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0)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20화(20/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20화
* * *
카시스가 욕실에 들어간 뒤 나는 바닥에 있는 쟁반과 찢어진 옷을 수거했다.
쟁반 위의 그릇은 비어 있었다. 진통제도 잊지 않고 챙겨 먹은 것 같았다.
카시스가 전처럼 네가 준 것을 어떻게 믿고 먹느냐느니 하는 소리를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카시스는 일단 지금은 이 방에 얌전히 있기로 한 것 같았다.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돌아보고 그런 마음을 먹은 것일 수도 있었다. 어찌 되었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지금처럼 부상을 입은 상태라면 설령 저택에서 빠져나가는 데 어렵사리 성공한다 해도 경계를 넘기도 전에 마물에게 당해 죽을 것이 분명했다.
문득 욕실 쪽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머릿속의 상념이 흩어졌다.
카시스의 목에 연결된 사슬 때문에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고 조금 열린 상태였다. 그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에 기분이 또 조금 이상해졌다.
하지만 나는 곧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나비를 한 마리 불러 들였다.
내 의지가 깃든 검붉은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 그대로 벽에 스며들었다.
이제 이 방에서 카시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내게 신호가 올 것이다.
사실은 카시스에게 직접 감시를 붙이고 싶었지만 혹시 그가 눈치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방에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보다 서쪽 경계에 보낸 나비의 소식이 늦어 신경이 쓰였다.
분명 카시스를 찾는 페델리안의 사람들이 경계 부근을 서성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인 것일까.
나비를 한 마리 더 보내 봐야 하나, 하고 고민할 무렵 카시스가 욕실에서 나왔다.
씻은 뒤 옷을 갈아입은 카시스는 확실히 아까보다 정상적인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는 나를 보고 멈칫했다. 하지만 이 방에는 앉을 곳이 침대밖에 없어서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리 와서 앉아.”
카시스는 내 옆에 있는 붕대와 약을 보고 자신을 부른 이유를 짐작한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어.”
“정말? 등에 있는 상처는 어쩌려고?”
카시스의 얼굴이 설핏 찌푸려졌다.
나는 그를 보고 뭐가 문제냐는 듯이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다.
“걱정 마. 어릴 때부터 많이 해 봐서 나 이런 거 잘해.”
사실은 의원을 불러도 되었지만 카시스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런 식으로 사소하게나마 그에게 하나둘씩 부채감을 쌓아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상당히 얄팍하고 약은 생각이었다.
“어릴 때부터 많이 해 봤다고?”
카시스가 의혹 어린 목소리로 나를 향해 반문했다.
저러는 것을 보니 아그리체의 가풍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응, 오빠가 다쳤을 때도 내가 매일 치료해 줬는걸.”
이건 사실이긴 하지만 조금 과장된 진실이었다.
물론 아실은 어릴 때부터 칠칠맞지 못해서 교육을 받는 동안 매일 다치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의원을 부를 수는 없어서 어머니와 내가 그를 치료해 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내 나이가 몇 살이었는데, 설마 내게 큰 부상의 치료를 맡겼겠는가?
고작해야 생채기가 난 곳에 반 창고를 붙여 준 게 전부였다.
그래도 이렇게 말하면 카시스가 조금은 더 나를 믿고 치료를 맡길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어릴 때와 달리 지금은 내 치료 능력이 발전한 것도 사실이었다.
어릴 때부터 이리 굴려지고 저리 굴려지며 나도 내 상처를 스스로 돌봐야 할 때가 왕왕 있었으니까 말이다.
카시스는 여전히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촛대를 등지고 선 방향이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은 어둠에 먹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카시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가 꽤 오래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슬슬 답답해졌다.
그래도 다시 상냥하게 카시스를 재촉하려던 찰나, 마침내 그가 자리에 멈추었던 발길을 뗐다.
나를 한 번 쳐다본 카시스가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어깨를 타고 내려간 옷이 마침내 허리 아래로 완전히 떨어져 내렸다.
“다른 곳은 내가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직접 손을 댈 수 없는 등 쪽만 치료하라는 의미인가 보다.
나는 내게 뒷모습을 보이고 앉은 카시스를 힐끔 쳐다보았다.
……기분 탓인가? 왜인지 지금 카시스의 경계심이 살짝 옅어진 것 같은데.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상처투성이의 등으로 시선을 내렸다.
조금 전 물에 닿아서 그런지 상처에서는 다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 모를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친 곳을 한 번 씻어 내는 일은 필요했다.
나는 깨끗한 수건으로 살갗에 배어난 피를 닦아 낸 뒤 본격적으로 그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내 손길이 맨 처음 닿는 순간, 카시스의 팔이 아주 살짝 꿈틀거렸다.
그나저나 근육이 여기저기 참 예쁘게 자리 잡았잖아?
군살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는 걸 보니 평소에 단련을 상당히 열심히 한 것이 분명했다.
역시 샬럿 손에 들어갔으면 엄청난 봉변을 당했을 거야. 일단 근육 결대로 피부를 벗겨 내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뼈대도 반듯하게 곧고 예뻤다. 특히 일자로 쭉 그어진 척추 뼈와 견갑골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형제들 중에는 뼈와 장기에 환장해 그것을 수집하는 취향 나쁜 놈들도 있었다.
아마 그들이 카시스를 보게 되면 군침을 흘리고도 남을 것이다.
왜 이 사람은 얼굴만이 아니라 이렇게 뼈까지 예쁜 거지?
나는 측은한 눈으로 카시스를 보았다.
참 별게 다 아그리체 사람들의 취향이지 않은가?
어쩌면 소설 속의 카시스는 처음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험한 꼴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설 속 카시스의 박복한 운명을 다시 한 번 동정했다.
이제 다른 데 한눈 그만 팔고 본업에 충실하자.
나는 다시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카시스는 아까부터 아무 말도 없었다. 한번 인식하고 나자 방 안이 너무 조용한 게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힐끔 시선을 움직였지만 나를 등지고 있는 카시스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지금 내가 만지는 데 아파?”
고요한 공기 속에 내 목소리가 자그마하게 울렸다.
“혹시 아프면 말해. 좀 더 조심할게.”
카시스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나는 손에서 좀 더 힘을 빼고 그의 상처를 살살 매만졌다.
“지금은 어때?”
바로 그때 카시스가 홱 몸을 움직였다.
곧이어 단단한 손길이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됐으니까 이제 그만해.”
싸늘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내가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카시스는 내 손을 뿌리치듯이 놓고 아까 벗었던 셔츠를 들어 다시 몸에 걸쳤다.
그 반응이 무엇 때문인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흠. 그래도 내가 이성으로 의식이 되긴 하나 보군.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에게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데도 내가 해 줄게.”
“필요 없어.”
여지없이 칼 같은 거부가 되돌아왔다.
카시스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한 채로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 후 나는 카시스의 냉대를 받으며 방을 나섰다.
그나저나 방금 전에 카시스가 나한테 경계를 조금이나마 허문 이유는 도대체 뭐였을까?
지금 막 빠져나온 문 앞에 서서 나는 고민했다.
분명 처음에 카시스는 내게 상처 치료를 맡길 마음이 조금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로 하여금 충동적인 결심을 하게 만든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나는 그 이유를 혼자 추측해 보며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