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9)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9화(9/173)
“크흠, 저 볼록 배 좀 보십시오.”
“아주 복스럽고 귀엽군요.”
“당시 회의 때 장로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저 아이를 몰아붙였다 들었습니다. 참으로 너무하지 않습니까?”
“저리 조그만 성녀님을 못살게 굴다니!”
들려오는 말들이 아주 달다, 달아!
저번 회의 때 만났던 무서운 할아버지들은 다 사라지고 지금 이곳을 채운 건 4-50대의 가신들.
드리블랴네라는 공룡 기업의 각 계열사를 굴리는 실질적 사장들이라 보면 된다.
‘한 마디로 바깥에선 죄다 한 주먹 하는 권력자란 말씀!’
이 사람들에게 예쁨받으면 그냥 앞길이 탄탄대로였다.
“네 말대로 그 지역은 드리블랴네에서 통째로 매입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여전히 겨울이었기에 아주 싼값에 샀지.”
와, 동네 하나를 사들인 걸 싸다고 하시네.
내가 꿀 우유를 다 마시기를 기다려 주신 건지, 가주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주변이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졌다.
“이제 그 땅을 전부 갈아서 농지로 만들면 되겠느냐?”
“네……?”
“본디 밀 생산지가 아니더냐. 네 말은, 봄이 왔으니 밭을 갈아두라는 뜻이렷다?”
아니, 아니, 아뇨! 지금 무슨 소리세요!
기가 막혀서 고개를 번뜩 들자 가주님의 흑안이 재미있다는 빛을 띠고 있었다. 주변의 가신 아저씨들 역시 내가 무어라 대답할지 궁금해하는 투다.
‘아, 이거.’
시험이구나.
한 박자 늦게 깨달은 나는 우유로 축축해진 턱부터 일단 문질러 닦았다. 그런 다음 난 둔둔 배를 내밀며 뒤뚱거리고 일어섰다.
“크흐흠, 귀여워 죽겠군.”
“참으로 우유 냄새가 날 것 같은 아가야.”
“저리 작은 것을 본 적 있는가? 나는 일평생 처음이네.”
“하긴, 자네 가문은 곰이니까. 그리즐리 베어 가문에 덩치 작은 수인은 아무도 없지!”
이런저런 수군거림 앞에서 나는 앞발을 공손히 모았다.
가신 아저씨들이 일부러 잠깐 수다를 떨어 내게 대답을 준비할 시간을 준 걸까?
난 심호흡을 세 번 한 다음 당당하게 외쳤다.
“이딴 경매에 부틴 다움, 황가에 비쨔게 파새오(일단 경매에 붙인 다음 황가에 비싸게 팔아치우세요).”
봄의 증거. 그건 마도 제국은 물론이고 신성 제국까지 들썩이게 할 만한 커다란 사건이다.
지금 이 시점에 룩소리아의 값어치가 얼마나 될지 상상이나 가는가?
986년, 성녀의 봉인 이후 지금은 995년. 근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잃어버렸던 계절이 돌아왔다니. 그것도 딱 거기만!
‘만약 우리가 룩소리아에서 살자고 한다면 그건 소수만 누리는 특권이 돼.’
그렇다고 농지로 만들자고 하면 그래 봤자 그걸로 마도 제국 전체를 살릴 수는 없었다.
또, 얼어붙은 땅에 충분한 비료를 줘서 농작물이 자랄 수 있는 상태까지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상식이었다. 굉장히 의미가 있는 땅이지만 반대로 실용성은 전혀 없는 땅.
나는 담비 딴에 지을 수 있는 최고로 신뢰감 있는 표정으로 가주 할아버님을 올려다보았다.
“아주우 비쨔게 파라야 해요. 모두 깜딱 놀랄 만쿰(아주 주변에서 뒤집어질 만큼 경매장 역사상 최고액수로 불러서 파세요)!”
그래야 나한테 떨어질 돈이 많아지지.
다시 말하지만 드리블랴네는 악당인 것 치고는 성과와 보상 제도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룩소리아를 팔면 분명 내게도 그 대금을 나눠줄걸?
“그리구 이고는 지쨔 그삐 정보인데요…….”
“또 재미있는 정보가 있느냐?”
끄덕.
이제 가주 할아버님은 굉장히 즐거운 기색이었다. 의심에서 흥미로, 흥미에서 재미로. 그리고 이제는 즐거움으로.
나는 그 변화를 눈여겨보며 헤죽 웃었다.
“곧 봄이 와요. 온 세상에.”
그러니 룩소리아는 딱 지금만 황가에 가치가 있었다. 첫 번째로 봄이 돌아온 장소니까.
“그렇다면 전국에서 봄이 목격되기 전에 서둘러 룩소리아를 팔아버려야겠구나.”
“응!”
“황가 놈들, 대금을 치르고 나면 꽤 배가 아프겠는데!”
가주 할아버님이 테이블을 치며 껄껄 웃었다.
그에 가신 아저씨들도 음흉하게 웃었고, 나도 꽤 악당가 며느리가 될 애답게 씩 웃어 보았다.
‘아, 그런데.’
나 왜 이렇게 악당들이랑 죽이 잘 맞지……?
약간 심란해졌지만 주변에서 눈물까지 닦아가며 웃는 걸 보니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이게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알면 그 황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크하하핫, 상상만 해도 속이 시원하군요!”
