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01)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01화(101/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01화
* * *
내가 별관에 도착했을 때, 카시스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오르카가 청의 수장에게 찾아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먼저 리셸을 만나고 있던 카시스 때문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아가씨, 실례하겠습니다.”
“들어와.”
그러던 중에 사용인이 방문을 두드렸다.
내가 대답하자 쟁반을 든 여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쟁반 위에는 진한 붉은색의 편지 봉투가 얹혀 있었다.
“아가씨 앞으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발신지는 황의 베르티움입니다.”
의외의 말을 듣고 나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베르티움에서 내게 서신을 보냈다니? 내가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알았지?
물론 굳이 바깥에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던 비밀도 아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는 둘째 치더라도, 무엇보다 베르티움에서 내게 서신을 보낼 만한 이유가 없었다.
“페델리안에서 내용을 확인했나?”
“아니요. 기본적인 검사만 끝마쳤습니다.”
기본적인 검사라 하면, 편지에 혹시 위험한 것이 들어 있지는 않은지, 혹은 삿된 주술이 걸려 있는 건 아닌지 등을 확인했다는 의미였다.
나는 쟁반 위에 놓인 붉은 봉투를 집어 들었다.
페델리안에서 검사를 마쳤다면 다른 위험성은 없을 것이다.
나는 사용인을 돌려보내고 소파에 앉아 서신을 열어 보았다.
안에는 네다섯 줄 정도 되는 짤막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통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낼 때 의례적으로 앞에 넣곤 하는 장황한 서술을 모조리 생략한, 담백하고 간략한 서신이었다.
[록사나 아그리체 양. 다시 만나 뵙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당신이 그리워하실 만한 것을 보냅니다.]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의문을 느끼며 봉투를 뒤집으니 그 안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금색 실을 엮어 만든 술 위에 붉은 보석이 달린 작은 장신구였다.
나는 그것을 보고 눈매를 잘게 찌푸렸다. 그 후 편지의 내용을 마저 읽어 보았다.
[머나먼 타지에서 보는 혈육의 흔적은 더욱 각별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깊은 향수에 젖게 만들지요. 제 선물이 마음에 드신다면 초대에 응해 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종이 위에 적힌 글을 읽을수록 점차적으로 기분이 싸늘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럼 당신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노엘 베르티움.]같잖은 수작질을 부리는군.
나는 노엘 베르티움이 보낸 편지를 다 읽고 삐뚜름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가 보낸 장신구에 있는 금사는 누군가의 머리카락이었다.
혈육의 흔적.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
노엘 베르티움은 지금 내 어머니를 자신이 데리고 있다고 나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상당히 불쾌한데.”
하지만 이게 정말 어머니의 머리카락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진짜 노엘 베르티움의 수중에 있을 리도 없다고 판단되었다.
아그리체에 있던 마지막 날, 나는 에밀리를 보내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라고 명령했다.
만약 그녀가 아그리체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면 저택 내의 안전한 곳에 피신시킬 생각이었다.
또 만약 아그리체를 떠나는 것을 선택한다면 그것 역시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미리 준비를 끝마쳐 두었다.
내가 어머니를 위해 마련해 둔 장소는 당연히 베르티움의 영역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그 후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게 알려지도록 만든 신호가 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내 직감이 이것은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러니 이건 분명 색이 비슷한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일 것이 분명했다.
지난번에 화합회 때 코피를 쏟으며 어수룩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내심 순박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런 비열하고 치사한 수를 쓰는군.
하기야, 소설에서 묘사된 노엘 베르티움은 아이 같은 순진무구한 얼굴 속에 영악한 일면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와 장신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노엘은 내가 깜짝 놀라 자신에게 달려올 것이라 여겨 이런 수작을 부린 것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았다.
“…….”
나는 눈앞에 내려놓은 봉투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툭툭 두드렸다.
그래도 확인해 봐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독나비와 교신이 되는 거리에는 한계가 있어서 지금 다른 가문의 땅에 확인차 직접 나비를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신 그리젤다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그리체에서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앞으로 한동안은 중립 지역의 경계 부근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 정도 거리라면 나비를 보낼 수 있었다.
아그리체를 떠나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그녀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답을 줄 것이 분명했다.
* * *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 할 일이 생겼어.”
“그래?”
그날 저녁, 별관으로 돌아온 카시스가 내게 말했다.
나는 하릴없이 침대에 엎드려 아까 보았던 노엘 베르티움의 서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카시스가 다가와 내가 있는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나도 몸을 움직여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다리에 머리를 올리자 카시스가 부드러운 손길로 내 머리카락을 쓸었다.
카시스는 조만간 5가문의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아그리체에서 있었던 일의 주역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카시스도 마땅히 얼굴을 비쳐야 하는 자리라고 들었다.
어쩐지 리셸과의 대화가 길어진다 싶더니, 역시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카시스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사실 아그리체에서 있었던 일의 대부분에는 내가 얽혀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뿐이었고, 그 극소수의 사람들은 나를 수면 위에 올릴 마음이 없는 이들이었다.
나는 아그리체의 파멸을 내가 이루어야 할 마지막 과업이라 여겼다.
그래서 그 이후의 일은 아무것도 상정해 두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후의 내 남은 수명이 얼마이든, 내 인생은 분명 아그리체와 함께 그날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물론 지금도 내게 무언가를 하라고 독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분명 이대로 나 혼자 언제까지나 이 자리에 멈춰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카시스를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내 미소를 본 카시스도 나를 따라 설핏 웃음 지었다.
베르티움에서는 페델리안에 있는 내 앞으로 공공연히 서신을 보냈다.
그러니 카시스의 귀에도 분명 소식이 닿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내색하지 않았다.
지난번 리셸의 집무실에 갔을 때 아그리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지 내게 먼저 확인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래서 나도 구태여 그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나로서는 다소 마음이 놓이기도 하는 일이었다.
만약 카시스가 내게 무언가를 물었더라도 솔직히 대답했을지 단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 어머니, 좋은 분이더라.”
내가 불쑥 꺼낸 말에 카시스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
카시스는 내 얼굴을 잠깐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마치 나와 그의 어머니가 나누었을 대화를 내 표정을 통해 유추해 내려는 것 같았다.
“실비아가 어머니를 많이 닮은 것 같던데.”
“외모상으로는. 성격은 별로 비슷하지 않아.”
다행히 내 얼굴에서 마음에 걸리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카시스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그래, 성격은 실비아보다는 당신이 더 어머니를 닮은 것 같았어.”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
내 머리카락을 쓸던 카시스의 손이 얼굴로 옮겨졌다.
이마를 훑다가 관자놀이 밑으로 내려와 얼굴선을 따라 미끄러진 손이 내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고개를 떨어뜨린 카시스가 이제까지 중에 가장 부드럽게 키스했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거칠고 성급한 입맞춤이 아니라 깃털로 간질이는 듯한 녹녹하고 나른한 입맞춤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감질나는 키스이기도 했다.
오래지 않아 고개를 들어 올린 카시스가 지척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턱에서 옮겨진 손이 물기에 젖은 내 입술을 느리게 매만졌다.
나는 입술을 벌려 그의 손가락을 잘근 깨물었다. 그러다가 혀를 내밀어 핥았다.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카시스의 눈이 금세 어둠에 침몰하듯이 가라앉았다.
뜸 들이지 않고, 곧바로 다시금 입술이 겹쳐졌다.
깊숙이 파고든 혀가 입 안을 거칠게 헤집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나는 카시스에게 깔려 침대에 완전히 파묻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