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36)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236화(236/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외전 27화
바보같이 말문이 덜컥 막혔다.
“지금처럼 너한테 입 맞추고.”
앞으로 옮겨 온 그의 손끝이 내 입술 모양을 덧그리듯이 매만지다가 가운데를 지그시 누르며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내 손으로 만져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
말캉한 혀가 손가락에 닿자, 마주한 눈동자가 침몰하는 달처럼 한결 낮게 가라앉았다.
“그래서 네 안 깊은 곳까지 온통 내 흔적으로 덮어 버리고 싶었어.”
카시스가 다시 고개를 숙여 내게 입술을 겹쳤다.
애초에 거절하는 선택지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저절로 입술이 벌어졌다.
“넌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실제로 이미 수도 없이 그렇게 했었고.”
“응…….”
벌을 주듯이 입술을 따끔하게 깨문 카시스가 열린 틈새로 거침없이 밀고 들어와 입 안을 헤집었다. 깍지가 껴져 포개진 손과 바짝 맞붙은 몸이 열기로 후끈거렸다.
……뭐가 ‘성인인 열여덟 살까지는 기억났으면 좋겠는데’야?
불건전한 속내가 있었던 것도 맞지만 그 나이가 되면 좀 더 여유롭게 이 남자를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잖아.
오히려 심장이 아까보다 더 시끄럽게 날뛰어서 가까이 붙어 있는 사람에게까지 들킬 것 같았다.
카시스 페델리안의 존재 자체를 아예 잊었을 때도 무의식의 일환인 것처럼 그에게 끌렸었다.
그런데 더군다나 이전의 만남을 기억하는 지금은…….
꼭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를 반기고 환영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닿아도 부족해.”
마침내 다시 나한테서 떨어진 입술이 턱과 입가에 몇 번 눌러 찍힌 뒤 이번에는 간지럽게 귀를 깨물었다.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들어서 좀 더 여유로운 척하고 싶었는데……. 역시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하는 게 불만스러운 건지도 모르겠어.”
습윤한 숨결과 섞여 여린 살갗 위로 점점이 흩뿌려지는 입맞춤에 몸이 빠르게 달아올랐다.
꼭 이미 습관같이 몸에 길들여진 익숙한 일을 하는 것처럼. 곧 이어질 보다 밀접한 접촉을 기대하기라도 하듯이.
“……그럼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기억나게 해 줘 봐.”
나한테 감출 수 없는 욕망을 드러내며 흥분하는 남자의 모습이 짜릿하게 느껴졌다.
왜 아니겠는가?
조금 전 그가 했던 말마따나, 나 역시도 그동안 몇 번이나 이런 순간을 남몰래 홀로 상상해 왔었는데.
“당신이 어떤 식으로 날 만지고, 또 내 몸 어디에 어떻게 흔적을 남겼었는지.”
그래서 말했다.
카시스와 맞잡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 내 목덜미에 파묻힌 그의 머리를 쓸었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까지 자극적이었다.
“한번 말해 봐. 당신하고 내 처음은 어땠어?”
그러다 느릿하게 손길을 옮겨 그의 뒷목의 옷깃 속으로 미끄러뜨렸다.
“당신 말대로라면 분명 우리 둘 다 오래 참다가 겨우 서로를 가질 수 있게 된 거니까 굉장히 좋았겠지?”
그런 뒤 부추기듯이 카시스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살거렸다.
“지금 그때처럼 다시 해 볼래?”
그러자 내 목덜미에 후, 한숨을 내쉬는 듯한 낮은 웃음이 번졌다.
도장을 찍는 것처럼 목 옆쪽에 한 번 촉촉한 입술을 누른 카시스가 고개를 들어 불씨를 품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그때처럼 하려면 앞으로 최소 사흘간은 밖에 나갈 생각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장난스러운 말에 나도 그를 따라 웃었다.
곧장 열기 띤 입술과 손이 몸 위로 내려앉아 나를 신음하게 했다.
그리고 나는 카시스의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되었다.
* * *
“솔직히…….”
“하아, 흐…….”
“처음 했을 때 기억은, 잘 안 나.”
어느새 내 옷은 입으나 마나 하게 거의 벗겨져 있었다. 나도 손을 가만히 두었던 건 아니라, 카시스도 나와 마찬가지로 상반신을 전부 드러낸 상태였다.
“그때 널 안고 방으로 가는 동안에도 당장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고.”
