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98)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98화(9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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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건 정말 신기한 기분이었다. 두 번 다시 못 해볼 경험을 해봤다는 것만 해도 여기까지 온 보람이 충분하달까.
구경이라도 실컷 하자 싶어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내 시야에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 기와를 얹은 웅장한 건물이 등장했다.
“와.”
“태양 섬의 궁전입니다. 역사의 흐름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예술품이기도 하지요. 멋지지 않습니까?”
화이란이 자부심을 가질 만큼 궁전은 굉장히 독특했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양식 건축’이라 부를 만한 것과 닮아 있기도 한데……. 또 이쪽을 보면 마도 제국이랑 비슷하고, 저쪽을 보면 아주 처음 보는 형식이고.
긴 세월을 지내오면서 궁전을 보수할 일도 많았겠지. 어느 건물은 새로 짓기도 했을 테고.
그래서 이런저런 건축 양식이 한데 섞인 모양인데 그게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궁전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네. 민가도 없고.”
“아아. 태양 섬은 신성지랍니다. 여기엔 왕을 가까이서 모시는 자들과 제사장, 수도승들 외에 일반 백성들에겐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서 그래요.”
내 질문에 화이란이 웬일로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었다.
그에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슬그머니 추가 질문을 던졌다.
“백성들은 그럼 어디서 살아?”
“백성들의 거주지는 화 섬과 수 섬에 몰려 있습니다. 아까 내리셨던 목 섬은 온갖 날짐승과 길짐승이 살고요. 사람은 얼마 없죠.”
“신기해. 각 섬의 특징도 궁금한데, 알려주면 안 돼?”
내가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자 화이란이 곤란하다는 기색으로 뺨을 긁적였다.
“으음, 원래는 안 되기는 하지만……. 제가 일전에 태양 섬, 월 섬, 화 섬, 수 섬, 목 섬, 금 섬, 토 섬이 있다고는 말씀드렸지요?”
“응, 그렇게 일곱 섬.”
“거꾸로 세어보자면 우선 토 섬. 그곳은 학자들의 섬이라 보면 됩니다. 문관들이 지내는 곳이죠. 모든 섬의 행정적 업무를 거기서 도맡습니다.”
탁.
화이란이 말을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구름이 궁전의 꼭대기 층에 도달했다.
“금 섬은 대장장이와 건축가의 섬입니다. 섬이 통째로 거대한 광산이고 그 안에서 여러 광물이 나와요. 가장 뛰어난 연성술사들이 모이는 섬이기도 합니다.”
“아하. 그러니까 각 섬마다 대표하는 직업 같은 게 있는 거구나!”
“그렇습니다. 목 섬은 새와 동물, 식물 등의 자연을 최대한으로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무인 섬. 혹은 자연 보존 섬이라고 부릅니다. 그곳에서는 새로운 종이 탄생하기도 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짐승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각 섬마다의 역할이 딱딱 나뉘어 있는 게 신기했다.
특히 목 섬은 나중에 꼭 자세히 구경해 보고 싶은데……. 내가 공주가 아니더라도 슬쩍 둘러보게 해달라고 하면 안 되려나.
“아, 그러고 보니 그쪽 공작님은 검치호를 조상으로 둔 가문이었지요?”
“그렇다만.”
“원시 검치호도 목 섬에 있습니다. 사람으로 탈피하기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궁금하시면 나중에 목희에게 말해서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호오.”
아버님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내 구름에서 제일 먼저 내리셨다.
그 뒤로 유리가 폴짝 내리더니 두 사람 모두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위험하다. 손잡고.”
“내 손도 잡아요, 누나.”
아니, 뭐 3층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아닌데 민망하게.
그래도 싫진 않았기에 나는 왼손으로는 아버님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유리의 손을 잡았다.
그런 뒤에 떨리는 마음을 꾹 누르고 한 발짝, 대전에 발을 들였다.
“…….”
그림자가 짙게 져 있는 내부는 사람도 없고 생활감도 없어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잔뜩 놓여 있기야 하지만……. 뭐랄까.
이런 곳에서 사는 건 참 쓸쓸할 것 같아.
“잠시 기다리셔야 할 테니 다음으로 수 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구름에서 마지막으로 내린 화이란이 손짓 한 번으로 연성을 해제하고 우리를 문 앞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도 대지 않았는데 문이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스스로 열렸다.
“수 섬은 백성들의 주요 거주지이자 어부들의 섬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아르칼리크에는 바다가 없기 때문에 빌려 써야 하지요. 지상의 각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바다에서 수산물을 채취하고 생선을 잡아 올린답니다.”
“뭐어? 이렇게 높은 데서 어떻게 그게 가능해?”
“그건 영업 비밀입지요. 아무튼 그래서 아르칼리크에서 제국 측에 사절을 보내는 겁니다. 바다를 좀 같이 쓰게 해달라는 거죠.”
아, 그래서 외교 사절단을 계속 보내오긴 한 거였구나!
대체 아무 정보도 주지 않으면서 어째서 사절단은 유지하는지 의아했었는데, 궁금한 게 하나는 풀렸다.
