님.”
“그러면 진짜 친해질까요?”
“그럴 거예요. 저렇게 어린 나이에 상대를 싫어하는 건 서로 잘 모르기 때문이니까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갈 수 있도록 다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겠지요.”
그러니까 양어머니의 말씀은 이런 거다.
둘이 완전히 반목할 사건이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그 전에 두 사람이 서로에게 동질감이나 유대감, 혹은 최소한의 동료애라도 느끼게 만들면…… 좀 나아질 거라는 건데.
“일단 제가 인형도 물건도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해야겠어요.”
“그렇지요. 따님은 더 강한 자가 마땅히 차지하는 트로피가 아니에요. 더 강한 자가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질 뿐. 그게 이 가문 후계자 제도의 함정이죠.”
양어머니가 검지를 들어 입가에 댔다.
비밀이라는 듯 윙크를 하는 모습에 나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맞아. 이 모든 것의 끝은 누가 가주가 되느냐. 그리고 그걸 선택하는 건 나야.’
이안도, 단테도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그 둘이 싸워서 이긴 쪽이 나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전 남들과 잘 지내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 자기 혼자 잘난 사람은 최악이야.”
“그럼 그렇게 두 도련님께 말씀드리면 되겠네요.”
“네! 왜 드리블랴네에서 며느리를 먼저 들이는 전통을 만들었는지 이제야 좀 알 것 같아요.”
처음에는 가주 경쟁을 심화시키기 위해서라고만 생각했다.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소년의 마음을 이용해 더더욱 발전하게끔 채찍질을 하는 거라고.
근데 그거야말로 그냥 허울 좋은 소리였던 거야.
이런 전통이 생긴 진짜 깊은 이유는-
“드리블랴네의 자식들이 모두 개같이 성질이 더럽기 때문이지.”
“앗, 아버님!”
“좋은 아침. 찐빵 귀.”
“아이, 참. 찐빵 귀 아니라니까!”
나는 불만스레 볼을 부풀리며 아버님을 째려봤다.
키득 웃은 아버님은 아무렇지 않게 테이블 가까이 오더니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사실 드리블랴네는 매 세대, 너처럼 내정된 안주인의 중재로 멸문을 간신히 막아온 거나 다름없단다. 그 비밀을 알아버리다니 큰일인걸.”
농담인데 농담으로 들리지 않아…….
나는 심란해진 얼굴로 사과나 집어 들었다.
“귀여워! 어서 저 장면, 스케치해!”
그때,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 스무 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이 소란스러워졌다. 그쪽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린 나는 아까부터 정말 궁금했던 걸 여쭤볼 수밖에는 없었다.
“어머니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아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따님.”
“……?”
“그냥 화가일 뿐이랍니다.”
양어머니가 커피 잔을 들며 인자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아니, 화가가 왜 다섯 명이나 있어요……?
게다가 어딜 어떻게 봐도 지금 나를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때, 아버님이 내 손에 있던 반 잘린 사과를 슬쩍 빼앗아가며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중증이군, 중증이야.”
악, 내 사과!
안타까운 눈으로 사과를 보던 나는 금세 포기하고 다른 걸 먹기로 했다.
“참, 그런데요. 아버님.”
“그래.”
“단테의 병이요, 제 꽃이 계속 필요하지는 않아요?”
아버님이 알아서 하시겠지만 궁금했다. 꽃이 필요하다면 내가 줄 수 있는데!
“연성술을 쓴 뒤에 피곤하다거나 힘들진 않았느냐?”
“음. 평소와 다른 점은 식욕이 좀 늘었다는 정도요……?”
나는 아주 심각하게 대답했다.
왜냐면 나, 요즘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
“큰 문제는 없군. 그렇다면 단테의 측근 하인이 사흘에 한 번씩 찾아갈 테니 그때 꽃을 주는 게 어떠니.”
“앗, 좋아요. 해바라기요, 아직도 안 시들었더라고요. 며칠 지나도 효능이 그대로인지도 궁금해요!”
단테의 폭주 병에 대한 건 어차피 집안의 주요 인물들은 다 알고 있는 상태였다. 언제 어느 때라도 단테가 폭주를 시작하면 가장 가까이에 있던 어른이 막아야 하니까.
“따님이 고생이 많습니다.”
양어머니가 내게 이것저것 먹을 것을 더 내밀어 주셨다.
나는 그걸 전부 다 맛있게 먹어치웠고, 두 손을 꼭 모아쥐고 빌었다.
‘제발 키로 가라. 먹은 거 다 키로 가라!’
* * *
사흘 뒤, 나는 온 세상이 봄이 되었음을 급격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열면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온다.
그건 날카롭게 피부를 찌를 듯하던 겨울바람이 아니라 어딘가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따스한 미풍이었다.
“이런 날엔 역시 피크닉이지!”
병아리처럼 샛노란 원피스를 입은 나는 두 손으로 피크닉 바구니를 영차 들어 올렸다.
“가자! 소풍!”
하지만 바구니가 너무 무거운 탓에 나는 그걸 들고 이리 휘청, 저리 휘청거릴 수밖엔 없었다.
“내놔. 힘도 없는 게.”
그런 나를 지켜보던 단테가 내게서 바구니를 빼앗아갔다.
“아, 하지만 그 바구니를 드는 게 피크닉 기분을 내는 건데!”
“……그럼 넌 이거 들어.”
내가 발을 동동거리자 움찔하던 단테가 바구니 안을 뒤적거려 뭔가를 꺼냈다. 일단 주기에 떠안았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별것 아니었다.
“사과 한 알?”
“넌 그게 딱이야. 동그래가지고. 동그란 거나 들어.”
“뭐어?”
반박하고 싶은데 반박할 수가 없다.
주방 식구들이 싸준 피크닉 바구니는 5인용이라 진짜 무거워서 나는 들고 서 있는 게 고작이었거든.
그런데 단테는 나랑 나이도 같은데 아무렇지 않게 바구니를 들었다. 그것도 한 손으로!
‘부럽다, 근수저.’
저 속근육이 다 내 거였으면.
나는 탐욕스레 단테를 흘긋거리다가 그냥 사과 한 알이나 소중히 품에 안고 씩 웃었다.
‘후후후, 내 계략에 말려들었군!’
사실 피크닉 바구니를 내가 든 건 아주 음흉한 계략이었다.
존이 옆에 있었더라면 당연히 존이 들었겠지. 하지만 난 존이랑 같이 나오지 않았거든.
왜냐!
‘내가 피크닉 바구니를 든다고 하면 단테가 어쩔 수 없이 내가 가는 곳까지 가줄 걸 알았어.’
그리고 내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가문 내의 연무장이었다.
응, 이안이 훈련하는 거기.
‘이렇게 다 함께 피크닉을 즐기는 거지.’
처음부터 이안이 있는 곳에 가자고 했으면 단테는 싫은 티를 팍팍 냈겠지만…… 이건 자기가 자발적으로 따라온 거다?
내가 가자고 한 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