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65)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65화(65/173)
* * *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작 부인.”
“한센! 오랜만이네. 그간 잘 지냈나?”
“저야 무탈합니다. 공작 부인께서 기운을 차리신 듯하여 이 한센,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 내가 많이 걱정을 끼쳤지.”
우와, 이난나 님이 황제궁의 시종장과 대화하고 계셔.
시종장이면 당연히 후작가 이상의 정통성 있는 가문의 귀족이다. 황제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살피는 만큼 궁내에선 어마어마한 권력자였다.
그런데 그런 시종장이 이난나 님께 아주 깍듯이 대하는 걸 보니 동경심으로 가슴이 뛰었다.
나는 이난나 님처럼 할 수 있을까?
“폐하께서 단독 접견을 원하십니다.”
“그건 안 될 말이네. 이리 어린아이가 아닌가. 어찌 혼자 보낼까.”
와, 아난나 님이 황제의 명 앞에서 고집을 피우고 계셔.
나는 이안과 함께 다소곳이 서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황제 앞에 연행되어서 인사를 올려야 하는데 이난나 님이 절대 혼자는 못 보낸다고 하고 계셨다.
시종장은 곤란해 보였지만 이난나 님이 완강하니 결국 한번 폐하께 말씀을 올려보겠노라고 하고 어디론가 갔다.
“조금 기다리렴. 곧 폐하께서 너희 둘을 함께 보겠노라 하실 거란다.”
“혼자 가지 않아도 돼요?”
“그래. 이안, 네가 플로린 옆에서 잘 버텨주는 거야.”
……역시 이안이랑 함께 오길 잘했다. 혹시 이런 상황이 될까 싶어서 고민했는데.
난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안을 슬쩍 보았다.
“응? 긴장돼?”
“아아니! 이안이 긴장했나 싶어서 본 거야.”
“난 전혀 긴장하지 않았어. 괜찮아.”
이안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얼굴을 요모조모 뜯어본 나는 이안의 말이 진실임을 알아차리고 속으로 조금 감탄했다.
그러고 보니 이안, 요즘 키가 쑥 자라지 않았나? 앉은 키 차이가 꽤 나는 것 같은데.
손으로 내 머리 위부터 선을 그어 이안에게 가져가니 진짜 이안은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자라 있었다.
‘설마 나만 그대로인 건 아니겠지?’
물론 종족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도 키 크고 싶은데.
“나, 키 컸지?”
그런데 어떻게 눈치챈 건지 이안이 나를 돌아보며 예쁘게도 웃었다.
한순간 이안의 뒤로 꽃밭이 확 펼쳐진 것 같아서 말문이 막힌 찰나였다.
“폐하께서 그러면 파트너와 함께 들어오라 허락하셨습니다.”
“!”
시종장이 돌아와서 나는 이안에게서 가까스로 시선을 뗄 수 있었다.
“그래, 둘이 잘 다녀오렴. 나는 먼저 배정받은 침실로 가 있을 테니 그리로 오면 된단다.”
“네, 이난나 님!”
이안이 내게 말없이 팔을 내밀었다.
나는 그 팔에 손을 살며시 얹고는 시종장의 뒤를 따랐다.
황홀하게 아름답다는 유리의 부친인 황제 샹귀온이 어떻게 생겼는지 솔직히 궁금했다.
* * *
“폐하께서 먼저 하문하시기 전에 입을 열면 안 됩니다. 폐하는 경거망동하는 이를 싫어하시니 몸가짐에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황제가 있는 접견실까지 가는 동안 나는 문을 네 번이나 거쳐야 했다.
신분 증명은 물론이고 몸수색까지 끝난 뒤에야 드디어 입장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도 모자라 시종장은 우리에게 경고까지 하고 나서야 목을 가다듬고 황제에게 알렸다.
“폐하. 드리블랴네의 이안 공자와 20대 안주인으로 내정된 레이디 플로린입니다.”
“들라 하라.”
분명 문은 닫혀 있었는데 황제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깨끗이 들려왔다.
그게 신기했지만 애써 티 내지 않고 들어선 접견실은…… 생각보다 굉장히 광활했다.
“가까이 오라.”
문에서 황좌까지는 어른 걸음으로도 스무 걸음은 걸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 걸음으로는 서른 걸음은 넘지 않을까?
일단 배운 대로 고개를 들지 않고 눈을 내리깐 채 조심조심 움직인 나는 어느덧 멈춰 서야 할 곳까지 다다랐다.
“더 가까이.”
“……?”
하지만 황제는 더 다가오라고 요구했다.
분명 신변의 위험 문제 때문에 이쯤에서 멈춰야 한댔는데……?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안이 움직이기에 따라서 움직였다.
