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14)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214화(214/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외전 5화
철컹!
이후 록사나가 앞으로 갈 길에 설치된 함정들이 또 데온의 손에서 날아간 남은 화살촉과 잘린 나뭇가지에 뚫려 파괴되었다.
마침 새가 크게 울면서 지나가거나 강한 바람이 불 때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록사나도 듣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작은 소리만 미로 속에 울렸다.
록사나의 귀가 예민한 것을 안 데온이 일부러 시기를 맞춘 것이기도 했다.
그는 록사나에게 정원의 입구로 향하는 길을 알려 주고 있었다.
데온이 이런 일을 하는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저 다른 형제들과 함께 들어온 미로는 너무 시시했고, 오늘 교육 시간에 수행해야 할 과제의 내용도 지루했으니까.
그때 하필 옆쪽의 미로 정원 안으로 길을 잘못 든 록사나가 그의 눈에 띄었을 뿐이었다.
만약 데온이 도착했을 때 이미 죽어 있다면 그냥 무시하고 돌아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록사나는 그가 처음 발견한 위치에서 더 깊은 곳으로 발을 들이지 않아 아직 멀쩡히 살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정말 단순한 변덕이었다.
데온은 아까보다 더 멀어진 곳을 슬쩍 뒤돌아보았다.
바람에 섞인 음산한 기운이 희미하게 피부를 찔렀다.
‘마물이라도 있는 건가.’
아까 록사나를 맨 처음 발견했던 지점에서 흘러드는 기운이었다.
데온은 잠깐 그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록사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록사나는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처럼 뛰어가 데온이 던진 사탕을 줍고 있었다.
록사나의 옷에 달린 양쪽 주머니가 어느새 볼록했다.
조그마한 손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사탕을 집어 툭툭 털었다.
빠스락!
그러고 나서 록사나는 야무진 손길로 껍질을 벗겨서…….
냠.
“…….”
오늘 그녀가 입은 옷에는 수납 공간이 별로 없어 벌써 주머니가 꽉 찬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아까부터 걷는 동안 주머니 속에 있는 사탕을 몇 개 꺼내서 오물오물.
또 잔디밭에 떨어진 걸 주워 그대로 껍질을 까서 오물오물.
록사나는 땅에 떨어져 있던 사탕을 참 경계심 없이도 주워 먹었다.
만약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저기에 이상한 짓을 해 놨으면 어쩌려고 저렇게 아무런 확인도 없이 수상한 것을 입에 넣는 건지.
겉모양이 똑같을 뿐, 저게 정말 아실의 사탕이라는 증거도 없었는데 말이다.
실제로도 저건 데온의 손을 거친 것이었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록사나의 저런 행동이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별로 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면은 과연 그 아실의 동생답군.’
데온은 마지막 사탕을 던지고 모습을 감추었다.
“어? 입구다!”
잠시 후 록사나가 밝게 외친 뒤 금빛 머리칼을 나부끼며 뛰어가는 모습이 멀리서 얼핏 보였다.
그것을 확인한 뒤 데온도 원래 그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 * *
오늘의 교육 과제에서 데온의 성적은 최하위였다.
그는 같은 수업을 받는 이복 형제들 중 가장 마지막 순번으로 과제를 완수하고 나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 이유는 더욱 놀라웠다.
‘교육 과제가 시시해서 옆 구역에 다녀왔다.’
놀란 교육관은 사람을 보내 데온의 말이 사실인지 진위 여부를 확인하게 시켰다.
그러는 동안 다른 이복형제들이 호기심을 표하며 다가왔다.
“진짜 다른 구역에 다녀왔어?”
“거긴 좀 더 나이가 들어야 개방해 준다고 했잖아.”
“보나 마나 거짓말이지! 꼴찌로 나온 게 창피해서 괜히 허세를 부리는 거야.”
폰타인은 노골적인 불신의 눈초리로 데온을 쏘아봤다.
반면 아실은 데온의 말에 일말의 의심조차 하지 않는 듯이 그를 향해 눈을 빛냈다.
“대단하다, 데온. 난 오늘 우리가 들어간 미로도 무섭던데, 벌써 옆 구역까지 들어갔다 나오다니.”
“흥. 데온이 아니었으면 자기가 꼴찌로 나왔을 테니까 괜히 아부하기는.”
폰타인이 그런 아실에게 이죽거렸다.
아실은 약간 시무룩해진 눈치였지만 데온은 늘 그래 왔듯이 옆에서 시끄럽게 짖어 대는 폰타인을 완전히 무시했다.
“어? 그런데 내가 준 사탕 다 먹은 거야?”
그때, 아실의 시선이 우연히 어딘가에 닿았다.
그 직후 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실은 처음 미로 정원에 들어갈 때와 달리 홀쭉해진 데온의 주머니를 발견하고 단숨에 기분이 나아진 모양이었다.
