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70)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70화(70/173)
황궁에 데려올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하녀를 건드리겠다? 하녀가 끝까지 문을 막는다면 의심스럽다며 용의자로 찍어서 고초를 겪게 만들려고?
‘이런 썩을……!’
눈이 홱 뒤집힌 내가 이성의 끈을 잠시 놓은 바로 그 찰나였다.
이안이 나와 린다 앞을 막아서며 팔을 뻗었다.
그런 뒤 이안은 기사에게 강경히 대응했다.
“경은 일개 기사가 아닌가? 부단장도 아닌 경에게 보고를 올리지 않고 귀빈의 침실을 선조사할 만큼 막강한 권한이 있는 줄 미처 몰랐군. 경의 상관이 누구지? 이름을 대라. 즉시 항의하겠다.”
“가, 간단히 방 안을 보여주시기만 해도 됩니다. 그런데 끝까지 못 보여주겠다고 막은 건 저 하녀입니다! 제 사촌 동생의 일이 아닙니까!”
“어째서 곧장 드리블랴네를 의심하며 몰려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범인을 잡았나? 흉기로 쓰인 총이라도 나왔나. 그도 아니면 총알에 드리블랴네라고 쓰여 있던가? 혹은…… 자네가 사실 범인인 건 아니고?”
이안의 질문은 모두 이치에 맞았다.
반면, 그 차분한 질문을 받은 볼리스는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어린애들만 있을 테니 쉬울 거라며!’
올해로 서른 살이 된 볼리스 리프만은 나이만 먹었지 별 볼 일이 없었다. 어찌저찌 황궁의 기사단 중 하나인 동쪽 너울 기사단에 입단하긴 했지만 매번 단내 순위는 최하위권에 머물 뿐.
그 탓에 월급도 변변찮아서 퇴근하고 여자들과 술이나 좀 마시다 보면 금세 주머니가 바닥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현재 황궁 기사단 내에서 제일 급료를 많이 받는 근위대에 들어갈 실력 따위는 전혀 되지 못했다. 그만큼 미친 듯이 훈련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북쪽 풍랑 기사단이나 서쪽 포말 기사단은 동쪽 너울보다 돈을 더 많이 주긴 했지만 그만큼 처리해야 할 잡무가 많았다.
그나마 동쪽 너울이 제일 멋있어 보이는 역할을 맡기에 볼리스는 여기서 나갈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다만…… 어떻게 뒷주머니를 찰 길이 없나 고민이 되었을 뿐.
헌데 때마침 들어온 제안은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다.
퇴근 후 술집에서 나온 볼리스에게 접촉한 ‘그자’가 요구한 건 세 가지.
첫째. 이번 봄 연회에 그가 경호를 맡은 회랑에서 사건이 벌어질 텐데, 여덟 시 삼십 분이 되기 전에 잠시 자리를 비울 것.
둘째. 사건이 벌어진 직후, 즉시 드리블랴네 가문에 가서 방을 수색하겠다고 항의를 할 것.
셋째. 항의 시각은 아홉 시에서 열 시 사이. 그게 끝나면 어물쩍 물러서서 발을 뺄 것.
몹시 수상쩍었지만 선금으로 받은 보수가 대단히 컸다. 이후에 주겠다고 약속한 액수도…… 그의 반년 치 연봉과 맞먹었고.
게다가 당초 의뢰 내용 그 어디에도 볼리스가 위험해질 만한 것은 없었다. 무슨 사건이 벌어진들 그는 그 자리에서 잠시 떠나 다른 기사와 담배나 피우고 있을 테니 용의자가 될 수 없다.
드리블랴네의 방을 수색하겠다고 우기는 건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진짜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미쳤다고 거길 들어가냐고.
어차피 하녀든 하인이든 누가 막을 테니 대충 윽박이나 좀 지르면 되겠지.
게다가 어른은 밤늦게까지 연회장에 있을 테니 심각한 문제가 생길 일은 없었다. 애들이 뭘 알겠으며 드리블랴네 공작 부인이 소식을 듣고 뛰어온다고 한들 열 시는 될 테니까.
‘하지만 내 사촌 여동생이 그렇게 큰 부상을 입을 거란 말은 없었잖아! 게다가…… 이건 또 뭐야. 애새끼들 주제에 뭘 이렇게 따박따박 따져대?’
잘못 물렸다.
그걸 직감한 볼리스는 이만 발을 빼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비비안의 하녀가 문제였다.
“흑, 의사가…… 의사가 총알을 빼냈어요! 우리 아가씨 몸에서! 거기에 드리블랴네 가문의 문장이 찍혀 있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 게다가 드리블랴네는 총을 만드는 가문이잖아요!”
충심인 건 좋지만 멍청하게 눈이 홱 뒤집혀서는!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총을 만든다고 다 쏘고 다니냐!’
그는 돈을 준다기에 이 황당한 사건에 한 마디를 얹은 것뿐이다.
어차피 드리블랴네가 범인일 리는 없다. 누가 비비안을 쏜 건지 몰라도 유야무야될 것이다.
원래 정치판이라는 게 그랬다.
누군가는 이 사건으로 이득을 보겠지. 피해자가 비비안이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거나 이미 이렇게 된 거, 볼리스는 제게 떨어질 이득이라도 주워 먹어야만 했다.
그런데-
‘젠장. 내 이름을 물어볼 줄이야. 진짜 상관에게 보고하면 어떡하지? 비비안이 걱정되어서 이성을 잃었다고 하고 근신 좀 하면 되려나?’
어쩌지.