황제가 오라고 한 거니까 괜찮겠……지?
“흐음. 그래, 이제 얼굴이 잘 보이는구나. 하도 작아서 보이지도 않았느니.”
“마도 제국의 위대한 주인, 빛과 어둠을 거머쥐신 바다의 패권자에게 이안 드리블랴네, 플로린 드리블랴네가 인사 올립니다.”
찜찜했지만 나와 이안은 동시에 배운 대로 인사를 했다.
이제 여기서 황제는 고개를 들라고 해야 한다.
“네가 그 녀석이로구나.”
하지만…… 황제는 픽 웃더니 심술궂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깜찍한 녀석 같으니라고. 짐에게 사기를 쳐?”
이건 하문을 하신 건가? 아닌가?
대답을 해도 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모르겠으면 침묵하는 게 답이지.’
괜히 혀를 잘못 놀릴 바에 그 편이 안전하다.
나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그저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뭐, 당한 놈이 멍청한 것이니 되었다. 마도 제국에 성녀가 났으니 네 힘을 증명한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마.”
다행히 황제는 그 주제에 대해 길게 말을 끌지 않았다.
그에 나는 감사를 표하기 위해 고개를 좀 더 깊이 숙였다. 이 정도면 내가 상상한 그 어떤 것보다 유하게 넘어간 거였다.
‘하도 숙여서 이제 허리가 아픈데…… 언제 고개 들어도 되나요?’
그런데 황제는 팔걸이를 툭툭 치기만 할 뿐, 도무지 고개를 들어도 좋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와 이안을 찬찬히 훑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아까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던 느낌처럼 눈길 역시 바로 옆에서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아서 소름이 쭉 돋았다.
그렇게 내가 느끼기엔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황제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차피 여기 어디 있겠지. 나와라, 키락서스.”
이제 일어나도 좋……다가 아니라, 키락……서스요?
‘아니, 멀쩡히 저택에 계실 아버님은 갑자기 왜 찾으시지?’
난 머리 위로 물음표를 천 개는 띄웠다. 도무지 황제의 말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친한 척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고 한 적 없습니다만?”
“?!”
엥. 아니, 잠시만요. 아버님이 여기서 왜 나와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는 너무 황당해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찰나 표정을 감추지 못했기에 차라리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다행일 지경이었다.
‘황제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진짜 등장해 버리시면……?’
그런데 이안은 전혀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슬쩍 옆을 돌아봤지만 표정이 덤덤할 뿐, 미동조차 없었다.
이쯤 되니 이제 다 같이 손잡고 나한테만 말을 안 해준 건가 싶어 어리둥절했다.
“쯧. 둘 다 고개를 들라.”
마침 황제의 허락이 떨어졌기에 나는 뻣뻣한 목을 황급히 들어 올렸다.
커다래진 눈에 아버님이 비쳐들었다.
새카만 정장을 입은 아버님은 황제 앞에서도 굉장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아니, 저건 뻔뻔한 건가……?’
그 수많은 검사를 하나도 안 하고 그냥 우리 뒤를 따라 통과하신 거 같은데……?
“뻔하지. 정식으로 들어오면 귀찮으니 몰래 들어온 거면서. 뻔뻔하고 얍삽하기는.”
앗……..
황제의 말에 동의할 뻔한 나는 눈을 데로록 굴렸다.
그러다 슬그머니 황제 폐하 쪽으로 시선을 옮긴 나는 그대로 숨을 멈췄다.
“…….”
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손으로 조각한 듯한 절세미인이 거기에 있었다.
눈부신 백금발 아래로 긴 속눈썹이 팔랑였다. 아름답다거나 예쁘다는 말로는 도무지 표현이 되지 않는 미모의 사내는 황홀하리만치 매혹적인 자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맙……소사.’
누구라도 황제를 본 순간 방금까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고 말 것이다.
인간 차원을 넘어서 버린 고상한 얼굴 너머에서 광휘가 번쩍이는 환상을 본 것도 같은데…….
‘유리가 저 얼굴을 그대로 빼닮았다고……?’
신이시여. 세상에 저런 결과물을 둘이나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신에게 감사를 해버렸다.
‘상어 수인, 만세.’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데 한번 웃기라도 하면 어떨까.
나는 넋을 놓고 황제를 보다가 무례를 깨닫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
“레이디 플로린.”
“네, 네……!”
“하나 묻지. 이놈이 잘생겼나, 짐이 더 잘생겼나?”
“……?”
아버님은 팔짱을 낀 채로 나를 고요히 내려다보셨다. 황제 역시 고개를 삐딱하니 기울인 채로 나를 보고 있었고.
어째 분위기가 두 분 다 자기가 더 잘생겼다는 말을 들어야겠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