“오래 걸어서 그런지 나도 안에서 배고프던데. 그래도 사탕이라도 있는 게 나았지?”
역시 데온이 그것을 전부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기야, 그러니까 데온을 볼 때마다 자꾸만 이 쓰레기를 그에게 떠넘기는 것이겠지만.
데온은 아실의 말을 무시하려다가 순간의 변덕에 의해 그냥 짤막하게 대꾸했다.
“그래.”
미로 안에서 아실이 준 사탕이 의외로 나름의 쓸모가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데온의 말을 들은 아실이 또다시 멍청해 보일 정도로 활짝 웃었다.
금방 교육관이 돌아왔다.
옆 구역에 데온이 말한 것과 동일한 흔적이 포착되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사실인 것으로 판명 났다.
그래도 과제에서 최하위 성적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데온은 마물 사육장에 먹이를 주는 벌을 받게 되었다.
* * *
“사나야! 너 오늘 수업 빠졌다면서?”
저녁 무렵, 록사나는 사색이 되어 부리나케 달려온 아실을 보고 양쪽으로 늘어뜨려진 머리카락을 슬며시 들어 옮겨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2번 정원 근처에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발견됐다던데 진짜야?”
질겁해 희게 질린 아실의 얼굴은 그들의 어머니인 시에라와 똑같이 닮아 있었다.
록사나는 이미 시에라에게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는 걱정의 말과 두 번 다시는 이런 식으로 몰래 수업을 빼먹고 저택 안을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잔소리를 장장 한 시간이나 들은 참이었다.
그런 뒤 시에라는 다시 열이 올라 쓰러져 방으로 옮겨졌다.
당연히 록사나는 그런 시에라를 보고 굉장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래서 지금도 혼자 반성하고 있던 중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아실까지 이렇게 놀라서 달려오니, 그녀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이야. 그냥 바깥이 어떤지 궁금해서 잠깐 나갔다가 길을 잃어서…….”
록사나가 우물쭈물 변명했으나 아실은 심각한 얼굴로 그녀의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런 뒤 록사나의 어깨를 붙잡고 진지하게 시선을 맞대 오는 아실의 모습이 또 묘하게 익숙했다.
록사나는 머리카락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반사적으로 흠칫 몸을 떨었다.
‘아앗……. 이거 엄마가 잔소리하기 직전이랑 똑같은 얼굴인데.’
그녀의 생각이 맞았다.
아실은 록사나를 향해 그녀가 아까 시에라에게 들은 것과 비슷한 말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면 안 돼, 사나야. 그렇게 수업도 안 가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다가 들키면 벌을 받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어쩌면 아버지께 직접 불려 가서 혼날지도 몰라. 넌 아버지가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그리고 이런 식으로 혼자 밖에 나가면 위험해. 저택에 무서운 게 얼마나 많은데. 너 혼자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다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머니하고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 너도 다쳐서 아프긴 싫잖아. 오늘 네가 발견된 곳 근처에도 잘못하다가는 무서운 일을 겪을 수도 있는 위험한 것들이…….”
아실의 잔소리는 시에라만큼이나 길었다.
록사나는 그의 근심 어린 말들을 듣는 동안 그렇지 않아도 피곤하던 몸과 정신이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오늘의 외출은 그녀에게도 꽤 힘든 일이었다.
결국 애초에 목적했던 조리실에는 다녀오지도 못했다.
이상한 정원을 나오고 좀 더 걷다가 중간에 다른 사용인에게 발견되어 곧바로 이곳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시에라는 이미 록사나가 사라진 걸 알아차리고 그녀를 찾아 정신없이 헤매고 있었다.
시에라와 아실이 록사나에게 약한 만큼 록사나도 두 사람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둘 모두를 걱정시키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 죽을 맛이었다.
“알았어, 미안해. 이제 수업도 안 빼먹고, 혼자 위험하게 돌아다니지도 않을게. 내가 잘못했어.”
물론 나중에는 생각이 또 바뀔 수도 있었지만, 일단 지금으로서는 진심이었다.
록사나가 한껏 풀이 죽어 반성하자 아실도 곧 자신이 어린 동생을 너무 몰아붙였나 싶어 멈칫했다.
그렇지 않아도 넓은 저택 내에서 혼자 길을 잃어 겁먹고 무서웠을 텐데.
아실은 더 이상 말하는 걸 그만두고 록사나를 꼭 안아 주었다.
“오빠도 미안해. 사나가 그렇게까지 저택 안을 궁금해하는 줄도 모르고, 위험한 게 많다고 계속 못 나가게만 했어. 다음에는 오빠랑 같이 가까운 데부터 구경하러 가자.”
“어, 진짜?”
“응, 대신 어머니가 다 나으시면 허락받고. 자, 악속이야.”
아실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록사나가 살짝 불만스러운 눈으로 그걸 내려다봤다.
이런 어린애 취급은 역시 좀 낯간지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은 죄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내 못 이긴 척 아실과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오빠는 오늘 뭐 했어? 혹시 정원 같은 데 갔었어?”
