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Protect the Female Lead’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9)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9화(9/253)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9화
* * *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대만찬은 아그리체의 수장인 란트와 그 달의 평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상위 세 명의 아이들이 함께하는 자리이다.
이래저래 포장은 거창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그냥 한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대만찬 시간에는 주로 이제까지 이루어 온, 혹은 앞으로 이루어야 할 아그리체의 과업과 현재 돌아가는 바깥 세계의 정세, 또 각자의 교육적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및 전망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가끔은 란트 아그리체가 우리를 시험하듯이 무언가를 물어 거기에 답해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주 쓸데없는 화제가 식탁 위에 오를 때도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개 같은 페델리안 새끼들 같으니.”
내 아버지인 란트 아그리체가 이를 갈며 읊조린 말에 나는 ‘또 시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지금 이곳이 소설 속 세계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 것도 바로 대만찬 때마다 청의 페델리안을 씹어 대는 란트 아그리체 덕분이었다.
“왜요? 아버지한테 또 왈왈거려요?”
제레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월례 평가 때 3위를 차지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
몇 년째 고정된 1, 2위와 달리 3위의 자리는 다소 유동성이 있었다.
부동의 1위는 이복 오빠 중 하나인 데온 아그리체였다.
현재 내 위로는 두 명의 이복 오빠가 있었고, 데온은 그 중 차남이었다.
지금은 공무 때문에 이 자리에 없는 그는 현재 열아홉 살이었다.
데온은 내가 이 대만찬에 초대 받아 오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변함없는 1위였다.
물론 소설 속의 내용을 상기하자면 나중에는 제레미가 1위가 되겠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인지 지금은 데온과 내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앞으로 3년 정도가 더 지나면 소설 속의 명실상부한 악역 남캐였던 제레미가 우리 중 가장 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데온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그가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남자의 얼굴을 보며 식사를 해야 하는 대만찬 때마다 체할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으니까.
“그놈들이야 허구한 날 귀 따갑게 짖어 대는 게 일이지. 리셸 페델리안의 입을 언젠가 찢어 버려야 속이 후련할 텐데.”
리셸 페델리안은 카시스의 아버지이자 페델리안의 현 수장이었다.
물론 란트 아그리체와는 엄청나게 사이가 좋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서로 싸우는 게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보복성으로 자식을 납치해 와 죽이려고까지 하다니.
그 정도면 상대에 대한 감정의 골이 여간 깊은 것이 아닐 터였다.
“그래도 오늘은 다른 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세요.”
나는 접시 위에 식기를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란트 아그리체를 향해 은은하게 미소 지으며 먼저 운을 뗐다.
“제 생각에는 이번에 아버지께서 포획해 오신 사냥감 때문인 것 같은데, 맞나요?”
란트 아그리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섬뜩한 붉은 눈동자가 나를 꿰뚫듯이 응시했다.
곧 그가 제법이라는 듯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록사나, 역시 넌 눈치가 빨라. 날 닮았어.”
그딴 같잖은 칭찬 필요 없어.
나는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한 채 속으로 싸늘히 생각했다.
“왜요, 그 장난감 정체가 뭔데?”
심드렁한 모습으로 식사를 하던 제레미가 아버지와 내 대화에 호기심을 보였다.
란트 아그리체는 사냥에 성공한 맹수처럼 포만감 어린 얼굴로 의자에 느른히 몸을 기댔다.
“오늘 보니 페델리안에서 아주 애가 달았던데.”
그렇게 말하는 그는 진짜 악당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와,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사악하고 비열해 보이는 얼굴로 웃을 수 있을까?
저것도 정말 신기한 재주였다. 꼭 이마에 ‘악역!’ 하고 써 붙인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리 눈이 돌아 발버둥 쳐 봤자지. 아그리체의 지하에 갇힌 놈을 제까짓 게 무슨 수로 찾겠다고.”
“지하에 있는 게 도대체 누구길래 페델리안에서 찾아요?”
제레미는 알 듯 말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란트 아그리체가 나를 쳐다보았다.
어디 한번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 보라는 듯한 허락의 눈빛이어서 나는 기꺼이 기회를 잡았다.
“청의 귀공자, 카시스 페델리안.”
