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70)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70화(170/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70화
* * *
“거기 서!”
닉스의 뒤로 금방 추격자가 따라붙었다.
철창을 뜯고 창문으로 뛰어내릴 때 소리를 완전히 감추지 못해 그의 탈출 사실을 곧바로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닉스는 도주에 더 박차를 가했다.
노엘과 합류해야 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으나 이미 그가 있는 건물에서 멀어진 뒤였다.
하지만 일단 먼저 이곳을 뜨고 나면 노엘과 단테와는 나중에 기회를 봐서 위그드라실 밖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자세히는 몰랐지만 인형술과 관련된 베르티움의 청문회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 원인은 아마 닉스의 존재 때문일 텐데, 여러모로 자신이 이곳에 없는 편이 베르티움에는 나을 터였다.
머리가 비상한 그 족제비 같은 단테도 아마 여기서 닉스가 노엘을 찾는다고 설치는 것보다 그냥 이대로 눈앞에서 얌전히 사라지는 것을 바라리라.
그래서 닉스는 뒷일은 노엘과 함께 왔을 단테에게 맡기기로 하고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옆에 솟은 우거진 초목 속으로 들어갔다.
“어머, 뭐야!”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그런데 어째 길을 잘못 든 듯했다.
안쪽의 탁 트인 공간에는 사람들이 스무 명가량 모여 있었다.
곳곳에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위에 다기 따위가 올려진 것을 보니 팔자 좋게 차를 마시며 담소라도 나누고 있던 모양이다.
쾅! 덜컹! 와장창!
“꺅!”
“앗, 뜨거!”
“당신, 이게 무슨 짓이야!”
사람들을 둘러 피해갈 여유가 없어서 닉스는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눈앞에 있는 테이블 위로 뛰어올랐다.
그 반동으로 찻잔과 접시들이 몇 개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닉스는 옆에 있던 테이블로 날렵하게 뛰어 이동했다. 정원은 그로 인해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괴한의 행태에 경악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그때, 닉스의 얼굴을 본 아그리체의 사람 중 몇 명이 멈칫했다.
그러나 아그리체의 무리에서 다른 반응이 나오기도 전에 괴한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
“닉스!”
실비아는 테이블 위를 초토화시키며 이동하는 닉스를 보고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소리 내 부르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들 때문에 오랜만에 다시 다른 사람들과 조금이나마 어울려볼 생각으로 바깥에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몹시도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 테이블 사이를 빠르게 넘어 움직이던 닉스가 고개를 돌렸다.
실비아를 시야에 담은 찰나의 순간 닉스의 눈매가 움찔 떨렸다.
“베르티움의 인형!”
하지만 곧바로 뒤에서 그를 쫓는 추격자가 나타났기에 오래 뜸 들일 겨를은 없었다.
닉스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을 점할 방법을 찾아 몸을 움직였다.
정원의 입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페델리안의 심복들도 상황을 알고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닉스의 등 뒤에는 추격자가 바싹 따라붙은 상태였다.
가장 먼저 목적하던 대상에게 닿은 것은 닉스였다.
그는 실비아를 잡아당겨 허리를 낚아채다시피 붙들고 그녀의 무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다시 한번 자리를 박찼다.
닉스를 쫓던 자들과 페델리안의 심복들이 얼굴을 굳히며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닉스의 생각대로 일단 페델리안의 공주를 붙잡는 데 성공하자 다른 이들은 그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행여나 닉스가 실비아를 다치게 만들기라도 할까 긴장한 기색이 그들의 얼굴에 역력했다.
닉스는 그들과 대치하며 뒤에서부터 실비아의 목을 둘러 감싼 팔에 힘을 주었다.
실비아도 자신이 인질로 잡힌 상황에 당황했는지 붙들린 몸을 바싹 굳히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임에도 닉스는 어쩐지 그것이 조금 신경 쓰였다.
몸을 밀착하고 있는 상황 때문인지 공연히 지난번 위그드라실 밖에서 있었던 일이 또다시 뇌리에 떠올랐다.
그때 실비아는 데온 아그리체 때문에 벌벌 떨고 있던 닉스를 안정시켜 주었었는데, 지금 그는 그런 실비아를 인질로 삼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셈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 닉스에게 그런 도덕적인 양심이 있었단 말인가.
그럼에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여전해서 닉스는 괜히 실비아를 더 거칠게 잡아끌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인 말은 행동과 달랐다.
“여길 벗어날 때까지만 가만히 있으면 다치게는 하지 않을 테니까…….”
휘익! 퍽!
“윽……!”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닉스는 어떤 힘에 의해 순식간에 몸의 급소 세 군데를 연달아 가격당했다.
의식을 잃을 정도로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정확한 지점을 노려 타격이 작지 않았다.
닉스가 불시의 기습에 저도 모르게 실비아를 잡은 팔을 느슨히 했다.
퍼억!
