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05)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05화(105/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05화
“죄송합니다!”
사용인이 곧바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그녀가 손을 댔던 내 귀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서늘한 눈빛으로 발치에 있는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구두와 장갑을 고르고 있던 사용인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굳어있었다.
나는 싸늘히 읊조렸다.
“베르티움에서는 손님 접대를 이런 식으로 하는 모양이지? 장신구 하나 똑바로 바꿔 달지 못해서 몸에 상처를 내고 말이야.”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여인이 내 말에 다시 한 번 사죄했다.
“잘못했습니다, 아가씨. 제가 미숙하여 귀하신 몸에 상처를 입혔습니다. 부디 용서를…….”
“됐어. 피를 닦을 만한 걸 줘.”
옆에서 장신구를 정리하고 있던 사용인이 얼른 손수건을 건넸다.
나는 그것으로 피가 나오는 귀를 눌러 지혈했다.
사실 이건 귀를 건드리면 피가 나도록 일부러 내가 낸 상처였기 때문에 이 이상 그들을 타박할 생각은 없었다.
“흥이 식었어. 치장은 이쯤 하도록 하지.”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말에 사용인들이 아직 착용하지 못한 귀걸이와 팔찌를 얼른 내 눈앞에서 치웠다.
“다른 건 됐고, 미리 골라 놓은 장갑이 있다면 줘.”
“네, 준비해 두었습니다.”
나는 장갑을 착용한 뒤, 장신구 착용 담당이었던 하녀에게 말했다.
“이번은 실수이니 그냥 넘어가겠어. 다음에는 조심하도록 해.”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
그녀는 내 말에 안도한 듯이 감사를 표했다.
머리를 조아리다가 나를 올려다보는 얼굴에도 기쁨과 안심이 어려 있었다.
주위에 있던 다른 사용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순간, 아까 밖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기이한 감각이 또다시 나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슬쩍 미간을 찌푸리며 방을 나섰다.
* * *
“연회장까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록사나 양.”
방 밖에서 단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도 나처럼 연회에 어울리는 예복으로 갈아입은 뒤였다.
단테의 얼굴은 아까 보았던 것보다 확연히 파리했다.
그는 몹시 피곤하고 또 지쳐 보였다.
나는 아까 노엘 베르티움의 방에서 보았던 광경을 상기해 낸 뒤 침묵했다.
“베르티움은 상당히 재미있는 곳이군요.”
잠시 후 나는 입을 열어 단테에게 말했다.
“그렇습니까? 노엘 님이 들으시면 기뻐하시겠군요.”
“네, 이렇게까지 허와 실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곳은 본 적이 없으니까요.”
옆에서 걷던 단테의 시선이 내 옆얼굴에 떨어졌다.
그의 눈에는 이채가 어려 있었다.
단테는 내 말에 놀란 것 같기도 하고, 또 조금은 당황한 것 같기도 했다.
“물론 나를 위해 준비된 선물은 허상이 아니겠죠?”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입술 끝을 들어 올려 미소 지었다.
이렇게 웃고 있어도 그 말에 담긴 내용은 경고에 가까웠고, 단테도 내 시린 눈빛을 통해 그것을 알아차렸을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데, 기껏 보게 된 것이 가짜라면 실망이 정말 클 거예요.”
“그건…….”
곧 단테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술을 열어 대답했다.
“록사나 양의 안목으로 직접 판단하셔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그와 나는 잠깐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그래요. 내가 직접 판단하죠.”
그런 후 내가 먼저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단테와 나는 아무런 대화 없이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홀의 거대한 문 앞까지 갔을 때, 단테가 에스코트하고 있던 내 손을 놓고 정중히 인사했다.
“저는 여기까지만 허락받았습니다. 그럼 부디 안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록사나 양.”
그 후 소리 없이 육중한 문이 열렸다.
나는 단테를 뒤로한 채 밝은 빛 속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내가 완전히 안으로 들어서자, 등 뒤에서 조용히 문이 닫혔다.
나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연회장 안에는 경쾌한 음악과 밝은 웃음소리가 뒤섞여 파도처럼 강렬히 넘실거리고 있었다.
박자에 맞추어 화려하게 흔들리는 레이스 자락이 바위에 부딪혀 깨지는 하얀 포말 같았다.
“아하하하!”
눈앞에서는 수십 쌍의 남녀가 짝을 이루어 환하게 웃으며 춤을 추는 중이었다. 그들은 모두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래, 지금 이곳에서는 가면무도회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베르티움의 가면무도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때, 춤을 추듯이 유려한 움직임으로 다가온 누군가가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굽혀 앉았다.
“오늘의 주인공인 아름다운 숙녀분께 선물을.”
그 모양새도, 잇따라 읊조려진 말도 모두 연극을 하는 것처럼 익살스럽게 과장되어 있었다.
그는 검은 연미복을 입고 머리 전체를 감싼 앵무새 가면을 머리에 쓴 남자였다.
그가 내게 진상하듯이 내민 것은 붉은 벨벳 쿠션 위에 놓인 나비 모양 가면이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와 달리 그것은 얼굴의 앞쪽만 절반 정도 가리도록 되어 있는 형태였다.
