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67)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67화(167/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67화
지난겨울의 화합회가 열리기 전의 일이었다.
그때 폰타인이 마약과 관련한 큰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래서 그것을 기특하게 여긴 란트가 그에게 통솔을 맡긴 적이 있었다. 그 임무에는 데온도 함께였다.
“하긴. 알았다면 란트 아그리체, 그치가 가만히 있었을 리 없지.”
바드리사의 싸늘한 일갈대로였다.
그녀의 말처럼, 만약 살아생전 란트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가스토르의 목줄을 쥘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날리려 했을 리가 없었다.
가스토르에서 밀매해 간 것은 예전부터 아그리체에서 품종 개량 실험을 해 성공한 마약 중 하나로, 그 중독성이 굉장히 강력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아그리체에서만 유일하게 생산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만큼 그것은 다른 어떤 마약보다도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그대는 어떻게 알게 되었지?”
“가스토르에서 상당히 주도면밀하게 일을 진행하셨습니다.”
제레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침착하고 차분한 태도를 잃지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혹여나 작은 말실수라도 하지 않게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하고 있었다. 그것은 제레미의 인생에 다시없을 진중함이었다.
“반입하는 경로를 상당히 복잡하게 꼬아 놔서 꼬리를 잡기도 어렵더군요.”
그러니 거래를 도맡았던 폰타인과 수장인 란트도 가스토르의 정체를 몰랐던 것이다.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틈은 있기 마련이었고, 록사나는 그 틈을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만한 사람이었다.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지난겨울 두 가문이 접선했을 때 중간에 웬 훼방꾼이 나타나 마약을 빼돌리려 한 적이 있었지요. 그 당시에는 마약을 훔치려는 쥐새끼인 줄 알았습니다만.”
말하면서도 제레미는 스스로 자신의 연기력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다. 이러니 정말 그가 원래부터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어쨌든 각설하고, 결국 그 쥐새끼들은 데온의 손에 모조리 처리되었다.
란트는 큰 손실로 이어졌을지 모르는 일을 막은 데온을 극찬했다. 그 일로 폰타인은 자신의 공이 모조리 데온에게 갔다며 분개했었고 말이다.
그러나 록사나는 그때 데온에게 자세한 경위를 전해 듣고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제레미는 예전에 그녀가 품었던 의구심을 지금 바드리사의 앞에서 대신 소리 내 말했다.
“사실은 그들 역시 가스토르였던 것이지요?”
물론 록사나는 이미 그들의 흔적을 추격해 결국 꼬리를 잡아 낸 뒤였다.
당시에 마약 거래를 막으러 온 무리에게는 허점이 있었다.
마치 거래 장소를 뒤늦게 알고 급하게 꾸려서 현장을 급습하러 온 사람들처럼 그들에게는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느낌이 풍겼다. 그것이 덜미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틈을 만든 셈이었다.
그 결과 록사나는 추론해 냈고, 결국은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가스토르 내에 마약 밀매에 손댄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가 양립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바드리사의 얼굴을 줄곧 응시하고 있었으나 그녀에게서 드러나는 이렇다 할 감정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아그리체의 소견으로…….”
그래도 제레미는 꿋꿋이 말을 이었다.
“적의 수장님은 마약의 반입을 막으려는 쪽이었을 것이라 사료되는데.”
바드리사 가스토르의 성품은 제레미도 익히 아는 바였다.
물론 지난 화합회 때 류자크가 좀 재수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가스토르 특유의 딱딱한 기사도 같은 것과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느낀 적도 있었지만…….
“아니면 그저 저희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뿐인지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들은 도의를 알았고, 흔들리지 않는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번 대의 수장인 바드리사는 꼭 리셸 페델리안을 여성화시켜 놓은 것처럼 그 올곧은 성품이 다소 닮아 있었다.
그런 바드리사가 지금도 자신의 사욕을 위해 마약을 밀매하려 할 리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말해 두지만, 흑의 수장.”
그때, 지금까지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류자크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께서는 가스토르의 이름에 흠을 입힐 만한 일을 단 한 번도 하신 적이 없다.”
그는 바드리사를 향한 혹시 모를 의심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것처럼 서늘히 읊조렸다.
“그리고 약에 손을 댄 것은 단 한 사람뿐이야. 혹시라도 가스토르 전체를 싸잡아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군.”
하지만 제레미는 거기에 수긍하지 않고 류자크에게 반문했다.
“정말 그렇습니까?”
류자크의 눈썹이 부정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산을 그리며 휘어졌다. 그러나 제레미는 담담했다.
“가스토르에서 구입해 간 양을 보면, 중독된 사람이 단 한 사람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류자크가 이 일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것은 분명해 보였기 때문에 답은 다른 사람에게 대신 구했다.
제레미의 시선을 받은 바드리사가 마침내 굳게 다물렸던 입술을 뗐다.
“그대의 말이 전부 맞다.”
“어머니?”
류자크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아연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귀를 의심하며 바드리사를 보았다. 하지만 뒤이어 그녀는 실로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가스토르의 절반가량이 아그리체에서 만든 그 빌어먹을 마약에 중독되어 있는 상태다.”
