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12)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212화(212/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외전 3화
“……너! 왜 자꾸 아실이 준 사탕 버려?”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금발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조금 전 데온이 버렸던 사탕을 풀밭에서 주워 든 록사나가 얼굴을 찌푸리다가 이내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먹을 걸 함부로 버리면 나쁜 어린이야. 다른 사람이 준 선물을 막 버리는 건 더 나쁜 어린이고.”
“…….”
“으음, 우린 착한 어린이니까 그러면 안 되잖아?”
자기야말로 진짜 어린애면서 꼭 데온을 어르는 듯한 말투였다.
그래서 그가 뭐라고 답했더라.
기억력은 뛰어난 편이었지만 쓸데없는 일은 금방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는 편이어서 벌써 당시의 일이 가물가물했다.
그러다 이내 데온은 그때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해 냈다.
“쓰레기를 버리는 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던가?”
그러자 설마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어린 소녀의 붉은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데온은 그 시선으로부터 무심히 뒤돌아섰다.
“그런 거 너나 가져. 난 필요 없으니까.”
마리아 때문에 떠올리긴 했으나 역시 쓸데없는 기억이었다.
다만, 조금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데온이 버린 사탕이 자신의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불쾌해하며 따지다니. 그 정도로 아실을 좋아하는 건가?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감각을 느껴 본 적 없는 데온으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아! 여기에 새로 만든 보닛 모자를 쓰면 더 귀여울 것 같은데. 하얀색으로 할까, 노란색으로 할까? 사나가 입으면 병아리 같이 귀엽겠지? 자, 이리 와 봐, 데온.”
데온은 그렇게 잠깐 지난 일을 상기 하다가 마리아의 등쌀에 떠밀려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을 지워 버렸다.
* * *
다음 날, 나는 혼자 방을 빠져나갔다.
어젯밤에는 또 배가 아팠다.
사용인에게 들어 보니 엄마도 밤새 고열에 시달리며 앓았다고 한다.
혹시 그 케이크 때문인가?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어제의 일을 떠올리니 괜히 찜찜했다.
하지만 엄마는 아실의 케이크를 아주 조금밖에 먹지 않았는데…….
결국 나는 엄마 몰래 밖으로 나갈 생각으로 오늘 받아야 할 교육을 땡땡이쳤다.
아무래도 우리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조리실을 한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엄마는 아직 아파서 누워 있었고, 마침 마리아 아줌마가 병문안을 온 참이었다.
그래도 엄마 옆에 붙어 돌봐 줄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좀 놓였다.
하지만 또 얼마 전에 마리아 아줌마의 방에서 봤던 광경이 떠오르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데온이 무표정한 얼굴로 공주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은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더 소름 돋는 건…….
“이제 사나한테 맞게 기장만 줄이면 되겠다! 후후후, 그 애가 입으면 얼마나 깜찍할까. 자, 데온. 이제 벗어도 돼. 이번에는 네 걸 입어 보자. 사나는 고양이, 아실은 토끼, 넌 곰돌이 옷이란다. 조만간 시에라한테 잘 말해서 너희 셋이 이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초상화로 남기는 게 내 꿈…….”
저 고양이 귀 케이프가 달린 휘황찬란한 공주 드레스가 실은 나를 위한 옷이라는 사실이었다!
그제야 마리아 아줌마가 나한테 같이 하자고 했던 인형 놀이가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겉보기에 내 나이는 일곱 살이지만, 정신은 멀쩡한 성인 여성이었다.
그런데 저런 옷을 나한테 입히려 하다니. 더군다나 초상화까지 남긴다고?
그거야말로 흑역사 박제가 아닌가!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못됐다고만 생각했던 데온에게 좀 짠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저런 짓을 많이 당했으면 애가 그렇게 영혼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나도 저 아줌마한테 잡히면 같은 꼴이 될 게 분명해.
나는 마리아 아줌마를 앞으로도 열심히 피해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며 살금살금 복도를 걸어갔다.
잠시 후, 사용인들이 방마다 끌고 다니면서 빨랫감을 수거하는 바퀴 달린 카트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빨래 수거 통이 여러 개 있었다.
