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81)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81화(81/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81화
* * *
“이건 확실히 이상한데.”
오르카 휘페리온은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기도록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프레데리카 고원에서부터 독나비의 자취를 쫓아온 참이었다.
그런데 벌써 며칠이 지나도록 독나비 서식지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몇 번이나 이 근방을 배회하며 탐색해 보았지만 나온 것이라고는 땅사마귀나 구울 따위밖에 없었다.
독나비는 그동안 한 번 더 오르카의 눈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오르카가 따라잡기도 전에 그것은 페델리안의 성벽 너머로 날아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페델리안 안으로 들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현재 그는 깊은 의구심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며칠 전 에메랄드 호수를 떠나 독나비가 사라진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에 오르카는 페델리안 소속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때는 허가 없이 페델리안의 영토로 들어온 것을 들키면 괜히 번거로운 일이 생길까 봐 그들과 마주치지 않게 자리를 피했는데…….
만약 저 독나비가 정말 페델리안에서 나온 것이라면 차라리 그냥 그때 살가운 척 달라붙어 방문 허가를 받아 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곧 오르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단순히 내가 잘못 본 것뿐일지도 모르니까 아직 속단은 일러.
“오르카.”
그렇게 깊이 고심하는 오르카의 머리 위에서 돌연 어떤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그 후 그의 눈앞으로 누군가가 가볍게 착지했다.
“어라, 누이?”
뻥 뚫린 하늘에서 내려선 사람은 오르카의 사촌 누이인 판도라였다.
긴 연청색 머리카락과 흑안을 가진 그녀는 오르카와 같은 마수사였다.
머리 위에서 판도라의 마물인 튜로베가 검은 날개를 팔락였다.
“뭐야, 진짜 너였잖아? 넌 왜 하필 이런 때에 여기에 있니?”
판도라는 다른 마물 서식지를 탐방하다가 우연히 오르카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발견했다.
그런데 오르카가 움직인 방향은 하필이면 페델리안 쪽이었다. 그래서 그냥 두기에 찜찜해 뒤를 쫓아온 것이었다.
“무슨 소리야, 이런 때라니?”
판도라의 말에 오르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판도라가 너도 참 어지간하다는 듯이 쯧쯧 혀를 찼다.
“넌 여전히 소식이 느리구나.”
그녀는 아그리체와 페델리안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오르카에게 설명해 주었다.
“호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매만졌다.
“하긴, 그동안 청의 수장이 벼르는 느낌이긴 했지.”
오르카는 별로 놀라지 않은 표정이었다.
“흑의 수장은 적당히라는 걸 모르니까. 더군다나 근래 들어 뭘 잘못 먹기라도 한 것처럼 좀 많이 까불었어?”
“그건 그래.”
판도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오르카의 말에 수긍했다.
“다른 가문들도 그치가 예뻐서 봐줬던 게 아니잖아? 솔직히 우리도 마물 때문에 거래할 때마 다 짜증나서 그 목을 쳐 버리고 싶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럼 지금 아그리체는 비어 있는 건가? 쓸 만한 게 없는지 거기 사육장을 좀 뒤져 보고 싶은데.”
“기대 마. 내가 벌써 가 봤는데 텅 비었더라.”
“아, 그래?”
“그런데 사람은 아직 남아 있더라고. 그중에 특히 앙칼진 애가 하나 있던데, 방심한 사이에 하마터면 붙잡힐 뻔했지 뭐야.”
“저런.”
오르카의 대답은 그새 성의가 없어졌다.
판도라와의 대화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자 금세 흥미를 잃은 눈치였다.
판도라도 그것을 깨닫고 오르카에게 눈을 흘겼다.
“추가로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 줄까?”
판도라는 큰마음 먹고 말해 준다는 듯이 카시스 페델리안이 데려간 여자에 대해 속닥거렸다.
오르카는 란트 아그리체에 대해 들었을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크게 놀랐다.
“그게 정말이야? 그 카시스 페델리안이? 여자를?”
“그래. 내 귀염둥이에게 들었지.”
판도라는 튜로베의 날개를 끌어다가 칭찬하듯이 쓰다듬었다.
오르카는 천하의 청의 귀공자가 여자를 직접 데려가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였다는 말에 엄청난 흥미를 느꼈다.
