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1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13화(113/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13화
불사의 인형 군단에 관심이 지대하던 란트이니만큼, 노엘의 새로운 연구에도 흥미가 동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면 그저 노엘을 구워삶기 위한 거래의 도구로써 쓸모없어진 시신을 이용해 적당히 구색을 맞추려 했을 뿐인지도 몰랐다.
마치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를 누군가에게 선심 쓰는 척 적선하는 것 같은 모양새로.
어느 쪽이든 란트 아그리체는 참으로 구역질 나는 인간이었다.
“사실 난 처음에 란트 아그리체가 내 취향에 맞는 아름다운 육신을 구해다 주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받아 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훌륭하더라고.”
하지만 록사나가 노엘에게 정말 듣고 싶었던 것은 시체의 제공자에 대한 내용만이 아니었다.
“특히 닉스는 정말 내 상상 이상이었어. 보자마자 첫눈에 반할 정도였다니까.”
노엘이 아련한 목소리로 덧붙인 순간, 록사나의 눈동자에 이제까지와 다른 한기가 번뜩였다.
시기상 란트와 노엘이 만나 인형의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실이 죽기 전이어야 했다.
아그리체에서는 폐기 처분 당한 시신을 고이 보관하지 않으니까.
만약 그렇다면…… 만에 하나의 경우, 란트가 노엘의 마음에 들 만한 아름다운 시신을 구하기 위해 아실을 죽였을 가능성은 없을까?
또는 노엘이 먼저 살아 있는 아실을 보고 반해 그의 육신을 달라고 란트에게 청했을 가능성은?
“노엘 베르티움. 당신…….”
록사나의 손이 서서히 미끄러져 노엘의 목덜미에 닿았다.
“혹시 아실이 살아 있을 때 그를 본 적이 있어?”
노엘을 응시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봄볕 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어루만지듯이 부드럽게 그의 목덜미를 배회하는 손길에는 명백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손끝이 지금 당장이라도 맞닿은 살을 찢고 그 안에 깊숙이 파고들 것처럼 곧추세워진 찰나…….
“아니. 내가 본 건 관 속에 들어 있는 시신뿐이었어.”
노엘이 아쉬움이 역력한 얼굴로 대답했다.
“뚜껑을 딱 열었는데 천사 같은 사람이 그 안에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래서 눈을 뜬 모습을 보고 싶어서 더 열심히 노력했어!”
노엘은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록사나를 바라보았다.
록사나의 붉은 눈이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이 마주한 얼굴을 예리하게 꿰뚫었다.
그때까지도 노엘의 목 뒤에 소리 없이 도사리고 있던 손길이 마침내 느리게 떼어졌다.
그래. 란트 아그리체가 아무리 베르티움의 인형술에 관심이 있었다 한들, 노엘에게 줄 시신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러 자식들을 죽이는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이유가 란트에게 그런 최소한의 인간적인 양심이 있었기 때문이라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저 단순히 수지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건 란트 아그리체가 시도할 법할 방법이 아니었다.
차라리 납치나 인신매매를 통해 미색이 뛰어난 소년 소녀들을 구하는 쪽이 훨씬 쉽고 간단했으리라.
거기에 폐기 처분 된 자식들을 끼워 넣은 것이야말로 덤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속이 시꺼먼 란트이니만큼 거기에 아무런 의도가 없지는 않았을 터다.
아마 나중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그것을 빌미로 삼아 노엘에게 수작질을 부릴 생각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노엘 역시 란트 못지않게 굉장히 놀라운 인간이었다.
록사나가 알기로 노엘은 그녀와 나이가 비슷했다.
그러니 란트에게서 시신을 양도받았을 당시의 노엘은 그토록 어린 나이에 사람의 시신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손을 댈 생각을 했다는 의미다.
황의 가문은 대대로 단명하기로 유명했고, 그래서 노엘은 상당히 어린 나이에 수장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그런 어린애를 일찍부터 구워삶으려 시도한 란트나, 그런 그에게서 연구용 시신을 뜯어내는 데 성공한 노엘이나 둘 다 참으로 기상천외했다.
노엘의 말을 들으면서 록사나는 여러 의미로 점차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 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마음에 걸리는 또 다른 부분이 있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제공받은 시체가 하나가 아니라는 말은, 설마 닉스 같은 존재가 또 있다는 의미야?”
“아니야. 유일하게 성공한 건 닉스뿐이었어. 그게, 나도 정말 우연히 성공한 거라서 어떻게 해도 두 번은 안 되더라고. 그래도 성공한 게 닉스라 정말 정말 다행이야.”
그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지금 한 말은 모두 사실인 것 같았다.
노엘은 록사나가 묻지 않은 인형술의 원리에 대해서도 설명을 늘어놓았다.