류자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그는 마약에 손을 댄 것이 바드리사의 부군이자 그의 아버지인 남자뿐이라고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중립 구역의 도박장에서 우연히 한 번 마약에 손을 댔던 이후로 거기에 중독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노라고 말했다.
류자크에게는 거의 없느니만 못한 아버지였다. 지금에 와서 이렇게 마약에 중독되어 버리기까지 한 상태로는 바드리사에게 폐만 끼칠 것이 자명해, 차라리 어머니가 그를 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데 이미 가문의 절반가량이 마약에 손을 댄 상태라고?
바드리사는 충격에 젖은 아들의 얼굴을 외면했다.
이래서 아그리체와의 협상 자리에 그를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류자크는 강경했고, 미래의 가스토르를 이끌어야 할 후계자로서 그 역시 이번 일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는 점에는 바드리사도 동의했다.
결국은 어머니로서 아들의 세계를 지켜 주고자 하는 마음보다, 수장으로서 후계자를 강하게 키우려는 마음이 이긴 것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진실을 숨겨 봤자 도움이 될 것도 없었다.
이미 아그리체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했고, 어차피 협상의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가스토르는 별수 없이 밑바닥을 전부 드러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대의 가문에서 만든 마약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아는가?”
제레미는 긍정의 눈빛을 보냈다.
마약 산업은 아그리체에서 예전부터 상당히 공을 들이던 것이었고, 특히 가스토르에 들어간 것은 일부러 중독성을 몇 배는 강화시키는 쪽으로 개량한 것이었느니 모를 수가 없었다.
예로부터 무리를 다스릴 때 가장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종교와 마약이라고 했다.
그러나 바드리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이미 가스토르는 차근히 늪에 빠져 가고 있었다.
수장으로서 처리해야 할 여러 공무로 바빠 집안을 다스리는 데 다소 소홀할 때가 있었던 것이 빈틈을 만들었다.
그러다 바드리사는 겨울에 남편이 아그리체와 대량으로 마약을 거래할 계획인 것을 알고 급하게 휘하의 심복들을 꾸려 그들을 방해하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바드리사가 보낸 심복들은 모조리 죽었고, 남편이 그 후 마약을 어디에 숨겼는지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그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더 약에 찌들어 갔다.
그러나 뜻밖에도 얼마 후 아그리체가 무너져, 저절로 마약 공급이 끊기게 되었다. 란트와 폰타인이 죽어 더 이상 마약 밀매를 주도할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가스토르에 마약이 숨겨진 위치도 발견해 바드리사가 그것을 전부 수거했다.
그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 진정한 공포는 그 후에 찾아왔다.
그녀의 남편이 가스토르에 들여온 아그리체 마약은 강력한 환각 작용을 동반한 것으로, 약을 끊게 되면 광기와도 비슷한 폭력성과 정신 착란 등을 부작용으로 동반했다.
실제로 그런 증상을 보일 때는, 그 모습을 차마 사람의 몰골이라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차라리 마물 서식지의 짐승들이 그와 비슷할까.
모순되게도, 그나마 마약을 복용하는 시기에는 오히려 사람의 몰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차라리 중독 반응보다 그 금단 증상이 더 두려울 정도였다.
처음에는 단호하게 마약을 근절하려 했던 바드리사의 심중에 망설임이 생겨난 것도 그래서였다.
게다가 알고 보니 그녀의 남편이 바드리사 몰래 들여온 약에 손을 댄 식솔들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제레미에게는 절반가량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이미 가스토르의 근간이 뒤흔들릴 정도가 되었다.
때마침 류자크는 겨우내 가스토르의 땅에 연쇄적으로 일어난 산사태 문제로, 후계자로서의 공무를 위해 가문을 비워야 했다.
그래서 그 당시 가스토르를 뒤덮었던 그 지옥도 같은 참상의 현장을 목격하지 못했다. 자식을 둔 어머니의 마음으로, 바드리사는 그것 하나만큼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제 식솔들에게 다시 마약을 내주었는지, 누구도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바드리사는 암담한 심정으로 아그리체의 몰락을 막는 데 손을 들었다.
란트 아그리체가 이런 그녀를 지하에서 본다면 얼마나 기뻐하며 날뛸 것인가.
살아생전 그토록 아그리체를 멸시하더니, 이제는 그들 없이는 존속에 위기를 겪을 입장이라니.
분명 지금쯤 란트는 차가운 흙바닥 아래서 바드리사를 손가락질하며 폭소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이대로 아그리체가 무너지면 가스토르에서 필요한 마약은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그것은 가스토르에게 있어 더 없이 치명적인 결말을 야기할 것이 분명했다.
“가스토르는 아그리체와의 거래를 원하네.”
이 말을 자신의 입으로 내뱉는 것이 얼마나 뼈를 깎는 수모인지 검은 양들은 알까. 아마도 이 통한의 심정은 세상 그 누구도 모르리라.
“아그리체에서는 대가로 무엇을 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