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7)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7화(7/173)
“가주님, 들어보십시오!”
“아니, 글쎄…… 도련님이 저 알비노 수인을 며느리로 들이겠다지 않습니까?”
“아리아드네 님이 안 계신 지금, 며느리를 들일 권한이 도련님께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러니까 지금 시점이 원작에서 아리아드네가 죽은 다음이구나.
‘아쉽다. 가능하다면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아리아드네는 사실 신성 제국 관점에서나 악녀지, 마도 제국 관점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인재거든.
키락서스의 누이이자 태어날 때부터 우성 페로몬을 지니고 있었던 천재 중의 천재.
원래 드리블랴네 가문은 오직 남자만이 가주가 될 수 있었는데 아리아드네는 그런 불문율을 보란 듯이 모조리 깨버린 사람이었다.
정치, 사업, 검술. 그 어떤 것에도 모자람이 없었고 어떤 면에서든 키락서스보다 뛰어났다던가.
전통이란 이름으로 이어져 오던 남자 가주 시대를 완전히 박살 내고 결혼도 안주인에게 선택받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이를 골라서 했었는데…….
그러나 그녀는 죽었다.
‘솔직히 그렇게 갈 인물은 아니었어.’
원작 후반부에서 모두가 라흰에게 반하게 만들기 위해 작가가 아리아드네라는 캐릭터를 삭제해 버렸다는 게 장르계의 정설이었다.
결론적으로 피폐물이니까 드리블랴네 가문이 폭삭 망해야 하는데, 아리아드네 같은 인물이 살아 있으면 망할 수가 없잖아?
“그만.”
그때였다.
가주의 웃음기 없는 발언에 모두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네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테지. 혹 네가 계약했다던 그 악마가 저 아이를 들이라 하더냐.”
“그리 생각하고 싶으시면 그런 셈으로 해두겠습니다.”
키락서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에 이성이 뚝 끊어진 장로들이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저, 저, 저 귀엽고 앙증맞은 놈이!!!”
“저 사랑스럽고 어여쁘게 자란 고운 멍멍이가!”
“깜찍해서 배털을 와랄랄라 해주고 싶구만!”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거친 어조에 그렇지 않은 문장이 쏟아져 나왔다. 노성을 듣기 싫어 귀를 막았던 난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싶어 슬그머니 앞발을 내렸다.
설마 흑마법인가?
“어린아이 앞에서 상스러운 욕설을 사용하시다니요. 아이가 듣고 배우겠습니다.”
키락서스가 짧게 혀를 찼다. 그러더니 나를 조끼 안에서 빼내 테이블에 콩 앉혔다.
“여러분과 학연, 지연, 뇌물연이 끈끈히 닿아 있는 후보가 아닌…… 제가 데려온 뒷배 깨끗한 아이가 마음에 안 든다는 말씀은 잘 알아들었습니다.”
아니, 아니, 그건 아니지.
이봐요, 저 첩자잖아요. 뒷배가 더럽기로 치면 제일 아닌가?
“요컨대 이 아이가 능력이 출중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 아닙니까.”
“그, 그건…….”
“그렇지요? 가문을 이리도 걱정해 주시는 여러분이시니 틀림없이 능력을 우선시하여 인정하실 거라 믿습니다.”
깍지를 낀 양손에 턱을 댄 키락서스가 눈매를 휘었다. 그런데 나에게 웃어주던 것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확실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묘하게…… 위험한 느낌.
상대방도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움찔하며 물러섰다.
“제가 데려온 이 아이를 며느리로 삼으면 오늘이라도 당장 소가주 자리를 계승하지요.”
“!”
“제 고집을 꺾고 소가주 자리에 오르게 하는 능력이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와, 이거 진짜 말이 안 되는 개소리인데.
조용히 듣던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어떠십니까? 아버지.”
키락서스가 싱긋 웃으며 가주를 돌아보았다. 정말이지 뻔뻔하기 그지없는 협박이었다.
‘아, 원작에서도 이렇게…… 된…… 거였겠구나.’
식은땀이 난다.
키락서스는 막무가내로 굴어서 누가 됐든 아무나 며느리 자리에 앉히고, 이 기회를 틈타 권력을 좀 키워보려 했던 장로들을 완전히 짓누른 것이다.
