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7)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7화(7/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7화
문득 입에 무언가가 닿아 왔다.
약간 물렁한 감촉의 동그란 무언가. 거기에서는 익숙한 약초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카시스는 소녀가 내민 것이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이것은 사람이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를 정제, 농축해 만든 환으로 한 알을 먹으면 식사 없이도 사흘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카시스도 경계로 향하기 전 이것을 복용한 바 있었다.
아마도 소녀는 지금 감옥의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그릇을 본 것 같았다.
아그리체에서는 그를 당장 죽일 생각은 없는지 하루에 한 번 먹을 것을 내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냄새만 맡아도 역겨움이 밀려드는 오물이나 마찬가지인 정체불명의 음식이었다.
게다가 카시스는 설령 산해진미를 내온다 해도 아그리체에서 주는 것을 먹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내가 뭘 믿고 네가 준 걸 먹어야 하지?”
그것은 소녀가 준 것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카시스는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도 믿지 않았다.
물론 소녀의 태도는 오묘한 구석이 있었고, 또 그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도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것을 넙죽 받아먹을 정도로 소녀를 신뢰하고 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아직 눈앞에 있는 사람의 정체도 모르고 있었다.
카시스의 거부에 소녀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다음 순간 눈앞에서 느껴지는 수상한 낌새에 카시스는 퍼뜩 무언가를 눈치채고 다급히 입을 열었다.
“잠깐……!”
퍼억!
그러나 이미 늦었다.
“윽!”
카시스는 처음 소녀를 만났을 때처럼 복부를 파고드는 통증을 느끼며 신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독에 당해 있던 지난번보다 그의 몸 상태가 나아진 탓인지 단번에 기절하지 않았다.
소녀는 그 사실에 조금 난처한 기색이었다.
“어, 이번엔 좀 살살 쳐서 그런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미안, 한 대만 더 때릴게.”
그 직후 정말 복부에 아까보다 한결 더 강한 힘이 틀어박혔다.
이런 치사한…….
이번에는 카시스도 별수 없이 의식을 잃고 말았다.
* * *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다음에 다시 만난 소녀를 향해 카시스는 날 선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멋대로 기절시켜 버린 소녀에게 화가 나기도 했고, 또 황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런 짓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주는 건 먹기 싫다며. 그러니까 별수 없잖아.”
으르렁거리는 그를 향해 소녀가 그를 달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말투만 미안한 듯했을 뿐, 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을 기절시켜?”
“그럼 이제부터는 얌전히 먹을래?”
카시스의 매서운 시선을 정면에서 받으면서도 소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뭐, 태도가 조심스러운 건 좋아. 호의로 접근한 듯이 보이는 사람에게도 쉽게 의심을 거두지 않는 것도 훌륭하고. 앞으로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주는 건 웬만하면 받아먹지 마. 사실 이 집에서 나 말고 당신한테 좋은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 무슨 병 주고 약 주는 태도란 말인가.
카시스는 정말 이 소녀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목소리에 아직 앳된 느낌이 남아 있는 것이나 흐릿하게 시야에 비치는 형체를 보면 그와 비슷한 나이이거나 좀 더 어린 것 같았다.
그런데 하는 행동이나 말은 그가 상상한 범위를 벗어나고 있었다.
소녀는 벌써 두 번이나 그를 기절시켰지만 결과적으로 그녀가 준 것을 먹고 탈이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굳이 사실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몸은 그전보다 편해진 상태였다.
게다가 소녀는 지금 또 그를 염려해 주는 것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의 상처를 확인할 때의 손길은 가차 없이 급소를 칠 때와 달리 또 조심스럽고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카시스는 이 소녀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카시스는 잠시 입을 다물고 소녀를 응시했다.
물론 이런다고 해서 뭐가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하면 눈앞에 선 사람의 분위기나 내면에 숨겨진 의도를 읽을 수 있는 것처럼 말없이 조용한 시선을 보내기만 했다.
소녀도 카시스가 자신을 탐색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
잠시 후, 카시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한테 또 뭘 먹였는지 말해. 입에 약 냄새가 남아 있어.”
“진통제랑 항생제야.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눈에 띄니까 치료 못 해 줘. 한동안만 참아. 조금 기다리면 지금보다 편하게 해 줄 테니까.”
“네가 무슨 수로?”
소녀는 첫 번째 질문에 곧바로 대답했지만 두 번째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너는…….”
카시스는 다시금 소녀의 정체가 궁금해졌지만 어차피 말해 주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다른 것을 물었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물으면서도 카시스는 답을 알고 있었다.
“란트 아그리체는 날 죽일 작정으로 데려온 걸 텐데.”
머저리가 아닌 이상 이렇게 대놓고 자신을 끌고 온 란트 아그리체의 의도를 모를 수는 없었다.
페델리안에 대한 정치적 도발의 의미든, 아니면 번번이 지속되어 온 페델리안과의 마찰에 대한 단순한 화풀이든, 아니면 그 둘 모두이건 간에.
어찌 되었건 아그리체는 카시스를 살려서 내보낼 생각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가 살아서 아그리체를 나간다면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 분명했다.
페델리안은 감히 그들을 먼저 공격한 아그리체를 결코 용서할 리 없었고, 카시스도 이 치욕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었다.
“누가 그래?”
소녀는 어쩐지 조금 불편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말을 부정하고 싶은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
“란트 아그리체가.”
“…….”
그것이 가당찮아 카시스가 비소하며 답하자 소녀는 침묵했다.
어떤 의미의 침묵인지는 알 수 없었다. 카시스는 지금 소녀가 짓고 있을 표정이 조금 궁금해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가느다란 목소리가 다시금 그의 귓가에 흘러들었다.
“당신은 안 죽어. 왜냐면 내가…….”
하지만 소녀는 말을 끝까지 잇지 않았다.
감옥 안에는 다시금 침묵이 내려앉아 두 사람의 야트막한 숨소리만 귀를 간질일 뿐이었다.
그때, 저 멀리서 어떤 희미한 소음이 전해져 왔다. 어쩐지 밖이 조금 소란스러운 것 같았다.
소녀도 그 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돌리는 것 같은 작은 기척이 앞에서 느껴졌다.
잠시 후 소녀가 그를 향해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거 먹어.”
감촉으로 보아하니 입에 닿아 온 것은 약인 것 같았다.
카시스는 아까보다 가까워진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어제보다 아주 약간 밝아진 시야에 여전히 희미한 형체가 잡혔다.
언뜻 허공에서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이내 카시스의 입술이 느리게 벌어졌다.
그는 자신에게 내밀어진 약을 처음으로 아무 말 없이 받아먹었다.
입에 넣자마자 약이 녹았기 때문에 물이 없어도 삼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소녀는 곧바로 나가지 않고 여전히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다른 때는 그의 상태를 살피자마자 바로 이곳을 빠져나갔었는데. 혹시 조금 전 들려온 바깥의 소란과 연관이 있는 건가?
카시스는 오감을 끌어 올려 주변의 모든 자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이 뭔지 알려 줘.”
정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으나 혹시 이름만이라면 괜찮을까 싶어 물었다.
하지만 소녀에게서는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카시스가 포기할 때쯤,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그의 귀에 박혀 들었다.
“록사나.”
록사나.
어두운 밤의 장막이 걷히면 찾아오는 새벽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