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61)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61화(61/173)
“왜?”
“음……. 한 번 보면 알 거야. 그런데 널 데려가면 소가주 님이 날 죽이려 들 테니까 보여줄 순 없겠다.”
메르엠이 헤헤 웃으며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앙드레는 자존심이 몹시 상한 표정으로 입을 비죽거렸고.
“그렇구나. 그럼 이렇게 왔으니까 같이 이난나 님을 찾아가서 차나 마실까?”
“좋지.”
“좋아!”
“그래, 가자.”
메르엠과 앙드레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만 아는 정도에 불과했다.
내가 직접 선택해서 후계자관에 남을 수 있도록 하긴 했지만 그건 뭐랄까……. 소거법에 의한 거였달까. 게르드에게 가담한 애들을 다 빼고 나니까 메르엠과 앙드레가 남더라고.
또 한 명 더 있긴 한데 그 애는 정말 소심해서 그런지 거의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내가 말만 걸어도 덜덜 떨어대기 일쑤라 나도 굳이 찾지 않았고.
아무튼 별로 친하지 않았던 우리가 이렇게 가까워진 건 모두 이난나 님의 뜻이었다.
나의 기절 사건 이후, 몇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단테와 이안이 아버님과 양어머님 모두에게 합동 훈련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기력이 펄펄 날뛰면 어디 한 번 끝까지 쥐어짜 보라고 하셨다던가.
그리고 두 번째는 그 둘이 없는 시간에 이난나 님은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던 후계자들을 불러 나와 시간을 보내도록 하셨다.
그냥 책을 읽거나 그림 그리거나 심지어 낮잠을 자도 상관없으니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같은 방에 있도록 하셨는데 그건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메르엠도 앙드레도 붙임성이 좋아서 금세 친해졌거든.
그러다 둘의 장래희망이 가주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나는 마음이 몹시 편해졌다.
‘가문에 오직 가주만 중요한 사람은 아니니까.’
이 둘이 서로 다투지 않고 잘 자라서 가문의 큰 줄기를 지탱하게 되면 정말 좋을 텐데.
“그러고 보니 플로린. 누구랑 티 파티에 갈지 정했어? 벌써 내일이지 않아?”
“황궁 연회는 누구랑 가?”
메르엠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고 앙드레는 자기가 가고 싶어서 질문한 것이다. 앙드레는 사실 황궁에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왔거든.
둘의 태도 차이가 선명해서 나는 쿡쿡 웃어버렸다.
“음, 나는 일단 황궁 연회는…….”
꼴깍.
앙드레가 침을 삼키며 나를 열렬히 쳐다보았다.
나는 씩 웃으며 몸을 돌렸다.
“비밀이지롱!”
“아, 플로린!”
“메롱!”
메르엠이랑 앙드레한테는 왜 이렇게 장난을 치고 싶은지 몰라.
나는 깔깔 웃으며 복도를 내달려 이난나 님이 계신 곳으로 향했다.
그 뒤에서 앙드레가 바짝 추격해 왔고 메르엠은 한참 떨어진 곳에서 소리쳤다.
“같이 좀 가! 너, 너무 빨라. 허억…….”
“어서 와, 메르엠!”
나는 마주 소리치며 활짝 웃었다.
“잡았다!”
잠시 속도가 느려지자마자 앙드레가 내 어깨를 탁 쥐었다.
“으앙, 잡혔다!”
“이번엔 네가 날 잡아!”
앙드레가 곧바로 앞서 뛰어갔는데 나는 지체하지 않고 그 뒤를 빠르게 쫓았다.
‘이상한 일이야, 진짜.’
앓고 일어난 뒤에 몸이 훨씬 건강해진 게 맞는 것 같다. 분명 예전이었으면 앙드레와 이렇게 술래잡기를 못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신나!’
요즘 이안과 단테는 나를 심하게 과보호하거든.
그런데 메르엠이랑 앙드레랑 놀면 온종일 뛰놀 수 있어서 좋았다.
“어휴, 겨우 쫓아왔네.”
“야, 넌 너무 허약해.”
“허약하다니. 내가 정상이고 네가 과하게 힘이 좋은 거지.”
메르엠이 땀을 닦으며 앙드레와 투닥거렸다.
나는 그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다가 앙드레의 등을 툭 치고 뛰어갔다.
“이번엔 네가 술래야!”
마음껏 뛰놀아도 감기에 걸리지 않으니 아이들이 제일 신나는 봄날이다.
‘내일 티 파티도 분명 즐거울 거야.’
아무 근거 없지만 그런 자신감이 든다. 모든 게 다 잘 풀릴 것 같은 그런 기분.
나는 한껏 행복한 얼굴로 치맛자락을 쥐고 빙그르르 돌았다.
“아, 행복해!”
* * *
오래 고민한 끝에 나는 더 중요한 황궁 연회는 이안과 가기로 했다.
이안은 진지하고 차분한데다 생각이 깊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쉽게 흥분하지도 않고 화를 절제할 줄도 아니까 만약 황궁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다.
황궁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충동성이 강한 단테는 안 되지, 안 돼.
‘게다가 나는 황제와 접견을 해야 하니까.’
