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95)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95화(95/173)
세상에 이렇게 애교를 피우는 황자가 또 있을까?
‘꼭 안아주고 싶어. 어쩌지.’
태어난 지 며칠밖에 안 된 아기 양을 보는 것 같았다. 가슴이 마구 벅차오르고 손가락이 꼼실꼼실거렸다.
당장 저 복슬복슬한 머리칼을 마구 쓰다듬다가 여기저기 뽀뽀하고 싶은 충동에 나는 ‘으으’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단테가 고래고래 소리를 치던 게 귓가에서 마구 울려댄 탓에 차마 뽀뽀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리는 세상에서 제일 인기 있는 황태자가 될 거야!”
그러나 들끓는 덕심을 참지 못하고 그렇게 외치자 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플로린한테만 인기 있으면 되는데?”
“!”
이렇게 말문이 막히는 대답은 처음이다.
‘엄청 좋아. 좋은데……. 그렇다고 여기서 나한테만 인기가 있어 달라고 하면 안 되지. 안 되고말고.’
이 귀여움을 나만 보는 건 전 우주적 손실인걸?
게다가 유리는 만인에게 사랑받아야 마땅한 신분이고.
나는 어떻게 잘 풀어서 설명해야 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차근차근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백성들이 널 엄청 좋아할 거란 뜻이야.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겠어. 유리는 분명 역대 황제 중에 제일 사랑받는 황제가 될걸?”
원래 외모는 호감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잘 차려입은 꽃미모의 황자가 이 정도로 사랑스러우면 백성들의 애정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유리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바로 그 순간부터 화보, 소형 그림 카드, 실물 크기 등신대, 양털 모자를 씌운 조그마한 인형 같은 게 암암리에 팔릴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아니, 내가 나서서 팔지도 몰라.
‘그런 유리 옆에 이안이랑 단테가 있으면…… 얼굴 맛집!!!’
너무 행복해!
상상을 하던 나는 코를 막고 고개를 푹 숙였다.
“플로린은 내가 다른 사람한테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어?”
어느새 내 옆으로 폴짝 올라앉은 유리가 내게 상체를 기울이며 물었다.
나는 홀린 듯이 유리의 보랏빛 눈동자를 바라보다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난 모두가 널 좋아했으면 해.”
“흐응, 그렇구나…….”
유리는 뭐랄까, 손에 닿는 존재가 아닌 것 같아.
‘한평생 아이돌이나 배우에게 빠져본 적 없던 나인데……. 이런 게 덕통사고라고 부르는 건가?’
누군가의 매력에 세게 치인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겠다.
지켜주고 싶고, 순수한 모습 그대로 보호해 주고 싶다.
나쁜 것에 물들지 않게 내가 잘 보호해서 키우면 원작과는 다른 어른이 되지 않을까?
“누나가 원하면 그렇게 할게.”
그때, 유리가 나를 보더니 눈을 휘어 웃었다.
그렇게 ‘되고 싶다’는 소망이 아니라 그렇게 ‘하겠다’는 단정적인 표현에서 오만함이 묻어 나온다. 자신이 바라기만 하면 다 이뤄질 거라는 확신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저렇게 대답했으면 ‘아, 뭐야…….’ 할 것 같은데 유리는 그저 고개가 끄덕여졌다. 철철 흘러넘치는 끼와 애교가 무적의 개연성이니까!
‘유리는 오래 보고 있으면 심장에 많이 해롭구나.’
나는 가슴을 움켜쥐고 후욱 후욱 숨을 들이마시다 겨우 가라앉혔다. 그러곤 유리를 돌아보며 히 웃었다.
“그런데 유리야.”
“응, 누나. 왜요?”
“유리는 황자고 나보다 신분이 높은데 나한테 존대를 쓰니까 조금 이상해.”
“예법에 안 맞아서?”
“으응.”
사실 유리는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예법에 맞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히 내가 유리에게 존대를 써야 하고, 유리는 반말을 해야 옳다. 내게 ‘누나’라고 격의 없이 호칭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거고…….
수행인을 두지 않고 이렇게 단둘이서 수영장에 있는 것도 전국의 예법 교사들의 목덜미를 잡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름 말고 황자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해도 될까?”
수조에서 나온 직후이니까 취항식에서의 모습은 실수라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비행정 안과 아르칼리크 공국에서야 서로 뭐라고 부르든, 어떻게 지내든 크게 상관없겠지만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면 그때부터 유리는 갖은 눈길에 시달리기 시작할 터.
나는 유리가 ‘예법 하나 못 배웠다’는 말을 듣게 하고 싶진 않았다.
“싫어. 난 이름이 좋은데.”
하지만 유리는 만만치 않았다.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곤 뾰로통하게 대꾸하는 모습에 나는 저도 모르게 ‘유리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할 뻔하다 혀를 깨물어서 겨우 참았다.
“사람들이 흉을 볼 거야.”
“아닐걸?”
“……아냐?”
“응. 내가 그러고 싶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누나.”
가느다란 눈매가 야살스러웠다.
한참 홀린 듯 유리를 보던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황궁 예법이 생각보다 널널한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냥 유리가 아직 뭘 잘 모르는 거겠지?
“그리고 누나.”
하지만 내가 뭔가 생각을 잇기도 전, 유리가 내게 머리를 툭 기대왔다.
“나는 내가 누나 없으면 못 산다는 걸 다들 알았으면 좋겠는데.”
“……!”
“그래야 다들 태도를 똑바로 하지.”
