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41)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41화(41/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41화
나는 손을 들어 헝클어진 어머니의 머리칼을 정리하듯이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아까도 마물에게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해 다칠 뻔하셨잖아요. 지금 어머니의 몸에 상처 하나 없는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이에요.”
상냥한 손길과 달리 그녀를 향해 쏟아지는 말들은 가시처럼 날카로웠다.
“어머니는 저를 걱정해서 밖으로 나오셨다고 했지만……. 글쎄요.”
그것이 내 소중한 어머니를 상처 입힐 것을 알면서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보세요. 고작 마물과 마주친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력이 쇠해 누워 있는 건 제가 아니라 어머니잖아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낮의 소동에서도 다친 곳 하나 없이 이렇게 멀쩡한데요.”
“사나야…….”
“이래서야 누가 누구를 걱정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시금 어머니의 눈을 마주하며 빙긋이 웃자 그녀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설령 어머니가 낮에 마물들 틈에서 저를 찾아내셨다고 한들, 이 연약한 몸으로 제게 다가올 수나 있었을까요? 만약 제가 위험에 처해 있었다면, 어머니가 그런 저를 구해 주실 수나 있었을까요?”
어머니의 눈은 범람하는 강물 같았다. 정처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가 내게 말하고 있었다.
너는 어째서 이렇게 잔인한 말만 하느냐고.
“그뿐만이 아니에요. 만약 누군가가 마물들 틈에서 혼자 도망치려고 대신 어머니를 미끼 삼았으면 어쩌실 뻔했어요? 게다가 오늘은 마물 사육장의 문이 열린 사건만 있던 게 아니었죠. 만약 제 장난감이 저택에서 탈출하기 위해 어머니를 인질로 삼거나 해를 끼치려고 했으면요? 어머니는 그런 경우를 생각하고 움직이신 건가요?”
지금 이 순간, 나는 그녀에게 착하고 사랑스러운 딸이기를 영영 포기했다.
“어머니.”
나직한 음성이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방 안에 메아리처럼 울렸다.
나는 어머니를 향해 곱게 미소 지으며 마지막으로 그녀를 상처 입힐 말을 다정하게 속삭였다.
“정말 저를 위하신다면, 저를 도와주시기는커녕 짐만 될 상황을 만들지 마세요. 제가 어머니를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지 않게요.”
* * *
“록사나 아가씨.”
어머니의 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 앞에 서 있는 에밀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막 문을 두드리려 했던 듯이 손을 들고 있었다.
에밀리가 방문을 두드리려 했던 이유로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어머니의 방에 오기 전에 미리 지시해 놓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치는?”
“막 정문을 넘으셨다고 합니다.”
란트 아그리체가 저택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나는 곧장 발길을 돌렸다. 그가 다른 사람을 통해 낮의 일을 듣기 전에 내가 먼저 그를 만나는 것이 좋았다.
처음 계획보다 일이 커진 감이 있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었다.
사실 데온의 이름을 대고 카시스를 꺼내 오도록 시킨 것은 바로 나였다.
그래서 온실에서도 일부러 요란하게 반응한 것이었다. 그래야 누구도 나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그것도 모르고 내 앞에서 달달 떨던 남자들을 생각하면 역시 조금은 미안한 일이었다. 만약 그들이 알게 된다면 당장 억울함에 몸서리치고도 남았다.
이번 일은 내 예상대로 흘러간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었다.
어머니가 나를 찾아 밖으로 나온 것은 그중 후자였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일부러 그녀를 안전한 방으로 돌려보냈던 내 입장에서는 참으로 허탈한 일이었다.
설마 제레미가 카시스를 쫓다가 마물 사육장의 문까지 열 줄은 몰랐기 때문에, 운이 나빴다면 정말 어머니가 죽었을지도 몰랐다.
나는 방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어머니의 얼굴을 잠깐 떠올렸다.
그러다 곧 지우개로 지우듯 기억의 잔상을 머릿속에서 몰아내 버렸다.
나로서는 카시스가 순순히 마리아의 티 파티에 참석하든, 아니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든, 어느 쪽이어도 나쁠 것이 없었다.
물론 전자보다는 후자 쪽이 훨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카시스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전부터 카시스의 주위를 얼쩡거리던 제레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를 방에서 꺼내 올 때 이용한 것은 어디까지나 데온의 이름이었으니 설령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내 책임은 무게가 가벼워졌다.
데온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정한다 해도, 진실을 입증할 이들만 사라지면 되었다.
