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19)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19화(119/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19화
노엘의 코에서 뜨거운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어지간히 화가 난 듯이 씨근덕거리며 인형에게 명령했다.
“너, 2번 창고에 가서 거기에 있는 애들 전부 꺼내 와.”
그곳에 있는 인형들은 모두 전투형 인형이었다.
단, 평소에는 쓸 일이 없는 데다 보수 작업을 하지 않은 지도 상당히 오래되어 성능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성질이 나서 도저히 이대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록사나가 이 사실을 알기 전에 어서 이 소동을 해결해야 했다.
혹시 그녀의 귀에 이 일이 새어들게 되면 아름다운 베르티움을 오해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노엘은 씩씩거리며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혹시 가까이에 있는 응접실에 소리가 들릴까 싶어 최대한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기분 탓인지 벌써부터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노엘의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록사나가 있는 이곳까지 폭도들이 들이닥치게 둘 수는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러기 전에 일을 끝낼 것이었지만, 만에 하나의 경우 이곳에는 닉스가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닉스는 전투용 인형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워낙에 아끼는 인형이어서 이것저것 기능을 추가하다 보니 능력치가 다른 인형에 비해 월등해진 이유도 있었다.
그때, 이번에는 다른 인형이 그를 찾아왔다.
“노엘 님, 단테 님께서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뭐라고!”
노엘은 저도 모르게 소리 높여 외쳤다. 이미 응접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 다행이었다.
단테가 다쳤다는 말에 노엘의 눈에서 불길이 일렁였다.
“빨리 가서 치료술을 가진 인형을 불러와! 단테는 죽으면 안 된단 말이야!”
그는 지금까지 조용히 복도를 이동하던 이유도 잊고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인형이 그런 그를 또 불러 세웠다.
“노엘 님, 단테 님이…….”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노엘은 1초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듯, 인형을 휙 지나쳐 소란이 들려오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인형은 순식간에 멀어지기 시작한 노엘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주인에게서 다른 명령이 없었기 때문에 인형은 맡은 일을 하러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러나 그가 향한 곳은 인형들과 사람들이 거칠게 뒤얽혀 있는 장소가 아니라 베르티움의 정문이 있는 방향이었다.
잠시 후 인형은 눈앞에 나타난 남자에게 그린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노엘 님께서 지금 바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카시스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인형이 노엘을 찾아가 전하려던 말은 단테의 부상에 관련된 소식이 아니었다.
노엘의 생각과 달리 인형이 미처 잇지 못한 말은 ‘단테 님이 자리에 없어서 부득이하게 노엘 님께 바로 소식을 전달하러 왔습니다.’였다.
본래 가문의 수장인 노엘에게 마땅히 알려야 할 일이 생기면 그의 심복인 단테에게 대신 말을 전하도록 인형들에게 명령어가 각인되어 있었다. 만사를 귀찮아하는 노엘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단테가 보이지 않아 노엘에게 곧바로 소식을 전하러 갔던 것이었다.
위그드라실의 회의 내용을 전달하러 온 사람을 안으로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인형들은 카시스에게 곧바로 베르티움의 문을 열어 주었다.
카시스는 웃고 있는 인형에게서 시선을 떼고 먼발치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묘하게 산만한 공기가 그에게까지 흘러들고 있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지요. 제가 안내를…….”
“안내는 필요 없어.”
카시스의 걸음이 인형이 안내하려던 방향과 다른 곳으로 움직여졌다.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으니까.”
물론 그가 찾는 사람은 노엘 베르티움이 아니었다.
* * *
“아까처럼 좀 더 떠들어 보지 그래?”
시야의 반쪽이 새빨갔다.
달구어진 인두로 지져지는 것처럼 아린 통증이 신경을 타고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갑자기 너무 조용해졌잖아, 재미없게.”
꽃보라 속에 아득히 번지는 목소리에 닉스는 시선을 들어 올렸다.
하얗게 부서져 나부끼는 꽃잎 사이로 그를 이렇게 만든 여자의 모습이 비쳤다.
아래로 늘어뜨려진 록사나의 손에서 붉은 피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그녀의 피가 아니었다.
록사나의 손에는 조금 전에 적출한 닉스의 자홍색 안구가 들려 있었다.
콰직!
그녀는 손아귀에 힘을 줘 단번에 그것을 부숴 버렸다.
온정 없는 붉은 눈으로 닉스를 응시하는 그 고아한 모습이 마치 타락한 지상에 내려온 악마 같았다.
“날 죽이면 네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질 텐데.”
닉스는 피가 흐르는 왼쪽 눈을 손으로 감싸며 짓씹듯이 읊조렸다.