나는 시리게 웃으며 그것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앵무새 가면을 쓴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또다시 과장 되게 인사해 보인 뒤, 아까처럼 사람들의 물결 속에 휩싸여 사라졌다.
나는 가면을 깨부수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그것을 얼굴에 착용했다.
내가 이 웃기지도 않는 촌극에 어울려 주는 이유는 나 역시 노엘 베르티움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불쾌한 공간에 발을 들였을 리가 없었다.
베르티움의 성은 낙원처럼 아름다웠지만 이곳에는 기묘한 위화감이 안개처럼 깔려있었다.
그것은 베르티움의 내부에서부터 소리 없이 비틀려 일그러진 틈새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 위화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 성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다 인형이었다.
나를 맞이해 주었던 사람들도, 또 내 치장을 도와준 사용인들도, 그리고 이 가면무도회장에서 지금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 아니 어쩌면 전부 다.
그들은 분명 소름이 끼칠 정도로 사람과 똑같은 외양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묘한 부자연스러움을 달고 있었다.
아까 보았던 사용인들의 표정에 내가 위화감을 느낀 이유도 그와 동일했다. 지금 내 눈앞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내 눈에 그들은 최선을 다해 ‘사람을 흉내 내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 흥에 취해 춤을 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 앞에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내게 길을 내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그 길의 끝에 있는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루나.”
춤을 추던 남녀가 양측으로 완전히 나누어져 마침내 드러난 홀의 중앙에는 검은 산양의 가면을 쓴 남자가 서 있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흰색 연미복을 입은 그가 나를 향해 양팔을 벌려 보였다.
“내 왕국, 베르티움에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해!”
미성의 목소리에는 벅찬 기쁨이 담겨 있었다.
곧이어 가면을 벗은 남자는 이미 예상했듯, 노엘 베르티움이었다.
밝은 주황색 머리카락이 샹들리에의 불빛 아래에서 꿀이 흐르는 것처럼 반짝였다.
연두색에 가까운 밝은 녹색 눈동자에도 그의 목소리에 담긴 것과 같은 감정이 넘쳐흐를 것처럼 가득 차 있었다.
“루나?”
나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반문했다.
서신에는 내 이름이 제대로 적혀 있었던 걸 보면 착각을 한 건 아니고.
그럼 설마 지금까지 혼자서 제멋대로 날 그렇게 부르고 있던 건가? 자기 인형들에게 마음대로 이름을 가져다 붙이는 것처럼?
게다가 지금 나를 대하는 노엘의 태도는 굉장히 서슴없었다.
나는 그것이 거슬렸다.
그를 보는 내 눈빛은 더없이 냉랭하게 가라앉아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노엘은 어지간히 들떠 있던 탓에 내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아, 정말이지.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해 왔는지 몰라.”
그는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내게 성큼 다가와 덥석 손을 붙잡았다.
소년 같은 얼굴 때문에 미처 몰랐는데,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을 보니 키가 제법 컸다.
“그래, 먼저 환영의 의미로 널 위해 준비한 내 선물을 보여줄게!”
나는 그의 손을 매정히 뿌리치려 하다가 곧이어 귓가를 파고든 말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오는 동안에도 네가 기대를 굉장히 많이 했다고 단테에게 들었어. 내 선물을 네가 마음에 들어 해서 정말 기뻐.”
처음 서신을 보낼 때와 달리 노엘은 더 이상 이 일로 나를 협박하거나 뜸을 들일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는 곧바로 내게 미리 준비했던 선물을 주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닉스!”
그런 후 노엘이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불렀다.
어느새 홀 안에 가득 울려 퍼지고 있던 음악 소리가 깨끗이 멎어 있었다.
“노엘도 참.”
미리 준비된 관람객처럼 모여 서 있던 화려한 남녀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아까 나에게 다가왔던 앵무새 가면을 쓴 남자였다.
“내 순번은 마지막으로 해 달라니까. 벌써부터 가진 패를 다 뒤집어 버리면 남은 환영 파티에는 무슨 재미로 있으라고?”
“하지만 루나가 궁금해하잖아! 그러니까 빨리 이리 와서 가면이 나 벗어.”
“뭐, 하는 수 없지.”
노엘의 말에 결국 앵무새 가면의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여트막하게 웃었다.
뒤이어 그의 손이 움직였다.
머리 전체를 감싸고 있던 가면이 마침내 남자의 얼굴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가 머리를 잘게 흔들자 구불거리는 금발이 약간 헝클어졌다.
어렴풋이 미소 짓고 있는 얼굴이 몹시 곱고 아름다웠다.
눈은 한쪽이 자홍색, 다른 한쪽이 호수처럼 맑은 푸른색이었다.
섬세하게 짜여진 이목구비와 얼굴 전체에 깔린 온화한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망막에 새겨진 것처럼 매우 익숙했다.
왜냐하면…….
그건 내가 꿈에서 매번 보던 아실의 모습이었으니까.
“안녕, 록사나.”
한순간 심장을 저릿하게 만들 정도로 그리운 미소를 짓고 그가 말했다.
“만나고 싶었어, 내 동생.”
아.
지금 이 순간, 만약 내 눈앞에 란트 아그리체가 살아있었다면 내 손으로 직접 그를 찢어 죽여 버리고 말았을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