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66)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66화(66/173)
나는 침을 삼키며 말을 골랐다.
“냉미남, 퇴폐 미남은 아버님 쪽이고요.”
나 들었어. 방금 아버님이 키득 하고 황제를 비웃는걸.
하지만 나의 진실한 입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종교적으로 아름다우신 건 폐하세요.”
“종교적으로 아름답다는 게 무슨 뜻이지?”
“갓 추방당한 천사 같으셔서요. 거룩한 미남이랄까요?”
“그렇다면 키락서스는 거룩하지 않다는 뜻이 되겠군.”
“어…… 아무래도, 아버님은 악마 쪽이셔서…….”
이렇게 나눠서 대답하면 되는 거 맞나?
근데 정말 그런걸.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아버님은 어둠, 황제는 빛과 같았다.
나란히 서 계시니까 예술 작품이어서 이걸 어디다 그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야.
“감히 황제의 존안을 평가하다니. 네 며느리는 간이 크군.”
“자기 얼굴을 일컬어 존안이라 하시니 참…… 나르시시스트다우십니다, 폐하.”
“이 정도 얼굴이면 스스로 봐도 반할 만하지 않은가?”
“예에, 뭐. 그래도 대세는 냉미남입니다.”
나는 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최대한 붙잡았다.
황제 폐하와 아버님, 친하구나.
하긴, 황제 폐하가 아리아드네 님 사이에서 아이를 봤으니까 친할 만도 한가?
“뭐, 되었다. 얼굴이나 보자고 부른 것이니. 이안이라 했던가. 자네는 드리블랴네의 주인이 될 텐가?”
농담에서 어느 순간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나는 머리가 핑핑 도는데 이안은 아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다.
황제의 용안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아 했고, 오가는 우스운 대화 속에서도 무게를 지켰다. 그리고 마침내 황제가 자신을 주목했을 때-
이안은 또렷하고 명확하게 대답했다.
“예.”
“짐은 자네의 친부에 대해 들은 바 있다.”
헉!
나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이안은 그 충격적인 화두 앞에서도 그저 담담할 뿐이었다.
“알고 싶지는 않은가?”
“알려주시면 삼가 겸허히 듣겠습니다.”
“알려주지 않으면 들을 이유가 없다는 건가. 좋군.”
황제는 이안의 대답이 썩 만족스러워 보였다.
‘이안, 멋지다. 이안이랑 오길 잘 했어.’
이안은 공손했으나 비굴하지 않았다. 예의를 지켰으나 황제를 섬기는 느낌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건방졌으나 좋게 보면 좋게 볼 수 있는 상황.
황제는 아무래도 긍정적인 쪽으로 이안을 봐주기로 한 듯했다.
“짐의 근위기사를 이길 정도가 되면 알려주마.”
“근위기사단장을 이길 수 있을 때 청하겠습니다.”
“자신감이 있군. 겉은 불꽃이고 속은 잿더미라. 잘 길들이면 훌륭한 인재가 되고 자칫하면 짐이 귀찮아지겠어.”
황제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황제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읽고 오싹해졌다.
‘저거 지금 마음에 안 들게 자라면 직접 나서서 없애버리겠다는 거잖아!’
어린애한테 무슨 협박을 하는 거야?
“접견은 이만하지. 물러가게.”
실컷 협박하더니 이제는 또 물러가라고 하다니. 정말 제멋대로다. 물론 세계 1짱이시니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만…….
‘황제를 마주하는 건 별로 심장에 좋은 일이 아냐.’
내 장수 계획에 큰 차질을 줄 것 같으니 앞으로 최대한 만나지 말아야지.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등을 보이지 않고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아, 키락서스. 자네 방은 없네.”
“쪼잔하십니다.”
“그 잘난 텔레포트로 알아서 집에 가도록.”
황제가 대충 손을 휘저어 마지막 축객령을 내렸다.
그걸 끝으로 나는 접견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 * *
“휴우. 아버님, 대체 언제 오신 거예요?!”
“처음부터 같이 있었다만.”
“아니, 처음이 언제인데요……?”
“황궁에 내렸을 때.”
맙소사.
무사히 첫 접견을 마쳤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나는 아버님의 무심한 대답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니, 계셨으면 티라도 내주시지!
“이안! 이안은 알았어?”
“음.”
“알았단 말이야? 나만 몰랐던 거였어?!”
이안이 약간 미안한 얼굴로 웃었다. 그러더니 나를 달래려는 듯,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버님이 작정하시면 황제 폐하도 놓칠 정도야. 그러니까 페로몬을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해도 못 알아차릴 수도 있던 거였어.”