‘그런데 상상도 못한 일이어서 많이 놀라워.’
대체 어떤 방식으로 조업을 한다는 거야?
“그리고 화 섬! 이 륀 화이란이 다스리는 화 섬은 백성들의 주요 거주지이자 상업 지역이기도 합니다. 상인들의 섬이라고도 불리고요. 각 섬에서 생산된 물자가 한데 모여 화 섬에서 팔립니다.”
“북적북적하겠다.”
“활기차고, 사람 냄새나는 곳이지요. 제일 살기 좋습니다.”
화이란이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턱을 치켜들었다.
“그럼 월 섬은?”
“아, 거긴 군사 요충지입니다. 군인과 그 가족들이 살아요.”
“적이 없는데 군사가 필요해?”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 그 혼령도 지상인만 괴롭힌다며. 사실상 이 하늘을 혼자 지배하고 있는 건데 군사가 있을 이유가 뭐지?
“너희는 늘 준비하리라. 경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언제 쓰일지 모르는 군사력이라도 필요해질 테니 가이아노스께서 준비하라 이르셨겠지요.”
확실히 아직까지는 내 사고방식과 달라서 이해는 잘 안 되었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여기 태양 섬은 왕이 계신 곳이자 종교의 중심지입니다. 아르칼리크는 왕에 대한 믿음과 경외심이 강력한 나라예요. 그 믿음으로 모두가 살아가지요.”
“그런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왕의 삼천 년 치세 중 지상 사람이 이곳에 든 건 처음이네요. 여긴 대기실입니다. 알현을 허락하시면 이 앞쪽 문이 열릴 겁니다.”
“응, 그렇구……. 응?”
아니, 잠깐만.
나는 무심코 생각을 흘려내다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삼천 년??? 그럼 내 아빠일지도 모르는 그분이 삼천 살이셔?!”
“예? 예. 왕의 앞에서는 모두가 까마득히 어리지요. 살아 계신 저희의 신입니다.”
“대왕 할아버지 신!”
너무 놀라서 목에서 삑사리가 났다.
삼천 살이면 할아버지의 고대적 할아버지의 그 윗대 할아버지 아니냐고요.
‘맙소사. 제정일치라는 것도 잘 이해가 안 됐고, 산 사람인 왕을 신으로 추앙하는 것도 납득이 안 갔는데…… 이제야 알겠어.’
그 정도 연세인데 살아 계신 거면 신이 맞지, 음.
그러다 순간, 나는 왜 친부가 나를 데리러 오지 못했는지도 이해해 버렸다.
“과, 관절이 많이 아프시겠다…….”
내 신성력으로 낫게 해드리면 거동이 쉬워지지 않으실까? 나라도 그렇게 나이가 많으면 잘 움직이기 힘들 것 같아.
“난 그것도 모르고 조금 서운해했는데……. 죄송해라.”
“푸큭……. 과, 관절……. 크하학!”
그런데 화이란이 갑자기 괴상한 웃음을 터트렸다.
눈치상 내가 우스운 말을 한 거 같긴 한데, 뭘 저렇게 부들부들 떨면서 웃는담?
“크, 크흠. 이따 왕께서 시큰둥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따님인 게 확실해지시면 반응이 확 바뀔 테니까요.”
“으응. 삼천 살 할아버지니까 내가 다 이해해…….”
나는 새하얀 수염이 바닥까지 길게 늘어져 있는 부리부리한 눈의 할아버지를 상상하며 힘없이 대답했다.
지금까지 ‘아빠’를 떠올릴 때면 늘 ‘아버님’의 얼굴이 거기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당연히 엄청 강한 분일 거라고 생각했나 봐.
‘이런 게 조기 교육의 폐해인가?!’
생각해 보니 주변 어른 중에 약한 분이 안 계시잖아!
“어른도 약할 수 있다는 거, 나 잘 알아. 노인은 공경해야 한다고 배웠어.”
나는 제법 진지하게 말하며 가슴을 쭉 폈다.
이런 말도 할 줄 아는 나, 제법 기특해요.
“하, 할아버……. 노인이래, 크하하하학!”
헌데 화이란이 또 부들부들 떨었다. 입을 틀어막고 끅끅대는데 왜 이렇게 얄미운지.
난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아버님 같은 분을 상상했단 말이야…….”
심란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아버님이 어쩐지 몹시 즐거운 듯한 기색으로 내게 상체를 기울였다.
“친부를 상상하며 나를 대입했니?”
“네에. 그런데 아버님이 아니라 할아버님을 기준으로 상상했어야 했나 봐요.”
“나보다 멋있기는 어렵지, 아무래도.”
왜 되게 뿌듯해 보이시는 거죠……?
‘아, 그런데……. 아버님. 저렇게 즐거워하시는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아버님은 비행정 개발 이후로 급속도로 까칠해지셨다. 내겐 여전히 잘 대해주셨지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게 느껴졌었거든.
그런데 뭐어, 내 착각이 모두를 즐겁게 했다면 나쁘지 않았다. 아빠가 할아버지 나이일 수도 있는 거지, 암.
편견을 갖지 말자!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