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71)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71화(7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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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시녀장이 몸수색을 한 뒤, 비비안 산드레아의 측근 하녀는 방을 뒤졌다.
린다가 정리해 둔 것들을 한참 들추고 다니고 침대 밑까지 쪼그리고 앉아 살폈지만 당연히 총기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시무룩해진 하녀는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와 이안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사과는 린다에게 해야지. 그리고 네가 엉망으로 만든 거, 전부 다 정리해.”
“죄송, 죄송합니다. 멋대로 의심해서…….”
쉽게 불이 붙어 씩씩거리고 또 가라앉고. 저런 성격은 이용하기가 참 쉽다. 그러니 비비안과 쥰, 둘 중에 굳이 비비안을 고른 거구나.
‘신분 차이도 의식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덤비는 성격이라니.’
나는 풀 죽은 하녀를 내려다보며 그 의사가 이 일을 꾸민 배후와 한패임을 직감했다.
일부러 총알을 보여주고 부채질을 했겠지. 그러면 이 하녀가 눈이 뒤집혀서 미친 듯이 달려 나갈 걸 알았으리라.
“끝났니?”
“이난나 님!”
그때, 와글거리며 모여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이난나 님이 등장했다.
아름다운 부채를 펼친 채 고상한 걸음으로 들어오신 이난나 님은 나와 이안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셨다.
“참 잘했구나. 내 소식은 일찍 들었으나 부러 나서지 않고 어찌 대처하는지 보았다. 둘 다 장하더구나.”
칭찬받았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난나 님이 오셨으니까 이제 저 하녀에 대한 처분도 결정될 것이다.
“어디 보자. 너는 이름이?”
“저, 저같이 천한 것의 이름을 여쭈시다니요.”
“천하다니. 너는 네가 모시는 이를 위해 노력한 게 아니냐? 그런 충정은 귀한 것이지. 이름을 말해보렴. 우리 집 하녀에게 진심으로 사과만 한다면 큰 벌을 내리진 않을 거란다.”
아, 회유하시는구나.
어떻게 보면 저 하녀는 비비안과 함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증인이다. 범인 얼굴은 못 봤다지만 이 방을 나가는 즉시 입막음으로 살해당할지도…….
나는 린다만 중요했기에 저 하녀의 안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역시 이난나 님은 삶의 경험이 달랐다.
“저, 저는 제시카입니다.”
“그래, 제시카. 일어나서 사과를 해야지? 잘못한 일은 바로바로 사과를 해야 한단다.”
“네에…….”
이난나 님께서 손을 뻗자 제시카가 홀린 듯 일어섰다.
린다는 아주, 아주 화가 나서 눈에 쌍심지를 켠 채 제시카를 째려보았다.
“미안……. 내가 잘못했어. 이거, 내가 다 치울게. 정말로 미안해.”
“흥. 큰 마님께서 엄청! 세상에서 제일! 자비로우셔서 이 정도로 넘어가는 거야. 너, 목숨 산 줄 알고 똑바로 살아. 앞으로!”
푸욱.
제시카는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을 억지로 참았다. 자신이 울 자리가 아니라는 건 아는 모양이었다.
“이런, 이런. 이리 온, 제시카. 그래, 네가 비비안 산드레아가 총격을 당했을 때 함께 있었다고?”
“네, 네에. 제가…… 제가 쓰러지는 아가씨를 받았어요.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그냥 피슷 하는……. 그 비슷한 소리만 들리고. 그런데 갑자기 아가씨께서 피를 흘리면서 쓰러지셔서…….”
“그랬구나. 많이 놀랐지. 내가 벌써 사람을 보내서 비비안을 마법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단다.”
“마, 마법으로요……? 마법 치료 비용은 어, 엄청 비싼데……. 그래서 후작님도 부, 부르고 싶어도 못 부르셨는데…….”
“그 정도는 우리 드리블랴네에서 도의적으로 지원을 해주어야지. 네 아가씨는 건강히 나을 테니 걱정 말려무나. 헌데, 그 흉악한 범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못 보았다고 했지?”
순간, 얼어붙었던 제시카가 눈물을 뚝, 뚝 흘렸다. 이번 것은 감동의 눈물이자 진심으로 반성하는 회한의 눈물로 보였다.
“저는……. 저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범인을 제가 보았어야 했는데, 아가씨를 받아 안느라 못 보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흐윽……. 이렇게 후, 훌륭한 분을 몰라 뵈고…….”
제시카가 눈물을 닦으며 몇 번이고 이난나 님의 앞에서 허리를 굽혔다.
그에 상황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자비로우시다. 맙소사, 나라면 그냥은 못 넘어가.”
“맞아. 나라도 채찍질을 했을 텐데.”
“그러면 뭐 해? 총과 총알을 개발하고 판 게 드리블랴네잖아. 저건 병 주고 약 주는 거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총이 제 발 달려서 산드레아 영애를 쐈나? 그걸 사용한 사람이 문제지!”
“뭐가 어떻든간에 지금 저 하녀를 용서하시잖아.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저런 귀족 본 적 있어?”
“마법사를 불러서 치료하는 게 돈이 얼마나 비싼데. 산드레아 후작가는 요즘 사업이 망해서 돈도 없다며.”
“그, 그건 그렇지…….”
그렇구나.
나는 이 순간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과 귀를 모두 열었다.
‘여기에서 여론이 형성돼. 만약 이난나 님이 제시카를 크게 벌했다면 그건 당연한 건데도 사람들의 입을 타고 드리블랴네를 공격할 창이 되었을 거야.’
그런데 이난나 님은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하고 품위 있게 대처했다.
