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35)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35화(35/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35화
* * *
카시스가 방을 나서게 된 것은 약 30분 전쯤이었다.
문의 잠금장치를 열고 안으로 들어선 장정 두 명이 카시스에게 다가와 구속구에 사슬을 채웠다.
“어차피 구속구도 채우고 있는데 이렇게 사슬까지 주렁주렁 달아야 되나? 귀찮게.”
“그냥 빨리 해. 늦으면 불호령이 떨어질지도 몰라.”
손에 구속구를 차고 아무 말 없이 얌전히 있기 때문인지 그들은 카시스를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다.
“날 어디로 데려가려고?”
카시스는 그들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새끼가, 건방지게.”
“어이, 손대지 마. 이건 록사나 아가씨의 장난감이야.”
카시스의 말투에 발끈했던 남자가 옆에 있던 다른 남자의 말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는 카시스에게 여전히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마리아 님의 티 파티에 널 데려오라는 명령이 있었다. 쓸데없이 날뛰다가 험한 꼴 당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설명은 거기에서 끝이었다.
대략 마리아라고 하는 사람의 티 파티에 록사나가 참석했고, 거기로 그를 데려오라 했다는 말인가.
문득 그의 목에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자국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치 보란 듯이 눈에 띄는 곳에 새긴 흔적이었으니 어쩌면 정말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생각인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자 배 속이 꿈틀거리며 부글거리는 열이 작게 끓어올랐다.
카시스는 그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해 뻗어지는 손을 피해서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뭐야? 가만히 못 있어?”
눈앞에 있는 사내들을 응시하던 카시스의 눈길이 문을 향해 미끄러졌다.
문은 잠금장치가 모두 풀린 상태로 조금 열려 있었다. 일순간 카시스의 팔 근육이 수축되었다.
“와, 웬일로 문이 열려 있네?”
만약 그때, 열린 문 밖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지만 않았다면 카시스는 지금 그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을 것이 분명했다.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검은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었다.
집에서 곱게 길러진 집짐승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그의 눈빛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동물을 닮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제레미 도련님!”
검은 머리카락을 봤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그는 란트 아그리체의 아들이었다.
록사나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소년은 남자들의 인사를 무시하고 곧장 카시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네가 청의 개새끼냐?”
거침없는 말본새에 카시스의 눈매가 일순간 가늘어졌다.
그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꺼낸 말이 분명했다.
“귓구멍이 처막혔나, 왜 대답이 없어?”
카시스는 말없이 눈앞에 있는 사람을 응시했다.
제레미라고 하는 소년은 그에게 적의를 폴폴 풍기고 있었다. 일부러 찾아와 시비를 거는 것부터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카시스의 침묵은 차라리 무시에 가까웠다. 그것을 깨달은 제레미의 얼굴도 점점 흉악해졌다.
“저, 도련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남자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너희야말로 왜 여기 있어? 얘 데리고 나가려고? 누나가 개새끼 산책시켜 주래?”
“아니요. 마리아 님의 티 파티에 데려가려던 참입니다.”
그 말을 듣고 제레미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망할 티 파티? 그게 오늘이었던가?”
이어지는 말에 수하들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장난감들 진열해 놓고 인형 놀이인가 뭔가 하는 그 역겨운 다과 모임이라면 나도 알지. 하여간에 마리아 아줌마, 그 여자는 누나를 귀찮게 하지 못해서 안달이라니까. 사나 누나는 그딴 지랄맞은 티 파티에 관심도 없는데 허구한 날 징그럽게 초대장을 날려 대고 말이야.”
아그리체의 마님들 중 하나인 마리아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의 말에 수하들은 할 말을 잃었다.
여기에서 제레미에게 동조해 함께 마리아를 욕되게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지금 제레미의 앞에서 그의 말에 반박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제레미는 그들의 반응에 딱히 관심이 없는 듯, 이어서 지나가듯 말했다.
“그런데 누나는 그 티 파티에 장난감 데려간다고 한 적 없는데?”
“중간에 마음이 바뀌신 게 아닐까요? 저희도 중간에 전해 들은 내용이긴 하지만 데온 도련님이 지금 바로 록사나 아가씨의 장난감을 온실로 데려오라 하셨다고…….”
불행하게도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가차 없는 발길질이 그의 복부로 날아와 꽂혔기 때문이었다.
퍼억!
“크억……!”
제레미에게 과격하게 걷어차인 남자가 뒤로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제, 제레미 도련님!”
