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52)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52화(5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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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이 흘러 나는 서재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연성술은 물론이고 내가 일명 ‘비눗방울 반짝이’라는 이름을 붙인 그 특이한 현상에 대해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아, 어서 오십시오. 가주님께 말씀 들었습니다. 저는 사서인 마르코라 합니다.”
“안녕, 마르코 할아범!”
저택에는 서재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가문 도서관이고…… 다른 하나는 엄격하게 출입이 통제되는 서재였다.
내가 가고자 한 건 당연히 후자였지.
‘으히히. 분명 내가 원하는 정보는 이 안에 있을 거란 말씀!’
서재는 기본적으로 드리블랴네의 성을 달고 있는 이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서재 안쪽의 고서적실은 어린아이가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기에 허락을 따로 얻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할아버님께 미리 말씀드려 놓았거든!’
어제 오랜만에 같이 점심 식사를 하면서 슬쩍 여쭤보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감사한 일이었다.
“여기까지는 일반 서적란입니다. 고서적들이 있는 곳은 저 뒤편의 문을 열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설명 고마워, 할아범. 나, 고서적이 보고 싶어!”
“허허, 아주 훌륭한 취미이십니다. 고서적 탐독은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길을 보여준답니다.”
철학책을 읽으려는 건 아니었는데.
마르코 할아범이 너무 좋아해서 나는 차마 바른대로 말하지 못했다.
“고서적이 있는 곳은 내부가 어둡습니다. 제가 램프를 들어드리지요.”
마르코 할아범은 학자 같은 인상의 부엉이 수인이었다. 통통하고 둥그스름한 체형에 동그란 안경을 끼고 있는 모습이 정감이 갔다.
“자, 이쪽입니다.”
할아범이 놋쇠 열쇠를 챙겨 들고 램프까지 든 채 끙차 움직였다. 그 뒤를 졸졸 따라가며 나는 서재를 열심히 구경했다.
‘우와. 한 권 한 권 다 소중하게 보살핌을 받은 흔적이 보여.’
먼지 한 톨 쌓여 있지 않은 서가가 마르코 할아범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였다.
정말 책을 좋아하는 분이구나.
얼핏 들어보니까 마르코 할아범은 여기서 아주 오래 근무했다던데. 이따금 할아버님과 술친구도 할 만큼.
그럼 내가 찾는 내용에 대해서도 알지 않을까?
“할아범은 여기 있는 책을 전부 다 읽어봤어?”
“그럼요. 이래 봬도 여기서 근무한 지 올해로 30년째랍니다. 늙어가니 할 것도 없어 더더욱 책에만 파묻혀 살았지요.”
“그러면 있잖아…….”
나는 까치발을 들고 할아범의 귀에다 대고 소곤거렸다.
내 이야기를 진중히 듣던 할아범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 제가 책을 몇 권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헉, 있어?”
“얼마 전에 가주 님께서 연성술에 대한 기록들을 주의 깊게 읽으셨습니다. 그때 찾아둔 서적들을 혹시 또 읽고자 하실까 싶어 별도로 빼두었지요.”
시간 절약할 수 있겠네!
책은 정말 몇 권 되지 않았다. 한 열 권쯤?
물론 나는 이걸 혼자서 다 들 수 없었기에 일단 한두 권은 여기서 읽고 가는 게 목표였다.
나머지는 가져가서 읽어야지.
“책은 어디서 읽어?”
“이쪽입니다.”
할아범이 볕이 잘 드는 창가 옆에 놓인 넓은 책상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자, 그럼…… 나도 한번 나에 대해 알아보자!’
나는 팔을 걷어붙인 다음 멋들어지게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 높은 탓에 발이 허공에서 달랑거리지만 않았더라도 좀 더 멋있었을 텐데.
‘얼른 키가 자랐으면.’
나는 그렇게 소망하며 책장을 넘겼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으음…… 내가 찾는 건 이런 게 아닌데.’
책에는 연성술에 대해 나름대로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개념부터 역사 속의 연성술사와 그 일생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연성술을 발전시키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건 이런 표면적인 것 이상의 정보였다.
‘게다가 내 또 다른 힘에 대한 건 아무 언급이 없잖아.’
아버님은 그날 이후, 내가 비눗방울 같은 힘에 대해 말한 걸 완전히 까먹으신 것처럼 굴었다.
절대 그럴 리 없는데 그에 대해 어떤 것도 알아보려고 하지 않으셔.
‘하도 태연해서 나는 내가 말을 안 했던가 싶었다니까.’
그래서 나는 더더욱 어떤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아버님, 분명히 알고 있어.’
그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는 그게 연성술의 또 다른 일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아버님이 굳이 말을 꺼내지 않는 이유로 추정할 만한 건…….
“으으으으음.”
나는 관자놀이에 검지를 대고 고개를 이리 갸웃, 저리 갸웃했다.
생각아 쑥쑥 나라. 생각아 쑥쑥 나라.
“뭐 해?”
“흐아아악?!”
“동그란 게 눈이 더 동그래졌네.”
온 정신을 집중하여 하늘에 빌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서 난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고 말았다.
