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64)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64화(64/173)
* * *
“아아아악!!!”
콰직!
티 파티가 끝나고 두어 시간 뒤.
샛주홍색 눈동자에 불을 켠 한 소녀가 씩씩거리며 물건을 집어 던졌다.
“짜증 나! 짜증 나!!!”
발을 쾅쾅 구르며 화를 내는 모습에 하녀들이 어찌할 바 모르고 눈치를 보았다.
“자기가 뭔데! 자기가 뭔데 황태자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식으로 말해?”
“아가씨.”
“저리 꺼져!”
셀리나 로이바이엄은 이 아름다운 저택에 사는 폭군이었다. 로이바이엄답게 오만하고 고집이 셌으며 제멋대로다.
문제는 그런 셀리나를 주인어른이 아주 귀여워한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멋대로 굴고 변덕을 부릴 때마다 크게 웃으며 ‘이래야 로이바이엄이지’라고 말씀하시기까지 했다.
그러니 일개 하녀들이 어떡하겠는가. 셀리나의 비위를 맞추는 수밖에.
그래도 요즘은 저렇게 발작하듯 화를 내는 일이 적었는데 티 파티가 끝나자마자 지금까지 저 상태였다.
“주인어른은 언제 오셔?”
“나도 몰라. 살롱에 가시면 늘 늦게 오시잖아!”
“아가씨를 저렇게 둔 걸 공작님이 아시면…….”
“집사도 모르는 체하는데 뭐 어쩌라고? 게다가 마님은 지금 티 파티에 가셨잖아!”
수군대던 하녀들이 눈을 내리깔며 한숨을 삼켰다.
“……하는 수 없지. 둘째 아가씨를 불러와.”
“오지 않으려 할 텐데……. 게다가 꺼림칙하단 말이야. 매번 이상한 그림이나 그려대고……! 영혼이 어떠니 하는 헛소리나 해대잖아!”
“썩 데려다 놔. 누구라도 희생양이 되어야 할 거 아냐? 싫으면 네가 될래?”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길길이 날뛰는 셀리나는 물건을 부수고 멀쩡한 옷을 잡아 찢는다.
그럴 때 셀리나를 진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살아 있는 생명을 앞에다 가져다 놓는 거였다.
셀리나가 때리고 할퀴고 발로 차는 걸 묵묵히 받아줄 희생양. 그리고 그건 책임을 떠넘기고 떠넘기다가 결국 저택 내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게 돌아갔다.
벨라디 로이바이엄.
현 공작 부인도, 공작조차도 미워하는 계집애.
추운데 불도 땔 수 없는 창고에서 잠을 자고, 하인들이 먹는 것과 같은 걸 먹어야 하는 그 애가 가엾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누군가를 갖다 바치지 않으면 저 난리는 끝나지 않을 테고, 자신이 얻어맞고 싶은 사람은 이 중에 아무도 없었으니까.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언니분을 진정시켜 주시지요.”
하녀들은 표정을 감추고 목소리를 낮추어 벨라디의 등을 떠밀었다.
탁.
그리고 문이 닫혔을 때. 안에서는 끝내 짐승화까지 하고 만 셀리나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누구도, 그 누구도 문이 다시 열리기 전까지 들어가서 벨라디를 구해주려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할퀴어진 벨라디가 선혈을 뚝뚝 흘리며 방을 빠져나온 건 그로부터 두어 시간 뒤.
공작이 저택에 당도하여 첫째 딸의 상태를 전해 들은 뒤였다.
“아빠.”
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셀리나는 머리칼이 온통 풀어 헤쳐진 채로 숨을 새액새액 몰아쉬었다.
“셀리나. 누가 네 자존심을 그리 상하게 하더냐?”
로이바이엄 공작의 물음에 셀리나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후우 하고 길게 호흡을 내뱉었다.
그런 뒤, 그녀는 눈을 반들거리며 대답했다.
“아빠, 죽어도 좋은 애 좀 구해다 줘.”
새 구두나 부채를 사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애교스러운 말투로 셀리나는 속삭임을 이어갔다.
“이번 황궁 연회까지만 살 애여야 해.”
“그래.”
“꼭 구해다 주기야?”
비로소 완전히 진정한 셀리나는 해사하게 웃었다.
드리블랴네가 전쟁터에서야 강할지 몰라도 정치와 사교계는 로이바이엄의 영역. 제게 시비를 건 것을 제대로 후회하게 만들어줄 심산이었다.
제 5장. 황궁 연회에 가자!
“팔찌는 챙겼어?”
“네!”
“구두들은? 모두 담았나?”
“잠시만요! 확인할게요!”
드리블랴네 저택은 오늘 아주 분주했다. 이 가문의 작은 마님인 플로린과 이안 도련님이 함께 황궁 연회에 가시기 때문이다.
첫 연회이니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게 당연한데 이번엔 특별히 한 가지 주의점이 더 붙었다.
바로, 연회가 열리는 기간인 7박 8일 동안 손님들은 모두 황궁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황후의 명령 아닌 명령 때문이었다.
대체 왜 그런 단서를 붙여서 초대를 한 건지 몰라도 어쨌거나 하녀들이 할 일은 그 이유를 생각하고 캐내는 게 아니었다. 8일 내내 입고 쓸 물건을 챙기는 거였지.
그리하여 린다와 에반젤린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이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짐을 확인했다.
“조심히 다녀와요, 따님.”
