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4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43화(143/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43화
한순간 멈칫한 사이, 데온이 내 목을 과격하게 움켜잡았다. 그의 거대한 손이 단숨에 내 목줄기를 꺾어 버릴 것처럼 옥죄었다.
나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마주한 얼굴을 직시했다.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는 붉은 눈동자가 내 앞에서 수없이 깨져 나갔다.
잠시 후, 누구를 향하는지 모를 조롱 어린 냉소가 눈앞에서 피어올랐다.
“정말 웃기는군.”
스륵.
나직한 읊조림이 귀에 울린 직후, 내 목을 거세게 조이고 있던 악력이 약해졌다.
데온이 내게서 완전히 손을 떼고 나서, 이번에는 내가 팔을 들어 그의 뺨을 내려쳤다.
철썩!
데온도 전혀 온도의 변화가 없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를 향해 싸늘히 말했다.
“내 몸에 함부로 손대도 좋다고 허락한 적 없어.”
데온과 나는 한동안 날카로운 시선을 교환했다.
먼저 뒤돌아선 것은 나였다.
그 언젠가 비 오는 날 아그리체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데온을 등진 채 걸었다.
옆에서 시끄럽게 쏟아지는 비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을 휩쓸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 *
카시스와 데온이 만났다.
어쩌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데온의 입으로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쩔 수 없이 동요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설령 데온과 맞닥뜨렸다 해도 카시스가 무사하리라고 믿었다.
그래도 마음 한편이 묵직한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내 신경이 더 예민해지기 전에 페델리안이 위그드라실에 도착했다.
어젯밤까지 폭우가 쏟아졌던 것이 꿈인 것처럼 맑게 갠 날씨였다.
나는 내 방에 있는 테라스에 나와 혼자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제레미가 들렀다 간 것을 제외하고도 몇 차례 손님이 찾아왔었지만 방에 없는 척하고 모두 돌려보냈다.
그러던 중 나는 페델리안의 행렬이 위그드라실에 들어서는 것을 목격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마침내 땅을 밟고 내려서는 카시스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완전히 편안해졌다.
일부러 눈에 잘 띄는 테라스에 나와 있었기 때문에 그 역시 나를 어렵지 않게 발견한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시선을 맞대고 있었다. 이렇게 있으니 꼭 카시스와 내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이윽고 카시스가 나를 향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움찔 눈매를 찌푸렸다.
……그렇구나.
베르티움은 페델리안의 행렬을 방문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분명 단테라면 위그드라실에 들어오기 전에 닉스를 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혹시 우리가 판단을 잘못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변수가 있었나?
페델리안의 마차 안에서 포대에 둘둘 말린 짐덩이 같은 것이 하나 실려 운반되는 것이 보였다. 아마 저것이 닉스일 것이다.
그것 말고도 데온을 만났던 일에 대해 카시스에게 들어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카시스는 페델리안의 모두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다른 사람이 그를 재촉할 때까지 계속 같은 자리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라, 결국은 하는 수 없이 내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다시 테라스에 나가 보았을 때, 카시스는 없었다.
그래서 나도 안심할 수 있었다.
* * *
페델리안이 위그드라실에 들어온 이후, 각 가문의 수장들이 비밀리에 소집되었다.
닉스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
내가 미리 언질해 준 게 있었기 때문에 제레미는 그리 놀라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와 별개로 충격은 피할 수 없었던 듯했다.
그는 회의실에서 돌아오자마자 내 방을 찾아와 잔뜩 구겨진 얼굴로 열변을 토했다.
“그게 뭐야. 인형이라더니, 완전히 진짜 사람이잖아. 더군다나 누나랑 닮았어, 존나 짜증나게. 게다가 그 몸이 진짜 아실 시체라고? 완전 개소름…… 아니…… 어,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제레미는 한참 속에 든 말을 쏟아 내다가 문득 멈칫한 뒤 내 눈치를 보았다.
어제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제레미와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서로 털어놓았다.
그렇다 해서 내가 지금까지 페델리안에 머물렀다는 말은 솔직히 꺼내기 어려워서, 일단은 아그리체를 나와 방황하다가 베르티움에 홀러 들어가 아실의 인형을 만났던 것으로 해 두었다.
그러다 위그드라실의 회의 결과를 알려 주러 때마침 베르티움에 방문한 카시스가 아실의 인형인 닉스를 발견하고 그를 회수해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누나는 괜찮아?”
마침내 제레미가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그건 아실이 아니니까.”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
제레미에게 들어 보니 아직 베르티움에 대해 이렇다 할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일단 오늘은 각 가문의 수장들이 닉스의 존재를 확인하는 선에서 이야기를 마쳤다고 들었다.