그의 푸른 눈은 록사나를 맹렬히 노려보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협박이 아니야. 난 노엘의 소유인 인형이고, 넌 노엘의 초대로 베르티움에 온 손님이니까.”
제기랄.
록사나 아그리체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그녀의 말처럼 그를 여기까지 몰아넣기까지 정말 독나비는 필요치 않았다.
물론 응접실에서부터 이어진 공방으로 상처를 입은 것은 닉스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록사나는 부상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는 것처럼 여전히 팔팔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치명상이 아니기 때문인가.
닉스는 아까부터 록사나에게서 빈틈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녀에게서는 도무지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차후의 방법으로 테라스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온 참이었다.
노엘과 단테에게 상황을 전달할 연락책 겸 방패막이로 쓸 다른 인형들을 찾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림자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이것은 확연히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른 곳도 아닌 베르티움에서 네가 날 해치게 되면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을걸. 그걸 빌미로 노엘은 어떻게든 널 묶어 두려고 할 테니까.”
하여 방향을 틀어 소음이 밀려오는 곳으로 이동하던 중에 닉스는 그를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격양된 그 음성은 분명 후원에 있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그 아우성을 듣고 닉스는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소리 높여 닉스를 불러 찾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전해져 오는 선명한 악의에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저곳으로 가도 도움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에게 가해지는 위험만 증가될 뿐이리라.
문득 응접실 안에서 록사나가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도대체 어떻게 농간을 부렸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것이 그녀의 짓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어쨌거나 넌 페델리안을 통한 손님이지.”
아무래도 노엘과 단테도 저쪽에 발이 묶인 듯했다. 멍청한 인형들도 후원의 인간들을 막는 데 총동원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개미 새끼 한 마리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 말인즉, 닉스가 다른 도움 없이 자력으로 저 여자의 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럼 더군다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 아닌가? 네 패악에 페델리안까지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머리를 굴려 간교하게 속삭였으나 록사나의 얼굴에는 조금의 그늘도 지지 않았다.
“처지를 좀 더 똑바로 직시해야 하는 건 나보다 너일 것 같은데.”
잇따라 시야에 비친 싸늘한 미소에 닉스는 불현듯 얼굴을 굳히고 말았다.
“공식적으로 넌 오늘 베르티움의 사람들 손에 죽은 게 될 테니까.”
그 순간 닉스는 록사나가 이렇게 광역적으로 일을 벌인 목적을 명확히 깨달았다.
‘설마 지금 나를 죽인 다음 후원의 사람들에게 혐의를 덮어씌울 작정인 건가?’
살얼음이 낀 것처럼 냉엄하기 짝이 없는 붉은 눈을 보고 닉스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미친.”
닉스의 입에서 미처 삼키지 못한 욕설이 내뱉어졌다.
섬뜩하리만치 싸늘한 미소가 록사나의 얼굴에 피어올랐다.
“그나저나 그렇게 궁지에 몰린 시궁쥐처럼 주절거리며 떠드는 걸 보니, 다른 인형들과 달리 네 목숨은 여러 개가 아닌 모양이지?”
그 순간 닉스는 본능적으로 자리를 피했다.
퍼억!
하지만 곧바로 따라붙은 록사나가 거침없이 그를 공격했다.
그녀의 손에는 닉스가 몸에 소지하고 있던 단검 중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까 테라스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갈 때 닉스가 그녀를 따돌리기 위해 투척한 것을 잡아챈 것이었다.
쇄액!
날카로운 칼날에 스친 닉스의 금빛 머리칼이 일부 잘려 나갔다.
록사나는 고개를 비튼 닉스에게 다시금 손을 뻗었다.
마치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우아한 움직임이었다.
나부끼는 꽃잎 속에 비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상황에 맞지 않게 아름다워 보여, 아마 누군가 목격했다면 저도 모르게 감탄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사뿐히 앞으로 내디뎌진 걸음 끝에서는 반드시 붉은 피가 튀었다.
자비 없이 움직인 손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움직일 때마다 살이 갈라지고 피가 흘렀다.
닉스 역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겉에 남은 핏자국을 제외하고는 록사나의 몸에 생긴 상처의 흔적은 금세 사라졌다.
닉스는 몰랐지만 그녀의 몸은 자동으로 회복되고 있었다.
반면 닉스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그러나 치명상이라 할 법한 것을 몇 군데나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끈질기게 살아 움직였다.
하지만 한계는 확실히 존재했는지, 마침내 닉스가 눈처럼 쌓인 꽃무더기 위에 쓰러졌다.
록사나의 상처가 꾸준히 회복되고 있는 데 반해 닉스는 점점 큰 부상을 입어 가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독한 계집.’
닉스는 반쯤 자포자기하여 속으로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