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85)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85화(185/253)
“건물 안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예!”
카시스는 살육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참상의 현장에 있었다.
곳곳에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신음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개중에는 이미 죽은 것처럼 움직임이 없는 이들도 있었다.
그 밖에도 달아나는 사람과 그 뒤를 쫓는 자들로,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더없이 고요하던 위그드라실은 혼란하게 변해 있었다.
때마침 카시스는 페델리안의 심복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제부터 위그드라실 안의 경비를 강화할 것을 그들에게 명령하던 참이었다.
위그드라실의 주위에는 여러 결계가 설치되어 있어 기본적으로 마물의 접근을 막아 내는 기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록사나가 가지고 있는 돌은 마물을 꾀어낼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마물이 위그드라실 안에 들어서면 경보가 울릴 것이다.
그들이 사람들이 있는 내부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분 남짓.
사망자가 없도록 늦지 않게 대응하려면 회수된 무기가 있는 장소에 가까이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사실 마물이 위그드라실 안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 자체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 안에는 전투력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카시스는 록사나의 계획이 실행되었을 경우, 혹시 있을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 내야 할 의무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록사나가 그에게 자신의 계획을 굳이 알린 데에는 그런 이유도 속해 있을 것이라고……. 마음 한편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 제멋대로인 것일까.
록사나가 카시스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마도 그는 앞으로 사는 동안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데온 아그리체의 말대로, 그것은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그가 스스로 답을 알아내야 할 문제였다.
“아아악……!”
그러다 카시스는 공기를 찢으며 달려드는 비명을 들었다.
“이건…….”
“무슨 소리지?”
앞에 있던 다른 페델리안의 심복들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들 사이에는 얕은 동요가 물살처럼 고였다.
제일 처음 카시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은 ‘혹시 록사나의 계획이 벌써 시작된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방 지워 버렸다. 그녀였다면 적어도 청문회가 끝난 다음에 일을 진행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카시스는 심복들을 데리고 자리를 박찼다.
비명이 들려온 방향으로 얼마 이동하지 않아 짙은 피비린내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그 후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이었다.
굳이 가까이 다가가 확인할 것도 없이 목이 반쯤 잘려 숨이 끊어진 것이 확실했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마물의 솜씨는 절대 아니었다.
어디선가 또 다른 비명과 시끄러운 소음이 밀려들었다.
“각자 위치로 이동해. 당장!”
카시스가 심복들에게 명령하자마자 그들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카시스도 소란의 중심지를 향해 달렸다.
그 후 그가 보게 된 것은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과 동일했다.
“꺄아악!”
“사, 살려…….”
촤악!
어느 새인가 위그드라실 안에 소리 없이 침투한 ‘그들’은 앞을 가로막은 사람을 전부 도륙 낼 기세로 공격했다.
달아나는 사람도 놓치지 않고 따라가 손 대신 무기가 장착된 팔을 휘둘렀다.
그들이 지나는 자리마다 어김 없이 자욱한 피 보라가 흩뿌려졌다.
위그드라실 안에 쳐들어온 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되 사람이 아니었다.
이곳은 비무장 지대였기 때문에 기실 일방적인 학살이라 해도 좋았다.
카시스는 이미 베르티움에서 그들과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노엘 베르티움의 인형!’
눈앞에 있는 것들의 정체를 깨달은 것과 동시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무기고로 간 심복이 돌아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다.
카시스는 그를 따라온 심복들에게 인형들이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막을 것을 명령하며 신속하게 앞으로 달려갔다.
베르티움의 전투 인형들은 지금 시야에 비치는 것만 해도 그 숫자가 최소 백은 되는 것 같았다.
베르티움에 이렇게 많은 인형 군단이 숨겨져 있었다니.
게다가 어떻게 눈에 띄지 않고 여기까지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혹시 근래 들어 느꼈던 주변의 위화감은 비단 마물들 때문만이 아니었단 말인가?
곳곳에서 밀어닥치는 처절한 비명은 숫제 거친 파도 소리 같았다.
소란을 듣고 온 사람들이 아비규환의 광경을 보고 질겁해 달아났다. 그중에서 운이 나쁜 사람들은 인형에게 공격당했다.
“꺄아악!”
카시스는 인형의 무기에 꿰뚫리기 직전이던 사용인을 밀쳐 냈다. 그리고 손에 힘을 불어넣어 인형의 머리를 가격했다.
끼기기긱……!
인형이 기이한 쇳소리를 내며 경련했다.
하지만 마물과 달리 인형은 생명력을 갈취당하고도 죽지 않았다.
카시스의 낯빛이 한결 서늘해졌다.
인형은 본래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방해물…… 제거…….”
그래도 기능이 일부 망가지기는 했는지 인형이 여전히 몸을 경련하며 같은 말을 쉴 새 없이 반복해 중얼거렸다.
휘익!
카시스는 자신의 앞으로 쇄도하는 팔을 가차 없이 꺾어 반대로 그것을 인형의 턱에 박아 넣었다.
인형의 팔 자체가 쇠로 된 하나의 무기였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아예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란 판단이었다.
인형의 턱을 부수며 정수리까지 관통한 송곳 같은 팔은 단단히 틀어박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형은 머리가 꿰뚫린 채로 또 다른 무기가 장착된 반대쪽 팔을 사선으로 내리 그었다.
카시스는 거의 묘기에 가깝게 움직여 그것으로 옆에서 다가오던 다른 인형의 머리를 꿰뚫었다.
신체가 연결된 두 인형의 움직임이 굼떠졌다.
“막아!”
“인형들이 안으로 들어간다!”
그때, 방어를 뚫은 몇 구의 인형들이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광경이 보였다.
맨손으로 저 많은 인형들의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데다 수적인 한계도 있었기 때문에 틈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다행히 무기고에 갔던 심복들이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왔다.
카시스는 이곳을 그들에게 맡기고 몸을 돌렸다.
그러던 중 왼쪽 손등에 따끔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록사나의 붉은 나비가 그 위에 앉아 날개를 몇 번 팔랑였다.
록사나와 정해 놓은 수신호 중 하나였다. 그녀 역시 지금의 상황을 알게 된 것이 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수신호가 의미하는 바는…….
카시스는 이를 악물었다.
알고 있다.
록사나는 그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연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녀를 믿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성과 감성이 뒤엉켜 씨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손등에 앉아 있던 나비가 날아 올라 붉은 궤적을 그리며 움직였다.
카시스는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 뜬 뒤 앞으로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