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8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83화(83/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83화
* * *
다음 날, 페델리안의 정문 쪽이 어쩐지 어수선했다.
“무슨 일이지?”
카시스는 그를 찾아온 이시도르에게 물었다.
“오르카 휘페리온 님이 소가주 님과의 친분을 주장하며 방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카시스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돌려보내.”
“예.”
이시도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돌아섰다.
요즘 같은 때에 개인적인 방문이라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오르카 휘페리온과 친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런 상황에 출입을 허가할 정도로 긴밀한 사이인 것도 아니었다.
결국 오르카는 페델리안에 환영받지 못하고 문전박대당했다.
그러고 나서 한 시간 정도가 더 지났을 때, 비행형 마물을 이용해 성문을 넘던 오르카의 모습이 적발되었다.
“아이고, 이것 참. 본의 아니게 실례하게 되었네요.”
당연히 그는 페델리안의 수비병들에게 붙잡혀 포박당했다.
“근방의 마물 서식지를 집중해서 탐색하다가 그만 눈앞에 솟은 벽이 페델리안의 성문인 줄도 모르고 넘어 버렸지 뭡니까?”
그런데도 오르카는 긴장하는 기색도 없이 실실 웃으며 이런 황당한 소리를 지껄였다.
“오르카, 너 이 자식…….”
오르카와 함께 잡혀 들어온 판도라가 옆에서 이를 악물었다.
오르카가 그녀의 마물인 튜로베의 지배권을 잠시만 넘겨 달라고 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 이런 기상천외한 짓을 벌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지금 판도라는 뒤통수를 거하게 맞은 기분이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그때, 그들을 붙들어 놓은 장소에 카시스가 들어섰다.
그는 밖에서 오르카의 말을 들었는지 서늘히 읊조렸다.
반면 오르카는 카시스를 보고 반색했다.
“청의 귀공자! 영혼의 반을 나눈 내 친우! 이게 얼마 만이죠? 방문 요청도 매몰차게 거절해서 얼마나 서운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갑기 그지없네요.”
“친우라니, 언제부터 너와 내가 우정을 나눈 사이였지?”
오르카는 카시스의 냉대에도 굴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었다.
얼굴을 마주할 때면 늘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오르카의 경박한 언동은 딱히 놀라울 것도 없었다.
카시스는 오르카에게 말려들지 않고 사무적인 어투로 읊조렸다.
“애초에 페델리안에 방문하려 했던 목적이 뭔지 그것부터 밝혀라. 처우는 그 후에 고려해 보지.”
“아, 그거. 별건 아니고, 때마침 근처에 온 김에 인사나 나누려 그랬죠.”
오르카의 얼굴에 해사한 미소가 피어났고, 그와 상응하여 카시스의 얼굴은 차게 식었다.
“뭐, 정말 그게 전부라 더 이야기할 경황 설명이랄 것도 없고. 그래도 일단은 침입자이니 조사를 해야겠죠? 그럼 한동안 신세 좀 지도록 하겠습니다.”
애초에 오르카의 목적은 들키지 않고 페델리안 안으로 숨어 드는 것이 아니었던 듯했다.
그는 일단 여기에 몸을 들인 것으로 만족하는 눈치였다.
하기야 애초에 몰래 행동하려 했으면 대놓고 여봐란 듯이 비행형 마물을 이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카시스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오르카를 보다가 이시도르에게 물었다.
“그 마물은?”
“우리에 가둬 놨습니다.”
졸지에 공범이 된 판도라는 억울함을 느끼며 옆에 있는 오르카를 향해 눈을 치떴다.
카시스는 마물과의 매개로 쓰이는 물건들도 잊지 않고 모두 수거했다.
그는 휘페리온에서 마물을 부리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오르카는 여전히 유유자적한 태도로 몸에 줄줄이 건 장신구들을 풀어 주었다.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오르카의 몸에서 나온 것만 한 무더기였다.
판도라도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팔찌와 목걸이를 풀어 건넸다.
“휘페리온에서 답신이 올 때까지 일단 구금하겠다.”
“그래요, 원칙이란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죠. 저랑 누이도 그 정도는 다 이해합니다. 그렇지, 누이?”
오르카는 유들유들한 태도로 판도라의 동의를 구하며 웃었다.
카시스는 불청객들을 서늘히 내려다보다가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여기 밥은 맛있습니까? 며칠간 계속 육포랑 풀만 뜯어 먹었더니 속이 허한데.”