“응? 그게 무슨 말…….”
물론 내가 유리를 구할 방법을 사방팔방 찾아다닌 건 맞지만, 그렇다고 유리가 나 없이 못 살고 그럴 리가 있나.
나는 좋으면서도 애매한 기분에 뺨을 살짝 붉혔다.
“그으냥……. 내가 누나 많이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누나라고 부를래. 아무도 뭐라고 안 할 테니까 걱정 말아요. 아까 황제도 괜찮다고 그랬잖아!”
폐하가 언제 괜찮다고 했더라.
그냥 유리가 통보했던 것만 기억나는데…….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유리가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입씨름을 포기했다.
‘이래도 되나 몰라.’
유리가 자꾸 ‘누나’라고 부르니까 나를 엄청 따르는 동생이 생긴 것 같아서 좋긴 해.
하지만 동시에 유리가 올바른 길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들었다.
‘뭐, 말이야 맞는 말이지. 신분으로만 따지자면 황자가 모든 귀족의 위인데……. 그런 황자가 제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려?’
상념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비치되어 있는 수건이나 가져와서 유리의 머리를 닦아주었다.
유리는 꽃처럼 헤헤 웃으면서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래도 옷이 다 젖어서 갈아입긴 해야 할 것 같았다. 구름 위의 나라의 기온이 어떨지는 몰라도 따뜻하지는 않을 것 같아.
“옷 갈아입고 다른 곳도 둘러볼까?”
“응!”
마도 제국에서 아르칼리크 공국까지는 최소 25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 있었다.
* * *
그렇게 유리와 몇 시간쯤 비행정 안을 탐방하던 나는 침실로 돌아가 잠시 쉬었다.
이후, 아버님이 저녁이 다 되었다고 알려주셔서 나왔는데-
“콜록, 콜록.”
“유리? 괜찮아?”
잠깐 수영을 했던 게 무리였던 걸까.
막 나와서 식탁에 앉는 유리가 잔기침을 했다.
“괜찮……. 콜록.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봐.”
안색이 파랗게 질렸는데?!
이안이나 단테는 몹시 튼튼했기에 내가 건강을 걱정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유리는…….
그때였다.
“가지가지 하는구나, 아들아.”
“제가……. 뭘, 콜록. 콜록!”
“허.”
황제 폐하가 유리를 보며 눈썹을 추켜세웠다.
걱정은커녕 오히려 질책하는 듯한 냉랭한 말투에 내가 다 상처를 받을 지경이었다.
“저어, 아버님. 제가 신성력을 써도 돼요?”
하지만 내겐 신성력이 있단 말씀.
난 곧바로 아버님의 소매를 붙잡으며 여쭤보았다.
우선 황족에게는 허락 없이 함부로 의료 행위에 준하는 것을 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허락을 구한 것이다.
“글쎄……. 폐하 생각엔 어떠신지?”
하지만 곧바로 허락이 떨어지진 않았다.
검붉은 와인잔을 들고 계시던 아버님은 픽 웃으며 황제 폐하를 보았다. 어느새 삐딱하니 몸을 기울인 황제 폐하는 유리를 위아래로 훑더니 혀를 쯧 하고 찼다.
“걱정이 받고 싶어 안달이 났군. 실컷 걱정받을 수 있게 해주지.”
“그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나는 큰 소리로 항의할 뻔하다가 상대가 아무리 그래도 황제라는 걸 깨닫고 입을 꾹 다물었다.
“괜찮……아. 별로 안 아파. 수조 바깥에 나온 적이 없어서……. 적응을 못했나 봐.”
찬물이 담긴 컵을 뺨에 대고 있던 유리가 내 소매를 살짝 잡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유리가 너무 착해서 눈물이 날 뻔한 나는 유리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열이 많이 나네. 이마가 뜨끈해.”
난 일부러 강조해서 말하며 황제를 흘끔거렸다. 이러면 신성력이든 마법이든 치료하라고 할 것 같아서.
그러나 황제 폐하는 유리가 불쌍하지도 않은지 칼같이 잘라냈다.
“놔둬라. 무엇도 할 것 없느니.”
……너무해.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나는 황제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
‘아버님은 나한테 저렇게 하신 적 한 번도 없는데. 유리는 심지어 사위나 며느리도 아니고 아들이잖아요.’
헌데 그런 와중에 유리는 착해빠져선 연신 괜찮다고만 했다.
“황의가 그랬어. 혹시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그래도 바깥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이니까……. 조금 참으면 될 거야.”
“유리야…….”
유리가 이렇게 연약할 줄 몰랐는데.
입맛이 뚝 떨어진 나는 내가 유리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잘 때 몰래 유리 방에 갈까?’
그래서 슬쩍 신성력을 쓰면 되지 않을까. 그게 지금으로서는 제일 좋은 방법 같은데.
물론 그러면 황명을 어기는 게 되겠지만-
‘황제 폐하는 아들이 눈앞에서 이렇게 아파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무정하게 술잔만 기울이는 거야?!’
이제 두 어른은 유리에게 관심도 없어진 듯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셨다. 유리는 얼굴이 발갛게 된 채로 그냥 멍하니 있었고.
결국 나는 유리의 귓가에 입술을 꾹 눌러 대고 소곤거렸다.
“오늘 밤에 찾아갈게. 내가 낫게 해줄 수 있어.”
그리고 다음 순간. 오한이 든 건지 가늘게 떨던 유리가 식탁에 머리를 쿵 하고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