그가 더 깊은 곳에 닿았을 때는 머릿속에서 작은 불꽃이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겨우 방에 들어와서 처음 너한테 입 맞춘 순간부터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지.”
“아……!”
거대한 불덩이에 집어삼켜지는 느낌이 지독히도 생생했다.
“카시스, 흑…….”
“후, 지금처럼…….”
상당히 공들여 몸을 풀어 줬지만 나는 오랜만에 카시스를 받아들이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가 더 버겁게 느껴졌다.
“어디를 맛봐도 지나치게 달고, 또 어디를 만져도 네가 너무 예쁘게 울어서 정말 미치는 줄 알았는데.”
달뜬 숨을 흘리는 입술에서 저절로 신음이 샜다. 자극이 지나치게 강했지만 아프기는커녕 흥분만 고조되었다.
“좋아…… 아……. 더…….”
카시스.
카시스는 내 몸에 대해 잘 아는 게 틀림없었다. 그가 어디를 만지고 핥든 좋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나도 그를 환대하며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몸을 움직였다.
영영 그치지 않을 것 같던 거센 폭풍이 온몸을 완전히 휩쓸고 지나갈 때까지.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한 차례 격렬하게 휘몰아쳤던 쾌락이 지나간 후에도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아, 쉴 틈도 없이 그대로 두 번째 판에 돌입했을 때도 아주 좋았다.
그 후 같이 누워 날 끌어안고 세상 다정하게 입을 맞추던 카시스가 다시 파고 들었을 때만 해도, 좀 지치긴 했지만 혈기 왕성한 젊은 남녀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건데 이 정도야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역시 내 남자는 정력도 좋지, 하고 생각하며 웃는 낯으로 그를 받아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지난번에 봤을 때부터 실내에서 보는 업무량이 늘어난 것 같더니.”
낮은 숨을 깊게 내쉰 카시스가 내 허리를 팔로 감싸 잡아당겼다.
힘이 빠진 몸이 그대로 딸려 가서 그와 마주 보고 앉혀졌다.
“흐으…….”
결합이 한결 깊어져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래도 체력이 그새 이 정도까지 떨어졌을 줄이야. 아무리 내가 회복시켜 주지 않았다고 해도.”
작게 혀를 차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 뻔뻔스러운 말에 기가 막혔다.
자기가 그렇게 오랫동안 날 들들 볶아 놓고 내 체력 탓을 해?
“당신…… 원래 한 번만, 읏, 더 한다고 했으면서.”
“아직 안 뺐으니까 한 번으로 쳐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 움직이지, 흑, 마!”
미처 몰랐는데, 카시스에게는 사기꾼의 자질이 있었는가 보다.
벗어나지도 못하게 허리를 꽉 붙잡고 멋대로 움직이는 게 얄미워서 그의 등에 손톱을 세웠다.
“진짜, 원래 만날 때마다…… 으윽! 이 정도로 했었다고?”
“사실 그건 아니고.”
하지만 카시스는 간지럽지도 않은 듯이 부스러진 웃음을 내뱉으며 내 목을 물었다.
“아무래도 이번에 네가 제레미 아그리체의 말을 감명 깊게 들은 것 같아서.”
그게 무슨 말인가 싶다가 퍼뜩 지난 일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제레미가 그러던데. 원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 마련이라고.”
“……뭐?”
“내가 그래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 봐?”
앗.
순간 흠칫했다.
“빈말로도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는데, 더군다나 너한테 직접 그런 소리를 들으니 생각보다 더 아프더군.”
나는 약간의 당혹감에 젖어 변명하려고 입을 열었다.
“아니, 그때는…….”
“그래서 눈과 몸이 가까이 있을 때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지.”
결국 나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이후로도 한참 더 흔들리며 소리 높여 울어야만 했다.
“……여기서 더 하면 나 진짜 죽어.”
또 한바탕 열락의 시간이 지나간 후 나는 완전히 지쳐서 축 늘어졌다.
“그래. 오늘은 이 정도로 하는 게 좋겠군.”
그래도 마지막 남은 한 줌의 양심은 있었는지, 마침내 그가 행위의 끝을 알렸다.
‘오늘은’이라는 말이 걸렸지만 일단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카시스가 그에게 기대 숨을 고르고 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가에 쪽 입을 맞췄다.
그 후 옆에 구겨져 있던 이불이 카시스의 손에 끌려와 내 몸을 덮었다.
