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89)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89화(189/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89화
그렇지 않아도 출혈이 컸던 데다 독 때문에 기절 직전인 듯하던 오르카는 그길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누가 봐도 지금의 상황은 오르카가 가해자, 그리고 록사나가 피해자로 보였다.
오르카는 마물까지 꺼내 놓고 록사나를 벽에 밀어붙인 채 겁박하고 있었다.
게다가 록사나의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는 데다, 지금 막 쓰러진 오르카도 무언가에 물어뜯기기라도 한 것처럼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강제로 록사나를 어떻게 해 보려다가 당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 개새끼가! 감히 누구를 건드려!”
제레미는 광분하여 그를 죽일 기세로 걷어차며 난동을 피웠다.
사람들도 파렴치한 것을 보듯이 바닥에 쓰러진 오르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르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게다가 이 마물은……!”
판도라도 오르카와 그의 마물을 보고 어떤 반응을 먼저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말을 잇지 못했다.
얼굴을 보아하니 아마도 그녀는 위그드라실 안에서 마물의 사용을 자유롭게 만드는 주술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았다.
같은 가문에, 같은 마수사인데도 그런 것을 보면, 오르카는 후계자이기 때문에 이 보석을 지니고 있었던 것일 가능성이 컸다.
“잠깐 빌릴게요.”
록사나는 판도라가 들고 있던 무기를 빼내 왔다.
판도라는 순간적으로 그녀가 오르카에게 피의 복수를 하려는 줄 알고 당황했다.
록사나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오르카는 일단 그녀의 사촌이었기 때문에, 만약 지금 눈앞에서 그를 죽이려 하면 막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성과 감성 사이의…….
“제레미, 가자.”
하지만 록사나는 그대로 오르카를 지나쳤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 뒤를 제레미가 따랐다.
아까 록사나는 카시스에게 그녀가 있는 곳으로 오지 말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면서 동행할 사람으로 제레미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임과 동시에 아그리체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록사나는 다시금 독나비에 주의를 집중했다.
나비가 보여 주는 광경 속에서 닉스는 그녀가 알고 있는 두 남자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것은 노엘과 데온이었다.
* * *
인형들은 3층까지 기어 올라가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을 하나 더 잡아 부수고 있을 때, 카시스의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오빠!”
거기에는 실비아도 있었다.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 인형들의 파괴와 부상자들의 구출에 나섰다고 한다.
쟌느는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구조된 사람들을 치료하며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때마침 막 복도로 들어서던 인형이 한 구 더 있었으나 사람이 여럿인 데다, 그들 역시 인형들과 싸우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그런지 비교적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카시스는 사람들이 인형의 팔을 분리한 다음 움직이지 못하게 꽁꽁 묶는 것을 보며 실비아에게 물었다.
“실비아, 아버지는?”
“노엘 베르티움을 찾으러 가셨어!”
인형을 묶어 두는 것보다는 사지와 머리를 따로 분해해 부수는 것이 확실할 테지만 외양이 사람이기 때문에 무리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전투력은 확실히 상실한 것처럼 보이니 문제는 없을 듯했다.
상황을 보니 이곳에는 더 이상 카시스가 없어도 될 것 같았다.
“아직 인형들이 남아 있으니까 조심해!”
그는 실비아에게 당부하며 곧바로 몸을 돌렸다.
실비아는 혼자 떠나는 카시스를 말리려다가 곧 그가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알아차리고 말을 바꾸었다.
“오빠도 조심해!”
카시스는 부서진 인형의 잔해가 남은 복도를 내달렸다.
록사나는 그에게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지 말라는 의사를 전했지만 카시스는 그 말을 끝까지 따를 수 없었다.
물론 그녀가 능히 제 한 몸을 지킬 수 있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을 직시하는 것과 마음을 놓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나비가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듯이 카시스의 주위에서 맴돌았다.
카시스는 그것을 무시했다.
간밤에 그는 록사나에게 자신의 기운을 아낌없이 불어넣었다.
혹여나 그녀가 마물 때문에 다치는 일이 없도록 방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오늘의 일은 마물 때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웬만한 상처는 곧바로 흔적도 없이 나을 테니, 카시스로서는 그것만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물론 록사나가 다치는 경우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다.