그동안 지켜보니 우리가 있는 동관의 3번 구역을 지나갈 때는 저 빨래 통이 절반 정도만 차더라.
그 말은 즉, 나머지 통 절반은 빈 것이라는 의미였다.
나는 사용인이 방으로 들어간 사이에 발소리를 죽이고 걸어가 빈 통 중 하나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
뚜껑을 닫자 내 모습이 감쪽같이 가려졌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몸을 바짝 웅크리지 않아도 꽤 넉넉하게 공간이 남았다.
도르륵.
조금 기다리자 바퀴가 굴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들킬지도 모르니까 5번 구역쯤에서 내려야지.
동관을 6번 구역까지 다 돌고 나면 세탁실과 조리실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들었다.
오늘은 기회를 살펴 그 안에 몰래 들어가 볼 생각이었다.
도르르륵.
움직임이 잠깐 멈춘 걸 보니 이제 4번 구역인 모양이다.
빨래 통에 들어가 있는 동안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좀 철없는 생각이지만 꼭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살짝 들어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후 4번 구역을 지나 5번 구역에 다다랐다.
나는 아까처럼 조용히 빨래 통의 뚜껑을 열고 밖으로 나가 후다닥 몸을 숨겼다.
도르륵.
뒤에서 사용인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 최종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도 몰래 복도를 지나 건물의 문으로 빠져나 갔다.
여기가 5구역인가. 이렇게 직접 와 보는 건 처음인데.
왠지 공기조차 새로운 느낌이야.
바스락.
그때, 옆쪽에서 웬 인기척이 느껴져 얼른 덤불에 숨었다.
나뭇잎 사이로 빼꼼 확인하자, 하얀 잠옷 같은 걸 입고 있는 작은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잠시 후 아이가 감기라도 걸렸는지 코를 훌쩍이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때서야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파란 눈을 가진 어린 남자애.
제레미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내 이복 남동생인데, 나도 교육 시간에 길을 오가다가 아주 가끔만 본 적이 있는 아이였다.
내 이복동생이 한 명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레미는 다른 애들보다 왠지 좀 신경이 쓰였다.
전에 사용인들이 멀리서 지나가며 저들끼리 몰래 수군거리던 말을 들어 보니, 제레미의 엄마는 좀……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라고 했다.
그런데 제레미가 사는 곳이 5번 구역이었구나.
제레미는 혼자 벌레를 해체하며 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설핏 눈살을 찌푸렸다.
으, 벌레 징그러워.
나도 어릴 때는 아무렇지 않게 지렁이나 개미, 잠자리를 가지고 논 기억이 나긴 하는데 지금은 그런 취미가 없었다.
하긴, 원래 나이가 들수록 혐오와 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더 늘어나는 것 같긴 하더라.
살랑.
그러다 제레미가 가까이 날아든 노란 나비를 발견했다.
그는 가지고 놀던 벌레를 팽개치고 나비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철푸덕!
대차게 넘어진 제레미가 잠깐 가만히 있다가 이내 파르르 몸을 떨면서 울먹였다.
“후웅…….”
위로 들린 고개를 보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코와 눈매가 빨개져 있었다.
어떻게 된 게, 여섯 살짜리가 혼자 있는데 옆에 돌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망설였다.
아, 진짜 신경 쓰이게…….
바스락!
결국 덤불 뒤에 웅크리고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고 말았다.
설마 이렇게 가까이에 다른 사람이 있을 줄 몰랐는지, 제레미가 흠칫했다.
나는 한 번 주위를 살핀 뒤 후다닥 뛰어가서 제레미를 일으켜 줬다.
“괜찮아, 울지 마. 피 안 났어.”
흙이 묻은 무릎과 손바닥도 탈탈 털어 주고, 쓸려서 빨개진 곳을 호오 불어 주는 척했다.
“자, 아픈 거 다 날아가라! 이제 안 아프지?”
좀 속성인 것 같았지만, 지금은 바빠서 그만.
가까이에서 본 제레미는 멀리서 봤을 때보다 더 마르고 작아 보였다.
