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7)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7화(17/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7화
“마님!”
곧 카시스를 붙들고 있던 사내들이 깜짝 놀라 여인을 불렀다.
그녀가 돌연 카시스에게 손을 뻗었기 때문이었다.
카시스도 얼굴에 닿아 오는 부드러운 손길에 놀라 무의식중에 몸을 움찔 떨 뻔했다.
여인은 아래로 떨어뜨려져 있던 카시스의 고개를 붙잡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 직후 여인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실…….”
혼잣말이나 마찬가지인 작은 중얼거림이 허공에 번졌다.
당연하게도 카시스는 그녀의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지척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카시스는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의미로 이 상황이 불편해졌다.
“마님, 손이 더러워지십니다.”
옆에 있던 사내들이 카시스보다 몇 배는 더 불편한 기색으로 여인을 만류했다.
여인은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아……. 그래, 내가 잠시 이상한 소리를.”
마침내 카시스의 얼굴을 받치고 있던 손길이 떼어졌다.
“치료는? 설마 그냥 이대로 두는 건 아니겠지?”
“록사나 아가씨께서 의원을 부르라고 따로 명하셨습니다.”
“그럼 어서 안으로 데려가서 쉬게 해 주는 편이 좋겠구나.”
그 후 여인은 다시 한 번 카시스를 지그시 내려다본 뒤 자리를 떠났다.
록사나의 장난감이 된 그를 보러 왔다고 하더니, 잠깐 얼굴을 살핀 것으로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뒤이어 사내들이 카시스를 끌고 간 곳은 그들이 멈추어 서 있던 자리의 바로 옆에 있는 방이었다.
설마 목적지가 바로 옆일 줄은 몰랐기 때문에 카시스는 티 나지 않게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여인은 카시스를 만나기 위해 록사나의 장난감을 데려다 놓을 예정인 방 근처에서 서성였던 것 같았다.
결국 카시스는 도주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 대신 그는 슬쩍 눈을 떠 주변을 면밀히 살폈다.
그래 봤자 그의 시야는 여전히 흐렸다. 하지만 방의 위치나 문의 잠금장치 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으, 어깨 빠지겠네.”
사내들은 카시스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두었다.
“아유, 이게 뭐야. 완전히 시체를 데려왔잖아?”
“숨은 붙어 있으니까 빨리 치료나 해 주십쇼.”
그 후 정말 의원이 왔다.
의원이 카시스의 상태를 살피고 치료하는 동안 그를 데려온 사내들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떠들어 댔다.
“넷째 마님 말이야. 아까 아실 도련님 이름을 꺼냈지?”
“그래, 나도 그렇게 들었어.”
“이 녀석이 아실 도련님이랑 닮았나? 난 하나도 안 비슷한 것 같은데.”
“그러게. 록사나 아가씨도 그렇고 마님도 어쩐 일로 이런 것에 관심을 두시나 했더니. 두 분 눈에는 닮아 보이나?”
그들의 대화를 듣고 카시스도 복도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록사나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인은 그의 얼굴을 보고 일순간 누군가를 떠올린 눈치였다.
그 직후 혼잣말로 읊조린 ‘아실’이 바로 그 사람의 이름이었던가.
그런데 도련님이라니. 아실이라는 사람이 아까 만났던 여인의 아들이라도 된단 말인가.
“이렇게 보니까 희멀건 건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그 밖에는 잘 모르겠지만.”
“아실 도련님이 죽었을 때랑 나이가 좀 비슷하지 않아? 어쩌면 이 녀석이 이런 꼴을 하고 있으니 아실 도련님이 더 생각난 걸지도 모르지.”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뜻밖에도 그 아실이라는 사람은 이미 죽었다고 했다.
두 사내는 찝찌름한 여운을 남기며 말끝을 흐렸다.
치료를 얼추 끝마친 뒤 그들은 카시스의 구속구에 쇠사슬을 달았다. 그 후 발소리가 멀어졌다.
덜컹, 달그락.
“…….”
완전히 혼자가 되었을 때, 카시스는 조용히 눈을 떴다.
문밖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점차 멀어지다가 이윽고 완전히 사라졌다.
카시스는 여전히 바닥에 누운 상태로 주변을 살폈다.
이전까지 그가 머물던 지하 감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넓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가구라고는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침대뿐이었고, 방에는 창문조차 없었다.
그렇게 시야에 비치는 광경은 삭막했지만 그래도 그것을 제외하면 이곳은 평범한 방인 것 같았다.
잠시 후 카시스가 자리에서 살며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손목과 팔목에 연결된 사슬에서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쇠사슬은 방의 한구석에 있는 기둥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도 사슬의 길이가 길어 지하 감옥에 있을 때보다 움직임에 제약이 덜할 것 같았다. 물론 그래 봤자 문에는 닿지 않을 정도였지만 말이다.
