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20)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20화(120/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20화
이렇게까지 큰 부상을 입은 것은 처음이었다.
상황이 참으로 거지 같았지만 그래도 아직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숨만 붙어 있다면 어지간한 것은 노엘이 고쳐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제길, 빌어먹게 아프네……..”
통각을 모르는 인형들과 달리 그는 고통을 느꼈다.
이 육체의 빌어먹을 단점 중에 하나였다.
록사나는 닉스의 앞에 서서 그를 시리게 내려다보았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닉스의 저항이 생각 이상으로 거세,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 지체되었다.
“네 목적은 이 몸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것이겠지?”
쿨럭, 몸을 떨며 피 섞인 기침을 토해 낸 닉스가 록사나를 향해 말했다.
“그럼 심장을 부숴. 내 혼을 붙들어 놓고 있는 건 거기에 새겨진 주술이니까.”
록사나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닉스의 말처럼 다른 치명상은 그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육체의 가장 약한 급소인 심장을 공격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결국은 아실이 죽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닉스를 죽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살랑.
머리 위에 있는 꽃나무에서 흰 꽃송이가 낙화했다.
피투성이가 된 닉스의 위로 빛과 꽃이 뒤섞여 떨어져 내렸다. 잠깐 허공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아까 눈을 뽑지 말 걸 그랬어.’
하얀 꽃무더기 위에 누운 닉스를 보고 록사나는 처음으로 조금 후회했다.
이질적인 자홍색 눈이 사라진 닉스는, 그의 모습이 온전할 때보다 한결 더 아실을 생각나게 했기 때문에.
그래도 록사나는 그의 마지막 숨을 끊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 순간, 닉스의 입술이 작게 달싹여졌다.
“사나야.”
애틋하게 느껴질 정도로 연약한 속삭임이 실바람에 섞여 귀에 번지는 순간, 록사나의 손이 멈칫했다.
그것은 찰나라 할 법한 정말 단 한 순간의 주저함이었다.
그 찰나의 간격 사이로 닉스의 손이 쇄도했다.
홰액!
하지만 그것은 록사나에게 닿지 못했다.
“지금 그 더러운 손을 어디에 뻗는 거지?”
록사나를 향해 곧게 이어지던 닉스의 손에서 피가 튀는 것과 동시에 나직한 음성이 귓가에 날아들었다.
그 직후 익숙한 손길이 록사나의 몸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그리웠던 사람의 얼굴이 시야에 비쳤다.
“카시스.”
모든 것이 불시에 일어난 일이라 록사나는 어째서 그가 이곳에 있는지 의문조차 표하지 못했다.
닉스와 적당히 거리를 벌린 뒤, 카시스는 록사나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이 한 차례 그녀의 몸을 시선으로 스쳤다.
핏자국을 발견한 그의 눈이 서늘해졌다.
그러나 큰 상처는 없었고, 일단 앞에 있는 방해물부터 처리할 생각으로 카시스는 다시 눈길을 앞으로 향했다.
“이건…….”
카시스의 얼굴이 일순간 온도를 변화시킨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록사나와 닮은 닉스의 얼굴을 확인한 직후의 일이었다.
“으, 악…….”
닉스는 카시스가 던진 단도가 스쳐 지나간 손을 부여잡고 신음하고 있었다. 반쯤 잘려 나간 손에서 피가 솟구치는 중이었다.
모순적이게도 인형인 그는 오히려 인간보다 더 고통에 취약해 보였다.
록사나는 고통 어린 그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온기 어린 감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카시스는 록사나의 그 시린 얼굴에서 무엇을 발견했는지, 더 이상 닉스를 공격하지 않고 손을 내렸다.
“닉스! 록사나 양……!”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귓가를 찔러 들어왔다.
단테였다.
아비규환 속에서 가까스로 먼저 빠져나온 그는 이마가 찢어졌는지 한쪽 얼굴이 피범벅이었다.
카시스를 발견한 단테가 주춤했다.
“카시스 페델리안…… 당신이 지금 왜 여기에?”
그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카시스를 보고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그에 카시스의 새파란 시선이 단테의 얼굴에 날아가 꽂혔다.
“질문은 내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첨예한 눈빛을 정면에서 받은 단테가 몸을 굳혔다.
“왜 록사나가 베르티움에서 위협당하고 있지?”
“위협이라니…….”
“저 남자가 록사나를 공격하고 있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단테의 눈길이 옆으로 휘익 날아갔다.
그의 말처럼 록사나의 몸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생겨 있었다.
닉스는 그보다 심했다.
‘젠장.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자세한 정황은 몰라도, 록사나에게 독을 먹여 베르티움에 묶어 두려 했던 닉스의 전략이 실패한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왜 응접실이 아니라 여기까지 나와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얌전히 건물 안에 있었으면 카시스 페델리안과 마주칠 일도 없었을 것을.
