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88)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88화(188/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88화
오르카는 아까부터 개소리를 잘 했다.
당연히 록사나는 오르카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르카는 진심이었다.
애초에 조금 전 노엘 베르티움의 방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보초들을 쓰러뜨리고 문의 잠금장치까지 부숴 놓은 것은 오르카였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노엘이 닉스라는 그 인형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노엘로서는 뜻한 바가 아니겠지만, 위그드라실 안에 인형 군단을 보내는 이런 과격한 짓을 해서 오르카에게 도움을 준 보답이었다.
자신은 록사나를 갖고, 노엘 베르티움은 록사나의 오빠의 시체로 만든 그 인형을 갖는다.
오르카는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강렬히 욕망하는 노엘 베르티움의 그 눈먼 광기가 마음에 들었다.
록사나의 짐작대로 오르카는 위그드라실 안에서도 자유롭게 마물을 움직일 수 있었다.
과거의 학살 사건으로 위그드라실에서 힘을 봉인당한 지도 장장 500여 년이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이나 휘페리온이 두 손을 가만히 놓고 아무런 대응책도 마련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오르카는 특히 마물과의 감응 능력이 뛰어났다.
그래서 위그드라실의 주술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바깥에 있는 마물과도 소통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이유로, 오르카는 원래 중립 구역의 외곽에 있던 마물들이 며칠 전 위그드라실의 주변으로 대거 이동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 그는 마물을 통해 베르티움의 인형들이 이곳을 향해 움직이는 것도 알아냈다.
그 후 오르카는 쾌재의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야말로 손대지 않고 코를 푸는 격이 아닌가.
이런 소란 속에서라면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록사나 아그리체를 빼돌릴 수 있으리라.
오르카는 포기를 아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조용히 숨을 죽이고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 마침내 오르카는 그토록 열망하던 독나비의 주인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이라면 당신이 없어져도 나를 의심하진 않겠죠.”
처음에는 독나비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둘 다 갖고 싶어졌다.
솔직히 자신의 앞에서 건방지게 구는 록사나 아그리체는 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고고한 생물을 제 밑에 굴복시키는 재미란 원래 그만큼 각별한 법이니까.
“당신, 정말 제정신이 아니네.”
이런 상황에서는 마땅히 분노나 두려움을 내비칠 만도 한데, 록사나는 여전히 서늘한 낯을 한 채로 오르카를 향해 말했다.
“장담하는데 이런 짓을 벌인 걸 후회할 거야.”
“글쎄, 물론 카시스 페델리안은 날 의심할지도 모르지만요.”
오르카는 상관없다는 듯이 빙글거렸다.
“그래도 오늘 이후로는 아무도 당신을 찾아내지 못할 테니 부질없는 짓이지 않을까요?”
록사나는 눈앞에 있는 사람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지금 그녀가 소지하고 있는 무기 중 귀걸이에 장착된 독침은 분명 인형들과 달리 오르카에게 통할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것을 피해 낼 가능성은 8할 이상.
손을 위로 들어 올리는 순간 수상함을 눈치채고 그녀를 경계할 확률이 높았다.
오르카의 뛰어난 민첩성에 대해서는 이미 아는 바가 있었다.
그렇다면 좀 더 확실한 방법은?
오르카는 독나비를 이용하지 못하는 록사나를 쉽게 보고 있었다.
한껏 의기양양해져서 조금 전까지 나불거리며 지껄이던 말만 들어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신중함은 여전한지, 그는 마물에 묶여 있는 그녀에게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다시금 저 멀리서 소음이 얕은 진동처럼 전해져 왔다.
록사나는 아직 연결되어 있는 나비를 통해 이 건물에 닉스를 노리는 자들이 침입한 것을 확인했다.
이런 곳에서 오르카 따위에게 시간을 낭비할 틈이 없었다.
록사나는 다소 비위가 상하더라도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쉬이익!
그때, 록사나의 앞으로 다가온 마물이 꽃가루 같은 것을 분사했다.
록사나는 숨을 참았지만 이미 그것은 호흡기를 통해 폐까지 들어간 뒤였다.
“조금만 잠들어 있어요, 록사나 양.”
오르카가 짐짓 다정하게 속삭였다.
“눈을 뜨면 당신을 위한 아름다운 새장 속일 테니까.”
여전히 차가운 빛을 발하며 가늘게 좁혀지던 록사나의 붉은 눈이 마침내 완전히 감겨졌다.
어두워진 시야로 어느 복도를 달리고 있는 제레미와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가물가물하게 비쳤다.
기울어지는 고개를 따라 금빛 머리칼이 출렁였다.
록사나가 의식을 잃은 것을 확신한 뒤에야 오르카는 자리에서 걸음을 뗐다.
이제야 독나비의 주인이 완전히 그의 품에 떨어졌다.
고양감이 차올랐지만 지금은 그것을 만끽할 때가 아니었다.
사람인지 인형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물은 눈에 띄니 일단 지금은 다시 모습을 감추게 하는 것이 나을 듯했다.
그럴 생각으로 오르카는 마물에게서 록사나를 받아 들기 위해 그녀에게 겁 없이 가까이 다가갔다.
열 걸음.
아홉 걸음.
여덟 걸음.
한 발짝씩 좁혀진 거리가 마침내 다섯 걸음 정도로 줄어들었다.
