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36)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36화(36/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36화
“제, 제레미 도련님 왜 저를…… 으윽!”
제레미는 기어이 쓰러진 남자의 손을 짓밟아 아작 냈다.
그러는 바람에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사슬을 놓치고 말았다.
“야, 이 개새끼가 방금 얘 손 뿌리치고 토끼려고 한 거 봤냐?”
제레미가 먼저 쓰러져 있던 다른 남자를 향해 말했다.
조금 전 자신이 한 일을 카시스의 탓으로 돌리는 뻔뻔한 작태였다.
“얼마나 반항이 심한지 우리 수하 2호가 줄을 다 놓쳤네.”
제레미의 입가에 비열한 웃음이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 두 눈을 버젓이 뜨고 있는데 도망가려고 하다니 간이 크기도 하지.”
그는 어떻게든 카시스에게 도망자의 이름을 붙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시스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방향을 바꾸어 이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할 생각인 것 같았다.
아마도 그만큼 그에게는 이런 허울뿐인 명분이라도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카시스는 그를 반응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앞에 있는 이 소년이 카시스에게 적대감을 표하는 것도, 그럼에도 카시스에게 손대지 못하는 것도 모두 카시스가 록사나의 장난감이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그가 눈에 띄는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 역시 카시스의 목덜미를 확인한 직후였다.
카시스는 쓰러진 두 남자와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는 제레미를 차례로 보다가 이내 나직이 읊조렸다.
“아그리체에는 제정신인 인간이 없는 것 같군.”
카시스는 눈에 뻔히 보이는 이런 수작질이 다소 같잖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눈앞에 있는 소년은 카시스가 정말 자신의 손을 피해 이 방에서 도망칠 수 있으리라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 이런 일을 저지른 것도 단순히 정당하게 카시스를 공격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카시스는 그 되지도 않는 자신감이 우스웠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제레미는 다시 카시스를 보고 빈정거렸다.
“말을 안 듣고 달아나려 한 개새끼는 자근자근 패서 교육시켜야지.”
하지만 글쎄.
과연 그 사냥꾼이 개를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개에게 물릴지는 두고 봐야 아는 것이었다.
* * *
밖으로 나서자마자 강렬한 햇볕이 시야를 하얗게 물들였다.
머리 위로 곧바로 내리쪼이는 직사광선은 유독 그 존재감이 뚜렷했다. 어쩌면 이런 식으로 햇볕 아래에서는 것이 오랜만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카시스는 온통 새하얀 빛 일색인 복도를 지나 파릇한 잔디를 밟았다.
귓가에 온갖 시끄러운 소음들이 밀려들었다.
꽤액!
별안간 그 소음의 주역 중 한 명이 그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다음 순간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카시스는 그것을 피해 우측으로 고개를 비틀었다.
그러자마자 길게 뻗은 다리가 허공에 흩날리는 그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이 쥐새끼 같은 게!”
아까의 여유로운 모습을 잃은 제레미가 악에 받친 음성으로 외쳤다.
그는 곧바로 지면을 박찬 뒤 다시금 카시스에게 달려들었다.
카시스의 손목에 연결된 긴 사슬이 채찍처럼 휘둘러져 제레미를 후려갈겼다.
아까 복도에서도 저 사슬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던 터라 제레미는 곧바로 허리를 낮추었다.
하지만 그것을 예상했던 듯, 이번에는 아래에서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제레미는 욕을 삼키며 팔을 들어 그것을 막아 냈다.
찰그락!
카시스는 재차 제레미를 공격하지 않고 그의 팔을 디딤대로 삼아 훌쩍 뒤로 물러났다.
그에 더욱 약이 오른 것은 제레미였다.
아까 방 안에서 가격당한 일로 입 안이 찢어졌는지 혀끝에 비릿한 맛이 감돌았다.
그는 여전히 카시스를 노려보며 잔디 위에 피 섞인 침을 뱉어 냈다.
“꼬리 만 개처럼 도망만 치지 말고 제대로 덤벼 보시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도발하듯 말했지만 사실 지금의 상황은 제레미가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는 단지 이 건방진 개자식을 조금만 손봐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카시스는 제레미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에게 공격을 퍼부어 정신을 쏙 빼놓은 뒤 방을 빠져나갔다.
저 새끼를 당장 죽여 버려야 되는데.
제레미는 바드득 이를 갈았다.
사실 지금까지는 다소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카시스 페델리안은 생각보다 민첩하게 움직였다.
게다가 카시스는 제레미를 약 올리기라도 하듯 허점만 쏙쏙 찾아내 그 부분만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틈만 나면 그를 따돌리고 저만치 앞서 움직였다.