게다가 카시스 페델리안은 또 왜 하필 이런 공교로운 시점에 베르티움을 찾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저 얼굴은 기분 나쁠 정도로 록사나와 닮았군.”
잇따른 예리한 지적에 단테는 움찔 손끝을 떨 수밖에 없었다.
“루나!”
저쪽에서 노엘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전투 인형들을 이용해 후원의 사람들을 완전히 제압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매일 방구석에서 인형을 만드는 것이 일이다 보니 그는 이 정도 신체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듯했다.
뒤에 인형들을 달고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 노엘이 록사나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이게 뭐야! 다쳤어? 피가 나잖아!”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기색이었다.
록사나에게 달라붙어 호들갑을 떠는 노엘을 보고 카시스의 얼굴에 서린 한기가 한결 강해졌다.
록사나는 자신에게 서슴없이 뻗어진 노엘의 손을 매정히 쳐 냈다.
그러다 마침내 노엘의 눈에 록사나의 뒤쪽에 가려져 있던 닉스가 비쳤다.
“헉, 닉스!”
단테는 기민하게 분위기를 파악했다.
록사나 혼자만 있다면 또 몰라도 청의 귀공자까지 있는 이상, 지금의 상황은 영 좋지 못했다.
일단 목격자가 있으니 록사나를 공격한 닉스의 만행을 그대로 덮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닉스, 당신이 정말 록사나 양을 공격했습니까?”
만신창이가 되어 신음하고 있던 닉스의 시선이 단테에게 닿았다.
단테는 그런 닉스를 내려다보며 싸늘히 읊조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구제불능이군요.”
파삭!
단테가 장갑을 벗고 오른손을 뻗은 직후 닉스가 풀썩 앞으로 고꾸라졌다.
죽은 것은 아니고 기능을 멈추게 한 것이었다.
닉스의 몸이 일반적인 인형의 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기절시킨 것이라 보아도 무방했다.
일순간 오른손에서 빛나던 문양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아마 단테 역시 록사나의 심복인 에밀리와 비슷한 힘을 가진 것 같았다.
“니, 닉스!”
노엘이 바닥에 쓰러진 닉스를 보고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누가 보면 닉스가 죽기라도 한 줄 알 정도로 참담한 얼굴이었다.
“정말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록사나 양.”
단테의 손이 닉스에게 달려가려고 하는 노엘의 팔을 붙들었다.
“그는 인간이 아닌 인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완전하지요.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고장이 나는 일도 있고요. 그래서 예기치 못하게 이런 큰 사고가 일어나게 되었군요.”
그의 말을 듣고 카시스가 온도 낮은 목소리로 일갈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변명치고는 상당히 부실하군.”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단테의 말을 듣는 동안 록사나의 눈동자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망가진 저 인형은 저희 쪽에서 마땅히 처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모든 일이 닉스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던 것처럼 몰아갈 셈이었다.
록사나의 얼굴에 시린 미소가 번졌다.
“그 정도로 위험한 인형에게 내 시중을 맡기다니…….”
그래,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기꺼이 이용해 줄 용의가 있었다.
“초대를 받았을 때부터 느꼈지만 베르티움은 손님 접대를 늘 이런 식으로 하는지 궁금해지는데.”
그녀의 싸늘한 말에 노엘이 당황해 입을 벌렸다.
그는 록사나가 화를 낼까 두려운 듯이 안절부절 못하며 더듬거렸다.
“아, 아니야, 루나. 그건 오해…….”
“날 그따위 이름으로 부르지 마.”
유리 조각 같은 시선이 노엘의 얼굴을 꿰뚫었다.
그 순간 노엘은 심장을 틀어잡힌 것처럼 흡 숨을 멈추었다.
뒤이어 카시스와 록사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카시스의 고개가 작게 움직였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하라는 듯이.
“단테. 당신, 조금 전 내게 큰 실례를 저질렀다고 말했지.”
록사나는 이번에는 단테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렇다면 베르티움에서도 저 인형이 벌인 일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 여겨도 되는 건가?”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에 단테의 얼굴이 얕게 굳어졌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침묵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는 입을 열고 말았다.
“……그렇습니다.”
“하면 마땅히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어?”
단테는 다시금 입술을 다물었다.
어쩐지 상황이 뜻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노엘은 단테의 속도 모르고 그저 록사나의 기분을 풀어 주는 데 급급하여 맞장구를 쳤다.
“그럼, 그럼! 당연히 성의 표시를 해야지. 뭐든 원하는 게 있다면 나한테 말을 하…….”
“저 인형.”
그러나 이어진 록사나의 요구에 노엘은 입을 벙긋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 인형을 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