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9)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19화(19/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19화
지금까지의 화제에서 명백히 말을 돌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그냥 옷 이야기를 계속 할까 하다가 그냥 순순히 대답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서 얼른 낫는 거.”
카시스는 설마 내게서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던 눈치였다.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사람처럼 그가 나를 쳐다보았다.
“일단은 먹어. 독 같은 건 안 넣었어.”
카시스의 눈길이 바닥에 놓인 쟁반 위로 내려앉았다.
아무래도 내가 있으면 먹기 불편할 것 같아서 나는 잠시 다른 볼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방을 빠져나왔다.
잠깐 앉아 있을 곳도 마땅치 않은 걸 보니 나중에 의자라도 하나 가져다 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카시스가 나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기면 그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가져다줄 생각도 있었다.
잠시 후 나는 카시스에게 입힐 새 옷을 가지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물론 카시스에게 줄 옷을 내가 직접 들지는 않았고, 내 뒤를 따라온 에밀리에게 들게 했다. 조금 전에 음식과 약을 들고 올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찌 보면 성가신 일이었지만 내가 직접 카시스의 수발을 드는 느낌을 풍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문 앞에 다다라 나는 에밀리를 돌려보냈다.
“이제 됐어. 그만 가 봐, 에밀리.”
“네, 아가씨.”
그 후 에밀리에게서 건네받은 옷가지를 들고 카시스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출입할 때마다 이렇게 잠금장치를 여닫아야 하다니, 역시 번거롭네. 저 안에 갇혀 있는 사람도 기분이 나쁠 것 같고.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한데.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문고리를 밀었다.
달칵.
그리고 마침내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나는 멈칫했다.
카시스는 아까와 달리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문을 등지고 서 있는 그의 뒷모습에 저절로 시선이 날아가 박혔다.
내가 걸음을 멈추고 만 이유는 그가 윗옷을 벗어 상체를 노출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멀리서 일렁이는 불빛이 그의 몸에 어스름한 윤곽을 덧그렸다.
카시스의 몸에는 군데군데 붕대가 감겨 있었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붉은 상처 자국이 수없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그의 벗은 몸을 본 순간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은 ‘아프겠다’는 생각이 아니었다.
문고리를 놓은 문이 등 뒤로 스르륵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덜컹.
마침내 문이 완전히 닫혔다.
카시스가 비스듬히 고개를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
음영 어린 고요한 금색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어째서인지 덜컥 말문이 막혔다.
당연한 말이지만 남자의 벗은 상체를 보는 것도, 또 그 대상이 카시스인 것도 지금이 처음은 아니었다.
아까 의원이 미진하게 처리하고 간 카시스의 상처를 마저 치료해 줄 때에도 내 손으로 직접 그의 옷을 벗겼었다.
그때의 나는 분명 카시스의 벗은 몸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은근한 당혹감이 밀려드는 것일까?
아까보다 주위가 어둑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까는 미동 없이 누워 있던 카시스가 지금은 이렇게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며 나를 응시하고 있기 때문일까?
마치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광경을 엿보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촛대에서 번진 붉은 불빛이 어둠 속에 있는 카시스를 홀로 두드러져 보이게 만들었다.
그때, 카시스가 느리게 입술을 벌렸다.
“씻어야겠어.”
속삭임에 가까운 나직한 음성이 귓가를 간질였다.
넝마가 된 천 조각이 그의 손에서 툭 떨어져 내렸다. 섬세하게 짜인 등 근육도 그 움직임을 따라 한결 뚜렷한 굴곡을 그리며 약동했다.
“어, 그래…….”
나는 무의식중에 대답했다.
그런 직후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니, 고작 상반신 탈의한 걸 좀 본 것 가지고 내가 왜 이래야 하는 거지? 게다가 이 이상야릇한 분위기는 도대체 뭐야.
아무래도 아까 촛대의 불을 은은하게 밝힌 게 문제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주변을 환하게 만들자니 카시스가 옷을 벗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하필 그가 윗옷을 탈의했을 때 불을 밝히는 것도 좀 이상하잖아.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지금 내가 괜히 카시스를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슬쩍 눈살을 찌푸린 뒤 태연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이쪽에 있는 문이 욕실이야. 항상 내가 신경 쓰는 건 피차 불편할 것 같아서 일부러 욕실이 딸린 방으로 골랐어.”
이 방에는 작게나마 욕실도 딸려 있었다. 물론 그 안에 있는 위험한 물건들도 이미 다 치운 뒤였다.
방이 평면적인 구조가 아니라 카시스가 있는 곳에서는 벽에 있는 또 다른 문이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이거.”
그 직후 카시스가 슬쩍 팔을 들어 올려 내게 보였다.
“사슬 때문에 옷을 갈아입을 수가 없어.”