내가 말한 순간 제레미가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벌렸다.
“진짜?”
확인하는 듯한 시선이 란트 아그리체에게 날아갔다.
그는 카시스 페델리안의 정체를 맞힌 나를 칭찬하듯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와, 아버지. 와아…….”
제레미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페델리안의 후계자를 납치해 온 란트 아그리체의 기상천외한 행위에 상당한 감명을 받은 눈치였다.
“아버지, 이번 사냥감의 교육 방식은 결정하셨나요?”
나는 란트 아그리체의 분위기와 표정을 읽으며 넌지시 물었다.
내 입에서 지하에 갇힌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제레미가 나를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시선도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사냥 후 여유를 즐기는 짐승처럼 손에 천천히 턱을 괴며 입매를 느슨히 풀었다.
“록사나, 네가 생각해 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 보아라.”
란트 아그리체는 오늘따라 관대했다.
리셸 페델리안이 아들을 찾아 혈안이 된 모습을 보고 온 후라 다른 때보다 마음이 너그러워진 것 같았다.
“이번 장난감에는 저도 흥미가 있어요.”
나는 내가 무엇을 제안해야 그의 귀가 솔깃해질지, 또 내가 어떤 식으로 말해야 그가 흡족함을 느낄지 이미 알고 있었다.
“페델리안은 공명정대하고 청렴결백한 심판자라고 알려져 있죠. 또 개중에서도 청의 귀공자는 성품이 특히 올곧고 강직해 페델리안 중의 페델리안이라 불린다고 들었어요.”
어느덧 주위가 조용했다. 란트 아그리체가 내 말에 집중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주사위를 던져야 할 순간은 지금이었다.
“그 고결한 카시스 페델리안이…….”
나는 입꼬리를 끌어 올려 아마도 란트 아그리체와 닮았을 짙은 미소를 얼굴에 그려 넣은 뒤 노래하듯이 속삭였다.
“제 발밑에 깔려서 발정 난 개처럼 추잡하게 망가져 짖어 대는 꼴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 *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란트 아그리체는 내 말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한번 생각해 보겠노라고 했지만, 나를 보던 눈빛이나 표정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카시스를 내 수중에 두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
대만찬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아까 란트 아그리체의 앞에서 내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입 안이 떫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이런 악당 같은 대사를 읊다니.
물론 진짜로 카시스 페델리안을 농락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만약 그랬다가는 카시스를 이 집에서 무사히 내보내는 데 성공한다 해도, 나중에 그가 수치심에 이를 갈며 나한테 복수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란트 아그리체의 취향을 고려해서 말한 것이었다.
그는 고귀한 페델리안이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망가지는 것을 바랄 테니까.
게다가 대쪽 같은 페델리안의 정신과 육체 모두를 타락시키는 쪽이 단순 고문으로 고통을 주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것이 분명했다.
“사나 누나, 진짜 누나가 그 장난감 직접 교육시킬 거야?”
그때, 만찬장을 나와서 나란히 함께 걷고 있던 제레미가 물었다.
그는 조금 기분이 저조한 것 같았다. 아까 대만찬 자리에서 내가 카시스 페델리안에 대해 아버지에게 이야기했을 때부터 줄곧 그랬다.
이미 내가 카시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막상 내가 아버지의 앞에서 그를 달라는 소리를 하자 심기가 사나워진 모양이었다.
어린 녀석. 나는 이놈이 내 관심을 장난감에게 전부 빼앗길까 봐 이러는 것을 눈치챘다.
“응, 이번 장난감은 내가 좀 가지고 놀아 보려고.”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제레미와 나는 대화를 멈추고 동시에 몸을 돌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가 지금 지하에 있는 장난감을 교육시킨다고?”
예상하고 있었듯이 샬럿이었다.
이제 열세 살인 샬럿은 강렬한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을 가진 새침한 인상의 여자애였다.
그녀는 아버지인 란트 아그리체를 조금도 닮지 않은 자신의 외양을 싫어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그녀가 조금 부러웠다.
샬럿은 조금 전 제레미와 내가 나누던 대화를 들었는지 귀여운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그녀가 왜 만찬장과 가까운 곳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살포시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샬럿. 방금 대만찬 자리에서 아버지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온 참이야.”