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63)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63화(63/173)
나는 사교 수업을 받았기에 이미 황궁의 세력 구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현 황제 샹귀온 테란드루스 헬리코프리온과 아리아드네 님 사이에서 태어난 게 유리다. 이후로 황제는 황후를 들였지만 아직까지 황후는 후사를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유리가 황태자가 되어야 하겠지만 아리아드네 님이 정식 황후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했다.
물론 그 속뜻은 ‘드리블랴네 가문이 지금보다 더 큰 힘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반대 세력의 주축이 로이바이엄일 텐데 무슨 놈의 황태자비?
‘아니면 설마 셀리나 얘, 진심으로 황후 소생의 아들과 결혼해서 황태자비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거야?’
황후가 올해 자식을 낳아도 나이 차이가 열 살이 훌쩍 넘는데……?
‘아니,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오히려 순진한 편인가? 완전 헛똑똑이잖아?’
황후가 아들을 낳을지 딸을 낳을지 어떻게 알아.
‘그 전에, 황후는 지금 임신도 안 했잖아.’
나는 양어머니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따님, 현 황후는 상상 임신을 한 상태에요. 모두가 쉬쉬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밝혀지겠죠.”
“상상 임신이요?”
“네. 아기를 실제로 갖지 않았는데 아기를 가졌다고 상상하게 된 거예요.”
“아…….”
“그리고 황후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이 임신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들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조심해야 해요. 만약 황후를 만나거든 결코 임신에 관한 이야기를 해선 안 됩니다. 황후가 먼저 자신의 배를 쓰다듬거나 입덧을 하는 시늉을 하면 바른대로 말하지 말고 눈치껏 따라주세요.”
“네에.”
“어차피 황태자는 유리 도련님이 될 거예요. 승리가 예정된 싸움이지요. 그런데 황후가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있답니다.”
황후의 상상 임신 건은 황제가 감싸주고 있기에 소문이 크게 퍼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 장작을 넣으면 활활 타올라 버리겠지.
‘이 아이들은 자기 말 한마디가 가문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흐린 눈을 하던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지금까지야 전쟁 때문에 후계에 관한 이야기가 대두되지 않았을 뿐이다.
언젠가 황후가 낳을 황손을 기대하며 황후를 지지하는 황후파.
오직 황제만을 지지하는 황제파.
그리고 유일무이한 황제 소생인 유리를 지지하는 드리블랴네파.
마도 제국의 정치 권력은 이 셋으로 분열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로이바이엄이 끼어들어 황후파에 붙겠다는 거네.
‘딸을 이용해 또래 영애들을 휘저어 황후파로 일찌감치 붙여놓다니.’
이게 로이바이엄 공작 부인이 지시한 일이라면 꽤 영리한 술수긴 했다.
‘차후 딸들의 입에서 뱉어진 말들이 가문의 목을 죄어오면 하는 수 없이 황후파로 들어가는 귀족들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확실히 이난나 님이 칩거하고 아리아드네 님을 잃은 지금의 드리블랴네 가문은 사교계에서 영향력을 많이 상실했다.
군사 업계에서야 여전히 굳건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간 정치 쪽 세력이 강한 로이바이엄이 언젠가 드리블랴네를 이겨먹을지도 몰라.
‘아, 이것도 지금 어디서 녹화하고 있는 거 아냐?’
나는 크게 의심하며 좀 더 말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플로린, 부디 캐서린의 말을 곡해하지 말아요.”
그때였다.
오가는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던 셀리나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혹시 내가 규칙을 정하는 게 불쾌했어요? 사실 플로린은 사교계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저는 그래도 이렇게 친구들도 많고 티 파티도 자주 열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가 영애들을 이끌게 된 거예요. 너무 기분 나빠 하지 말아요.”
아, 모두 내 ‘곡해’다 이거지.
어떻게든 나를 깎아내리고 자신을 추켜세운 다음 모두 내 기분 탓, 속이 좁은 탓으로 몰아가는 솜씨가 상당했다.
‘이걸 어쩐다.’
테이블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소녀들은 모두 나와 셀리나의 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숙이고 들어간다면 셀리나의 무리에 포함되는 것이고, 대립한다면 튕겨 나오게 된다.
‘그리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나를 욕하겠지.’
적이 될 거라면 확실하게 되라는 양어머니의 말씀을 되새기며 나는 방긋 웃었다.
“기분 나쁘긴요. ‘미혼 영애’들에겐 ‘미혼 영애’들의 규칙이 있는 법이죠. 저는 이미 가문과 결혼했는데 뭐가 불쾌하겠어요?”
사근사근하게 말했지만 결국 속뜻은 ‘그건 너네들 일이고, 응. 난 아님.’이었다. 동시에 나는 내가 귀부인에 준하는 입장임을 강조했다.