마침 중간에서 데온의 이름을 사칭해 말을 전하도록 한 자들은 내가 처리하기 전에 이미 죽어 버렸다.
에밀리가 전하기로 마물에게 당해 죽은 것 같다고 하니, 어찌 보면 손 대지 않고 코를 푼 셈이었다.
게다가 일전에 내가 카시스에게 보여 주었던 도면은 사실 절반만 진짜였다.
그러니 제레미가 마물을 풀지 않았다고 해도 카시스는 저택 주변의 미로를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카시스를 속인 것에 딱히 죄책감이 들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가 아그리체를 혼자 힘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소설 속에서 카시스가 그렇게 처참하게 죽었을 리 없었다.
그래서 나는 카시스에게 탈출에 실패한 경험을 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내 도움 없이는 혼자 이곳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참에 똑똑히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카시스는 내 어머니를 구하려다가 붙잡혔다.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결말이었다.
그래서인지 아까부터 나는 미처 형언하지 못할 기이하고도 무거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 할 때가 아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일을 해결하기 위해 무대에 설 준비를 했다.
“아버지, 다녀오셨어요?”
걸음을 서둘렀던 탓에 가장 먼저 란트 아그리체에게 인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이 내 웃는 얼굴로 날아들었다.
지금 내 미소는 살면서 수도 없이 연습한 것처럼 흠결 하나 없이 아름다울 것이 분명했다.
란트 아그리체의 귀가 소식을 들은 다른 가족들도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그리체의 가풍상 원래는 이렇게 단체로 움직이는 일이 드물었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낮의 일도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살피러 온 듯했다.
때마침 데온도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곧바로 나를 직시했다.
팔에 힘을 실어 꽤 세게 때렸는데도 그의 얼굴에는 벌써 붓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애초에 아까 내 손을 충분히 피하거나 막을 수 있었을 텐데도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못내 불쾌했다.
“그래, 내가 없는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겠지?”
얼굴을 보니 그는 기분이 꽤 괜찮은 상태인 것 같았다. 낮에 있던 사건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아버지, 반기실 만한 소식이 있어요.”
내가 입을 열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하기야, 낮에 있던 일은 결코 반길 만한 것이 아니었으니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란트 아그리체도 그게 뭐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관중들을 향해 한결 짙게 미소 지으며 준비된 대사를 읊었다.
“저, 지금 막 독나비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답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웅성거리는 소음이 순식간에 주변을 휩쓸었다.
란트 아그리체도 근래 들어서 가장 흥분한 어투로 급히 되물었다.
“그게 정말이냐?”
나는 대답하는 대신 독나비를 직접 옆으로 불러들였다.
샹들리에의 불빛을 흡수해 신비로운 빛 무리를 그리는 반투명한 검붉은 나비가 한 마리씩 허공에 떠오를 때마다 사람들은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독나비를 각인시켜 부화하게 하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뛰어난 마수사 중에서도 독나비를 부리는 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 대단한 일을 내가 해냈으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마 내가 독나비를 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이 중에 몇 명 없었을 것이다.
“그래, 어떤 나비로 키울 생각이냐?”
주입하는 독의 종류와 기르는 방식에 따라 독나비의 성향이 크게 변하게 된다는 것을 란트 아그리체도 아는 모양이었다.
그는 열망과 탐욕이 뒤섞인 눈으로 내 주위를 날아다니는 독나비들을 맹렬히 바라보고 있었다.
애초에 란트 아그리체라면 내게서 능히 독나비의 알을 빼앗고도 남았을 텐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뻔했다.
숙주가 될 용기도 없으면서 욕심만 많은 추악한 인간 같으니라고.
“당연히 살육 나비로 키워야지요.”
나는 눈꼬리를 접어 달콤하게 미소 지었다.
그런 다음 한 손은 가슴에 대고 한 손으로는 치맛자락을 살포시 들어 올리며 순종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그리체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를 제 손으로 길러 낼 수 있게 되다니, 이보다 큰 영광은 없을 것 같네요.”
원하는 대답을 들은 란트 아그리체의 얼굴에 얼마나 큰 흡족함과 희열이 떠오르는지, 지금 내가 달라고 하면 간이고 쓸개고 당장 다 빼 줄 것처럼 보였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 인간이 실제로 그럴 리는 없었다.
“록사나, 네게는 항상 기대가 크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이제는 정말 카시스를 아그리체에서 내보내기 위한 준비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