카시스는 일단 지금은 조용히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지금 어설프게 탈출을 시도해 시선을 끌어 봤자 득 될 것이 없었다.
조금 전 밖에서 들었던 말처럼 아그리체에서는 지금 당장 그를 죽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의원을 불러 직접 치료까지 해 준 것을 보니 더 이상 지금까지와 같은 방법으로 그를 고문할 마음도 없는 듯했다.
그가 록사나 아그리체의 장난감이 되었기 때문인가.
카시스는 손목을 조이고 있는 구속구를 손으로 쓸며 문 쪽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아그리체에서는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 지금 그를 옥죄고 있는 대마물용 구속구는 크게 쓸모가 없었다.
얼마 전 샬럿이라고 하는 소녀가 지하 감옥에 들이닥쳐 그를 공격했을 때 확인한 일이었다.
대마물용 구속구는 그것을 차고 있는 대상의 흥분 정도와 공격성에 따라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발동해 움직임을 제약했다.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어떤 경우에라도 냉정함만 유지할 수 있다면 구속구의 발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때마침 기회가 좋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구속구의 강도를 이처럼 자연스럽게 시험해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샬럿이라는 소녀는 꽤 단순한 성격인지 카시스를 제압하지 못한 것이 자신의 미숙함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 듯했다.
구속구를 부순 것도 카시스가 그렇게 유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분노로 이성을 잃은 그녀가 실수했기 때문이라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는 눈치였다.
카시스로서는 꽤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카시스의 눈동자가 얼핏 낮게 가라앉았다.
아그리체에서 탈출하는 날까지는 그의 무력이 봉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다. 그래야만 모두 방심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카시스는 처음 이 방에 들어왔을 때처럼 다시 바닥에 몸을 눕혔다.
달그락, 문의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그 후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가벼운 발소리와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가 익숙했다. 그래서 지금 들어온 사람이 록사나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카시스에게 다가와 그의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이제 카시스의 처우를 결정하게 될 사람은 록사나였고, 지금 이곳에는 단둘뿐이었다. 게다가 카시스는 현재 정신을 잃은 척 하고 있었다.
그러니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본색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카시스는 록사나가 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온몸의 감각을 끌어 올렸다.
혹시 그녀가 허튼짓을 한다면 카시스 역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좀 더 가까워졌을 때 팔을 뻗어 사슬로 목을 감으면 아마 단 번에 기절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기절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즉사시킬 수도 있을 테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망설여졌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위협에 위협으로 대응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카시스는 눈을 감고 상대와의 거리를 가늠했다.
록사나는 그의 고뇌를 모르고 옆으로 더욱 바짝 몸을 붙였다.
이제 두 사람은 완벽하게 서로의 사정거리 안에 있었다.
“진짜 최소한의 치료만 했네.”
하지만 이어서 카시스의 귀를 간질인 것은 낮은 숨결과 함께 새어 나온 자그마한 속삭임이었다.
그 다음, 그의 손목에 보드라운 손길이 닿았다.
찰그락.
록사나가 그의 손을 들어 올리자 기둥과 이어진 사슬에서 여지없이 듣기 싫은 쇳소리가 났다.
상태를 살피는 것 같은 시선이 카시스의 몸을 한 차례 스쳐 지나갔다.
그 후 그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이 풀어졌다.
옆에서 부스럭거리며 무엇을 하나 싶더니, 잠시 후 다시금 그의 손목에 온기가 스몄다.
카시스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되어 숨을 죽였다.
록사나는 의원이 대충 치료해 주고 간 그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구속구에 쓸려 살이 파인 손목과 발목에도 조심스러운 손길이 스쳐 지나갔다.
한술 더 떠서, 록사나는 이미 갈기갈기 찢겨 있던 그의 윗옷을 벗기고 그 속의 맨살에까지 손을 댔다.
피부 위로 곧장 번지는 온기에 카시스는 그만 참지 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손길이 닿는 상처 자리마다 따끔거리는 느낌이 번져 나갔다. 하지만 살갗을 타고 스미는 것은 따가움뿐만이 아니었다.
카시스는 가까스로 간지러운 손길을 참아 내는 데 성공했다.
치료를 꼼꼼히 끝마친 뒤에도 록사나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급기야 그녀는 카시스의 곁에 아예 자리까지 잡고 앉았다.
아무리 방이 깨끗하다 해도 설마 이렇게 그냥 맨바닥에 주저앉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카시스는 조금 놀랐다.
성격이 꽤 활달한 편인 카시스의 여동생 실비아도 이런 식으로 서슴없이 행동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록사나의 행동은 더욱 놀라웠다.
카시스는 아까와 같은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머리를 들어 올려 어디에 내려놓았는지 깨닫고 소리 없이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