접견은 연회 첫날, 낮에 진행된다고 들었다. 아마 혼자서 황제 폐하를 뵐 것 같기는 한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황제 폐하가 갑자기 파트너도 같이 들어오라고 하면?’
메르엠은 황제의 기세를 이겨내지 못할 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 능력이 부족한 앙드레는 얼어붙어 버리겠지.
‘믿을 건 이안뿐이야.’
그래서 나는 린다를 시켜 이안에게 황궁 연회에 같이 가자는 전갈을 보냈다.
그러면 이제 티 파티는 누구와 가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동글!!!”
나는 감동이 흘러넘치는 얼굴로 달려오는 단테를 보며 내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진짜 잘생겼네.’
뽀얀 피부에 오뚝한 콧날. 벌써부터 윤곽이 뚜렷한 턱선이며 긴 눈매가 어우러지니 잘생겼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평소처럼 훈련복이 아니라 제복을 걸치고 있어서 더 근사해 보이나 봐.
‘음, 이놈의 제복 취향.’
나는 미남에 약한 나를 꾸짖으며 단테에게 손을 척 내밀었다.
“에스코트해 줘.”
“응!!!”
단테는 오늘 아주 기가 살아서 의기양양했다.
절대 자신이 선택받을 리 없다고 생각하며 땅을 팠는데 내가 덜컥 티 파티에 같이 가자고 부르니까 엄청 좋았나 봐.
“그런데 왜 나를 선택한 거야? 엄청, 엄청 좋지만! 궁금해서……!”
이윽고 휘황찬란한 마차에 오른 나는 치맛자락을 정돈하곤 새침하게 앉았다.
단테는 그저 좋다고 히히 웃고 있었는데 나는 그런 얼굴을 빤히 보다가 코를 톡 쳤다.
“티 파티에 가면 그렇게 웃지 마.”
“어? 어, 당연하지! 난 네 앞에서만 이렇게 웃는 건데?”
“응. 그래서 단테랑 같이 가려고 한 거야.”
티 파티는 로이바이엄 저택에서 열렸다. 그러니까 따지자면 적진인 거지.
물론 셀리나가 알고 보니 엄청 좋은 애여서 나와 영원한 단짝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을 먼저 생각했다.
‘나중에 친해지더라도 처음엔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도록 어느 정도 기선 제압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첫 만남이니까.’
나는 안타깝게도 사람의 선의보다는 악의를 더 믿는 편이었다. 내가 이 몸에 깃들기 전까지 살아온 인생이 그랬으니까.
나는 지금 대외적으로 아이다호 가문의 수양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분명 그 이전에 내가 어느 가문 출신인지를 궁금해할 것이다.
‘무엇보다 알비노니까.’
알비노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혐오감을 드러낼 수 있다.
‘우리 가문 사람들은 이제 다 나를 좋아해 주지만…… 외부 가문은 아닐 거야.’
그러니 나는 방패가 필요했다.
‘단테가 무표정한 얼굴로 있으면 아무튼 엄청 멋지거든.’
그리고…… 신분으로도 흠잡을 곳이 없고.
단테는 티 파티에 같이 가서 가만히 있기만 해도 내게 도움이 되었다.
“단테는 로이바이엄 가문 사람을 만나본 적 있어?”
“아니! 나도 처음이야.”
“으응, 있지. 나, 조금 걱정돼.”
대외 활동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점차 조금씩 활동 범위를 넓혀가게 될 것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 테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알비노라고 경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머리가 꽃밭이어서 그런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그냥 어린애라면 편했겠지만…… 난 ‘그냥 어린애’가 아닌 걸 어떡해.
“플로린.”
그때였다.
마차가 달릴수록 그에 맞추어 점점 손이 차가워지던 내 앞에 단테가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괜찮아? 창백한데. 열은 없는 것 같고.”
내 이마에 손을 대고 자기 이마와 비교해 열을 재보던 단테는 곧 심각해졌다.
“마차 돌리자, 플로린. 아, 왜 의사를 데려올 생각을 못했지?”
금세라도 마부에게 집에 가자고 할 것 같은 기세라 나는 얼른 단테를 말렸다.
“아냐, 단테. 아픈 게 아니라 긴장한 거야.”
“그렇지만…… 손이 이렇게 차가운데?”
아, 따뜻하다.
단테가 내 손을 꽉 잡았다.
훈련으로 인해 몇 번이고 물집이 잡혔다가 터지며 굳은살이 박인 손이었다. 그런데 그 강한 손이 너무 따뜻하기까지 해서…… 그래서 나는 어느덧 괜찮아졌다.
“도착할 때까지 내가 이렇게 손잡아줄까?”
나를 면밀히 살피던 단테가 헤죽 웃으며 내 옆으로 와서 털썩 앉았다.
나는 그런 단테를 말리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다각다각 움직이고 마차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달리며 마침내 장원 부지를 벗어났다.
사관 학교야 드리블랴네에서 크게 후원하고 있는 곳이니 상관없었지만 남의 가문에 텔레포트를 하는 건 굉장한 무례.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긴 시간 마차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긴긴 시간 동안 단테는 한 번도 내 손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