“매해 세금에 기부금에 국경 수비금이니 뭐니 하는 명목으로 저희에게 수없이 떼어가지 않습니까.”
“그걸 되돌려 받는 셈 치지요. 크흐흑!”
으음, 아무래도 투자금을 어마어마하게 회수할 수 있단 사실보단 황실에 엿 먹일 수 있다는 게 더 좋은 것 같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이렇게 또 악당 가문에 적응해 간다.
이윽고 나는 가주 할아버님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할 말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어, 가주밈. 혹시…… 드리브랴네에 띠앗이랑 비료랑 이써요?”
“어차피 전국에 봄이 올 테니 드리블랴네에서 연구 중이던 씨앗과 비료, 모종을 팔아라?”
“네!”
“시장을 선점하라는 것이로구나. 곧 전국에서 비료를 필요로 할 테니.”
한 번에 알아들어 주셔서 좋네요. 역시 관록을 무시할 수 없다니까.
원작에서 드리블랴네는 군수업자였다. 그러니 총이나 폭탄, 인비저블 감시 골렘 제조 같은 연구에 많은 인력이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 공작 부인. 그분은 정령사야. 그것도 대지의 정령과 계약하신 분.’
그리고 공작 부인께서는 수많은 사람을 위하여 실내에서도 작물을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하셨다. 최소한의 영양분으로도 맛이 좋고 튼튼한 작물이 자랄 수 있는 방법을 황가에 제시하셨지.
덕분에 마도 제국의 백성들은 신성 제국에 비해 그나마 덜 굶주렸다.
‘그리고 그 연구로 인해 드리블랴네 가문에서 보유한 종자는 그 어느 가문에서 지닌 것보다 튼튼해.’
그걸 심으면 척박한 환경에서도 그럭저럭 자라 첫 수확을 거둘 수 있으리라.
그건 수확 이상의 의미를 갖겠지.
‘희망이라는 의미를.’
그런데 이 정보에 대해선 다들 어떻게 받아들일까?
‘암만 그래도 공작 부인의 연구까지 접목해서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여기며 경계하진 않을까?’
동글 귀를 까딱이며 고민하던 난 결국 이 자리에 없는 키락서스를 팔아먹기로 했다.
“아주 유능하구나. 어디서 이러한 정보를 얻었는지, 활용법은 어찌 생각해 냈는지는 묻지 않으마.”
“그…… 절반은 키티가 말해조써.”
“설마 그 키티라는 게 키락서스를 말하는 거냐?”
“……우응.”
키락서스라는 이름은 발음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난 대체할 수 있는 발음을 찾았고…… 그게 키티(Kitty)였다.
미안.
“푸, 푸하하하!”
“소, 소가주님을 지금 새끼 고양이라 부르신 겁니까?”
“배야, 아이고, 배야! 나 죽네!”
“우리 작은 아기 고양이 소가주님, 으화하핫!”
……이러다 가신 아저씨들이 나를 코미디언으로 알겠어.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 그럼 이 모든 정보에 대해 아기는 무얼 원하는고?”
“상, 조요?”
“그래. 드리블랴네는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져야 하는 탐욕스러운 성품이다. 그러나 반면에, 어떤 것도 그냥 가질 수는 없지.”
가주 할아버님은 지금 내게 드리블랴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건, 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구나!’
순간적으로 가슴이 두근댔다.
그건 일종의 ‘소속감’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지금까지 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외롭게 떠돌았으니까.
나도 이제…… 있을 곳이 생기는 거야. 공식적으로.
“네 성과에 대한 값어치를 네가 매기는 거다. 이런 경험이 쌓여 차후 네가 가문의 내정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된다.”
“네.”
“자, 다시 물으마. 넌 이번 일에 대한 값어치를 얼마로 매기고 있느냐?”
난 깨달았다. 여기서 연약한 척, 귀여운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봤자 재미없겠구나.
이 사람들은 그런 ‘아이’를 원하는 게 아니다.
‘지금 나는 갑자기 떨어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혜성 같은 거야.’
어차피 가주 할아버님은 물론이고 드리블랴네에 충성하는 가신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였다.
며느리 자리에 어울릴 만한 인재.
천성이란 바뀌지 않는다는 게 이 세계의 지론이다.
좀 수상쩍어도 상관없으니 내가 만약 용의 자식과도 같이 쓸모 있다면 이 사람들은 기꺼이 기존에 준비된 패를 버리고 나를 취할 것이다.
“…….”
나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얼굴들을 돌아보았다. 희미한 기대의 냄새가 났다. 나는 기꺼이 그 기대에 부응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드리블랴네.”
“뭐라?”
가주 할아버님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되물었으나 난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대답했다.
“드리블랴네를 갖고 시퍼요. 왜냐면…… 왜냐면…… 그게 제일 쪼은 거니까!”
아까보다 좀 더 명확해진 발음이 내가 지금 얼마나 신경 써서 말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런 다음, 나는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전에 애교를 덧붙였다.
“아이, 이뿌다도요.”
그런데 배를 내밀며 실컷 다 말해놓고 나니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그런데 나눈 오디에다 아이, 이뿌다 받지?”
사람이면 당연히 머리인데 수인인데다 심지어 담비 모습인 지금은 혼란스러웠다.
보통 강아지를 예뻐할 때면 배를 간질이지 않던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