그런 뒤, 셀리나가 입을 벙긋하기도 전에 가벼운 어조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며칠 뒤면 전 황제 폐하를 접견하러 가거든요.”
“!”
“오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다행이에요. 폐하께 해드릴 이야기가 많겠어요.”
거, 멋대로 혀를 놀리면서 누가 황족의 일원이 되니, 황태자는 누가 될 거니.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황제한테 가서 확 다 까발려 버린다?
“황제…… 폐하를 직접 뵈신다고요?”
그래도 눈치가 좀 있는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영애 하나가 파르르 떨며 물었다.
나는 여전히 생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이래 봬도 드리블랴네의 20대 공작 부인이 될 예정이잖아요. 인사를 드려야지요. 연회가 시작하기 전에 따로 단독 접견을 하기로 했어요.”
“단독 접견…….”
과연 황제는 유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건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일명, [어.황.유.]라고 들어보셨나.
방금 내가 만든 말인데, ‘어차피 원작에서 황태자는 유리’의 준말이다.
황후가 제아무리 난리를 쳐도 내가 기억하기로 끝까지 아이를 갖지 못했었다. 그리고 유리는 성인이 되자마자 황태자 자리에 올랐지.
어쩌면 황제는 유리가 성인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까지 시간이 흘러도 황손이 더 태어나지 않으면 황가의 대가 끊어지게 하고 싶은 게 아닌 이상 유리가 황태자가 될 수밖엔 없게 되니까.
“솔직히 이 나이에 황제 폐하와 단독으로 뵙는 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 그렇죠.”
“그래서 기대가 돼요. 뵈면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까 했는데…….”
나는 일부러 말꼬리를 끌다가 툭 멈추었다.
그러자 사위가 갑작스레 고요해졌다.
‘그래도 여기 앉은 애들은 다 한가락씩 하는 거야.’
그러니까 무려 셀리나의 티 파티에 직접 초대를 받은 거겠지.
즉, 아둔하지 않다. 내 말속의 뼈 있는 경고를 알아먹었으리라.
“그런데…… 아까 드리블랴네의 전통이 궁금하다고 하셨죠?”
방금 테이블에서 오간 대화는 명백히 선을 넘었다.
최소한 캐서린은 내가 ‘누가 황태자가 되느냐’고 했을 때 대답이라도 하지 않았어야 했지.
나는 입매를 딱딱하게 굳힌 셀리나와 파랗게 질리기 시작한 캐서린을 돌아보며 좀 더 짙은 미소를 머금었다.
“제가 성인이 되어 선택하기 전까지, 유리 황자님은 저와 약혼하신 거나 다름없어요. 드리블랴네의 모든 후계자가 그렇죠.”
“황자, 신데도요?”
“그럼요. 그래서 유리 예레반 헬리코프리온 ‘드리블랴네’시잖아요.”
만약 황제가 유리를 완전히 고립시키고자 했다면 두 개의 성을 같이 쓰지 않았을 것이다.
오직 황가의 성만을 쓰게 하거나 황자로 인정하지 않고 드리블랴네 가문에 보냈겠지.
그러나 황제의 선택은 명백했다.
당장 유리의 손을 들어주진 않지만 유리의 이름엔 드리블랴네가 함께 깃들어 있다. 그 말은 결국 드리블랴네가 유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아직 유리 황자님을 뵌 적은 없지만 어떤 분일지 궁금해요. 제가 유리 황자님을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죠.”
내정된 드리블랴네의 안주인이 황자를 택한다. 그렇게 되면 유리는 지금보다 몇 배의 권력을 거머쥐게 된다.
‘그야, 공작가와 황가의 결합이 되어버리니까.’
실제로 자식도 없는 황후파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유리가 황태자 자리 그 이상을 넘어 제위에 오르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겠지.
크게 보면 그렇고, 작게 보면-
‘셀리나는 현재의 권력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한 박자 늦게 그 사실을 인지한 소녀들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지금까지 가만히 지켜보니 여덟 명 중 셀리나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바치는 건 캐서린 하나뿐.
나머지는…… 글쎄.
“아! 차후에 제가 티 파티를 열게요. 그때 황제 폐하와 어떤 말씀을 나눴는지 알려드릴 텐데, 와주시겠어요?”
나는 손뼉을 짝 치며 천진난만하게 외쳤다.
“좋아요!”
“저도 갈게요. 초대해 주신다면요.”
흐름이 바뀌었다. 테이블 끝 쪽에 앉아 있던 영애들이 내 말에 호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 영애들을 돌아보며 이름을 다시금 물었다.
“환영해요. 그런데 이름이?”
“저는 비비안이에요. 비비안 산드레아요.”
“저는 쥰 겔리그로에요.”
실로 계산적인 태도였지만 욕할 것은 아니었다.
귀족 사회가 원래 그렇지 뭐.
‘아, 이제야 차 맛이 좋네.’
꽤나 기분이 좋은 늦은 오후,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