독나비가 록사나의 곁으로 그를 인도해 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카시스는 그녀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장소를 혼자 짐작해 그곳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닉스가 있는 옆 건물을 향해서였다.
* * *
퍼억! 쾅!
누군가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닉스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긴장하고 있다가, 이내 시야에 들어온 얼굴을 확인하고 놀라 외치고 말았다.
“어떻게 너희들이 여기에!”
끼긱. 기기긱.
기묘한 소리를 내는 베르티움의 인형들이 방 안에 묶여 있는 닉스를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왔다.
챙강!
곧바로 고정되어 있던 쇠사슬이 박살 났다.
그들은 닉스를 데리고 방을 빠져나갔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서 닉스는 조금 정신이 없었다.
인형들은 구속구로 사지가 결박된 그를 거의 질질 끌고 갔다.
“잠깐…….”
불편함에 무어라 한소리 할까 싶었지만 상황이 급박함을 알고 닉스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게다가 전투 인형들은 애초에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해서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인형들이 따르는 것은 오직 노엘뿐이니, 이런 일을 벌인 사람이 누구인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뻔했다.
노엘이 그를 구하기 위해서 다른 인형들을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 아까부터 들려오던 바깥의 소음도 그래서인가?
수습이 가능한 일인가 싶어 염려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 미약한 감동이 차오르기도 했다.
어제 청문회 자리에서는 역시 그가 노엘을 오해한 모양이었다.
그때, 노엘의 눈빛에서 전에 없던 어둡고 질척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거부감을 느꼈었는데, 역시 그건 닉스를 향한 감정이 아니었던 듯했다.
인형들은 노엘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처럼 주저 없이 닉스를 끌고 이동했다.
통로가 가까운지, 벽에 걸린 촛대의 불이 잘게 흔들렸다.
그것은 창 하나 없이 막힌 벽면에 어딘가 불길하게 느껴지는 검은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옆 건물로 바로 통하도록 연결된 중앙 통로였다.
창문 하나 없던 복도와 달리 이곳은 벽면을 비롯해 바닥과 천장까지 모두 유리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속으로 발을 한 발짝 내딛자마자 눈부신 빛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흐린 날씨였기 때문에 애초에 그리 강한 빛은 아니었지만, 닉스는 그것을 무척 밝다고 느꼈다.
닉스가 일순간 주춤거리자 인형들이 또 그를 붙잡아 끌었다.
한시도 허비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처럼, 뒤에 있는 인형들도 닉스를 밀어 댔다.
끼긱.
수리를 필요로 하는 인형들에게서 새어 나오는 묘한 소리가 닉스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닉스!”
불현듯 익숙한 음성이 고막을 찢을 것처럼 저 앞에서부터 날아들었다.
닉스는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노엘…….”
그런데 어째서일까.
빛 속에서 달려오는 노엘을 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어제와 같은 강렬한 거부감이 치밀어 올랐다.
여전한 껄끄러움과 여전한…….
오싹거림.
닉스는 무심코 자신을 향해 뻗어져 오는 노엘의 손을 피하고 말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는 몇 발자국이나 뒷걸음질 쳐 노엘과 거리를 벌렸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걸음을 옮기던 노엘은 그에 헛손질을 하며 비틀거렸다.
처음에 닉스는 당황했고, 노엘은 영문을 몰라 멍한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러다 이내 상황을 깨달은 뒤, 노엘의 얼굴에 서서히 잔물결 같은 감정의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왜…… 왜 피하는 거야?”
종국에는 뜨거운 열이 노엘을 휩쓸었다.
열기가 몰린 눈두덩이가 화끈거렸다. 그보다 더 깊은 속은 폭발한 용암으로 뒤덮인 것처럼 끓고 있었다.
“이제야…….”
한계까지 몰린 초조함이 극심한 분노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제야 겨우 만났는데.”
노엘은 감히 자신의 손길을 피한 닉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화를 느꼈다.
“노엘, 그게…….”
“이제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는데……!”
닉스는 저도 모르게 변명하려 했다.
하지만 노엘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잡아!”
달군 쇠 같은 음성이 인형들에게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