직접 손으로 빚은 인형의 몸을 각성시켜 종으로 부리는 것은 베르티움의 후계자에게만 전해지는 주술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형은 주인이 원하는 대로 명령을 수행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개중에서도 종속이 강하게 된 것들은 진짜 사람처럼 대화도 가능하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진짜 인간이 아니기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오감이 완벽하지 않으며, 몸속에 심장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 말했던 인형술과 사령술의 차이점까지 신이 나서 앞장서 설명했다.
아무래도 노엘은 닉스를 이용해 죽은 아실이 부활하기라도 한 것처럼 꾸며 록사나를 잡아 두려던 것마저 잊은 것 같았다.
그러다 노엘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록사나에게 물었다.
“아 참, 내가 없는 사이에 닉스를 만났다면서? 둘이 대화는 좀 나누었어?”
“조금은.”
그의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먼저 닉스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온 뒤인 것 같았다.
“베르티움에 조금 더 머물다 가기로 했다고 들었어. 난 대환영이야, 루나! 원하는 만큼 오래 오래 있어도 돼! 그냥 이대로 평생 나랑 같이 여기에서 살자!”
노엘은 몹시도 반색하며 록사나의 손을 부여잡고 눈을 빛냈다.
붉은 눈동자가 힐끗 노엘의 얼굴로 미끄러졌다.
그는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록사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틀.”
잠시 후 록사나가 자연스럽게 노엘의 손을 툭 쳐서 떼어 내며 가느다랗게 미소 지었다.
“난 앞으로 이틀만 더 머물다 떠날 거야. 그 이상은 안 돼.”
노엘은 록사나의 말에 크게 실망한 듯이 두 눈을 흔들었다.
“그, 그래. 그럼 이틀 동안이라도 나랑 같이 재미있게 지내자.”
그러나 그는 곧 애써 마음을 추스른 듯이 말했다.
록사나는 그런 그를 조금 전과 다른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 * *
어디를 가나 꽃이 만발해 있는 베르티움의 봄 풍경은 확실히 절경이었다.
“베르티움 말이야, 정말 아름답지 않아?”
하지만 막상 옆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하니 괜스레 반박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따분한 듯이 말했다.
“글쎄, 그냥 흔해 빠진 풍경 같은데.”
그러자 닉스가 그러냐는 듯이 나를 보고 희게 웃었다.
경치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인형이라니. 이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오늘도 직접 내 차 시중을 들어 주고 있는 닉스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오늘은 응접실이 아닌 야외에서 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에도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닉스와 나, 단둘뿐이었다. 그것을 먼저 요구한 것은 바로 나였다.
노엘은 생각보다 흔쾌히 그러라고 했지만 내심 조금쯤은 불만인 모양이었다.
닉스를 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질투의 감정이 녹아들어 있었다.
닉스를 이용해 나를 베르티움에 잡아 두려 한 것은 분명 노엘의 계책이었을 텐데, 막상 이런 상황이 되자 질투를 하다니. 상당히 웃기는 일이었다.
그래도 저녁 만찬 때에는 함께 식사를 하기로 약속한 것이 있어서 노엘은 순순히 물러났다.
“그 왼쪽 눈, 진짜 사람의 안구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내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르는 닉스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건 의안인가?”
지천에 깔린 꽃나무에 함초롬하게 피어난 하얀 꽃들이 꼭 알알이 맺힌 보석 같았다.
깃털처럼 흩날리는 꽃잎 사이에서 닉스가 시선을 들어 나를 응시했다.
그의 오른쪽 눈은 어머니를 닮은 푸른색이었고, 왼쪽 눈은 그의 뒤쪽에 있는 꽃을 닮은 자홍색이었다.
“응. 베르티움에 왔을 때 내 신체는 이미 손상되어서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해. 그래서 군데군데 복구가 필요했거든.”
닉스의 말처럼 아실은 부상을 입은 채로 죽었다.
최종적으로는 데온에 의해 심장을 꿰뚫려 죽었지만 폐기 처분을 받기 직전에 치렀던 마지막 월례 평가에서 눈을 크게 다쳤었다.
“당시에 노엘이 가지고 있던 안구 중 가장 상성이 좋은 것을 찾다 보니 결국 양쪽 눈의 색이 다르게 되었어.”
뭔가를 알고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니면 그저 우연히 겹치는 것뿐인지 몰라도, 닉스는 내 앞에서 죽은 아실을 떠올리게 할 만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반대로 나는 이렇게 닉스와 함께 있는 동안 그에게서 아실과 다른 점을 하나씩 찾아내는 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오늘은 차가 입에 맞았으면 좋겠네. 이번에는 좀 더 신경 썼는데.”
내 맞은편에 앉은 닉스가 상냥하게 웃으며 내게 차를 권했다.
나는 묵묵히 그가 원하는 대로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그 후 맛본 차는 확실히 어제보다 덜 달았다.
그리고 어제처럼 그 안에서 희미하게 이질적인 맛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