그럼 설마 며칠 전에 무리 지어 이동하던 사람들 중에 카시스와 그 묘령의 여인이 있었던 것일까?
“……!”
바로 그때, 오르카의 눈앞에 붉은 나비 떼가 나타났다. 이번에 사흘 만의 일이었다.
그 순간 다른 것은 그의 머릿속에서 모조리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그럼 난 간다. 너도 뭐 하러 여기까지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하고 돌아가.”
판도라는 이쯤 하고 떠날 생각인지 튜로베의 위로 올라탔다.
그렇게 판도라를 태운 튜로베가 막 날아올랐을 때, 오르카가 덥석 마물의 다리를 붙잡았다.
튜로베가 꽤액 괴성을 내지르며 몸을 기우뚱 기울였다.
판도라는 질겁해서 오르카에게 소리쳤다.
“미쳤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출발해, 빨리!”
“너야말로 빨리 이거 안 놔?”
“저거 쫓아가야 돼! 독나비라고!”
“뭐, 독나비?”
“그래! 그러니까 빨리! 뜸 들이다가 놓치면 이 뚱보 새 가죽을 벗겨서 구워 먹어 버릴 줄 알아!”
오르카의 무서운 기세에 휩쓸려 판도라는 얼떨결에 튜로베를 출발시켰다.
그렇게 그들은 철새처럼 푸른 하늘을 떼 지어 이동하는 나비들을 쫓아갔다.
* * *
록사나가 페델리안에 머문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실비아가 선물해 준 꽃은 그사이에 벌써 시들었다.
록사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독에 영향을 받은 탓이었다. 그 후로 록사나는 방에 화병을 두지 않았다.
“오늘은 같이 정원에 가요.”
실비아는 매일 록사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친화력이 좋았다.
그래서 마치 오랜만에 얼굴을 본 친구 사이처럼 만날 때마다 록사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잘거렸다.
우윳빛 뺨을 발그레하게 상기시키고 두 눈을 별처럼 빛내는 실비아는 몹시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실비아를 눈앞에 둘 때마다 록사나는 어쩐지 조금은 신기하면서도 기이한, 말로는 정확히 설명하지 못할 기분을 느끼곤 했다.
록사나는 그런 실비아를 지켜보며 그녀가 해 주는 이야기를 주로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래도 실비아는 조금도 지치지 않고 시종일관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그러다 실비아가 오늘은 함께 정원으로 산책을 나가자고 권했다.
“글쎄……. 별로 내키지 않는데.”
“하지만 사흘 내내 방에만 있었잖아요. 오늘은 볕도 따뜻하니까 밖에 나가면 기분 전환도 될 거예요.”
슬쩍 카시스를 쳐다봤지만 그는 팔짱을 끼고 앉아 상황을 방관했다.
아무래도 실비아가 이렇게 밀어붙이면 록사나도 어지간해서는 거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록사나는 며칠 만에 방을 벗어나게 되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지 않을래요? 내가 제일 아끼는 화원을 보여 줄게요.”
실비아가 환하게 웃으며 록사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포근한 온기가 닿는 순간 록사나는 움찔했다.
하지만 그녀는 맞닿은 손을 뿌리치지 않고 실비아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카시스는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았다.
실비아가 록사나에게 과할 정도로 서슴없이 군다면 제지할 요량이었지만 아직까지는 록사나도 실비아의 언행을 귀엽게 봐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실비아는 록사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무척 신이 나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 페델리안 안에만 있으면서 또래의 친구를 사귄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래서 그녀는 카시스가 록사나에 대해 말해 주었을 때부터 그녀를 상상 속의 친구로 삼아 나날이 꿈을 키워 갔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실비아는 록사나가 한눈에 마음에 든 눈치였다.
그래도 록사나 역시 실비아를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퀸 메리로테예요. 록사나에게도 꼭 보여 주고 싶었어요.”
달큼한 향기가 가장 먼저 오감을 건드렸다.
앞장서 뛰다시피 걷던 실비아가 긴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뒤돌아보았다.
눈부신 미소 뒤로 황금색 꽃이 만발한 화원이 나타났다.
록사나는 실비아의 뒤를 따라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잠시 후 그녀의 손이 보드라운 꽃잎에 닿았다.
카시스가 록사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독을 억누르고 있어서 꽃은 시들지 않았다.
록사나의 얼굴이 아주 살짝 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