그간 가문 내의 절대 권력자였던 아리아드네는 이제 없다. 키락서스는 지금까지 가문의 일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으니 장로들이 보기엔 지금이 자신들이 날뛸 적기였겠지. 키락서스는 그걸 허락할 생각이 전혀 없고.
그러자니…… 차라리 신성 제국에서 온 게 확실한 내가 입맛에 딱 맞는 며느릿감이었던 거야.
그럼 이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커넥션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건 경고입니다.”
스르르.
장내에 키락서스의 페로몬이 흘러나온다. 아까까지는 적당히 감추고 있었을 뿐이라는 듯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지금의 것은 눈앞의 모든 것을 뜯어 발길 듯 흉포했다.
“두 번 다시는. 가주께서 계신 앞에서 함부로 목청을 높이지 마십시오.”
“……!”
“누이가 없다 하여 건방 떨면…… 약속드리죠. 재미없을 겁니다.”
기세 좋게 소리 지르던 장로들의 얼굴이 점점 파랗게 질렸다.
숨통이 조이기라도 하는 듯 목을 잡고 컥컥거리던 그들은 이내 하나둘씩 고개를 처박으며 굴복했다.
‘가주 할아버님이 가만히 지켜보는 걸 보니 이렇게 해도 되는 거구나.’
나는 이 틈을 타 앞으로 어쩌면 시할아버님이 될지도 모를 분을 흘끔 훔쳐보……다가 눈이 딱 마주쳤다.
“아들이 너를 꽤 아끼나 보구나.”
힉! 말 걸었어!
두목…… 아니, 회장님이 나한테 말 걸었어!
“너만은 영향을 받지 않게끔 지키는 걸 보아하니 아들놈의 고집을 꺾긴 어렵겠고. 이를 어찌 헌다?”
내게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아 끙끙거렸지만 그래도 나는 애써 정신을 차렸다.
‘지금부터 나는 나를 팔아야 해.’
일명 <드리블랴네의 며느리로 잘 먹고 잘 살자 계획!>
“큼큼.”
짤막하게 헛기침을 한 나는 가주석 뒤편에 놓인 커다란 이동식 칠판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거기에 걸려 있는 지도를.
“저한테 능력이 이써요.”
“호오?”
능력이란 말에 가주 할아버님이 눈을 빛냈다.
나는 아주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가슴털을 쓰다듬어 가지런하게 만든 뒤, 허리를 쭉 펴고 섰다.
“그래, 무슨 능력인고?”
“그거는요…….”
일단 긴장감과 집중 조성을 위해 말꼬리 한 번 흐려주고.
나는 내게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된 것을 깨닫자 최대한 큰 소리로 또박또박 외쳤다.
“저를 믿구 따 사새오(저를 믿고 땅 사세요)!”
사새오…… 사새오…… 사새오…….
고요해진 회의장 안에 내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마치 사이비 다단계 물건 판매상처럼 수상쩍게 들리긴 하지만, 이거 원작에 나온 이야기라고요.
“흐음, 땅을 사라?”
“네……!”
의외의 발언이었던지 가주 할아버님이 눈썹을 추켜세웠다.
나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핫핑크색 셔츠를 눈에 담지 않으려 이를 꽉 깨물며 협상을 시도했다.
“사시 때 제 따두 사주시면 오디를 왜 사야 하는지 알려드리께요.”
“호.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모자라 부동산 투자를 권유하기까지 하는 신통한 녀석이구나. 그래, 어디를 살꼬?”
가주님이 그렇게 묻자마자 라피렌이 지도를 떼어서 내 앞에 내려놓았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 위를 뽀르르 움직여 어느 한 곳을 탁 짚었다.
아직 내 땅 사준다는 말씀은 안 하셨지만 사실 기대를 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좀 더 내게 관심을 보이게 하기 위한 도발이었지.
“요기.”
“룩소리아 영지? 여긴 완전한 내륙이로구나. 드넓은 평지기는 하지. 예전에는 여기에 밀이 가득 자라났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금은 사실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땅이란 소리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터였다.
“라피렌. 룩소리아에 특이점이 있는가?”