“어?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아까 보니까 오빠 옷에 나뭇잎 붙어 있어서.”
순진한 아실은 록사나가 아무렇게나 둘러댄 말을 믿었다.
“응, 오늘 수업 때는 처음으로 미로 정원에 들어갔었어. 사나가 발견된 데랑 가까운 데야.”
그 얘기를 들은 록사나는 ‘역시.’ 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정원의 구조가 미로 같더니, 이름도 미로 정원이었네.’
아실은 어린애답게 단순한 면이 있어, 언제 록사나에게 잔소리를 했냐는 듯이 아까의 일을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데온은 진짜 대단하더라. 원래 우리가 들어가야 될 미로보다 훨씬 더 어려운 난이도인 구역에 다녀왔대.”
“미로도 구역이 따로 나눠져 있는 거야?”
“응. 지금 우리 나이에는 가장 쉬운 단계인 구역만 개방된다나 봐.”
“그렇구나.”
“오늘은 미로 안에서 각자 지정된 물건을 찾아 나와야 했는데, 좀 오래 걸어야 돼서 생각보다 힘들었어.”
록사나는 아실이 눈을 빛내며 재잘거리는 소리를 귀담아들었다.
아까 그녀가 정원에서 주운 사탕이 정말 아실의 것이 맞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빠, 오늘 나가기 전에 사탕 엄청 많이 챙겨 갔잖아. 먹으면서 걸으면 그래도 덜 힘들었겠네?”
록사나는 은근히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어 아실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유도했다.
“맞아! 양쪽 주머니 가득 챙겨 갔으니까. 처음에는 너무 많이 가져갔나 싶었는데 그러기를 잘한 것 같아.”
하지만 이어서 귀에 흘러 들어온 이야기는 록사나의 생각과 좀 달랐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기 전에 거의 다 데온한테 줘서 나한테는 몇 개밖에 남은 게 없었거든.”
그 순간 아실의 말을 경청하던 록사나가 멈칫했다.
“으음. 이건 비밀인데, 그래서 솔직히 절반만 줄 걸 그랬다고 안에 들어가서 좀 후회했어. 하지만 그런 생각 한 건 진짜 잠깐이야! 내가 그만큼 힘들었으니까 나보다 어린 데온은 더 힘들었을 거 아냐. 그래서인지 데온도 미로 안에서 내가 준 사탕을 잘 먹은 것 같더라고.”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라고 덧붙이며 아실은 정말 기쁜 듯이 미소 지었다.
“데온한테 사탕을 거의 다 줬다고? 몇 개 남은 건 오빠가 다 먹고?”
“응? 응.”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깐 동그랗게 떠졌던 록사나의 눈이 서서히 가늘어졌다.
반듯하던 이마에도 하나둘씩 주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곧 조막만 한 손이 아실의 주머니로 뻗어졌다.
록사나는 개 발바닥 모양의 주머니를 뒤집어 무언가를 확인했다.
하지만 원하던 것을 찾지 못했는지, 귀여운 얼굴이 한층 더 찌푸려졌다.
당연히 아실은 어리둥절해졌다.
사실 록사나가 확인하려 한 것은 주머니의 구멍 여부였다.
혹시 아실이 저도 모르게 사탕을 흘려 놓고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실은 지난번처럼 또 데온과 자신만 사탕을 먹어서 동생이 삐진 것으로 오해했다.
“그, 그게, 사나야. 당연히 너한테 줄 사탕도 따로 챙겨 놨지! 오빠 방에 사나한테 줄 사탕 엄청 많아! 지금 가서 같이 볼까?”
아실은 진땀을 빼며 록사나에게서 빈 주머니를 감추려 애를 썼다.
록사나는 갑자기 변명하기 시작한 그를 뒤로한 채로 방금 전에 들은 말을 혼자 골똘히 곱씹는 중이었다.
이어서 아까 정원에서의 일을 상기하는 앳된 얼굴에는 무언가를 알쏭달쏭하게 여기는 듯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그때, 아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시에라가 사용인을 보내 두 사람을 불렀다.
그래서 록사나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 가지 못했다.
다행히 낮에 교육을 받지 않고 이탈한 것에 대해서는 란트와 교육관에게 따로 혼이 나지 않았다.
한 번 정도 수업을 듣지 않은 것 정도로는 벌을 받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시에라와 아실에게 몇 번이나 당부의 말을 들은 록사나가 이후 또 그들 몰래 수업을 빠진 적은 없었다.
물론 쉬는 시간에 조용히 움직여 근처를 탐방하는 일은 완전히 멈추지 않았지만.
가끔은 5번 구역에 있는 제레미에게 찾아가서 아실처럼 사탕을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일도 있었다.
시간이 나면 남들의 시선을 피해 잠깐 같이 놀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시에라와 아실에게도 말하지 않은 록사나만의 비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