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14)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14화(114/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14화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확인한 끝에 나는 확신을 얻었다.
혀끝에 감도는 특유의 은은한 향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것은 몸의 오감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독이었다.
물론 독에 내성이 있는 내게는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양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다과 준비는 전부 네가 하는 거야?”
“응, 널 접대하는 건 내 손으로 직접 하고 싶어서.”
내가 차를 마시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자 닉스는 한순간 당황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곧 그의 얼굴에 천연덕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웃고 있는 닉스를 따라 나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실의 얼굴이 이토록 가증스러워 보일 수 있다니,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음, 전부터 궁금했던 게 있는데 물어도 되나.”
그러다 닉스가 조심스러운 어투로 운을 띄웠다.
나는 말해 보라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아실은 왜 죽은 거야?”
그 순간 찻잔을 든 손이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심장에 있던 관통상이 사인인 것 같다고 하던데. 아그리체에서 폐기 처분 당했다고 듣긴 했지만 이유가 궁금해서.”
뒤이어 닉스가 가볍게 웃으며 지나가는 듯한 어투로 덧붙였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내가 그렇게 쓸모없었나?”
나를 자극하려는 의도로 말을 꺼낸 것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아실을 ‘나’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가 아실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이유로, 한순간이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서 아실의 흔적을 느끼고야 말았다.
“쓸모없지 않았어.”
잠시 후 나는 입술을 벌려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아실은…….”
색이 다른 그의 두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 오빠는 쓸모없지 않았어.”
나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속삭였다.
내가 이 말을 해 주고 싶은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그러니 지금 이것은 내 자기만족일 뿐이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실의 육체는 내 기억 속에서처럼 열다섯 살의 모습 그대로 멈춰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나와 달리, 그는 여전히 소년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 사실에는 영원히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기에 새삼스럽게 속이 쓰리지는 않았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마신 차도 형편없었어.”
비어 있는 찻잔 속으로 하얀 꽃잎 하나가 날아와 사뿐히 내려앉았다.
닉스는 어쩐지 오묘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너한테 내줄 수 있는 시간은 내일까지지.”
나는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끝으로 말했다.
“마지막은 실망시키지 않기를 기대할게.”
더불어 나도 내일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생각이었다.
* * *
“단테. 너 이거 한번 먹어 볼래?”
단테는 닉스가 내민 것을 보고 오만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날 독살하는 것까지 노엘 님이 용서하진 않을 텐데요.”
그의 눈앞에 들이밀어진 것은 독을 넣은 차였다.
단테는 다소 짜증스러운 손길로 닉스가 준 찻잔을 밀어냈다.
닉스의 손에 들린 차뿐만이 아니라 트레이 위에 있는 각종 티 푸드들에도 소량의 독이 들어 있었다.
“아쉬워라. 여기에 죽어도 되는 인간은 너뿐이니 네가 먹어서 효과를 확인해 주면 좋을 텐데.”
“뭐요? 죽어도 되는 인간이라니, 굉장히 모욕적인 발언인데요?”
“이 건물에 있는 인간이라고는 너와 노엘뿐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걸 노엘에게 먹일 수는 없잖아?”
“그래서 나는 이걸 먹어도 된다고?”
닉스의 뻔뻔한 말에 단테는 뒷골이 당기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그냥 이제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보죠.”
닉스가 준비한 독은 소량만으로도 효과가 확실하기로 유명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록사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닉스로서는 굉장히 의아하고 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 여자, 지금 노엘하고 같이 있는 거 맞지?”
“네. 같이 화원으로 가는 걸 확인하고 오는 길입니다.”
록사나는 지금 노엘과 함께 있었다.
그래서 단테와 닉스는 록사나의 독나비를 염두에 두지 않고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방 안에 혼자 있을 때라면 또 몰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독나비를 꺼내지 않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닉스의 마안을 통해 록사나에게 독나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록사나 역시 베르티움에 있는 동안 그들에게 나름대로의 무기라 할 수 있는 독나비에 대해 들키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는 눈치였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옆에 있을 때 대놓고 마물을 부리는 모습을 보일 리 없었다.
물론 그것은 그들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독나비를 미리 심어 두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단테와 닉스는 그 사실을 몰랐다.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이었다.
독나비는 특히 희귀한 마물이었기 때문에 세간에 알려진 정보 또한 적었다.
그러니 마물에 능통한 휘페리온의 사람들 정도가 아니고서야 그런 부분에 대해 잘 모를 만도 했다.
어쨌든, 그래서 닉스와 단테는 지금 주위에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독나비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말을 이었다.
“이상하네. 독을 거의 어제의 두 배나 들이부었는데 왜 저렇게 멀쩡하지?”
닉스는 트레이 위의 찻잔과 티 푸드들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고민에 빠졌다.
지난번에 아그리체 근처에서 만났던 남자를 바로 죽이지 말고 록사나에 대한 다른 정보도 좀 캐내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닉스는 당시에 궁금했던 록사나의 행방과 아실에 대한 것만 그에게 물었었다.
그 점이 뒤늦게 아쉬워졌다.
그러다 마침내 닉스가 접시 위의 쿠키를 집어 들었다.
“나 잠깐만 후원에 다녀올게.”
“네? 갑자기 거긴 왜…….”
단테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닉스는 이미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잠깐, 닉스!”
다급한 부름에도 닉스는 날듯이 가볍게 뛰어가 순식간에 단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수상함을 감지한 단테가 황급히 그 뒤를 쫓아갔다.
하지만 날렵한 닉스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결국 단테가 다시 그를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숨이 턱까지 차 올라 기절하기 일보 직전인 상태였다.
그리고 뒤이어 시야에 들어온 광경을 보고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으웁, 컥.”
“음, 아직 반응이 없네.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하나. 아니면 하나 더 먹어 볼래?”
닉스의 해맑은 음성이 머리 위로 내리비치는 하얀 햇볕 속에 스몄다.
닉스는 어떤 남자의 멱살을 붙잡고 그의 입에 강제로 독이 든 쿠키를 밀어 넣었다.
남자는 그것을 먹지 않으려 버둥거렸지만 닉스의 우악스러운 힘 앞에서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곧이어 남자의 눈에 초점이 풀렸다. 닉스에게서 벗어나려 용을 쓰던 몸에서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닉스의 눈에 반짝, 빛이 돌았다.
“뭐야, 이거 효과 엄청 좋잖아?”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남자는 입에 거품을 물고 휘청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바로 그때, 남자의 뒤에서 분노 어린 음성이 날아와 꽂혔다. 닉스의 시선이 그 소리를 따라 앞으로 향했다.
닉스가 손을 놓자 멱살을 잡혀 있던 남자가 지푸라기처럼 힘없이 고꾸라졌다.
“너……! 도대체 뭘 먹인 거야!”
꽃나무에 가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후원에 연결된 길의 끝에는 아담한 건물이 한 채 더 솟아 있었다
닉스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었다.
그 후 그들은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보고 경악해 입을 벌렸다.
“그냥 가볍게 확인해 볼 일이 있었을 뿐이야.”
닉스는 말간 얼굴로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닉스가 한 짓을 보고 동요하며 분노하는 사람들과 반대로, 닉스는 독의 효과를 직접 확인해 답답하던 속이 맑게 갠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평소보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괜찮아. 죽을 정도로 위험한 약은 아니야. 뭐, 잘못하면 백치 정도는 될 수도 있겠지만.”
물론 그것은 닉스의 기준에서의 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