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39)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39화(39/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39화
캬아악!
마물을 막 죽이고 빠져나온 카시스에게 데온이 접근했다.
록사나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급히 접근했던 탓에 카시스는 마물의 독침을 미처 피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의 움직임은 아까보다 확연히 둔해져 있었다.
마물의 사체 앞에는 아연실색한 얼굴을 한 록사나의 어머니가 있었다. 다리가 풀렸는지, 그녀는 바닥에 맥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하지만 데온은 그쪽으로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곧바로 카시스를 공격했다.
“크윽!”
카시스는 옆머리를 강타하는 강력한 충격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다음 순간 턱을 걷어차여 쓰러지고 말았다.
“데온, 아그리체…….”
가열된 음성이 악문 잇새로 짓씹듯이 내뱉어졌다.
투두둑. 이마를 타고 흐른 피가 파릇한 잔디 위로 떨어져 내렸다.
데온은 카시스의 머리를 후려친 창대를 돌려 이번에는 깨진 창살로 구속구의 어느 한 부분을 찔렀다.
그 순간 끔찍한 고통이 카시스의 전신을 파고들었다.
“으, 크헉……!”
대마물용 구속구가 순식간에 최고치인 5단계로 발동했다.
카시스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강렬한 통증에 몸부림쳤다. 데온의 발이 그런 그를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록사나의 어머니인 시에라 콜로니스의 초점 없는 눈이 그런 두 사람을 응시했다.
그녀는 조금 전의 일로 크게 놀란 것처럼 다소 멍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인식한 듯,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한순간 훅 숨을 들이켠 시에라가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 밖으로 토해지는 호흡도 점차 가빠지기 시작했다.
“시에라 아줌마, 혹시 다친 곳 없…….”
“아아, 아…… 안 돼…….”
록사나의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온 제레미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만, 그만해……. 죽이지 마.”
“아, 잠깐만. 나 이런 상황 별로인데.”
“아실을 죽이지 마…….”
제기랄, 텄네.
눈빛을 보니 이미 록사나의 어머니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얼굴을 감싸 쥔 그녀의 손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시선은 데온의 발에 깔린 카시스에게 못 박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제레미는 욕설을 읊조릴 수밖에 없었다.
데온은 얼음장 같은 눈으로 그런 록사나의 어머니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바로 그때, 지금의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타났다.
“사나 누나!”
제레미는 반갑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록사나가 에밀리를 뒤에 대동하고 서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바닥에 주저앉은 어머니와 제레미, 그리고 그 앞에 죽어 있는 마물과 데온에 이어 그의 발에 깔린 카시스를 차례로 훑고 지나갔다.
“에밀리. 주변에 남은 마물을 마저 처리해.”
그녀는 에밀리에게 명령한 뒤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이제 주위에는 두어 마리의 마물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록사나에게도 마물의 독액과 체액이 묻어 있었다.
“어머니가 왜 이곳에 계신 거지?”
록사나의 시선이 바닥에 주저 앉아 떨고 있는 시에라에게 고정되었다. 제레미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게, 누나를 걱정해서 나오신 것 같던데.”
그 순간 록사나의 눈매가 움찔 떨렸다.
“다치신 곳은?”
“없는 것 같아.”
“어머니가 계시기에 아직 위험한 곳이야. 제레미, 네가 모시고 들어가.”
록사나의 말에 제레미는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곧 자신의 처지를 자각했는지, 그는 록사나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때, 록사나의 뒤에서 새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에라!”
마치 비명처럼 내질러진 그 음성의 주인은 마리아였다.
록사나의 뒤를 따라 온실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마물의 사체 앞에 주저앉아 있는 시에라를 발견하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세상에, 괜찮아, 시에라? 방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저 마물에게 당한 건 아니겠지?”
마리아는 호들갑을 떨며 시에라의 몸을 확인했다.
그러다 마침내 그녀의 몸에 상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리아는 한시름 던 듯이 휴우 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얼굴에 어려 있던 걱정도 옅어졌다.
“데온, 네가 마물을 죽였니? 잘했다, 잘했어! 네가 태어난 이후로 지금처럼 기특했던 적이 없는 것 같구나!”
마리아는 마물의 사체 옆에 있는 데온을 보고 오해한 듯, 그를 칭찬했다.
그 말을 들은 제레미의 표정이 변하고 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뭐라는 거야? 사나 누나 어머니한테 저 마물을 들이민 게 데온인데!”