햇볕 때문에 역광이라 더 무섭게 보였단 말이야.
“단테! 어쩐 일이야? 그보다 서재에선 조용히 해야 해.”
나는 단테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꾹 눌렀다.
그러자 단테가 몹시 불만인 얼굴로 내 뺨을 쿡 찔렀다.
“너나 조용히 해. 네 목소리가 제일 커.”
“그건 네가 놀라게 해서 그렇잖아!”
“어디 갔는지 한참 찾아도 안 보여서 와 봤더니……. 뭐 보고 있는데?”
나는 단테에게 내가 읽던 책들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있지, 내가 그때 만들었던 비눗방울 같은 거. 그 정보는 전혀 없어.”
혹시 쫓겨날까 봐 나는 목소리를 낮추어 소곤거렸다.
내 말을 주의 깊게 듣던 단테는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툭 대꾸했다.
“난 그거 틀림없이 신성력이라 생각했는데.”
“엥? 뭐어어?”
“아니야?”
아니, 아니, 잠깐만.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아, 하긴. 신성력에 대한 건 일절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신성력은 신성 제국의 상징이다. 그러니 마도 제국에선 터부시 되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떠올리지 못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긴 해도…….
진짜 신성력일까?
“너 성녀라며. 네가 성녀라고 여기저기서 떠들던데.”
“……와,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너무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내가 처음에 성녀인 체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난 이큘리스가 없는데…… 어떻게 신성력을 발현했지?”
“그야 나도 모르지. 어쩌면 신성력은 이큘리스랑 상관없을 지도 모르고.”
단테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 역시 단테에게 딱히 답을 바란 건 아니었기에 혼자 고민에 빠졌다.
이큘리스랑 상관없는 힘인 거면 진짜 신이 준 능력이라는 소린가…?
‘하지만 신이 나한테 언제 신성력을 줬지? 난 신을 만난 적 없는데!’
“미간에 주름졌어.”
“으익.”
그때, 단테가 내 이마를 탁 튕기는 바람에 나는 이마를 부여잡곤 단테를 째려보았다.
남은 지금 심각한데!
“…신성력에 관한 책, 같이 찾아줘?”
“금서 아니야……? 있어?”
“있겠지. 적에 대해서 모르는데 어떻게 싸워.”
“그건 또 말이 되네.”
양어머니를 봐도 그렇고, 단테를 봐도 그렇지만…… 머리까지 좋아야 남을 이끄는 위치의 기사가 될 수 있는 건가 봐.
난 의자에서 폴짝 내려와 단테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단테는 나 대신 램프를 들고 고서적실의 안쪽 깊은 곳으로 들어갔는데 어디에 신성력에 관한 책이 있는지 꼭 아는 것 같았다.
“단테, 길 알아?”
“몰라. 처음 와 봤어.”
“근데 왜 이렇게 당당하게 가……?”
“금서는 제일 안쪽부터 찾는 게 빨라.”
역시 똑똑해. 의표를 찌를 줄 안달까.
“그런데 단테는 이렇게 매일 나를 찾아와도 돼?”
안 그래도 사람 없이 조용한 곳인데 이젠 손이 거의 안 닿은 게 틀림없는 서가까지 들어가니 뭔가 무서웠다.
그래서 아무 말이나 주워섬겼는데 의외로 단테는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아이다호 경, 바쁘다던데. 황궁에서 연회가 열린다고.”
“아하.”
“한 달 뒤부터 훈련 시작한대. 한 달은 쉬라더라.”
“그래서 매일 날 찾아다니는구나…….”
하긴, 단테도 심심하겠지.
매일 하던 훈련이 사라졌으니 빈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모를지도.
“아, 저거!”
서가를 열심히 둘러보던 나는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위쪽에서 푸른색 표지의 책을 발견했다.
척 보기만 해도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달랐는데 일단 어마어마하게 오래된 책인 건 확실했다.
<신성력의 기원과 발현>이라 쓰여 있는 걸 보니 분명 내게 도움이 될 텐데.
“으으, 손 안 닿아.”
아무리 까치발을 들어도 소용없었다. 단테 역시 나보다 키가 조금 더 클 뿐이니까 당연히 손이 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르코 할아범을 불러오자니 할아범도 키가 작았는데…….
“내가 들어 올려줄 테니까 꺼내.”
그때였다.
팔짱을 낀 채 내가 하는 꼴을 지켜보던 단테가 나지막이 한숨을 뱉으며 다가왔다. 그러더니 정말 나를 번쩍 안아서 휙 들어 올리는 게 아닌가.
“손, 닿아?”
“조, 조금 더 높이.”
“자. 지금은?”
“닿아…….”
단테는 분명 다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무심한 태도 안에 섬세함과 상냥함이 깃들어 있어.
원하던 책을 품에 안은 나는 조금 기뻐서 단테의 손을 꼭 쥐었다.
“고마워, 단테!”
“……너한테 딸기 생크림 케이크 냄새 나.”
“응? 그런 거 안 먹었는데.”
“그냥 그렇다고.”
뭐지. 난 내 손목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지만 그런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단테, 코가 이상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