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6)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6화(6/173)
“말했듯 지금부터 가문 회의에 갈 거란다.”
“네에.”
“목에 현상금 걸린 영감들이 시끄럽게 굴 텐데 무시하거라.”
“…….”
“어차피 내 현상금이 제일 많다.”
아, 네…….
나는 키락서스가 악당 중의 악당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자기 목에 걸린 현상금을 자랑하시다니요.
‘가만. 내가 이 집안 며느리가 되면 나도 저래야 하는 건가?’
현상금 액수로 혹시 용돈 같은 게 책정된다거나?!
“다 먹었으면 가자. 아가.”
“느……에?”
아니, 어디 갔어? 내 쿠키, 어디 갔어!
텅 비어버린 두 손을 바라보던 나는 울상이 되었다.
‘벌써 다 먹어버렸네!’
내가 하도 망연히 빈손을 바라보고 있자 키락서스가 쿠키를 하나 더 내어주었다.
“더 먹을 테냐?”
“네! 고맙뜨니다.”
아, 그렇지만…… 이거 나 혼자 먹긴 조금 그래.
일단 기쁘게 받아서 품에 안긴 했다지만 아까 쿠키도 홀린 듯이 나 혼자 먹었잖아. 정 없게 그러는 거 아닌데.
난 반성하며 앞발에 힘을 주어 쿠키를 반으로 똑 부러트렸다.
그 반을 또 반으로 부러트린 나는 니나에게 먼저 내밀었다.
“이고, 니나 거.”
“어머, 제게 주시는 건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어, 뭐라고 불러야 하지?
악당 님도 아니고, 키락서스 님……은 발음이 너무 어려운데.
고민하던 나는 일단 그냥 쿠키 조각을 내밀고 있었다.
혹시 모르잖아. 먹고 싶었을 수도.
“내게 주는 건가?”
“웅.”
“쿠키 욕심이 뺨에 그득한데.”
몰캉.
몇 초간 망설이는 듯하던 키락서스가 내 뺨을 붕어빵처럼 쿡 눌렀다.
나는 팔을 파닥거리며 이 악당에게 사람 간의 정을 가르치려 노력했다.
앞으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사이인데 서로 잘 지내면 좋잖아.
“으애우요, 호쟈 머으거 아냐(그래도요, 혼자 먹는 거 아냐).”
“뭐, 고맙게 받으마.”
키락서스는 내 손에서 쿠키 조각을 가져가더니…… 어?
‘아니, 입에 넣는 게 아니라 허공에 집어넣어??’
왜???
설마 먹기 싫어서 눈앞에서 버린 건 아니겠지!
* * *
조금 심란했지만 어쨌거나 그 쿠키는 키락서스가 내게 준 것이었으니 나는 쿠키 1/4 조각의 행방에 대해 큰마음 먹고 잊기로 했다.
받은 사람이 어떻게 하든 그건…… 받은 사람 마음이니까.
회의실로 이동하며 그의 조끼 속에 파고 들어간 나는 갑자기 조금 궁금해졌다.
‘나를 넣고 다니면 좀 더 따뜻한가?’
기껏 잘 차려입고 이러는 이유를 도통 알 수는 없었지만 원래 미친놈의 생각은 짐작하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뭐.
‘그나저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지? 너무 자주 웃는 거 아냐?’
원작에 묘사된 키락서스는 냉랭하고 서늘한, 웃음기가 거의 없는 성격이었는데.
아까도 내가 빈손을 멍하니 보니까 손으로 입을 가리고 부들부들 떨었지. 웃는 거 다 봤다, 이 말이야.
그때였다. 너무 어린애처럼 군 건가 싶어 심란해하고 있는데 웅장한 문이 나타났다. 눈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삽시간에 장소가 바뀐 것이다. 정말 마법은 마법 같았다.
“고하라.”
키락서스의 등장에 깜짝 놀라 굳어 있던 하인이 명령을 듣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입을 벌렸다.
“마, 마탑의 주인, 키락서스 뤼샨 드리블랴네 도련님과……!”
내가 인형인지 진짜 동물인지, 아니면 수인인지 확인하려는 듯 하인이 흘끔거리며 말을 멈췄다.
그러자 키락서스가 느긋이 일러주었다.
“플로린 님.”
“아, 예! 프, 플로린 님 드십니다!”
그리고 잠시 뒤. 회의는 예상한 대로 개판이 되었다.
* * *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알비노 며느리를 들이면 그다음 대에 또 알비노가 태어날 게 뻔하잖소!”
“쯔쯧, 정신 차리시오. 마탑주!”
“악마에게 홀리기라도 한 거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온 후보들은 어쩌란 말이오!”
귀가 아플 정도로 거센 비난이 키락서스를 향해 쏟아졌다.
의외였던 점이라면 키락서스는 회의가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나를 자신의 품 안에서 꺼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보호해 주기라도 하는 듯이.
‘만약 내가 저 테이블 위에 앉았더라면…….’
수많은 페로몬과 오가는 고함 탓에 어지러워서 토했을지도 모른다.
드리블랴네의 가문 회의가 만만할 거란 기대는 한 적 없지만 이건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키락서스의 가슴팍에 꼭 매달린 채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토닥토닥. 나를 잠깐 내려다본 키락서스가 괜찮다는 듯 나를 얼러주었다.