그 사이에 닉스에게서 완전히 몸을 빼낸 실비아가 팔꿈치로 닉스의 콧잔등을 가차 없이 쳐올렸다.
그러는 바람에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주춤 물러나고 말았다.
고개를 숙이자 잔디 위로 후두둑 피가 떨어졌다.
이번에도 굉장히 정확도가 높은 가격이었고, 실비아의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닉스로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가 방심한 사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페델리안의 심복들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얼른 실비아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닉스를 공격했다. 그를 쫓아온 추격자들도 거기에 가세했다.
결국 닉스는 실비아를 다시 붙잡지 못하고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양쪽에서 달려드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으나 닉스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낮춘 다음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그들의 틈새를 파고들어 자신을 향한 공격들을 모두 피해냈다.
그 일련의 움직임이 상당히 예사롭지 않았다.
그것을 본 아그리체의 사람들이 어째서인지 동요했다.
콰앙!
그때, 돌연 닉스를 향해 옆에서 테이블이 날아들었다.
닉스가 반사적으로 팔을 올려 그것을 막아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곧장 닉스를 덮쳐들었다.
닉스는 그들을 뿌리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잇따라 턱을 공격당해 골이 뒤흔들리는 느낌을 받으며 휘청이고 말았다.
“크흑, 잠깐……!”
그 후 강한 악력이 뒷덜미를 눌러 그를 바닥에 메다꽂다시피 처박았다.
신음하는 닉스의 머리 위로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져 내렸다.
“아직도 이렇게 발악할 힘이 남아 있었다니, 놀랍군.”
그 얼음장 같은 음성을 듣고 닉스가 몸을 바짝 경직시켰다.
“역시 그때 내가 널 지나치게 많이 봐줬던 모양이지?”
카시스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탑 위에 올라가 위그드라실의 바깥을 살피고 있었다.
단순한 기우일 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얼마 전부터 위그드라실 안에 흘러드는 공기의 흐름이 다소 기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깥에 시찰을 보냈던 심복이 보고해온 것도 그렇고, 카시스의 눈에도 다른 수상한 징조는 드러나지 않았다.
‘중립 구역에 증가한 마물 때문인가.’
카시스는 소리 없이 술렁이는 공기를 기민하게 살피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위를 훑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어디에선가 흘러드는 소란을 감지했다.
때마침 록사나가 그에게 새로이 붙여두었던 나비를 통해서도 신호가 왔다.
하여 카시스는 곧바로 자리를 이동해 닉스가 있는 정원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실비아, 다친 곳은?”
“어, 없어.”
먼저 닉스에게 붙들렸던 실비아의 안위를 확인한 카시스가 정원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저 사람은 누구지?”
“세상에, 지금 분명 페델리안 양을 붙잡아 가려고 했던 거 맞죠?”
“저런 사람은 그동안 본 적이 없었는데, 도대체 어느 가문 사람이에요?”
이런 식으로 닉스의 존재가 사람들의 앞에 드러나게 된다니. 당초의 예정과 다른 일이었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뒤늦게 찾아온 다른 사람들도 소란에 가세했다.
거기에는 리셸 페델리안과 히아킨 휘페리온, 그리고 오르카 휘페리온도 속해 있었다.
두 수장도 금세 상황을 파악하고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아, 이게 바로 그 소문의 인형입니까?”
오르카만이 흥미 어린 눈을 빛내며 가벼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휘페리온의 수장인 히아킨이 눈살을 찌푸리며 눈치를 주었으나 오르카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시스에 의해 끌려 일어나는 닉스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정원에서 있는 사람들을 가르고 누군가가 나타났다.
바로 록사나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낭랑한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당연한 수순처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록사나는 급히 달려온 듯한 모습이었다.
평소답지 않게 약간 단정치 못하게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숨을 잘게 몰아쉬는 모습 등이 지금까지 보았던 그녀의 완벽하게 정제된 모습과 사뭇 달라 오히려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카시스는 옆에 있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그런 록사나의 얼굴을 살피다가 입술을 뗐다.
“베르티움의 인형이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그 말에 록사나가 마치 그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당혹감을 드러내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혹시 다친 사람은 없나요?”
“일단은 없는 듯합니다만.”
카시스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생각했다.
어차피 닉스가 실비아를 인질로 삼으려 했다는 사실은 반나절도 지나기 전에 위그드라실 안에 파다하게 퍼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말을 꺼내는 것이 나았다.
“다른 사람을 인질로 삼아 추격자를 따돌리고 빠져나가려는 속셈인 듯했으나 다행히 시도만으로 그쳤습니다.”
“인질이라니, 누구를?”
당시의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실비아에게 날아가 박혔다.
록사나의 놀란 시선도 실비아에게 날아들었다.
갑자기 이목을 집중 받은 실비아가 당황하다가 록사나의 눈빛을 받고 얼른 고개를 저어 자신의 무사함을 피력했다.
“저는 괜찮아요. 다친 곳도 없고 멀쩡하니까요.”
그럼에도 록사나의 흐린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