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73)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73화(73/173)
“그럼 결론적으로 셀리나 로이바이엄이 미래에 황후가 될 수 없다는 게 확정된 순간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겠군요.”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이안이 싸늘히 입을 열었다.
아버님은 이안 쪽으로 시선을 흘긋 보내더니 오만하게 턱을 까딱였다.
“현 로이바이엄 공작은 지독하게 황가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니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가차 없이 버릴 거다.”
“그렇다면 제 이부 동생인 유리가 황태자가 되면, 모든 게 해결되는 문제로군요.”
이안이 어조는 몹시 건조했다.
나 역시 거기까지는 생각을 진행해 둔 바였다.
“황후 폐하는, 음. 상상 임신 상태시잖아요. 그러니까 자신이 아기를 낳았는데! 그 아기에게 유리가 위협이 될까 봐 유리를 싫어하는 거잖아요.”
“그래, 그렇지.”
“그래서 드리블랴네의 대적자인 로이바이엄과 손을 잡은 거고, 로이바이엄은 황후의 그런…… 상태를 약간 이용하고 있는 거죠?”
“다 늙은 와이번이 황후의 망상을 부추기고 있긴 하지.”
아버님의 시원스러운 대답을 들으며 나는 황후를 처음 만났던 걸 가만히 떠올렸다.
큰일이 빵빵 터진 탓에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질 법도 한데 이상하게 황후의 배만큼은 기억에 남았다.
‘그 탁한 페로몬이랑 황후의 뱃속에서 이상하게 꿈틀거리던 거. 구정물이 흐르는 것처럼 새카만…….’
그걸 없애면 황후가 제정신으로 돌아올까?
“그럼요, 황후한테 망상을 할 필요 없이…… 진짜 임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면요?”
방금까지는 고착화되어 있던 현재 마도 제국의 정치 상황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진짜 ‘해결’은 지금부터였다.
나라는 존재가 하나의 돌멩이가 되어 호수에 떨어지면, 일어날 수 있는 파문.
나는 지금 어른들에게 그걸 제시하는 거였다.
“어떻게?”
“전 성녀잖아요.”
“흐음.”
“확신할 수는 없지만 황후 폐하는 정말 아픈 것 같아요. 제 눈에…… 뭔가 새카만 게 흐르는 게 보였어요. 보기만 해도 징그럽고 막 토할 것 같고 몸이 떨리는 뭔가였어요.”
진짜 무엇이었을까.
그건 모르겠지만 다시 상황을 차근히 되짚던 나는 어쩐지 내가 그걸 치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확신에 사로잡혔다.
시도해 볼 수는 있는 거 아닐까?
“그때 플로린의 상태가 이상했어요.”
“맞아요. 이안이 가려줘서 살았어요. 아니었으면 토했을지도 몰라요…….”
그랬으면 진짜 큰일 났겠지.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버님과 이난나 님을 돌아보았다.
이난나 님은 아주 신중한 눈빛으로 나를 살피다가 아버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들아. 너는 황후에게서 무엇을 보았느냐?”
“플로린이 본 것과 같은 겁니다. 다만 제게는 역겹기보다 편안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렇다면 플로린에게 실제로 성력이 있는 것 같으냐? 그놈의 성력이라는 것을 한 번이라도 직접 본 건 너 뿐이지 않으냐. 키락서스.”
“예.”
???
아버님이 너무 차분하고 아무렇지 않게 그렇다고 해서 나는 조금 당황했다.
아니, 물론 그럴 것 같다고 예상하긴 했지만……. 아버님, 지나치게 단언하시는 거 아니에요?
미리 알고 계셨는데 말을 안 해주셨던 걸까?
“성력으로 밀어낼 수 있을 겁니다. 별것 아닌 저주라.”
별 것 아닐 리가 있나요!
그렇게 쉽게 없앨 수 있는 거였으면 이미 황가에서 신관이라도 납치해서 치료하라고 했겠지.
그러니까 저건 적절히 필터링을 거쳐서 들어야 하는 말이다.
‘아버님은 해석하기가 별로 어렵지 않았으며 없앨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는 저주’지만 보통 사람의 일반적이고 평범한 기준으로는 ‘없애는 게 불가능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저주’인 것이다.
그렇게 듣는 게 옳았다.
“황후가 저주에 걸려 아이를 갖지 못했다?”
“합방은 꾸준히 하지 않습니까. 황제 역시 황후에게 아이를 주지 않을 생각은 아닙니다. 딸이길 바랄 뿐이죠.”
“저주에 관한 걸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건……. 그래, 최근에 플로린이 성력을 얻게 된 모양이로구나.”
“그렇습니다. 현명하신 어머니.”
포물선을 그리며 던져지는 대화를 따라잡던 난 눈을 깜박였다.
그럼 내가 황후를 치유할 수 있긴 한 거네?!
“대가로 로이바이엄과 관계를 끊으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이안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황태자가 유리가 되어야만 한다는 조항은 달아봤자 소용없을 겁니다. 어차피 지키지도 않을 테니까요. 다만 로이바이엄과 관계를 끊으라는 건 황후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겠죠. 대체할 다른 가문을 찾으면 되니까요. 아예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충성할 가문을 처음부터 키워도 될 일이고요.”
