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32)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32화(32/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32화
* * *
“록사나 아가씨, 마리아 님의 초대장입니다.”
에밀리가 건네준 초대장을 받고 나는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가운 기분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제레미가 나를 찾아와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우연히 마리아를 만나서 잠깐 대화를 나누다가 실수로 카시스 페델리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그는 당연히 마리아에게도 이미 소식이 갔을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장난감이 생긴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는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보나마나 제레미가 또 마리아에게 먼저 시비를 걸다가 엉겁결에 카시스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 분명했다.
제레미는 대체적으로 약삭빠르고 교활했지만 가끔 이렇게 멍청하게 굴 때가 있었다.
하기야, 그러니까 소설 속에서도 여주인공인 실비아에게 죽은 카시스에 대해서 술술 다 불어 버렸겠지.
그래도 나한테 와서 이렇게 이실직고하는 것을 보니, 샬럿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정말 다른 의도가 있어 일부러 마리아에게 말을 흘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제레미는 마리아가 내 장난감 소식을 듣고 흥미를 보였었다며 찝찝해했다.
비록 그가 카시스 페델리안을 싫어하는 것은 맞지만, 거기에 마리아가 엮이니 혹시 나에게도 피해가 갈까 봐 나름대로 우려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곧바로 나한테 와서 사실을 고백한 제레미를 칭찬해 주었다.
그는 혹시 내 반응이 싸늘할까 봐 걱정하는 기색이다가 금세 화색이 도는 얼굴로 꼬리를 흔들었다.
제레미가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는 게 처음도 아니고, 그래도 제 잘못을 알고 이렇게 바로 찾아온 건 칭찬해 줄 만했다.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마리아의 초대장을 받았으면 몹시 의아했을 게 분명했다. 보통 때의 마리아는 이렇게 끈덕지게 굴지 않으니까.
나는 잠시 몇 가지 생각을 해 보다가 마리아의 초대에 수락하는 답신을 보냈다.
마리아는 티 파티에 카시스와 동행할 것을 권유했지만 그를 데려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사건 이후로 그와 나 사이에는 전과 다른 공기가 흘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내 얼굴을 보기 껄끄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카시스가 그때의 내 행동을 묵인한 것도 표면적으로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아 내게 속하게 된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로 가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가만히 주시할 때가 있었는데, 역시 그 시선이 썩 온유하지는 않았다.
나는 독나비에게 먹이를 주고도 완전히 지혈되지 않은 팔에 붕대를 감았다.
부화실에 있는 알에 피를 주는 횟수도 이전보다 확연히 늘어났다. 데온이 돌아온 이후의 변화였다.
나는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리아의 티 파티가 열리는 날은 내일.
내가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 * *
마리아의 티 파티는 저택의 중앙에 위치한 유리온실에서 개최되었다.
독초를 기르는 온실과 달리 이곳은 온전히 휴식을 위해서만 만들어진 곳이었다.
그래서 이따금 이곳에는 친목을 위한 다과회 같은 것이 열리곤 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아그리체의 사람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이었다. 오죽하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식사까지 다 따로 하겠는가.
아그리체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함께 밥을 먹는 것은 한 달에 딱 한 번, 대만찬 시간뿐이었다.
그마저도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게 허락된 건 란트 아그리체를 제외하고 단 세 명의 아이들뿐이었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이런 식으로 따로 모두를 불러 모아 친목의 장을 여는 사람은 이 집에서 마리아가 유일했다.
물론 초대받은 사람들이 모두 참석을 수락하는 것은 아니고, 그들도 내킬 때만 시간을 내는 형식이었다.
“어서 오렴, 사나야.”
아치형으로 둥글게 솟은 유리 천장에서 밝은 햇빛이 떨어져 내렸다.
내가 온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마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맞아 주었다.
저렇게까지 반가워하는 얼굴을 보면, 가끔 그녀의 친자식이 데온이 아니라 나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제가 마지막인가 보네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담담한 태도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오늘은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마리아의 티 파티에 참석한 것 같았다. 빈 의자가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그곳이 나를 위해 마련된 자리임을 알 수 있었다.
참으로 짜증스럽게도 내 자리는 바로 마리아의 옆이었다.
조금 전 마리아가 일어난 자리의 오른쪽이 비어 있었고, 그 왼쪽에는 내 어머니인 시에라가 앉아 있었다.
“사나…….”
그녀는 내가 오늘 이곳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듯, 나를 보고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흥미로운 눈으로 나를 보거나 저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소리를 죽여 무어라 수군거렸다.
보아하니 마리아가 다른 참석자들에게 나에 대해 미리 언질을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머니도 계셨군요.”