어째서인지 나를 되게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어서 좀 바보 같아 보이기도 했다.
역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못 받고 있는 거 아닌가?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못해 혹시 누가 오지 않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서둘러 주머니를 뒤져 사탕을 찾아냈다.
“이거 너 먹어.”
자그마한 손에 얼른 사탕을 하나 쥐여 준 뒤에 이번에는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꺼냈다.
“흥 해.”
제레미는 반사적으로 나를 따라서 손수건에 대고 흥! 콧바람을 불었다.
줄줄 흐르기 직전이던 콧물까지 닦아 주고 나니 이제야 좀 기분이 나아졌다.
“이제 안에 들어가서 까진 데 약 발라 달라고 해. 나랑 만난 건 비밀이야. 알았지?”
나는 제레미의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슥슥 빗어 준 뒤에 돌아섰다.
슬슬 누가 올지도 몰랐으니 얼른 자리를 떠야 했다.
졸졸졸.
그런데 잠깐 가만히 서 있나 싶던 아이가 내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따라오지 마.”
내가 뒤돌아보자 이어지던 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후에 또 나를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따라오지 말라니까? 저쪽으로 가.”
제레미는 내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멀뚱히 서 있기만 했다.
아이 참.
결국 나는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
그러자 깜짝 놀랐는지 숨을 훅 들이마신 아이가 나를 따라 덩달아 뛰었다.
하지만 달리기는 내가 훨씬 더 빨랐다.
“제레미 도련님, 교육 시간입니다.”
그때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제레미를 데리러 온 사용인이었다.
나는 황급히 나무 뒤에 숨었다. 다행히 거리가 충분히 벌어진 뒤라 나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시러! 안 가!”
제레미가 버둥거리면서 몸부림쳤다.
하지만 워낙 작은 아이라 그런지 사용인은 어렵지 않게 제레미를 안고 자리를 떠났다.
그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뒤 나도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발길을 돌렸다.
휴, 하마터면 들킬 뻔했네.
그나저나, 내가 대충 흙을 털어 주긴 했지만 그래도 넘어진 티가 날 텐데 애 상태도 확인 안 하고 그냥 저렇게 데려가다니.
아무래도 5구역 사람들은 근무태만한 것 같았다.
나는 건물 쪽으로 가까이 가지 않고 풀숲으로 이동했다.
역시 건물 근처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잘못하다가는 조금 전처럼 운 나쁘게 마주칠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내가 길을 잃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 이상하네.’
분명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저 건물이 세탁실과 조리실이 있는 건물일 텐데, 아무리 걸어도 이상하게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정원으로 들어온 것 같은데……. 출구가 어딘지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평소에 엄마랑 아실과 함께 가끔 산책하러 오던 정원과는 어딘가 달랐다.
왠지 이곳은 꼭 미로 같은…….
철컹!
“……!”
그러다 내가 어느 한 곳에 발을 디딘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묵직한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뜻 모를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나는 잠깐 숨을 죽이고 가만히 서 있었다.
지금 그 소리 뭐지?
주의를 집중해 귀를 기울여 봤지만 다시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살며시 자리에서 발을 떼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솨아아.
어디선가 불어는 바람에 풀잎과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귓가에서 웅성거렸다.
하지만 역시 느낌이 이상했다. 도대체 뭐가 이상한 건지는 명확한 말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사위가 조용한 와중에 사박사박 들려오는 녹색 파도 소리조차 왠지 기묘하게 소름 끼쳤다.
‘여기서 빨리 나가야겠어.’
나는 굳어 있던 몸을 다시 움직였다.
무의식중에 아까보다 한결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잔디를 밟아 자리를 이동했다.
한시라도 빨리 정원의 출입구를 찾고 싶었다.
근거 없는 이상한 불안감이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나 내 발 뒤꿈치를 쫓아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달리고 있었다.
일종의 본능이었다.
왠지 이곳은 지금 내가 막연히 예감한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불길한 것을 깊은 곳에 감추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솨아아……!
등 뒤로 또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거기에 떠밀려 나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