까득거리며 손을 물어뜯던 그는 저를 노려보는 금색 동공에 흠칫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
아직 소년에 불과한 붉은 머리 남자애의 뒤로 이를 드러내며 낮게 울음을 뱉는 금빛 표범 한 마리가 보였다.
마치 거대한 달이 그의 죄를 굽어보고 있는 것처럼 위압적인 기세가 몰려들었다. 본능적으로 수상쩍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고루 분포해 있던 알파의 페로몬이 그를 향해 한 점으로 모여 내리꽂혔다.
“컥……!”
수, 숨을 못 쉬겠어.
누가 목을 조르는 것도 아닌데 호흡이 모자랐다. 컥컥거리던 볼리스는 끝내 무릎을 쿵 하고 꿇고 말았다.
“드리블랴네는 결백하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상대해 줄 시간은 없군.”
“하지만!”
“얼마든지 안을 살펴보게 할 수 있겠지만…… 자네가 총이나 총알을 숨기고 와서 방에 슬쩍 넣어두고 증거를 찾은 양 굴지 어떻게 알지?”
“그, 그게 무슨 소리세요? 지금 제가 비비안 아가씨를 해치기라도 했다는 거예요?! 제가 어떻게 우리 아가씨를!”
“글쎄.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경우,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용의자가 된다더군.”
이안은 이 소모적인 입씨름이 상당히 불쾌하고 피곤했다. 동시에 다시 한번, 이번 황궁 연회에 함께 온 것이 단테가 아니라 자신이라 다행이라고 여겼다.
‘이치들이 원하는 건 뭐지? 아니, 이 사건을 꾸민 자가 원하는 건?’
설마하니 드리블랴네를 범인으로 몰 수 있을 거라 기대한 것은 아닐 테고.
‘나와 플로린. 그리고 공작 부인은 연회장에 쭉 있었어. 본 사람도 많고 증명해 줄 사람도 많아.’
그렇다면…… 린다는?
“아아.”
순간, 깨달음을 얻은 이안이 입꼬리를 부드럽게 끌어당겨 올렸다.
‘린다를 찍어내서 플로린에게 경고를 하려 했구나.’
그것참, 악질이네.
이 일을 꾸민 자의 가문에서 하인이나 하녀를 어떤 식으로 취급하고 있는지 잘 알겠다.
‘범인은 얼마 전 티 파티에서 플로린과 사이가 나빠진 사람이겠지.’
제 모습은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몇 중으로 사람을 써서 올가미를 만들었다. 그 수완이 나쁘지 않았다. 이게 플로린과 엮인 일만 아니었더라면, 재미있었겠지.
‘그래서 이걸 어찌한다…….’
일단 방을 뒤지게 한 다음에 폼폼을 통해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게 나을 텐데…….
이참에 배후가 어디까지 손을 뻗어뒀는지 확인하는 게 낫겠지.
‘가주가 누가 될지 최종 선택은 플로린이 할 테지만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어내려면 성과를 보여야 해.’
드리블랴네가 말도 안 되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건 최악의 수. 위압적으로 찍어 눌러 입을 다물게 하는 건 하수다.
최상의 수는 여기서 혐의를 빠르게 벗고 이자들을 오히려 포섭하여 진짜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리라.
빠르게 계산을 마친 이안은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플로린이 한발 더 빨랐다.
“공정성을 위해 시녀장을 불러야겠네. 거기 너, 가서 시녀장을 불러와.”
턱을 치켜든 조막만 한 소녀가 눈을 부릅뜨며 지시했다.
“너는 연회장에 가서 드리블랴네 공작 부인을 모셔오고. 일을 잘하면 상을 주지.”
“그, 큼. 알겠습니다!”
새파랗게 타오르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소녀는 이런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당당했다.
척척 지시를 내리며 주변을 주무르는 모습에 이안은 저도 모르게 입가를 가렸다.
‘하여간 좋아하지 않을 틈을 안 주지, 너는.’
맹렬한 담비는 참지 않아.
이안은 자신과 같은 결론에 이른 게 틀림없는 플로린을 퍽 다정하게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었다. 그런 뒤, 억울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하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몰랐을 테니 단 한 번만 자비롭게 설명해 주겠다. 어차피 총알을 제작하는 건 드리블랴네뿐이니까 총알이면 당연히 드리블랴네 문양이 있어.”
“네……? 그게 무슨…….”
“그 총알을 누가 구매하여 네 귀한 아가씨에게 쏜 건지는 모른다는 뜻이다. 무턱대고 머리에 열이 오른 채 찾아와서 따질 게 아니라 지금 네가 있어야 할 곳은 네 아가씨 곁일 텐데.”
“……!”
“총기 사건이 벌어졌다 해서 판매자가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하나? 도의적으로 사건을 조사해 억울함을 풀어줄 수는 있겠지만 그건 가문에서 정식으로 해야 할 일이야. 그리 생각 없이 덤벼들 게 아니다.”
설명을 해도 하녀는 여전히 의심을 버리지 못한 눈초리였다.
멍청하고 단순하고 다혈질인 게 꼭 지금쯤 아무것도 모르고 잠이나 자고 있을 시커먼 멍청이를 떠올리게 하는데…….
속으로 단테를 욕하던 이안은 이내 싱긋 웃었다.
때마침 시녀장이 도착했다.
이 황당무계한 사건에 마무리를 지을 때였다.
“그럼 이제 마지막 의혹을 떨치게 해주지. 하지만 내 권한으로 조사를 허락하는 건 나와 플로린이 머무는 이 공간뿐이야. 공작 부인의 방은 너 따위가 헤집고 다녀도 되는 곳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