카시스가 사라지고 난 뒤 오르카는 그를 끌고 가는 사람들에게 뻔뻔하게 물었다.
판도라를 비롯한 사람들은 오르카의 태평함에 황당함을 느끼며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 * *
“너 뭐야?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판도라가 오르카를 향해 사납게 따져 물었다.
하지만 오르카는 페델리안에서 내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도끼눈 하지 마, 누이. 그냥 며칠 휴양 왔다고 생각해. 여기 밥도 맛있네, 뭐.”
“너 때문에 곤란해질 휘페리온의 입장은 생각 안 해?”
“고작 나 하나 때문에 곤란해질 가문이면 진작 망했겠지.”
판도라는 기가 막혔다.
철이 없다고 해야 할지, 대범하다고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머리가 돌았다고 해야 할지.
분명히 얼마 전 아그리체와 페델리안 사이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는데 이렇게 뒤돌아서자마자 생각 없이 행동하다니!
휘페리온에서는 아직 그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결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휘페리온의 후계자인 오르카가 페델리안에 침입해 들어온 것이다.
그러니 이 소식을 듣게 되면 백의 수장이 뒷목을 잡을 것이 분명했다.
“너…… 혹시 날 이용한 거야?”
그러다 문득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곤란한 상황이 되면 판도라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고 혼자만 발을 빼려는 속셈이 아닐까?
그래서 성문을 넘을 때도 그녀의 마물을 사용한 것인지도 몰랐다.
갑자기 그런 선득한 생각이 들어서 판도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 오르카는 오히려 뻔뻔하게 몰랐냐는 듯이 되물었다.
“응? 이용한 거 맞는데? 누이도 동의했잖아? 뭘 새삼스럽게.”
“너……!”
“나한테는 비행형 마물이 없으니까 누이가 없었으면 독나비를 발견하고도 꼼짝없이 포기해야 할 뻔했어. 역시 이건 운명이 아닐까? 이제 여기에서 며칠 비비는 동안 독나비를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데…….”
오르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봐도 그건 주인이 있는 독나비였단 말이지. 내가 모르는 마수사가 페델리안에 있었던가? 혹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청의 귀공자의 여동생은 아니겠지?”
판도라는 그런 그를 보고 성난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그럼 죽여서 빼앗는 건 꿈도 못 꿀 텐데…….”
그래, 오르카는 온갖 최상급 마물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비행형 마물과는 이상할 정도로 연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주인이 있던 독나비를 각인이 끊은 후에 다시 길들일 수 있었던가…….”
그러니 이번에도 단순히 성문을 넘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판도라의 튜로베를 생각해 낸 것일 뿐, 나중에 혼자서 발을 뺄 계획인 게 아닐 것이다.
“그런데 누이, 입맛이 없어? 그럼 그거 내가 먹어도 되나?”
“닥쳐.”
판도라는 은근슬쩍 앞으로 뻗어져 오는 오르카의 손을 매몰차게 쳐 냈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그녀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 놓고 혼자만 속이 편한 오르카를 예뻐하는 건 불가능했다.
* * *
“손님이 왔나 보지? 오늘은 밖이 좀 어수선하던데.”
록사나가 지나가듯이 흘린 말에 카시스의 시선이 그녀에게 날아가 박혔다.
오르카의 일로 잠시 잡념에 빠져 있던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손님이 아니라 불청객이지.”
카시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별관 사용은 안 해?”
“말했다시피 손님이 아니니까.”
카시스의 태도는 퍽 단호해서 록사나는 저도 모르게 웃을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하찮은 대우가 아닌가?
“일단은 휘페리온인데 그래도 되는 거야?”
테이블 위의 물 잔으로 뻗어지던 카시스의 손이 멈추어졌다.
그는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록사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잠시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고는 여트막한 숨결을 흘렸다.
록사나는 천연덕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카시스의 짐작대로 그녀는 독나비를 통해 오르카 휘페리온이 페델리안에 방문한 사실을 전해 들은 참이었다.
물론 그것을 방문이라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나야 상관없으니까.”
곧 록사나가 다시 고개를 내려 식사를 이어 갔다.
카시스도 이 일에 대해 다른 말은 더 하지 않았다.
록사나가 설명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카시스는 그녀에게 오르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은 정말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모르는 척하고 있을 뿐.
어쩐지 입맛이 떨어져서 카시스는 미미하게 눈매를 찌푸리며 눈앞의 접시를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