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53화(153/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53화
미처 내뱉지 못한 목소리와 함께 숨까지 빼앗겼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록사나가 몸을 잘게 떨었으나 카시스는 오히려 맞닿은 입술을 깨물어 벌려 그 안을 더 깊이 파헤쳤다.
록사나는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등 뒤에는 이미 딱딱한 벽이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어느새 허리를 감싼 단단한 팔이 그녀를 앞으로 끌어당겨, 빈틈없을 정도로 몸이 바싹 밀착되었다.
록사나는 뜻밖의 상황에 조금 당황했다.
지금은 카시스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미리 나비를 보내 놓은 탓에 카시스도 그녀가 올 것을 예상했던 것 같았다.
“잠깐. 카시스…….”
하지만 카시스는 록사나가 입술을 떼고 무언가를 말하려 할 때마다 틈을 주지 않고 달라붙어 왔다.
쉼 없이 이어지는 키스에 점점 숨이 가빠졌다. 카시스는 그것마저도 달게 먹어 치웠다.
강제하는 듯한 거친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의 행동은 언제든 록사나의 거부를 허용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의 입맞춤은 다른 때보다 더욱 집요하게 그녀를 몰아붙이는 구석이 있었다.
이렇게 한 마디 이상을 허락하지 않고 지독하게 혀를 얽어 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 간극에서 어쩐지 괴리감이 느껴졌다.
말로써 표현할 자유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카시스를 떼어 내려면 행동으로 의사를 표시해야만 했다.
아마 록사나가 손을 들어 그를 밀어낸다면 카시스는 억지 부리지 않고 쉽게 물러날 것이 분명했다. 지금껏 그녀를 존중해 왔던 것처럼.
키스가 깊어지면서 카시스의 팔을 점점 세게 움켜잡고 있던 록사나의 손이 마침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록사나는 맞닿은 몸을 떼어 내는 대신 마주한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깃털 같은 손길이 뺨에 닿자 카시스가 일순간 멈칫했다.
록사나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카시스의 얼굴을 스치듯이 어루만졌다.
카시스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록사나도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지금은 이렇게 그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닿아 있는 몸에서 전해지던 들썩이는 기운이 순풍을 맞은 배처럼 서서히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록사나의 손길이 열쇠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바짝 맞물려 있던 입술이 느리게 떼어졌다.
고요한 금색 눈동자와 다시금 지척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록사나가 먼저 입술을 포갰다.
조금 전보다 녹녹하고 부드러운, 봄비 같은 입맞춤이 이어졌다.
다시 입술이 떨어진 뒤, 카시스가 나지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록사나.”
“응.”
지체 없이 돌아온 대답에 카시스는 고른 숨을 내쉬었다.
손끝에 닿은 온기와 가까이에서 얽히는 시선, 그리고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소란스럽던 마음이 단숨에 제자리를 찾았다.
록사나는 이제 진정된 카시스가 낮의 일에 대해 물어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자리를 비킨 이후 데온 아그리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나는…….”
하지만 뒤이어 카시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그녀의 예상과 조금 다른 내용이었다.
“데온 아그리체가 네게 함부로 구는 게 싫어.”
카시스는 일순간 움찔 떨린 록사나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놈이 네 몸에 상처를 내는 것도 끔찍하게 싫고.”
3년 전 아그리체에 있을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놈 때문에 네 마음이 다치는 건 특히 생각만 해도 용납할 수가 없어.”
카시스는 예전부터 록사나가 자신의 아픔을 소홀히 여기는 것이 마음 쓰였다.
록사나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고통에 무딘 경향이 있었다.
그것을 인지할 때마다, 카시스는 때때로 록사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모조리 파괴해 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란트 아그리체는 이미 그의 손에 죽었고, 데온 아그리체는 아직도 록사나의 옆에 끈질기게 남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데온 아그리체가 앞으로 영영 록사나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럼에도 카시스가 따가울 정도로 강렬한 살의를 억눌러 참으며 그를 죽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데온 아그리체가 록사나의 영역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면 록사나는 부정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카시스는 오히려 록사나가 그의 말을 부정하지 못할까 봐 이런 생각을 굳이 입 밖에 내지 않는지도 몰랐다.
어찌 되었거나…….
“누구든 너를 상처 입히게 허락하지 마.”
록사나가 스스로를 좀 더 소중히 여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시스는 맞잡은 손에 입술을 묻으며 말했다.