“오늘따라 늙은이들이 많이도 짖는구나. 개새끼도 아니고 왜 집단 하울링인지.”
사소한 문제는 그의 그런 느긋한 행동과 발언이 장로들을 완벽하게 자극했다는 것이다.
“저, 저, 저!!!”
오, 원 킬.
“크아악!”
투 킬.
‘힘내세요.’
수염 허연 장로들이 기가 막혀서 뒷목을 잡고 넘어가는 걸 보며 나는 실시간으로 치솟는 그들의 혈압을 걱정해 주었다.
‘그런데 가문 회의라면서 가주는 참석하지 않았나 봐.’
키락서스는 당연하다는 듯 상석의 왼편에 앉았다. 상석도, 키락서스의 맞은편도 비어 있다.
‘아, 비어 있는 자리 중 하나는 가주. 다른 하나는 소가주였던 아리아드네의 것이야.’
그때였다.
“위대한 드리블랴네의 18대 가주께서 오셨습니다. 모두 입 좀 닥치시죠.”
언제 열린 건지 회의장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동시에 뼛속까지 얼어붙을 듯 냉랭한 어조가 소란을 갈랐다.
그렇게 입을 연 사내는 ‘보좌관’이라고 얼굴에 써 붙이고 있는 듯한 외모였다.
하나로 깔끔하게 묶은 올리브색 머리칼과 은테 안경. 보좌관의 증표인 올빼미 문양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는 그는…… 어마어마한 독설가였다.
“가주께서 가실 곳에 입 냄새 나게 하지 마십시오. 불결합니다. 타액 튀기지 마십시오.”
“…….”
“그럼, 이제 드십시오. 가주님.”
정정하자. 코를 쥐고 편백나무 스프레이같이 생긴 걸 칙칙 뿌리는 남자는 가주 광신도 같았다.
‘제정신이 아닌 거 같아…….’
그래도 스프레이의 청량한 향이 닿아오자 아까보다 한결 나았다.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던 공기가 가벼워졌달까.
“저건 페로몬 제거 향수다. 저 녀석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상품이지.”
“와.”
키락서스가 짧게 설명을 해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 일어서는데 그는 여전히 앉은 채였다. 심지어 가주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는 게 상당히 새침해 보였다.
‘키락서스가…… 새침해…….’
내가 알고 있던 이미지와 갭이 너무 커서 충격이었으나 더 충격인 건 따로 있었다.
“버릇없기는. 아비 얼굴을 언제까지 안 볼 생각이냐?”
“제 기분이 풀릴 때까지.”
“삐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이놈아. 네 누이가 그리 갔으니 빈자리를 네가 대신 채워야 할 것 아니냐!”
“내키면요.”
“떼잉. 소가주가 되어 얼른 가문을 지켜야 할 놈이 저리 뺀질거리기만 하고는.”
저벅저벅.
구둣발 소리가 묵직했다.
포마드를 발라 넘긴 백발. 단단해 보이는 턱과 나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넓고 단단한 어깨. 자유롭고 세련되어 보이는 흰색 정장과 그 속의…… 핫핑크색 셔츠.
‘핫핑크색 셔츠???’
나는 나타난 가주 할아버님의 모습에 입을 딱 벌렸다. 원작에선 묘사가 거의 되지 않았던 인물이라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대충 기업 회장 같겠지 싶었는데, 이건…… 이건…….
‘조폭 보스에 가깝잖아!’
키락서스가 현대화 된 기업형 조폭의 큰 형님이라면 가주님은 그런 계열사를 수십 개는 거느리고 있는 원조 두목……이 아니라 회장님 같았다.
난 커다란 눈을 데로록 굴리다가 짤따란 앞발 사이에 고개를 푹 묻었다.
‘아, 이번 빙의 이거 진짜 잘못 걸린 거 같은데……!’
내 인생, 어디로 가나요?
“라피렌. 내 아들 놈이 안고 있는 저게 뭐로 보이느냐?”
“제 눈에는 틀림없이 흰 담비로 보입니다. 보통 담비들은 계절에 따라 털 빛깔을 바꾸지만 지금은 겨울이므로 흰색으로 사료됩니다.”
“알비노는 아니고?”
“눈동자 빛깔을 보지 못해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도련님의 극악한 수집 취미를 염두에 두자면 높은 확률로 알비노라 판단됩니다.”
스프레이 칙칙 보좌관 아저씨의 이름은 라피렌이었다.
어느새 사위는 고요하게 가라앉아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다들 가주의 권위에 눌린 듯 보였다.
당연히 불쌍하고 귀엽고 짠한 담비에 불과한 나도 찍 눌렸다.
“관심 갖지 마십쇼. 제 며느리입니다.”
그런데 그때, 키락서스가 내 머리를 꾹 눌러 조끼 속으로 더 집어넣으려 했다. 마치 보여주기 아깝다는 듯이.
‘갸악! 이러면 나한테 더 관심을 갖잖아!’
게다가 숨 막혀! 숨 막힌다고!
바둥거리던 난 간신히 조끼 단추 틈새로 고개를 빠끔 내밀 수 있었다.
“헉, 헉…….”
주, 죽는 줄 알았네!
“……큭.”
나와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친 라피렌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1초 만에 그는 다시 냉랭한 얼굴로 돌아갔다. 웃은 적 없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