조금 전 남자의 복부에 틀어박힌 힘의 강도나 속도를 생각해 보았을 때, 갈비뼈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커 보였다.
“이 새끼들이 단체로 쥐약을 처먹었나.”
쓰러진 남자의 머리 위로 흉흉한 목소리가 떨어져 내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감히 데온 새끼 이름을 운운해?”
한기 어린 시선을 정면에서 받은 남자들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아그리체의 누가 안 그렇겠느냐마는, 제레미도 과연 그 피가 어디 가지 않는구나 싶을 정도로 거칠고 잔인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록사나의 앞에서만 가시 빠진 고슴도치처럼 굴어 록사나를 흠모하는 수하들 사이에서 그를 가증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제레미는 특히 록사나와 관련된 일에 쉽게 눈이 돌아갔다. 지금도 그들의 말이 제레미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것이 분명했다.
이럴 때는 그의 비위를 더 거스르지 않게 납작 엎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너 말해 봐. 이게 누구 소유 물건이야?”
“로, 록사나 아가씨이십니다.”
퍽!
“커억!”
“그걸 아는 새끼가.”
퍽!
“으윽……!”
“아가리를 이딴 식으로 놀려?”
가뜩이나 록사나의 일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제레미인데,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데온의 이름을 꺼내기까지 했으니 그의 심사가 뒤틀릴 만도 했다.
“상황 파악 못 하는 입을 왜 달고 다녀? 응? 그 머리는 장식이야? 쓸모없어 보이는데 내가 분리시켜 줘?”
그는 짜증스레 남자를 패다가 그때까지도 옆에 있던 카시스를 떠올린 듯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넌 또 왜 순순히 기어 나와서 사람을 이렇게 빡치게 해? 이게 데온 새끼 수작질이면 너도 완전히 좆 되는 거 몰라? 이 멍청한 새끼.”
화풀이에 가까운 억지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카시스는 아직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상태였다.
카시스의 차가운 금색 눈동자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눈앞의 광경을 조용히 담아내고 있었다.
“야, 넌 지금 당장 튀어 나가서 이 새끼 진짜 온실에 데리고 가냐고 사나 누나한테 제대로 물어보고 오…….”
그러던 중, 제레미는 카시스에게서 아주 불쾌한 것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벌어진 옷깃 사이로 드러난 목에 새겨진 붉은 자국. 그것이 제레미의 눈에 콱 박혀 들어왔다.
얼핏 가학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아주 노골적이고 짙은 흔적이었다. 잇자국까지 남아 있어 흔적이 한결 더 두드러져 보였다.
흰 피부와 대비된 선명한 붉은 자국이 한편으로는 아파 보일 지경이었다. 그것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순간 제레미의 두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는 아득 이를 악물었다.
“하, 가뜩이나 기분 지랄 같은데 별 버러지 같은 게…….”
주위에 감도는 공기가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해졌다.
제레미는 몇 번이나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들끓는 속을 그렇게 어떻게든 가라앉히려 했지만 무리였다.
“야, 너 지금 당장 나한테 등 돌리고 딱 한 발짝만 저쪽으로 걸어가.”
카시스를 향한 그의 눈빛은 여전히 철천지원수를 마주하듯이 사나웠다.
제레미가 고갯짓한 방향은 지금도 조금 열려 있는 문 쪽이었다.
카시스는 조금 전까지 그들 사이에 오가던 대화와 지금 소년이 한 말을 듣고, 눈앞에 있는 사람이 그를 직접적으로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내가 네놈의 말을 따라야 할 이유가 있나?”
일부러 도발하듯이 꺼낸 카시스의 말에 마주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순간 카시스에게 매서운 주먹이 날아들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절로 몸을 움츠리고 말았을 정도로 강렬한 기세였다. 하지만 카시스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퍼억!
주먹은 카시스의 얼굴에 꽂히는 대신 그의 뺨을 스쳐 벽에 박혔다. 부서진 벽의 표면에서 파스슥 가루가 흩어져 내렸다.
제레미는 카시스가 자신의 주먹을 피하지 않은 것에 더욱 배알이 뒤틀린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 봐라,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네.”
역시 그는 카시스를 직접적으로 건드릴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를 공격하는 척해 원하는 대로 행동을 유도할 작정이었던 것 같지만 카시스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성이 나는 기색이었다.
“아, 됐어.”
제레미는 김이 샜다는 듯 주먹을 뒤로 물렸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행동은 옆에 서 있던 남자를 공격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