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30)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30화(130/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30화
* * *
다음 날, 옆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느낌에 절로 눈이 떠졌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밝은 햇살이 시야를 파고들었다.
그 사이로 카시스의 뒷모습이 보였다.
창문에서 번지는 광채 때문에 꼭 그의 몸에서 저절로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카시스의 결 좋은 은색 머리카락도 맑은 햇빛에 반짝거리며 빛났다.
그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옷을 입고 있었다.
나한테서 뒤돌아 있는 자세였기 때문에 카시스의 등이 한눈에 드러나 보였다.
몇 번을 봐도 참 예쁜 근육이었다. 3년 전 아그리체에 있을 때부터 느꼈지만 카시스는 뒷모습조차 미남이었다.
그런데 대리석 조각 같은 그의 등에는 간밤에 내가 긁어 놓은 손톱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
곧 하얀 셔츠가 카시스의 등을 덮어, 붉은 자국이 시야에서 가려졌다.
“그거, 없앨 수 있지 않아?”
내가 흘려보낸 목소리에 카시스가 뒤돌아보았다.
“일어났어?”
걸음을 옮겨 내게 다가온 카시스가 침대 위에 몸을 실었다.
“내가 깨운 건가? 좀 더 자도 돼.”
다정한 손길이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귓가를 간질였다.
나를 향한 그의 눈동자도 창밖에서 스미는 햇살처럼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곧 상체를 숙인 카시스가 흘러 내린 이불 위로 드러난 내 어깨에 입술을 내렸다.
눅눅한 온기가 내 몸 위에 짧게 머물다 사라졌다.
“등에 있는 자국, 따가울 것 같은데. 빨리 치료하지 그래?”
나는 조금 전에 보았던 것을 상기하며 다시금 그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만이 아니라 지난번에도 그랬던 것 같다.
카시스라면 내가 할퀴거나 깨문 자국들을 금방 지워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보면 카시스는 늘 그걸 몸에 그대로 달고 있었다.
아침뿐만이 아니라, 다시 돌아온 밤에 확인할 때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그냥 이대로가 좋아.”
카시스가 더없이 정결한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네가 남긴 거니까.”
그 어투가 너무 담담하고 곧아서 나는 잠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설마 하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게 정말 사실이었다니.
그보다 이 사람, 아무렇지도 않게 부끄러운 말 잘 하네.
그런데 거기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는 또 뭐람.
“카시스. 이리 와 봐.”
나는 잠깐 가만히 누워서 카시스를 올려다보다가 이내 상체를 반쯤 들어 올렸다.
그러고 나서 그에게 손을 내밀자 카시스가 말없이 내 요구에 따라 상체를 수그렸다.
나는 그의 목을 당겨 키스했다. 그저 입술만 잠깐 닿았다가 떨어지는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좋은 아침이야.”
그러고 나서 눈을 곱게 접으며 속삭였다.
그 순간 지척에서 마주하고 있는 카시스의 눈빛이 약간 변했다.
카시스가 손을 들어 그에게 닿아 있는 내 손을 감쌌다.
손등 전체와 손목을 덮은 손에서 약간 높은 체온이 전해져 왔다.
카시스에게서 갈등이 느껴졌다. 나는 그가 다시 내 위로 체중을 싣기 전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씻으러 가야겠어.”
허리를 바로 세워 앉자 시트 위에 헝클어져 있던 머리카락이 몸 위로 흘러내렸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이라 등과 가슴을 스치는 머리카락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제 카시스가 벗긴 가운은 테이블 밑에 떨어져 있을 것이었다.
나는 침대를 벗어나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걷는 동안 내 등 뒤로 카시스의 시선이 느껴졌다.
역시 카펫 위에 떨어져 있던 가운을 주워 걸치고 고개를 돌리는데, 불현듯 내 몸에 익숙한 손길이 닿았다.
“데려다줄게.”
어느새 다가온 카시스가 내 몸을 훌렁 안아 들었다.
“혼자 갈 수 있는데?”
“어차피 나도 가던 길이니까.”
내가 더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는 나를 안은 채로 걸음을 옮겼다.
아, 아무래도 본의 아니게 불을 지펴 버린 모양이다.
아니…… 하지만 나한테 정말 그런 의도가 조금도 없었던가?
스스로도 좀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 카시스에게 슬쩍 몸을 기댔다.
그날 아침 시간은 유독 빠르게 지나갔다.
* * *
시간이 좀 더 흘러 카시스와 나는 별관을 나섰다.
현재 우리는 닉스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지하 감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감옥을 부술 듯이 발악을 하더니 지금은 잠잠해졌습니다.”
이시도르가 옆에서 지하 감옥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주었다.
별관에서부터 따라온 올린도 함께였다.