결론적으로 제시카는 크게 감복해서 이난나 님에게 스스로 무릎을 꿇었고, 린다는 사과를 제대로 받았으며 구경꾼들은 드리블랴네를 오히려 좋게 보게 되었다.
‘따스하게 일을 해결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구나.’
이난나 님을 닮고 싶다.
나도 저런 공작 부인이 되어야지. 지금은 이난나 님을 돕는 것부터 하고.
“그런데 제시카. 네게 그 총알을 보여주었다는 의사, 누군지 기억하겠어?”
“네? 네, 네에. 염소 수인이었어요. 수염이 이렇게 있는, 나이는 50대 중후반의 남자예요. 이름은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그걸로도 충분해.”
나는 이난나 님을 바라보았다.
이난나 님은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셨는데, 아마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싶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일이 얼추 마무리되나 싶던 시점. 슬슬 피곤이 쌓여 눈꺼풀이 무거워지는데 또다시 낯선 이가 등장했다.
정말이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었다.
“저는 동쪽 너울 기사단의 부기사단장, 발터 딘입니다. 황후 폐하의 명령으로 용의자를 구속하기 위해 왔습니다.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 공작 부인.”
용의자? 그게 무슨 말이지?
눈을 비비며 억지로 서 있는데 이안이 다가와 창가에 걸터앉았다. 그렇게 키 높이를 맞춘 이안은 내게 어깨를 슬그머니 내어주었다.
“이 늦은 시간에 찾아와야 했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황후 폐하께서 주최하신 연회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이 생긴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 그래서 용의자란 누군가?”
발터 딘 경은 정말 바늘 하나 안 들어갈 것처럼 생긴 사람이었다.
이난나 님을 상대로도 딱딱하고 무뚝뚝한 태도를 고수하던 그는 이내 린다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 하녀를 보았다는 증인이 있습니다.”
린다? 린다가 용의자라고?
나는 눈을 거칠게 비비며 이안에게 기대어 있던 몸을 바로 세웠다.
눈에 핏발이 섰는지 엄청 따가웠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헌데 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 부기사단장의 뒤에서 웬 하인이 굽실거리며 나왔다.
“비비안 산드레아가 쓰러지던 당시, 이 하인이 중정에 있었습니다.”
“비비안 산드레아가 피격당한 장소가 회랑인가?”
“예. 연회장에서 나와 중정과 이어진 회랑을 지나던 길에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하인이 도망치는 범인의 얼굴을 보았다더군요.”
가짜 증인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다고?
‘이건…… 그래. 나에 대한 복수만 있는 건 아닌 거야.’
말을 꺼낸 건 셀리나일지 몰라도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을 허락한 건 어른들일 것이다. 드리블랴네 가문을 깎아내릴 기회를 놓치지 않았겠지.
“아니에요! 전 방에서 나간 적 없어요!”
린다는 억울함으로 가득 찬 얼굴로 곧바로 항의했다.
그러나 딘 경은 차갑게 되물을 뿐이었다.
“나간 적 없다? 그걸 증명해 줄 사람은 있습니까?”
“아니, 나간 적이 없는데 그걸 어떻게 증명해요?”
“그렇다면 알리바이는 성립되지 않는군요.”
“!!!”
기가 탁 막히는 일이다. 저런 논리면 누구든, 어느 가문 하녀든 다 용의자가 될 수 있었다.
뱃속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제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나는 이를 갈며 앞으로 나섰다.
“잠깐만요. 사람은 없지만, 증명할 도구라면 있어요.”
“도구라 하시면?”
“마탑주가 ‘직접’ 만든 마도구이니 성능은 확실하겠죠.”
내가 손을 까딱거리자 어딘가에 있던 폼폼이 팔랑팔랑 날아왔다.
헌데 폼폼을 보는 린다의 얼굴이 어째 파랗게 질렸다.
왜 저러지?
“공작 부인, 이 마도구가 무엇입니까?”
“그건 주변을 녹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 이걸 켜면 우리 집 하녀가 피격 시간 앞뒤로 침실에 있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겠군, 그래.”
이난나 님이 내 손에서 폼폼을 가져가셨다. 그리고 숨죽인 채 쳐다보는 모든 사람 앞에서 폼폼을 띄우고 가볍게 이큘리스를 주입했다.
그러자 과연 우리가 나간 직후부터 린다의 모습이 보였다.
“모든 모습을 다 볼 필요는 없으니 빨리 감기를 하겠네. 향후 증거물이 필요하다면 이걸 제출하지.”
“……알겠습니다.”
스르륵.
이난나 님이 이큘리스로 폼폼을 조종하자 화면이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린다가 어째서 사색이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동물화……?’
린다는…… 아무도 없을 때 동물 모습인 삵으로 돌아가 아주 늘어지게 잠을 잤다.
죽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동도 없이 자다가 배를 한 번 뒤집고 하품을 하다가…… 꼬리 끝을 까딱까딱거리며 또 자고…….
“…….”
그 모든 영상이 노출되고 만 린다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저 구석에 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의심할 여지없이…… 정말…… 거의 움직이지 않았구나, 린다…….
“……자, 이걸로 증명이 되었겠지요?”
“크흠. 예, 아주 잘 봤습니다. 몹시…… 곯아떨어져, 큼, 계셨군요.”
딘 경은 한 마디를 잇는데도 헛기침을 몇 번이고 했다. 그에 수치스러움을 이기지 못한 린다가 더더욱 어깨를 옹송그리는 게 보였다.
나는 그런 린다에게 다가가 혐의를 벗은 걸 축하하는 의미로 가만히 껴안아주었다. 부끄러운 모습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만 것에 대한 말 없는 위로였다.
이불 좀 발로 뻥뻥 차겠지만……. 힘내, 린다.
삵 모습도 귀여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