나는 마리아의 안내를 받아 빈 자리로 걸어갔다.
그 후 근처에 앉아 있던 어머니에게 알은 척하자 무릎 위에 얹혀 있던 그녀의 손이 움찔 흔들렸다.
내 등장에 당황한 어머니와 달리 나는 이 자리에 있는 그녀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
사실 어머니가 마리아의 티 파티에 참석한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리아의 초대를 거절하지 못해 예전부터 가끔 이런 자리에 불려 나오곤 했으니 말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참으로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
마리아의 얼굴을 볼 때마다 위축감을 느끼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싫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다니.
내가 봤을 때, 마리아와 내 어머니의 관계는 뱀과 쥐였다.
마리아가 포식자라면 내 어머니는 피식자, 더군다나 먹이 사슬의 최하위에 존재하는 먹잇감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앞서 말했듯, 아실을 직접적으로 죽인 사람은 바로 마리아의 아들인 데온이다.
집행관의 참관하에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월례 평가 때마다 두각을 드러내던 데온이 아실을 사형시켰다고 들었다.
어린 아들에게 형제를 죽이라고 시키는 란트 아그리체나, 그 명령에 따라 정말 제 이복형을 죽인 데온 아그리체나 똑같이 정상이 아니었다.
물론 데온도 아버지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따랐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설령 그렇다 한들 서로 마음 편히 얼굴을 맞댈 관계는 결코 아니었다.
물론 마리아는 그 일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지만…….
아니, 어쩌면 마리아의 성격상 이미 오래전에 그 일을 잊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마리아라면 또 몰라도 내 어머니는 결코 그날의 일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지금도 다과상 앞에 자리한 내 어머니의 낯빛은 별로 좋지 못했다.
“사나, 네가 올 줄은 몰랐는데……. 미리 언질이라도 해 주지 그랬니.”
그녀의 얼굴은 나를 보자마자 한결 더 어두워졌다. 아무리 봐도 내 방문을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럴 만했다. 이 티타임은 보통의 평범한 티타임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도 몇 년 전에 딱 한 번 마리아의 티 파티에 참석한 뒤, 그 후로 두 번 다시는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가 누굴 걱정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일부러 비밀로 했어, 시에라. 그래야 깜짝 선물이 되지.”
마리아는 내 어머니와 나를 양손의 꽃이라도 되는 것처럼 흐뭇하게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와 상반되게도 어설픈 미소를 띤 내 어머니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아직 티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이러다니.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가 되면 내 어머니가 기절이라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
그간 풍문으로 들어 보니, 오래전 내가 이곳에 참석했을 때와 분위기가 별반 달라지지도 않은 모양이던데 말이다.
“오랜만에 사나를 티 파티에서 보니 기분이 좋아. 앞으로는 더 자주 오렴. 시에라도 이렇게 좋아하잖니.”
글쎄, 전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데.
“시간이 되면요.”
나는 짧게 대답한 뒤 앞에 있는 찻잔을 들어 올렸다.
맛이 깔끔하고 풍미가 깊은 것을 보니 최고급 차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대부분 란트 아그리체의 여자들이었고, 그녀들의 자녀도 몇 명 와 있었다.
“사나의 장난감도 이 자리에 같이 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마리아의 말에 다른 이들도 동조했다.
“맞아. 사나가 처음으로 장난감을 들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는데.”
“지난번에 언뜻 봤는데, 지금까지 본 장난감들 중에 제일 예쁘게 생긴 것 같아요.”
“하긴, 그러니까 사나도 관심을 가졌겠지.”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오늘 구경할 수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왜 안 데려온 거야?”
아쉬움과 호기심을 담은 눈길이 내게 쏟아져 들어왔다. 마리아도 나를 보며 웃는 낯으로 덧붙였다.
“그러게. 사나의 장난감을 위해서 오늘 특별히 전용 새장도 준비했는데.”
그녀의 말처럼 유리온실의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새장 모양의 우리가 몇 개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오늘의 티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의 장난감이 진열되어 구경거리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
가운데에 있는 가장 화려한 새 장은 비어 있었는데, 아마 그곳이 카시스를 위해 마련된 자리인 것 같았다.
카시스를 이곳에 데려왔으면 그 역시 저런 꼴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카시스가 순순히 있었을까?
이왕 보여주기용으로 자국을 새긴 겸 지금 이 자리에서 과시하듯 카시스를 내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직접 자의로 카시스를 이곳에 데려와서 그의 반감을 살 필요는 없었다.
“제 장난감은 낯가림이 심해서요. 제가 아닌 사람은 물지도 몰라요.”
그러자 사람들의 얼굴에 담긴 호기심이 더욱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