닉스는 위그드라실의 어딘가에 갇혔다고 한다.
제레미의 말에 의하면 어째서인지 그는 넋이라도 빠진 것처럼 기운 없이 축 처져 있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미리 심어 둔 독나비를 통해 확인한 결과 그 말이 정말이어서 나는 의아해졌다.
페델리안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에만 해도 닉스는 어떻게 해서든 내 속내를 간파하려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예상과 달리 이동 중에 베르티움이 나타나지도 않았고, 또 결국은 그의 기대와 달리 목적지가 베르티움이 아닌 위그드라실이었던 셈이니 오히려 지금쯤 분개해 발광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닉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니 조만간 직접 그를 볼 일이 있을 것이다.
수장들은 일단 입막음을 약속하고 자리를 파했다고 한다.
그건 당연한 결론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베르티움이 위그드라실에 도착하지 않았고, 또 기본적으로 이번 모임의 취지는 ‘친목회’였다.
그런 만큼 벌써부터 닉스에 대해 떠들어 대면 가문들 간의 친목이 형성되기는커녕 오히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만 할 것이 분명했다.
나도 이번 친목회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이 닉스뿐만인 것은 아니어서, 곧 그의 생각을 미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결 성대한 연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제레미와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각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 섞이지 않고 따로 낮 시간을 보냈다.
아마 연회장 안의 풍경도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 홀에 들어서자마자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들처럼 무리 지어 있는 각 가문의 사람들이 보였다.
특히 아그리체와 페델리안은 정반대에서 한껏 곤두선 기운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그리체가 유독 심했다.
지난겨울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사람은 지금 이곳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연회장 안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기어가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다른 가문의 사람들은 저마다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며 아그리체와 페델리안을 주시하고 있었다.
각 가문의 수장들이라도 나선다면 양상은 조금 달라지겠으나, 그들도 일단 지금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레…… 아니, 수장!”
제레미와 나를 발견한 아그리체 사람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요?”
이런 비유는 좀 그렇지만, 그들은 마치 놀이터를 차지하려고 다른 아이와 싸우다가 엄마를 발견한 어린애처럼 우리를 격하게 반겼다.
아그리체의 무리 속에 데온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페델리안 쪽을 응시했다.
언제부터인지, 카시스는 이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서 실비아도 나를 보고 눈을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잠깐 내리깐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뒤 나는 제레미에게서 손을 빼냈다.
“누나?”
제레미가 의아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곁에 있던 아그리체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들을 향해 미소 지었다.
“이번 위그드라실의 모임은 다섯 가문 간의 친목을 위한 것이니 취지에 맞는 일을 해야지.”
그런 뒤 나는 자리에서 발길을 돌렸다.
긴 치맛자락이 물결처럼 내 발목을 감쌌다. 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연회장 안에 작게 울려 퍼졌다.
별안간 내 걸음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확인한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곳곳에서 후욱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나는 오직 내 앞에 있는 한 사람만 보고 흔들림 없이 걸음을 내디뎠다.
“카시스 페델리안.”
그리고 마침내 가까이에서 마주하게 된 사람을 올려다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샹들리에의 불빛을 받은 카시스의 금색 눈동자가 다른 때보다 깊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려 그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오연하게 요구했다.
“오늘, 내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드리지요.”
사실상의 에스코트 요청이었다.
그 순간 연회장 안에 벌떼 같은 소음이 일어났다.
지난겨울 아그리체를 직접 공격했던 것은 다름 아닌 카시스 페델리안이었다.
그것은 3년 전 그에게 먼저 행해졌던 아그리체의 극악무도한 짓에 대한 보복이었고, 그 보복이 성공하며 현재 아그리체와 페델리안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게 되었다 해도 좋았다.
그런데 아그리체의 소속인 내가 이렇게 먼저 그를 선택해 에스코트를 요청했으니 모두가 경악할 만도 했다.
게다가 내 태도는 조금도 움츠러들거나 주저하는 기색조차 없이 심히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카시스가 먼저 내게 왔을 것이다.
그와 내 관계 때문이 아니더라도, 페델리안 측은 이런 경직된 분위기를 언제까지나 지속할 생각이 없을 테니까.
그러나 카시스가 내게 먼저 청하고 내가 수락하는 그림은 최상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앞서 움직이는 것은 내가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카시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나를 응시하던 카시스가 손을 들어 정중히 내 손을 감쌌다.
이어서 얕은 웃음을 담은 그의 나직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흘러들었다.
“더없는 영광입니다, 록사나 아그리체 양.”
손등을 덮은 얇은 장갑 위로 곧 뜨거운 입술이 낙인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