“어머니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하녀들이 분주할 시점.
마치 딸기 생크림 케이크처럼 차려입은 나는 얌전히 앉아 양어머니의 손길에 머리를 맡기고 있었다.
양어머니는 은으로 만든 빗으로 내 머리칼을 조심스레 빗겨준 뒤, 양쪽으로 동그랗게 말아서 머리 위로 묶어주었다. 그런 다음 남은 머리칼은 곱슬곱슬해지도록 돌돌 말고는 뿌듯하게 거울을 보여주셨다.
“너무나 같이 가고 싶었는데…… 황후 폐하께서 그런 ‘조건’을 붙이는 바람에.”
“휴, 맞아요. 어머니가 8일이나 훈련을 쉬실 순 없으니까요.”
혹시 이런 걸 예상하고 주요 인물이 덜 오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희한한 단서를 붙인 건 아니겠지.
난 입을 삐죽거리다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곤 활짝 웃었다.
“예뻐요!”
“그렇지요?”
“네!”
만두처럼 탱탱한 볼과 반짝반짝한 빨간 눈동자는 솔직히 내가 보기엔 좀 귀여웠다.
‘정말 귀한 집 애 같네!’
나는 내 얼굴을 보며 좀 더 흐뭇해하다가 이내 폴짝 일어섰다.
“저, 조심히 잘 다녀올게요!”
“큰 마님이 함께 가시니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혹시 따님에게 필요할 수도 있으니 정리해 봤어요.”
“이게 뭐예요?”
나는 양어머니가 내미는 양피지를 받아 들고 펼쳐보았다. 그 안에는 여러 가문의 이름, 종족, 해당 가문의 주요 인물이 나열되어 있었다.
“맨 위의 파란 글씨는 드리블랴네파입니다. 그 밑의 검은색 잉크로 쓴 글씨는 중립이지만 이쪽으로 넘어올 확률이 높은 이들이죠.”
“아!”
이거, 엄청 유용하겠잖아?
이 안의 정보는 내가 사교 수업 시간에 배운 것보다 좀 더 상세했다.
나는 눈으로 하나하나 짚어서 읽은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잘 기억했어요.”
“그래요. 그럼 이제 갈까요? 떠날 준비도 얼추 된 것 같으니.”
마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니 이미 준비를 끝낸 이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흰 예복을 입은 이안은 오늘도 달님처럼 참 어여뻤다.
“플로린, 세상에. 그 머리 진짜 귀엽다.”
“히히.”
나를 본 이안이 두 손에 얼굴을 푹 묻었다.
반응이 좀 과한 것 같긴 했지만 싫은 건 아니다. 오히려 날 귀여워해 주니 좋았지.
마차에 오른 나는 신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내 옆자리엔 이안이 앉고, 이윽고 이난나 님께서 오시니 떠날 준비는 끝!
‘너무 설레잖아!’
황제를 만나야 하는 아주 작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 넘기면 연회다. 황궁에서 열린다는 큰 연회가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됐다.
“이난나 님은 연회에 많이 가보셨지요?”
“그랬지. 내가 젊었을 시절에는 매 계절마다 황궁에서 큰 연회를 열었단다.”
“우와……! 그때 이야기 들려주시면 안 돼요?”
내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묻자 이난나 님이 나직이 웃음을 터트리셨다.
“음, 그래. 황후궁 뒤쪽으로 가면 커다란 호수가 있단다. 마치 바다처럼 커다란 호수인데 거기서 뱃놀이를 하곤 했었지…….”
이난나 님은 요즘 살이 조금 붙으셨다.
전에는 툭 치면 그대로 바스러져서 사라질 것 같던 모습이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몸에 힘이 돌아왔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연회도 같이 가실 수 있을 만큼은 건강해지셔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 짓궂은 남자들이 꼭 자기가 좋아하는 애를 호수에 빠트려 버리지 뭐니.”
“와, 그래서요?”
“나도 기어코 한 번은 빠졌는데, 그때 소식을 들은 임마누엘이 불같이 화를 냈단다. 난 지금까지도 임마누엘이 그때처럼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어. 아마 호수에 빠지는 건 위험하니까 그리 화를 냈겠지.”
나는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혹시 나를 낳은 엄마도 나를 사랑했을까- 하고.
지금 난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에 친부모를 만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딸을 잃고 완전히 무너진 이난나 님을 뵐 때면 그냥 궁금했다.
그 정도로 거대한 내리사랑이 대체 무엇일지.
‘나중에 내가 애를 낳으면 알게 될지도.’
잠깐 상상을 해보려 했지만 어어어엄청 먼 미래라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난 그냥 포기하고 가는 길 내내 옛이야기에 집중했다.
“이번에 연회에 가게 되면 짓궂은 아이들이 있을 거야. 그러면 이안, 네가 잘 지켜줘야 해. 다른 가문 아이들이 천방지축으로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까.”
“네, 할머니. 제가 플로린을 잘 지킬게요.”
“기특하기도 하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황궁이었다.
길게 줄을 서서 신분 확인을 해야 하는 다른 가문과는 달리 드리블랴네는 창문 한 번 내리지 않고 바로 통과했다.
“여기가 황궁……!”
뾰족한 첨탑과 수천 개의 창문들. 푸르스름한 타일과 흰 벽돌을 사용한 웅장한 궁전을 보며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우리 집도 큰데 여긴 자칫하다 길을 잃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