“그런데 이안은 어떻게 알았는데?!”
“나는 좀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거든. 마법을 꿰뚫어 보는 눈인데…… 그래서 아버님이 페로몬을 감추고 은신 마법을 쓰셔도 내 눈엔 거기 계신 게 보이더라.”
결론적으로 이안의 능력이 남다르다는 소리다.
“잘난 알파들 같으니라고는.”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괜히 흥흥거렸다.
알파들이 보고 느끼는 세상을 내가 뭐 어떻게 알겠어?
뒷짐을 진 채 몇 걸음 앞서 나가던 나는 문득 어떤 생각을 해냈다.
“그럼 있잖아, 아까 폐하를 뵈러 갔을 때……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았거든. 폐하 목소리도 엄청 가까이서 들리고! 그건 왜 그런 거야?”
“아아, 그거.”
역시 이안은 그것에 대해서도 다 아는 듯했다.
“그건 황제 폐하의 영속이야.”
“영속?”
“응. 신성 제국에서는 신수, 마도 제국에서는 영속이라고 불러. 황가에 귀속되어 있는 신이 내려준 정령 같은 건데…… 일반적으로는 안 보여.”
“하지만 아버님이랑 이안은 본 거지?”
“으응, 뭐.”
확실히 알파는 다르구나.
나는 이번엔 아버님의 소매를 당기며 물었다.
“폐하의 영속은 어떻게 생겼어요?”
“꼭 지 얼굴처럼.”
“……아름답다는 거죠?”
“뭐. 껍데기가 반반하긴 하지. 네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더구나.”
아버님, 폐하가 듣겠어요…….
난 아버님의 한계 없는 입놀림을 막을 바에야 그냥 더 묻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고 있는데 복도 저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최소 세 사람.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인원이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 마주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황후로구나.”
“!”
황후를 이렇게 빨리 마주친다고?
이건 어딜 봐도 드리블랴네에서 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온 거 아닌가……?
내 의혹이 맞다는 듯 아버님은 내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드리블랴네 소가주.”
“황후 폐하를 뵙습니다. 존체 평안하신지.”
“나는 아주 좋습니다. 폐하를 뵈러 왔는데 우연이군요. 소가주가 여기 있을 줄이야.”
잊지 말자. 황가에선 때로 멀쩡한 말을 뒤집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우연이란 말은 절대 우연이 아니며 난 애들을 보러 왔는데 넌 왜 여기 있냐는 뜻이지.’
다행이다. 아버님이 안 계실 때 황후와 마주쳤으면 껄끄러운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내가 며칠 전에 황후의 며느리 후보를 납작하게 눌러버렸으니까.
“황후 폐하께도 소개드릴 수 있어 기쁘군요. 제 조카인 이안과 내정된 20대 안주인, 플로린입니다.”
“아.”
나와 이안은 황제에게 하듯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허나 놀랍게도, 황후의 반응은 딱 한 마디였다. ‘아.’ 그걸로 끝.
그런 뒤, 황후는 홀쭉하기만 한 자신의 배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예전엔 종종 찾아와 안부를 묻더니 요즘은 도통 오질 않는군요. 마탑 일이 많이 바쁜가요?”
“아직 누이를 잃은 슬픔에서 다 벗어난 게 아니라서요.”
“아……. 맞아요. 가슴이 많이 아플 테지요. 오히려 본 후가 신경을 못 썼네요.”
“아닙니다. 황후 폐하께서는 옥체를 보존하셔야지요.”
아버님은 몹시 태연하게 황후가 임신한 상태라는 듯 대했다. 그에 나는 양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되새길 수 있었다.
눈치 없이 굴면 안 된다.
‘아버님마저 맞춰드리는 상황인 거야.’
그러는 이유는…… 황후가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것보다 이쪽이 더 우리 가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테지.
내가 황후를 가여워할 입장은 되지 않으므로 난 그냥 어른들이 하는 연극에 장단을 맞추기로 했다.
‘아, 그런데…… 페로몬이 왜 이렇게 탁하지?’
난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의 페로몬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 가문의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혼몽하고 혼탁한 느낌의 페로몬은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높이 쌓은 탑이 아래에서부터 잘못되어서 뭔가 하나만 빼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느낌.
어딘가 뒤틀려 있다.
‘속이…… 메슥거려.’
게다가 정말 이상한 일인데, 내 눈에 환각 같은 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황후의 배 부근부터 심장까지 구정물 같은 것이 흐르는 게…… 보였다.
‘저건 대체 뭐지? 보기만 해도 역겨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