굳게 잠겨 있던 금빛 속눈썹이 위로 번쩍 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싸늘하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와 시선이 맞부딪친 순간, 오르카는 그녀에게 수면 독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여전히 그들의 거리는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록사나가 눈을 뜬 것 자체만으로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어떻게……! 컥!”
하지만 눈을 뜬 것과 동시에 록사나의 소매 속에서 나온 검은 줄이 날아들어 오르카의 목에 휘감겼다.
록사나는 그것을 손에 단단히 틀어잡고 힘을 줘 세게 끌어당겼다.
오르카는 방심한 사이에 목을 졸려 질질 끌려왔다.
그 바람에 일순간 숨이 막혀 오르카는 반사적으로 그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을 손가락으로 뜯어내려 긁었다.
하지만 그것은 굵기가 가늘지만 충분히 질긴 채찍이었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오르카라면 마물을 이용해 충분히 뿌리칠 수 있었다.
그래서 록사나는 오르카가 대응하기 전에 어느덧 코앞까지 끌려온 그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이어서 벌어진 일에 오르카는 조금 전과 다른 의미로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연약한 살갗에 닿은 입술과 목을 조르고 있는 채찍은 그 감촉이 정반대로 달랐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키스라고 부를 수 있는 행위가 아니었다.
록사나는 오르카의 입술을 포악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정없이 짓씹어 벌렸다.
록사나의 몸 안에 고여 있던 독기가 맞닿은 입술을 타고 흘러들어가 오르카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오르카는 미처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해 넋이 빠져 있다가 곧 자신의 몸에 나타난 이상 징후를 깨달았다.
촤라락!
그는 곧장 마물을 이용해 록사나를 떼어 내려 했지만 그를 붙든 손길이 어찌나 억센지, 결국은 오르카도 멱살을 잡혀 록사나와 함께 끌려가고 말았다.
“허억, 읍……!”
오르카가 비틀거리며 록사나를 밀어냈다. 하지만 턱을 단단히 틀어잡혀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이미 그의 몸에는 빠르게 마비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록사나는 혀에 걸리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일순간 붉은 눈동자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을 거칠게 물어뜯자 허리를 감싸고 있던 마물의 줄기가 느슨해졌다.
더 이상 오르카에게 볼일이 없어진 록사나가 맞닿은 몸을 가차 없이 밀쳐 냈다.
“으, 우욱…….”
이윽고 오르카는 뻣뻣이 굳은 손을 들어 입을 막으며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그런 그의 앞으로 붉은 핏물이 그림자처럼 고였다.
입을 막은 그의 손은 이미 쏟아지는 피 때문에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오르카의 앞에 선 록사나의 입술도 피로 더욱 붉게 젖어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휘청이는 오르카를 빙설 같은 눈으로 응시하며 턱을 타고 흐르는 핏줄기를 손등으로 훔쳐 냈다.
오르카의 뒤에서 마물이 포효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마물에게 아무 명령도 내릴 수 없었다.
록사나는 입에 물고 있던 것을 꺼냈다.
그것은 피어싱 형태로 제작된 작은 보석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르카의 혀에 박혀 있던 것이기도 했다.
록사나가 워낙에 사정을 봐주지 않고 난폭하게 뜯어 낸 탓에 거기에는 살점도 일부 붙어 있었다.
그녀가 베르티움에 갔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주술이 새겨진 보석을 감추었던 것처럼, 오르카 역시 마물과의 계약을 새긴 보석을 입 안에 숨기고 있었다.
“정말이지…….”
록사나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입 안에 고인 피와 타액을 뱉어 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네.”
그리고 꾸역꾸역 피를 뱉어 내고 있는 오르카를 깔아 보았다.
“이깟 잔재주 따위밖에 없으면서 상대를 강제로 어떻게 해 보려고 하다니.”
그는 후들거리는 몸을 벽에 기댄 채로 록사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오르카의 눈이 전에 없이 분노로 벌겠다.
오르카는 독에 중독되어 비틀거리면서도 록사나에게 손을 뻗었다.
그것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냥 순순히 당해 주었다.
“너…….”
록사나는 조금 전에 그녀가 오르카에게 그랬던 것처럼 멱살을 잡혀 벽에 처박혔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오르카의 으르렁거리는 음성이 앞에서 들려왔으나 혀를 물어뜯긴 탓에 발음이 상당히 뭉개져 있었다.
“누나!”
복도의 꺾인 곳 너머에서 제레미가 나타났다.
그는 나비의 인도를 받아 도중에 길을 헤매지 않고 곧바로 그녀가 있는 곳을 찾아낸 모양이었다.
록사나는 손에 든 채찍을 다시금 소매 속의 손목에 휘감아 감췄다. 그러고 나자 그것은 투박한 모양의 팔찌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그리체 양!”
제레미의 뒤에는 판도라와 다른 사람 서너 명도 함께 있었다.
마지막에 독나비로 확인한 그대로였다. 조금 뜻밖이었지만, 오는 길에 만나 동행한 모양이었다.
“잠깐!”
“마물……!”
하지만 그들은 곧 오르카의 옆에 있는 마물을 보고 경악해 외쳤다.
오직 제레미만이 마물을 보고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오르카에게 붙잡혀 있는 록사나를 향해 달려왔다.
“너 이 새끼!”
제레미는 무서운 속도로 접근해 그대로 오르카를 갈겨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