이어서 애정 어린 입맞춤이 얼굴 곳곳에 내려앉았다. 흐물거리는 나를 끌어안고 저린 허리를 꾹꾹 눌러 주는 손길이 다정했다.
지금 병 주고 약 주나…….
그런데 약이 한참 부족했다.
“그것만 하지 말고 당신 능력으로 회복 좀 시켜 줘 봐.”
“안쪽까지 기운을 흘려보내야 하는데, 허락하는 건가? 손의 상처를 치료하는 정도의 가벼운 접촉이 아니라 기억도 완전히 돌아오게 될 거야.”
“이제 그런 거 상관없어…….”
기력이 다 빠져서 웅얼거리듯이 말하다가, 문득 이게 아니다 싶어져서 고개를 들고 양손으로 카시스의 얼굴을 감쌌다.
“기억 못 할 때 의심해서 미안해. 당신 믿으니까 해도 돼.”
이게 정답이었는지, 카시스가 여트막한 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비틀어 내 손에 입술을 묻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정순한 기운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 왔다.
“아.”
무겁던 몸이 금세 가벼워지고, 비어 있던 기억이 빼곡하게 채워졌다.
“아, 카시스…….”
이제는 진짜 모든 게 다 생각났다.
밀려드는 여러 감정들에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그대로 이불 속에 숨어들고 싶어졌다.
카시스에게 얼른 입을 맞추고 말했다.
“사랑해. 알지?”
그러자 카시스의 눈썹이 슬쩍 위로 들렸다.
“다시 말해 줘.”
물론 카시스가 원하는 대로 몇 번이든 말해 줄 수 있었다.
잠시 후에는 마음이 완전히 풀어졌는지, 카시스도 나한테 코를 비비며 사과했다.
“나도 네 탓이 아닌 걸 알면서 너무 괴롭혀서 미안해.”
“그건 그래.”
조금 전까지의 일이 떠올라서 주저 없이 긍정하자 그가 웃었다.
그래도 역시 좀 미안하긴 해서 두 팔을 벌려 카시스를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카시스도 나를 안고 내 머리와 등을 쓰다듬었다.
이참에 아그리체 저택 전체에 내가 모르는 위험한 장치가 없는지, 샅샅이 검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란트의 집무실에 있는 장부를 꺼낸 건 비밀 통로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전 사업과 관련해서 확인해 봐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부를 찾아 책상에 걸터앉아 읽다가, 중간의 어느 페이지를 넘긴 순간 주술이 발동해 깜빡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냥 이참에 란트의 집무실을 아예 갈아엎어서 다른 공간으로 바꿔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나와 제레미 둘 다 란트의 집무실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곳에 따로 집무실을 마련한 이유는 역시 그곳은 비위가 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새삼스럽게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 겪은 일련의 일로 과거와 현재 사이의 변화가 한결 뚜렷하게 인식되었다.
오늘까지 내가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 그러고 보니 제레미.”
그때, 지금까지 잊고 있던 사람이 문득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까 일찍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집무실에서 나갔었는데.
창밖을 보니 어느덧 밤이 깊어져 하늘이 완전히 깜깜했다.
카시스가 아그리체에 올 때마다 못마땅해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눈치껏 눈물을 머금고 자리를 비켜 주곤 하던 제레미였으니까…….
어쩌면 오늘도 뭔가를 눈치채고 일부러 나를 찾지 않은 건지도 몰랐다.
“제레미 아그리체는 내일 보고 오늘은 그만 자. 피곤할 텐데.”
카시스가 나를 자리에 눕히고 이불을 더 제대로 덮어 주었다.
그의 도움으로 몸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정신적으로 피곤한 건 맞아서, 나는 카시스에게 안겨 눈을 감았다.
내일이 되면, 기특하게도 내 업무를 대신 봐 준 제레미를 많이 칭찬해 줘야겠다.
역주술을 연구하고 있을 그리젤다에게도 고맙지만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말해 주고.
증상이 완전히 나았다고 말해 주면 에밀리도 안심하겠지.
그리고 데온은…… 뭐, 따로 말하지 않아도 내일 얼굴을 보면 그냥 바로 알아차릴 테니.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서서히 잠이 찾아들었다.
카시스가 잘 자라고 속삭이며 내 뺨에 가볍게 키스했다.
또 다른 내일로 향하기 위한 하루의 마지막 시간.
고즈넉한 가을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