“전대 백작이 죽고 영지를 물려받은 형제들 사이에 다툼이 크게 일었습니다. 형제는 셋인데 모두 도박에 빠져 있고 현재 상황이 몹시 곤궁하다더군요.”
“그렇다는구나, 아이야. 여길 왜 사라고 하는 것인지 알려주겠느냐?”
스윽. 가주 할아버님의 새카만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아마 키락서스의 그 아름다운 청록색 눈동자는 어머니의 것을 물려받은 듯했다.
‘바로 답을 말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가주한테 예뻐 보이는 게 더 중요해.’
잠깐 고민하던 난 뽈뽈거리며 가주 할아버님의 앞에 섰다. 그러곤 책상도 한 방에 부술 것 같은 크고 단단한 주먹을 향해……!
포옥. 내 말랑 배를 날려 감싸 안았다. 나름대로 애교를 부린 거였다.
“가주밈! 담비, 귀에 소곤할래요. 가주밈한테만 알려 드릴래요.”
내가 헤실 웃으며 다시 한번 외치자 가주 할아버님은 으하하 하고 웃으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간도 크구나. 자, 그래. 좋다. 한 번 소곤거려 보거라.”
태도 점수는 좀 딴 것 같지?
혹시 주먹을 껴안는 게 건방지다고 생각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역시 호탕한 성품이셔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시는 듯했다. 오히려 좋아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기에 봄이 와요. 그걸 아는 게 제 능력이애오.”
난 앞발을 다소곳하게 모으고는 귓가에 대고 종알거렸다.
나는 대충 지금 시점이 원작에서 어디쯤인지 알 것 같았다.
성녀 라흰이 빼앗은 봄. 그게 다시 시작되는 것이 바로 지금, 원작의 중반부다.
라흰이 봉인 당한 시간.
조연들이 조금은 움직일 수 있을 시기 말이야.
마도 제국에서 봄은 룩소리아 백작령부터 시작되어 전역으로 빠르게 퍼진다. 그건 길고 길었던 전쟁이 곧 끝이 나고 다들 농토로 돌아가게 된다는 의미기도 했다.
“거짓말입니다. 저 애가 봄이 뭔지 알 리가 없잖습니까.”
“맞습니다. 보아하니 많이 어린 것 같은데 성녀의 폭주 이후에 태어났을 겁니다.”
가까이 있어서 필연적으로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장로들이 곧장 반박을 하고 나섰다.
예전엔 이 세계에도 사계절이 존재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986년에 있었던 성녀의 폭주 이후에 탄생한 아이들은 겨울만을 보고 배웠다. 오직 겨울만을.
그러니 내 말에 코웃음을 치는 것도 당연했다.
“아냐에요. 꽃이 필 거애오. 저기를 지금 사두면 돈 엄청 번다는데 오늘 머근 꾸끼도 걸 수 이써요!”
하지만 나는 끝까지 주장을 이어갔다.
이미 가주가 내 말을 듣고 있다. 룩소리아의 땅을 사는 돈은 드리블랴네에게 있어선 코 묻은 돈. 버린다 생각하고 투자해서 나쁠 건 전혀 없었다.
다만, 이유를 물어볼 텐데. 그건 뭐라고 대답하지?
“그걸 어찌 그리 확신하더냐?”
“그고는…….”
어쩌지, 그건 생각 못 했는데.
나는 눈을 데로록 굴리며 키락서스를 쳐다봤다.
‘도와줘!’
이만하면 나, 꽤 쓸모 있잖아. 내가 아닌 다른 애를 데려와도 나만큼은 못 할걸?
나는 있는 힘껏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키락서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우아하게 일어섰다.
“예지력이 있을 만도 하지요. 이 아이는 성녀니까요.”
그렇지! 성……녀?
‘……뭐?’
너무 놀라서 나는 그만 가주 할아버님의 어깨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한순간 진짜인가 싶었던 것이다.
내 곁에 다가온 키락서스는 그런 나를 달랑 집어다 제 어깨로 옮겨놓았다. 그러고는 경악한 채 굳어버린 좌중을 향해 장난스레 덧붙였다.
“아, 그러니까 설명하자면.”
“…….”
“우리 마도 제국에도 드디어 성녀가 났다는 말입니다.”
아니,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