아, 듣고 보니 그랬다.
구속구야 손목과 발목에 밀착되어 있어 크게 상관이 없다지만 사슬은 확실히 옷을 벗고 입는 데 방해가 될 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윗옷을 벗은 거지?
그런 의문에 고개를 숙여 바닥을 살핀 나는 곧 그 해답을 찾았다.
조금 전 카시스가 벗은 옷이 완전히 걸레짝처럼 찢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의 셔츠는 원래도 지하 감옥에서 채찍질을 당한 일과 또 샬럿에게 공격당한 일로 넝마처럼 군데군데 찢겨 있었다.
그래서 그냥 지금도 옷을 잡아 뜯는 식으로 벗었던 것 같았다.
벗을 때는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해도…….
확실히 사슬을 달고 있는 상태에서는 팔다리에 옷을 꿰는 것이 불가능했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카시스에게 권유했다.
“손목과 발목에 있는 사슬을 풀어 줄 테니까 대신 목줄로 바꾸는 게 어때?”
“…….”
카시스는 침묵했다.
당연히 내 말을 매우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색이었다. 나를 보는 눈초리가 조금 더 싸늘해진 것 같기도 했다.
“몸에 사슬을 네 개나 달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물론 구속구는 그대로 둘 거지만.
구속구는 속박한 대상의 힘을 제약하는 도구였다.
특히 공격성을 띤 행동을 할 때 움직임을 제한하는 기능이 있었다.
당연히 일반 마물용 구속구보다 대마물용 구속구가 그 강제력이 더 강했다.
하지만 지난 샬럿과의 일 때 구속구를 부순 일도 있고, 카시스에게도 그 효과가 온전히 통하는 게 맞는지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
지금 카시스가 구속구를 차고 있는데도 혹시 나를 공격할까 봐 경계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러나 반대로 말해 구속구조차 카시스에게 완전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다면 사슬은 애당초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그러니 어차피 팔다리의 사슬을 풀고 목줄로 대신한다고 해도 구색 맞추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구색 맞추기라고 하나 내 입장에서 그마저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카시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내 말에 수긍한 눈빛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목줄을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구속구에 달린 사슬을 탈부착하기 번거롭다는 것에는 카시스도 동의하는 것 같았다.
곧 그가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팔을 내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바로 카시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실은 카시스의 옷을 준비시킬 때 목줄도 미리 지시해 놨다.
옷을 갈아입는 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가 조금만 움직여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사슬들이 그렇지 않아도 거슬리던 참이었다.
물론 내 명령으로 목줄을 준비한 하인이 나를 어떻게 쳐다보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기로 하겠다.
역시 아직은 다른 사람을 이 방 안에 들일 생각이 없어서 내가 직접 카시스에게 목줄을 채워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야만 했다.
카시스도 그 사실을 아는지 내 접근을 수용했다.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
나는 카시스와 마주 보았다.
잠깐 내 얼굴 위로 그의 시선이 떨어졌다. 하지만 카시스는 잠시 후 시선을 비껴 나를 외면했다.
좀 더 봐도 되는데 단호하네.
내 미모는 나름대로 내가 가진 강력한 무기가 아니던가.
그러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카시스가 다른 남자들처럼 내 미모에 홀려 반하게 되면 일이 한결 쉬워질 텐데 말이다.
나는 조금 아쉬움을 느끼며 카시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손이 목을 스치는 순간, 카시스의 고개가 작게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다른 움직임이 없어 나는 수월하게 그에게 목줄을 채울 수 있었다.
“…….”
그러고 나서 검은 가죽을 목에 찬 카시스를 보는데…….
어쩐지 주변에 감도는 분위기가 아까보다 한결 더 이상해진 것 같았다.
가학적인 상처가 가득한 상반신을 드러낸 상태로 목줄을 매고 있는 미소년이라니.
왠지 내가 변태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나는 떨떠름하게 눈매를 찡그렸다. 그리고 카시스 역시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카시스의 팔과 다리에 있는 사슬을 풀어 그중 하나를 목줄에 연결했다.
여전히 구속구를 차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슬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시원한지, 카시스는 운동하듯 손목과 발목을 움직였다.
“이 저택은 구조가 미로같이 되어 있어서 내 형제들 중에서도 가끔 길을 잃는 사람이 나와.”
나는 혹시 카시스가 허튼 마음을 먹을까 봐 입을 열었다.
“아그리체에 처음 오는 사람은 당연히 출입구를 찾지 못해 저택 안을 헤매기 십상이지.”
지나가듯 꺼낸 내 말에 카시스가 고개를 돌렸다.
“물론 나는 출입구까지의 지름길을 알고 있지만.”
뒤이어 금색 눈동자와 지척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했냐는 듯이 카시스를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들어가서 씻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