“사람의 육체이기는 해도 약은 효과가 없더군요. 진정제를 투여했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닉스의 몸은 분명 인간의 것이었다.
하지만 노엘의 인형술이 거기에 깃들면서 평범한 사람의 육체와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부분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니 닉스를 보통의 사람처럼 생각하면 안 되었다.
이시도르의 말을 들은 카시스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작게 끄덕여 보였다.
“직접 가서 봐야겠어.”
“나도 같이 들어가겠어.”
카시스는 확고했다. 나도 굳이 그를 막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닉스가 있는 지하 감옥으로 함께 들어섰다.
* * *
끼이익.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고막을 찔러 들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페델리안의 지하 감옥에는 처음 들어와 보았다.
시야에 비치는 광경이 아그리체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일단 고문 기구가 없어서 그런가.
그 밖에도 페델리안의 감옥이 전체적으로 좀 더 쾌적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철창 안에 피에 절은 상태로 있는 닉스가 더욱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너……!”
벽에 기대앉아 있던 닉스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손목과 발목을 옥죄고 있던 족쇄의 사슬이 크게 흔들렸다.
철컹, 밀폐된 공간 안에 듣기 싫은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녕, 닉스. 어제 잠깐 얼굴을 봤었는데 기억해? 그래도 이렇게 인사하는 건 오랜만인 것 같네.”
나는 그를 향해 여상히 인사했다.
나긋이 흘려보낸 음성에 닉스의 눈매가 설핏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지금 너와 내가…… 이런 대화나 나눌 때는 아닌 것 같은데?”
형형한 눈빛과 달리 닉스는 곧바로 내게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는 잠깐 상황을 파악하는 것 같았다.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닉스의 예리한 시선이 맨 처음 내게 날아와 박혔다가, 곧 내 곁에 있는 다른 세 사람에게 차례로 미끄러졌다.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다시금 내게 고정되었다.
나는 그런 닉스를 향해 말을 이었다.
“상태가 좋아 보여서 다행이야. 어쩌면 네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물론 실제로 닉스의 걱정을 했던 것은 아니다.
“너, 그날 굉장히 많이 다쳤었잖아.”
온화하게 덧붙인 속삭임에 닉스가 입술을 꽉 다물었다.
나를 응시하는 눈빛이 한결 더 강렬해져 있었다.
지금 내가 일부러 자신의 신경을 긁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
나는 눈꼬리를 내려 그런 그를 향해 짐짓 안쓰럽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그러고 나서 지나간 기억을 음미하는 것처럼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날 내 손에 터져 나갔던 네 왼쪽 눈의 감촉이라든가, 네 살이 찢길 때마다 귀에 울렸던 비명이 아직도 생생한데.”
“닥쳐……!”
나로 인해 위기에 빠졌었던 베르티움에서의 일을 상기하는지, 악물린 닉스의 입에서 아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카시스의 서늘한 시선이 그런 닉스에게 꽂혀 들었다.
하지만 카시스는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지하 감옥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이야기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닉스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너, 도대체 목적이 뭐야?”
잠시 후, 흥분을 가라앉힌 닉스가 내게 물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감옥에서 난동을 피웠다는 말이 거짓인 것처럼 닉스는 제법 침착한 태도였다.
“날 데리고 와서 이런 곳에 가둬 놓은 목적이 뭐냐고?”
하지만 그의 눈동자 안에 뿌연 안개처럼 어린 감정의 잔상을 나는 발견해 냈다.
차분함을 가장하고 있긴 했지만 그는 약간 불안해 보였다.
그 순간 불현듯 어떤 깨달음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닉스는 일찍부터 의식을 잃고 있던 상태였으니, 자신이 어째서 베르티움을 떠나 이곳에 있는지 이유를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이후에 노엘과 우리 사이에 오간 대화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닉스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카시스의 말을 들은 단테가 싸늘한 태도를 보이며 그를 기절시킨 것인가.
나는 마주한 얼굴을 잠깐 말 없이 바라보았다.
내 침묵이 길어질수록 닉스의 푸른 눈동자에 어린 얕은 파문도 점차 크기를 불려 가고 있었다.
“목적이라……. 글쎄.”
일부러 불분명하게 대꾸하자 닉스가 더 짙은 한기를 흩뿌렸다.
“말장난하지 말고 바른대로 말해.”
나는 고개를 슬쩍 기울이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야?”
그러다 곧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하긴, 네가 베르티움에서 했던 짓들이 있으니 당연한가.”
내 말에 닉스가 미간을 구겼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입술 끝을 끌어 올렸다.
“지금은 상황이 반대가 되었네. 물론 난 네가 그랬던 것처럼 너한테 독을 먹인다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어차피 너한테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