“뭐라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마리아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아, 안 돼…….”
흐느끼는 듯한 가냘픈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 흘러든 것은 그 때였다.
“그러지 마, 제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시에라가 숨을 헐떡이며 두서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손가락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눈은 무언가에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크게 뜨인 푸른 눈동자에 고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절망 어린 눈이 카시스를 짓밟고 있는 데온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실을, 아실을 죽이지 마…….”
마리아는 당황했다.
그녀는 울고 있는 시에라를 달래려 노력하다가 데온을 향해 사나운 눈빛을 쏘아 보냈다.
“데온, 그러게 넌 그때 왜 아실을 죽여서는!”
하지만 그녀의 말에 옆에서 들리는 울음이 더욱 커지자 마리아는 다시 안절부절못하며 시에라의 등을 다독였다.
“시에라, 진정해. 저건 아실이 아니야. 자, 잘 봐 봐. 하나도 안 닮았잖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록사나가 움직였다.
데온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록사나를 주시했다.
곧 그의 앞에 선 록사나가 팔을 들어 올렸다.
짜악!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옆으로 슬쩍 돌아간 고개를 따라 검은 머리카락이 허공에 흐트러졌다.
시린 빛을 띤 두 쌍의 붉은 눈동자가 허공에서 부딪쳤다.
꿰뚫을 듯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에 위축될 만도 하건만, 록사나는 조금도 주춤하는 기색 없이 그에 못지않은 한기를 두른 얼굴로 데온을 똑바로 직시했다.
“멋대로 내 것을 빼돌리려 한 것으로도 모자라 어머니를 위험에 빠트리기까지 하다니.”
데온은 그런 록사나를 잠깐 가만히 응시하다가 느리게 손을 올려 뺨을 어루만졌다.
조금 전 록사나의 손이 치고 지나간 그의 왼쪽 뺨은 약간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굳게 다물려 있던 그의 입술이 느리게 벌어졌다.
“주인에게서 도망친 개새끼를 잡아 준 답례치고는 과하군.”
“그런 부탁 한 적 없어.”
마리아와 제레미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인 채로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이 행동, 역시 주제넘어.”
록사나의 싸늘한 시선이 카시스에게 미끄러졌다.
의식을 잃은 상태는 아니었으나, 구속구의 작동으로 큰 타격을 입은 그는 데온을 뿌리치지 못했다.
가까스로 뜨고 있는 눈의 초점이 흐렸다. 카시스의 머리에서 흐른 피가 초록의 잔디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건 내 거야. 벌을 줘야 한다면 내가 직접 줘.”
록사나는 다시 시선을 들어 데온을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당장 뒤로 물러나.”
데온은 심연 같은 고요한 눈으로 록사나를 응시했다.
얼마나 그렇게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을까.
마침내 데온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카시스를 짓밟고 있던 발을 내렸다.
“그럭저럭 재미있었으니 오늘은 이 정도만 하는 걸로 하지.”
그 직후 그의 손이 록사나를 향해 뻗어졌다. 그것을 본 제레미가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날 것처럼 몸을 들썩였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이 우려하는 것처럼 록사나에게 맞은 것을 되갚아 주지는 않았다.
“이렇게 네가 화내는 모습을 보는 건 간만이네. 그래서 기분이 나쁘지 않아.”
언뜻 다정한 손길이 록사나의 얼굴을 훑었다. 차가운 손끝이 피부 위를 기어다니는 느낌이 선득했다.
“하지만 역시…….”
그러나 록사나는 마주한 이에게 다만 서늘한 시선을 보낼 뿐, 자리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응시하는 데온의 얼굴에 한결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때처럼 울면 더 좋을 텐데.”
그렇게 읊조리는 목소리는 속삭이듯이 작아서, 제레미와 마리아가 있는 곳까지는 닿지 않았다.
다만 그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카시스에게만 데온의 목소리가 흘러들었을 뿐이었다.
데온의 손가락이 스쳐 지나간 눈가에 따끔한 감각이 번졌다.
곧 얇게 베인 록사나의 흰 피부에서 붉은 핏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마치 피눈물처럼 보였다.
데온은 그 모습을 싸늘히 웃는 얼굴로 내려다보다가 손을 거두어들였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제레미가 욕지거리를 하며 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들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데온은 여느 때처럼 제레미를 무시한 뒤 자리에서 걸음을 뗐다.
록사나의 차디찬 눈빛이 그런 데온의 빈자리에 잠깐 머물다 거두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