“제 아이에게 가장 좋은 가문을 붙여주고 싶겠지만 그것도 아이가 실제로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예, 할머니. 그리고 로이바이엄은 너무 규모가 큽니다. 욕심도 많죠. 지금이야 황후가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지만, 차후 로이바이엄이 제 황자나 황녀를 멋대로 주무르려 들 위험성이 충분히 있어요. 그걸 집중적으로 어필하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런 거 정말 좋다.
서로 제 의견을 입에 올리는데 이미 다들 생각해 놓고 있던 부분인 거.
그래서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바로바로 이해하고 대화의 가지가 뻗어져 나가는 게 무척 즐거웠다.
‘게다가 어차피 황태자는 유리야. 그 애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태어날 리 없어.’
원작을 알고 있다는 건 큰 힘이었다. 나는 황태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기에 지금 황후의 저주를 치유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난나 님, 아버님. 있잖아요.”
그럼 그건 거기까지 하고. 이제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지.
“황후가 로이바이엄을 내칠 바로 그 시점에요, 벨라디가 후계자로 준비가 되어 있으면 어떨까요? 그럼 셀리나는 실각하고 벨라디가 그 자리에 올라갈 거예요.”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이유는 뭐다? 셀리나가 린다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난 셀리나를 절대 잊지 않았다.
“그리고 벨라디가 후계자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지금 가장 힘들 때 드리블랴네에서 손을 내미는 거예요. 그러면 미래에 로이바이엄과 드리블랴네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겠죠.”
“맞는 말이구나.”
이난나 님이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랑 벨라디는 또래니까요. 친구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도울 수 있어요. 티 나지 않게요. 그리고 벨라디는 가문에서 상황이 지금 안 좋으니까…… 저랑 어울린다고 해서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확실히 그 가문에서 둘째 영애를 홀대하고 있지.”
“네. 그러니까 저한텐…… 벨라디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어떤 것에 재능이 있는지요. 정보를 구해주실 수 있으시죠?”
사다리가 보였다. 하나하나 짚고 올라가야 하는 것들이 눈에 선명했다.
그 끝에는 셀리나의 몰락과 나의 복수. 그리고 황태자가 된 유리가 있을 테지.
‘황후는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갖게 될 테니 드리블랴네에 큰 빚을 지는 셈이야.’
가문에 이득이 되는 결론이 나온다.
‘너만 수를 쓸 줄 알아? 너만 계략을 짤 줄 아는 것 같아? 어디 한번 두고 봐.’
황후와 거래를 하는 건 이난나 님이 맡기로 하셨다.
연회 기간이 지난 후에 뵈러 가게 될 테니 아직 준비 시간은 넉넉하다.
나는 발랄하게 손뼉을 짝 하고 쳤다.
“그럼 이제 제가 신성력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신성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겠네요!”
책으로 보고 공부하는 것엔 한계가 있으니까 신관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어딘가 보안이 철저한 곳에서 신관에게 신성력을 쓰는 법을 배우면 좋겠다.
‘하지만 차마 신관을 구해달라고 하기가 좀 그래.’
나는 아버님을 힐끔 보았다.
보통 이런 문제는 아버님이 잘 해결해 주곤 하셨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거라. 알맞은 사람이 있으니.”
“정말요? 그래도 어디서 멀쩡히 살던 사람 납치해 오고 그럼 안 돼요.”
“네게 내 이미지가 어떤지 심히 우려스럽구나, 플로린.”
“아니, 왠지 순진해 보이는 토끼 수인 사제님을 뒷덜미 잡고 끌고 오실 것 같아서…….”
나는 민망해하며 중얼거렸다.
하긴, 아버님도 생각이라는 게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진 않으시겠지.
“걱정 말거라. 합의를 보고 데려올 테니.”
목숨을 내놓을래, 따라갈래 이런 합의는 아니길 바라요. 아버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 그러고 보니 이안!”
“응?”
“전에 이안이 훈련받는다고 했잖아. 줄타기였나? 그런 거 잘하는 사람 혹시 없어? 이안 말고.”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꺼냈느냐면 방금까지 세운 건 장기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단기 계획을 짜야지.
오늘 밤에도 연회는 열린다. 내일도 모레도 그 이후에도 계속.
그때마다 셀리나가 자기 무리를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있을 걸 상상하면 갑자기 배가 아팠다.
“글쎄, 잘 모르겠는걸.”
“으음……. 그럼, 이난나 님! 연회 도중에 저희가 시내에 나가면 안 된다거나 하는 규칙은 없지요?”
당연히 그런 규칙은 없었다.
연회 도중에 장신구나 레이스 부채 같은 게 더 필요해지면 사러 가야 하잖아. 대 귀족이야 상인을 부를 수 있지만 하급 귀족들은 직접 시내에 나가야 하니까.
“오늘 연회는 참석하지 않을래요. 대신, 시내에 나가서 뭘 좀 사야겠어요.”
“그러려무나.”
이난나 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기에 나와 이안은 준비를 마치는 대로 둘이서 시내에 나가기로 했다.
“아, 그런데 이난나 님.”
이제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나는 이난나 님을 다시금 불렀다.
“저어, 유리가 안 보이던데요. 어제 연회에 황자가 참석하지 않은 거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난나 님은 이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순간 굉장히 안타까운 얼굴을 하셨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