록사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눈앞에 있는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예전부터 카시스와 함께 있을 때면 이런 기분이 드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올라 빈 공간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꽉 찬 느낌을 줄 때.
“만약 당신 말처럼 그걸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록사나는 카시스를 보며 지금 막 가슴에 번지는 생각을 말했다.
“당신한테는 상처받아도 좋을 거야.”
분명 이 사람이 주는 것이라면 아픔조차도 감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렴풋이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카시스는 예상치 못했던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잠깐 허를 찔린 표정을 짓다가 이내 부스러진 웃음을 입술 사이로 내뱉었다.
“아니, 나라도 허락하지 마.”
그는 조금 전까지 자신이 집요하게 달라붙었던 록사나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느리게 매만지다가 다시금 그 위에 제 입술을 내렸다.
맞닿은 입술에서 달콤한 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한숨 같은 야트막한 숨결이 내뱉어졌다.
역시 아직도 한참 부족했다.
그들이 이렇게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었고, 부족함을 느끼는 건 두 사람 다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필요한 대화를 잠시 미루기로 했다.
다시 시작된 키스가 끝날 때까지만.
* * *
베르티움의 공기는 불길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겁고 조용했다.
“안 돼……. 이것도 아니야…….”
어딘가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느낌을 풍기는 갈라진 음성이 눅진한 공기 속에 녹아들었다.
평소에 인형들을 만들 때마다 사용하던 넓은 방의 한가운데에서, 노엘 베르티움은 바싹 메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또 실패했어. 어째서…….”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눈앞의 미동 없는 육신을 망연히 내려다보았다.
노엘의 몰골은 불과 열흘 정도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눈 밑은 한참 동안이나 잠을 이루지 못한 것처럼 거뭇했고, 얼굴 또한 끼니를 오래 굶은 것처럼 윤기 없이 말라 버석거렸다.
무엇보다도 노엘의 반질한 눈동자에는 광기처럼도 느껴지는 섬뜩한 빛이 어려 있어, 얼마 전까지의 천진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은 베르티움에서 노엘이 유일하게 곁에 두던 사람인 단테가 죽으면서 시작되었다.
록사나와 닉스가 사라진 이후 노엘은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가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눈을 떠 단테를 찾았을 때, 어째서인지 그는 노엘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인형을 불러 단테를 찾게 한 노엘은 복도에서 싸늘한 시신이 되어 있는 그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테의 숨이 끊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노엘은 단테가 이렇게 될 때까지 자고 있던 그를 깨우지 않은 멍청한 인형을 모조리 때려 부수었다.
그런 뒤 노엘은 생각을 해 보았다.
단테는 한바탕 큰 마찰이 있었던 뒤에 노엘과 후원의 사람들 사이를 조율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이렇게 시체로 발견되었으니 후원에 있던 사람들이 보복성으로 단테를 죽인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것 말고는 단테가 이렇게 죽은 이유가 도저히 설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후원으로 가서 아무나 몇 명을 끌어내 고문하자 결국 그들은 후원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노엘은 고문당한 이들이 흐느끼며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을 고통스럽게 죽였다.
그런 뒤에야 노엘은 비로소 단테가 정말 죽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는 다시 본관으로 돌아와 침대에 옮겨 놨던 단테의 시신을 끌어안고 이틀 동안 밤낮 없이 울었다.
단테는 노엘이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의 곁에 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노엘은 마침내 단테를 인형술로 살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진짜 사람의 육체에는 주술이 깃들지 않았다.
노엘이 이 방법을 성공했던 것은 아주 오래전에 단 한 번, 그것도 어디까지나 요행으로 일어났던 일이었다.
“어떡하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렇게 노엘이 또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손님이 찾아왔다.
그들은 아직 친목회에 참석하지 않은 베르티움을 독촉하기 위해 위그드라실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때서야 노엘은 단테의 죽음 이후 그가 한동안 잊고 있던 존재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닉스…….”
불현듯 뇌리를 스쳐 지나간 생각에 노엘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래…….
지금까지 그가 단테에게 행했던 방법들은 모두 무참히 실패했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주술이 완성되어 있는 심장을 단테에게 이식하면 어떨까?
“닉스…… 위그드라실…….”
그 순간 초점이 흐리던 노엘의 눈동자에 광채가 돌아왔다.
“그래……. 지금 바로 가야겠어.”
그리하여 노엘은 위그드라실로 향했다.
단테의 시신을 일으켜 세울 닉스의 심장을 손에 넣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