목적이 제레미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저택에서 빠져나가는 것임을 명확히 드러내는 행동이었다.
그래서인지 카시스의 구속구는 아직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저 쥐새끼 같은 놈이 그것을 노리고 일부러 이런 약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비단 제레미뿐만이 아니라, 그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만난 사람들을 거의 상대하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기절시킨 뒤 움직였다.
지금도 카시스는 제레미의 말을 무시하며 잠깐 무언가를 확인하듯 힐끔 곁눈질하다가 곧장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어딜 가려고!”
하지만 여지없이 카시스의 뒤로 제레미가 따라붙었다.
카시스는 성가심을 느끼며 무릎으로 제레미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제레미는 그것을 가뿐히 피한 뒤 손으로 낚아챈 사슬을 잡아뜯듯이 세게 잡아당겼다.
퍼억!
그러나 카시스가 오히려 더욱 가까이 몸을 밀착하며 가슴팍을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결국 틈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손아귀에 쥔 것을 놓치지 않았으나 카시스는 맨손으로 줄을 끊어 버렸다.
“꺼져. 너 같은 걸 상대해 줄 시간 없으니까.”
날렵하게 몸을 뒤로 물린 카시스가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을 열었다.
“이 개새끼가…….”
“귀찮다고 해도 아등바등 뒤꽁무니를 쫓아오며 시끄럽게 짖어 대는 꼴을 보니 진짜 개새끼가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카시스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제레미는 오히려 그의 그런 태도에 눈이 시뻘게지는 느낌이었다.
“던져 줄 먹이 따위 없으니까 성가시게 굴지 말고 꺼져.”
“이 새끼가 뒤지려고…….”
‘너 따위는 내 적수가 아니’라는 듯이 굴며 귀찮은 날벌레 쫓듯이 하는 태도에 확 눈이 뒤집혔다.
어째서인지 재수 없는 데온 새끼가 생각나서 살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록사나의 장난감인 카시스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바싹 약이 오른 제레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선명한 살의뿐이었다.
“그래, 이래도 네놈이 계속 그렇게 잘난 척할 수 있나 보자.”
간만에 제대로 열을 받은 탓인지 눈앞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카시스를 노려보는 제레미의 눈동자에 독기가 어렸다.
소란을 듣고 온 수하들이 어느덧 주변에 모여 카시스를 에워 싸고 있었다.
이성을 잃은 제레미는 손을 뻗어 조금 전 카시스가 끊어 낸 사슬을 옆으로 날려 보냈다.
그것은 카시스를 공격하는 대신 무성한 초록의 덤불 속에 숨겨진 철문을 향해 날아갔다.
끼이익! 철컹!
쇠끼리 부딪치며 긁히는 소리가 고막을 따갑게 파고들었다.
철문의 손잡이에 뱀처럼 얽힌 잠금장치에 사슬이 휘감겼다. 제레미는 이를 악물며 그것을 강한 힘으로 잡아당겼다.
“제레미 도련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카시스를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수하들이 경악해 소리쳤다.
그들은 어떻게든 제레미를 말리려 했으나 무식한 힘이 가해진 녹슨 잠금장치가 부서지는 것이 더 빨랐다.
끼이이이.
마침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렸다.
좁은 문틈으로 모습을 드러낸 검은 공간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음습한 기운이 새어 나왔다.
제레미와 카시스를 제외한 사람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키기각…… 키기익…….
마치 못으로 철판을 긁는 것 같은 가늘고 예리한 소음이 그 안에서 기어 나왔다.
문 너머에서 드글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콰앙!
키에에에!
그 순간 검은 덩어리들이 철문 밖으로 쏟아지듯이 밀려 나왔다.
“으, 으아악!”
카시스는 두 눈을 부릅떴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카시스도 급히 몸을 움직였다.
휘이익! 푹!
그가 도약하자마자 그 자리에 날카로운 검은 물체가 날아와 꽂혔다.
철문 안에 있던 것은 거미를 닮은 마물 카란튤이었다.
카시스를 공격한 마물은 무기나 마찬가지인 날카로운 다리를 땅에서 뽑아 다시 한 번 아래로 찔렀다. 도망치던 사람 중 한 명이 거기에 몸을 꿰뚫렸다.
키엑!
카시스는 이를 악문 뒤 이런 극악무도한 일을 벌인 범인을 찾았다.
조금 전 철문을 열 때 그랬던 것처럼 사슬을 이용해 나무에 매달려 있는 제레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너……!”
“버러지는 버러지답게 마물 밥이나 되라고.”
그는 비열하게 웃는 얼굴로 카시스를 내려다보다가 가지를 밟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